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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새롭고 색다르되 그대로인,
전통문화 소재 굿즈의 인기에 부쳐

멕시코에서 한국 분식을 판매한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를 봤다면, 손님들 손에 쥐어진 알록달록한 물건을 기억할 것이다. 번호표를 대신한 오브제는 국보 금동 반가사유상의 미니어처다. 2020년 처음 출시돼 이듬해 두 점의 반가사유상을 전시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개관 기념으로 재조명됐고, BTS RM 덕에 1만 개 이상 팔렸다고 알려진다. 이렇듯 지난 5년간,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비롯해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굿즈가 화제를 모았다. 고려청자 무선이어폰 케이스, 십장생도 키링, 진묘수 도자 인형, 조선 왕실 유리등 DIY 키트, 마패 교통카드 등 종류도, 쓰임도 다양하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굿즈에는 공통점이 있다. 실용적이고, 현대적 미감을 갖고 있으며, 구매자의 체험과 소장욕을 채워준다는 것.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기념’에 그치던 전통문화 소재 굿즈가 다양해진 이유에는 전통을 향한 엄숙주의 타파가 있다. 전통문화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보전’을 명분 삼아 고립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이의 진입이 어려운 도제식 교육도 높은 장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왕의 어진부터 암행어사의 마패, 규방의 병풍 자수와 저잣거리에서 들려오던 판소리까지 전통으로 분류된 모든 것은 여전히 우리 삶의 일부 아닌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통을 동시대 감각으로 가져오려는 시도가 여러 방면에서 이어졌다. 드라마 <다모>와 영화 <왕의 남자> 같은 고증보다는 역사에 기반한 상상력을 중시한 퓨전 사극이 대거 제작됐다. 정통 사극의 비장함을 뚫고 탄생한 장르는 빠른 전개와 인물의 감정·관계에 집중하며 역사를 현재로 불러와 관객의 공감을 얻었다. 이자람을 필두로 한 소리꾼들은 판소리의 장르적 특성을 바탕으로 세계의 이야기와 동시대 고민을 담은 창작판소리를 만들었다. 서양의 콘텐츠와 한복을 결합한 흑요석의 일러스트레이션, 조선왕조실록을 패러디한 웹툰 <조선왕조실톡>도 등장했다. 비빙과 억스 등 전통음악을 새롭게 해석한 그룹의 활약은 “범 내려온다”를 외치는 이날치에게까지 이어졌다. 전통의 갈래도 세분돼 1950년대 많은 사랑을 받은 여성국극이 웹툰 <정년이>로 그려졌고, 웹툰은 창극을 거쳐 드라마 제작까지 예정돼 있다. 전통문화 소재 굿즈의 등장은 문화예술 전방위에 걸쳐 시도된 동시대 창작의 흐름 안에서 이야기될 필요가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글로벌 브랜드 케이스티파이와 협업해 내놓은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활용 컬렉션 ⓒ케이스티파이

일상과 가까워진 전통문화 콘텐츠가 창작자와 수용자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면서, 대중이 바라보는 전통도 따분하다는 이미지를 털어냈다. 무게감을 지운 자리는 실용과 유연함이 채웠다. 크라우드 펀딩 웹사이트에서는 현대 의복으로 재해석된 한복, 단청·기와·국악기 등을 소재로 한 액세서리, 우리 신화로 만든 타로도 찾아볼 수 있다. 관상과 기념에 불과하던 상품도 독립적인 굿즈로의 변화를 시작했다.
전통문화 소재 굿즈의 트렌드를 이끈 건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시리즈가 성공을 거두면서, 명확한 주제에 현대적 미감과 고품질을 목표로 한 굿즈를 지속해 선보였다. 신사임당의 <초충도> 일부를 패턴화한 에코백, <십장생도>를 단순화한 인형 키링 등 유물의 매력을 새롭게 발굴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익숙한 듯 낯선 유물은 마스킹테이프와 손수건, 그립톡과 술잔이 되어 생활 깊숙한 곳에 당도했다. 비싸고 부담스럽게 여겨지던 전통 공예 역시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책갈피와 텀블러가 나전칠기 방식으로, 공기와 브로치는 전통 매듭 형식으로 제작됐다.
특히 유물을 소재로 한 굿즈는 시공간이 쌓아온 서사와 유물에 담긴 의미 덕분에 더욱 사랑받는다. 언제나 상품보다 앞서는 것은 훼손되지 않는 문화재 자체의 가치다. 고요한 자태의 반가사유상은 인센스 홀더와 무드등처럼 정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확장됐고, 나전칠기 소반 무선충전기 역시 물건을 올려놓던 소반의 기능과 현대적 행위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동시대의 표현 방식은 전통의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는 열쇠가 됐다. ‘역사’와 ‘전통’이라는 단어가 과거에만 머무른다면, 보전이라는 가치도 무의미하다.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보이고 이야기될 때 진정한 의미의 기억과 존중이 가능해질 것이다. 문화는 결국 삶 그 자체이기 때문에.

‘백화점에서 만나는 작은 박물관’을 콘셉트로 열린 뮷즈(MU:DS) 팝업스토어

장경진 공연 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국립박물관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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