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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2월호

지금은 예술교육의 시대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전환의 방향 모색

올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 오랜 시간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과 함께해 온 ‘예술 전공’ 남인우 연출과 ‘교육 전공’ 김혁진 연구위원에게 전환을 준비하는 서울문화재단에 필요한 조언을 들어봤다.
[문화+서울] 독자에게 좀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과거에 대한 평가, 재단의 역할 변화, 미래에 필요한 예술교육 등에 대한 이야기를 육하원칙의 틀 안에서 나눠봤다.

일시 2023년 1월 12일 (목) 오후 6시~8시
장소 서울예술교육센터 감정서가
참여
1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실
2 남인우_극단 북새통 예술감독·상임연출
3 김혁진_모든학교 체험학습연구소 연구위원



누가: 다름과 다름이 만나 함께한다

예술교육실 먼저 예술교육에 ‘누가’라는 타이틀을 붙이면 ‘누가 하는가’와 ‘참여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르는데요. 과거에는 참여자가 주로 ‘학생’이었다면 앞으로는 생애주기적으로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전 세대의 시민이 될 것 같습니다. ‘누가 하는가’에서는 ‘예술가의 창작 활동에 기반한 예술교육’이라는 기조가 유지될 것이고요. 과거에서부터 재단이 향후 이어가야 할 부분,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조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남인우 과거의 예술교육이 어린이·청소년에게 집중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사실 예술을 경험하고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삶을 바라보는 힘을 향상하는 데는 연령 제한이 없거든요. 이 기회에 재단이 연령 폭을 넓혀 한계를 넘으면 좋겠고요. 예술가 기반이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창작을 너무 좁은 의미로 사고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는 예술교육 자체가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해요. 예술교육은 공간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예술가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즉발시키는 예술적 활동이거든요. 예술가가 창작하는 것과 새로운 예술 패러다임을 훈련받는 것에는 다소 다른 지점도 있습니다. 저는 예술교육을 할 때 스스로와 동료에게 좀 더 엄격해지는 편이에요. 예술교육은 무대와 같은 방어막 없이 참여자를 만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 충분히 준비해야 해요.

김혁진 그동안 재단에서는 TATeaching Artist, 교육예술가라는 표현을 써왔고요. 연출가님은 지금 ‘대상자’ 대신 ‘참여자’라고 했잖아요. 제가 잘 안 쓰는 표현이 ‘강사’와 ‘대상’이에요. 강사는 수강생을 만나는 과정을 강습·강좌로 접근하거든요. 선생님이 억지로 가르치는 상하관계에서는 ‘참여’가 아닌 ‘참가’를 한 거예요. ‘참여자’는 모두가 주체라는 것을 전제하고요. 함께한 사람이 서로 존중하고 전문성을 인정한다는전제하에 전문가와 참여자가 동등한 파트너십을 이뤄요. 교육에서는 ‘인포멀 러닝Informal Learning이라고 하죠. 일본에서는 참가參加·참여參與·참획參劃을 구분했는데요. ‘참가’는 축제를 구경하러 간 것이라 참가 인원수에 더해져요. 함께하는 ‘참여’ 가 되면 어떤 역할을 맡게 돼요. ‘획’은 기획의 ‘획’자로, 기획자가 돼버린 거예요. 진짜전문가는 스스로 알아서 잘 놀게 하는 사람인데, 어찌 보면 예술 자체가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누가’라고 할 때 예술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과 참여자가 주인 의식을 공유하고 창작의 경험을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부분이 같이 이야기되면 좋겠습니다.

남인우 저도 작품을 만들 때 어린이와 프로그램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그렇다고 그 자체가 예술이 되지는 않아요. 설계하고 반복해서 기술적으로 만들어내야 하죠. 학습자 중심이라도 수평적 소통 이후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끌어올리는 작업은 예술가가 해야 해요. 예술교육에는 전문가의 영역이 분명 있어요.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요.

김혁진 현장에서 예술교육을 하는 분을 만나면 과거 학교의 강압적 교육 시스템이 싫어서 예술교육이라는 표현에 반감이 생긴다고 해요. 교육을 공부한 사람 입장에서 그것은 교육에 대한 오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학교에서도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 등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선생님이 부족하다 보니 보편화되지 못했거든요. 반대로 예술교육은 그 자체가 창작인데도 절차를 따라가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분도 봤어요. 교육이라는 말을 싫어하면서도 교육을 따라가는 거죠.

남인우 저는 예술교육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예술교육, ‘참가’ 방식의 예술교육도 필요하거든요. 공통적으로는 예술가의 태도 자체가 예술이 돼야 해요. 그것이 교육과 예술교육의 차이예요.

김혁진 교육에서 ‘개별 학습’은 개별적 존재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만나야 할 예술가도 다 다르잖아요. 다름과 다름이 만나는 것이 ‘누가’라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이 다른 경험을 갖고 만나서 생각지 못한 경험을 끌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떻게’일 것 같아요.

언제: 예술교육의 때는 지금이다

예술교육실 그러면 ‘언제’로 넘어갈까요? 사업을 생애주기별로 새롭게 설계할 때 재단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을 것 같고요. 예술교육의 ‘때’는 ‘언제’일까요?

