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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코로나 족쇄 풀린 공연시장의 반등
2023년 공연예술결산

6년 만에 내한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티켓 최고가는 55만 원이었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최고가 45만 원,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최고가 48만 원. 12년 만에 내한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최고가는 38만 원이었으니,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에 성공해 오케스트라 네 팀 공연을 모두 최고 석에서 봤다면 1인당 총지출액은 186만 원이다. 이쯤 되면 지난 3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한 파리오페라발레 <지젤> 공연 VIP석 34만 원은 오히려 자비로워 보인다. 10월과 11월 두 달 사이 유럽 오케스트라만 10팀이 내한한 서울의 공연장은 마치 작은 유럽 같았다.

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을 펼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에스엔코

코로나 한풀이하듯 초대형 공연 봇물

팬데믹으로 쌓인 갈증을 단박에 해소시켜주겠다는 듯 2023년 한 해 동안 모든 공연 장르에 최고의 공연이 쏟아졌다.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갑은 덕분에 아주 홀가분해졌을 것이다. 손열음·임윤찬·조성진·랑랑·후지타 마오·김봄소리·클라라 주미 강·언드라시 시프·요요마·유자왕… 협연하거나 단독 리사이틀을 연 클래식의 별들도 화려했다.
클래식 음악뿐 아니다. ‘거리 두기’는 필수, 공연 중단은 다반사였던 팬데믹 기간 잔뜩 움츠린 공연 시장은 깊었던 상처만큼 더 빠르게 올해 초부터 폭풍 반등을 시작했다. 대극장 블록버스터 뮤지컬이 앞장서 공연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 올해 상반기 공연 티켓 판매액은 5,0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어났다. 그중 티켓 판매액 2,260억 원 규모인 뮤지컬의 비율이 절반 가까운 45%에 달했다.

<오페라의 유령> 150만, <레베카> 100만 관객 달성

<오페라의 유령> 19만 원, <물랑루즈> 18만 원, <레베카>, <베토벤> 17만 원, <데스노트> 16만 원 등 지난 10여 년간 사실상 심리적 한계치였던 대극장 뮤지컬 VIP석 15만 원의 마지노선도 가뿐히 뚫렸다.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 공연 누적 1,500회를 돌파하고 누적 관객 150만 명을 넘어섰으며, <레베카>도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추세가 식지 않은 만큼,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은 2023년 전체 공연 시장의 규모 역시 크게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리오페라발레는 서울 공연에서 발레리노 기욤 디오프의 에투알 임명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Studio AL/LG아트센터서울

매체 활동 배우들 잇따라 무대로

영화와 드라마 등 매체에서 주로 활동하던 배우들의 공연 무대 진출도 두드러진 해였다.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소극장 뮤지컬 <렛미플라이>(연출 이대웅)를 택한 박보검은 출연 전 회차 전석을 매진시켰다. 왕년의 대학로 스타였던 배우 박해수는 연극 <파우스트>(연출 양정웅)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로 출연해 여전한 무대 열정을 보여줬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연출 민새롬)가 크게 주목받은 데도 배우 손석구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줄도 모르고 나무 위에 숨어 지내는 ‘신병’ 역할로 출연한 덕이 컸다.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동명 영화2015를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처음 연극으로 만든 <바닷마을 다이어리>(각색 황정은·연출 이준우)도 박하선·한혜진 등 스타 배우들의 출연뿐 아니라 편안한 이야기와 영리한 무대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배우 박해수·유인촌·박은석 등이 열연한 연극 <파우스트> ⓒLG아트센터 서울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 무대에는 배우의 분신과 같은 수어통역사가 극의 일부로 등장했다 ⓒ국립극장

뛰어난 무대에 뒤따른 박수갈채

비싸고 화려한 공연의 틈바구니에서, 여전히 눈 밝은 관객들은 좋은 연극을 알아봤다. 심부전증으로 심장박동기를 달고도 <라스트 세션>(연출 오경택) 35회 공연을 완주한 86세 배우 신구의 투혼은 귀감이었다. 95%가 넘는 객석 점유율엔 그의 몫이 컸다. 엠비제트컴퍼니의 <빵야>(작 김은성·연출 김태형)는 일제 장총 한 자루를 의인화해 현대사를 압축하는 놀라운 내공을 선보였다. 극단 수수파보리의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각색·연출 정안나)는 당대 여성의 삶과 사회상을 반영해 ‘K-막장’ 드라마의 원조 같은 통속 소설로 필명을 날린 소설가 김말봉의 삶과 그의 작품을 무대 위에 유쾌하게 되살려냈다. 청춘과 야구라는 소재를 가을바람처럼 청량하고 경쾌하게 작은 극장 무대에 구현한 극단 불의전차 <펜스 너머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해>(작·연출 변영진), 다양한 연령대의 장애·비장애 배우가 각자 10대 아이들 역할로 한 무대에서 춤추고 연기하며 성과 사랑, 꿈꾼다는 것에 대해 질문했던 <댄스 네이션>(작 클레어 배런Clare Barron, 윤색·연출 이오진) 같은 작품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관객이자 창작자로, 장애인에 문턱 낮춘 공연예술

장애인에게 여전히 높은 공연장 문턱을 낮추고, 관객으로서만 아니라 창작자로도 함께하려는 노력도 한 해 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국립극장 기획공연으로 앤 설리번과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다룬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와 비장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의 코믹하고 유쾌한 성장담인 뮤지컬 <합★체>의 성취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기획 단계부터 탁월하게 시각화한 실시간 자막, 배우의 분신처럼 무대에 함께 서는 수어통역사 등 새로운 형식을 개발했고 극적 완성도도 높았다. 관객의 호응 역시 90% 넘는 객석 점유율이 증명한다. 또 서울 충정로에는 장애예술인 표준 공연장 모두예술극장이 개관했다. 전원 발달장애인 배우로 구성된 호주 극단 백투백시어터의 공연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 발달·절단·정신·시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비장애인 예술가와 함께 무대에 선 공연 <제자리> 등을 선보였다.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비더슈탄트>, <마리 퀴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엑스칼리버>, <전설의 리틀 농구단> 등이 일본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대만과 중국 진출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2024년에도 연극열전의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신이 나를 만들 때> 등 해외 관객을 만나러 나갈 우리 뮤지컬이 줄을 서 있다.

글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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