김혁진 일단 ‘생애주기’라는 용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왜 그럴까요? 생애주기를 단계적 발달로 생각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 ‘때’의 관점에서 보면 그냥 유아 시절에는 유아의 삶을 산 것이고, 아동 시절에는 아동의 삶을 사는 거예요. 그것도 사람마다 달라서 스무 살인데 아직 유아 같거나, 열 살인데 벌써 생각이 깊은 사람도 있죠. 각 시기에 자기 삶을 사는 것을 ‘이사 간다’고도 해요. 본질은 변하지 않았거든요. 이걸 예술교육과 연결하면 그 시기에 본인이 필요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주면 되는 거예요. 세대나 시기를 인위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없어요. 어느 때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생애 통합’ ‘생애 전반’ 같은 말로 중화하면 어떨까요?

남인우 저는 앞으로 예술교육이 지금보다 더 중요해질 것 같아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의 지식과 정보 기반의 교육체계는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고, 그 어두운 이면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예술교육밖에 없다고 봐요.

예술교육실 말씀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고전적 개념을 넘어 가장 아방가르드하고 현대적인 예술가가 예술교육에서 활약하는 상황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지금은 ‘디지털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아닌 인류가 공존하는,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혼란의 시기’라고 하잖아요.

남인우 그러니까 예술교육이 얼마나 할 일이 많아요. 그야말로 때를 만난 거예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서로 다른 세대가 섞여 있는 이 시대에 이들을 어떻게 하나의 우주와 질문 안에서 만나게 할 수 있을까요. 예술교육과 교육예술가의 몫이 커요. 정말 예술교육은 적기를 만난 거죠.

어디서: 철학을 담고, 일상을 바꾼다

예술교육실 이제 ‘어디’, 장소로 가볼까요? 지금 학교 밖으로 나가서 좀 더 많은 사람과 시민예술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예술교육센터, 공연장,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 복지시설 등을 상정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남인우 예술교육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지만 전용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2013년 세계의 예술교육센터들을 방문하고 공통으로 느낀 것은 운영하는 사람의 철학이 담긴 공간이라는 것이었어요. 벨기에의 ABC하우스Art Basics for Children는 나라가 자꾸 분열되니 ‘통합’을 주제로, 공간도 구획 없이 만들었더라고요. 서울문화재단에서 만들 예술교육센터도 철학을 기반으로 설계됐으면 합니다.

김혁진 저는 이용 시설과 전용 시설이 동일할 수는 없으나, 일반적인 공간을 쓸 때도 ‘이용의 전문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어느 미술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회의실에서 하는 것을 보고 패널을 써보라고 했더니 그다음에는 대형 패널을 설치하고 바닥에 비닐을 깔아놨더라고요. 이제 아이들이 막 낙서하고 물감을 던져도 되는 거죠. 한편 일상에서 공간을 전환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시민예술교육이라면 결국 일상으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예술가가 지역으로 들어가 프로그램만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바꿔주는 거죠. 사람을 건드려주고 일상에 판을 깔아주는 것이 예술가, 단체, 기관의 역할 같습니다.

남인우 사실 지금은 학교뿐만 아니라 동사무소, 복지센터, 도서관 등에 예술가, 예술교육 전문가를 환대하는 공간이 없어요. 영국은 대부분 전문가용 방이 따로 있고요. 카트를 끌고 와서라도 차와 쿠키를 주면서 인사하고 고맙다고 환대해 줘요. 그러면 잠시라도 환대의 공간이 생긴 거잖아요. 일상의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전환하는 예술적 마법을 경험해 보기도 하고, 환대의 공간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왜, 어떻게, 무엇을: 예술과 교육에 대한 오해를 푼다

예술교육실 육하원칙으로 이야기하다가 이제 남아 있는 건 ‘무엇을’ ‘어떻게’ ‘왜’예요.

김혁진 ‘Why, How, What’을 묶으면 골든 서클Golden Circle이에요. 나온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유효한 모델이죠.

남인우 예술교육은 특정한 사회의 중요한 의제인 로컬 이슈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가 다 달라져요. 로컬 이슈는 ‘서울’이라는 도시 단위일수도, ‘한국’이라는 국가 단위일 수도 있지만,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문제, ‘왜’를 먼저 설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왜’가 마지막이고, 일단 시설이나 사업부터 만들고 보거든요. 재단은 2006년부터 당시의 로컬 이슈를 바탕으로 TA 개념을 만들어서 벤치마킹을 하고, TA를 모집해서 예술교육을 경험하게 하고, 축적된 경험으로 학교와 만나는 과정이 있었죠. 지금의 갑작스러운 전환이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전환의 시점에서 로컬 이슈를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은 명확해요.

예술교육실 내부적으로는 확장형 통합예술교육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교과연계, 장르연계 중심의 통합예술교육은 이제 예술과 사회 이슈와의 연계, 예술과 지역 이슈와의 연계, 개별적 미적 체험의 연결 및 연대와 같은 개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인우 개인적으로는 ‘감각의 사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특히 오감을 사용한 관계 맺기가 꽤 오랫동안 단절됐어요. 시각과 터치 감각만 사용하는 세대가 다양한 감각으로 어떻게 타인과 소통하고 세상과 만나고 삶을 사유하는지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예술교육의 중요한 의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혁진 통합예술교육에서는 장르 통합이 주로 얘기됐지만 결국 사람과 통합될 것 같아요. 그동안은 전문화해서 분리돼 있던 것이 이제 사람으로 되돌아오는 거죠. 하나의 사람은 모든 경험을 다 하고 있거든요.

남인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지금 이 시대에 사람 중심이어야 하는가’ 예요. 효율성 때문에 쪼갰던 것을 이제 기계와 컴퓨터가 다 해주니 우리는 다시 사람으로 가야 한다는 거죠.

김혁진 결국 남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예요. 장르를 넘어서 ‘예술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관점으로 예술교육의 지향점, 철학을 설정한 다음 방법을 찾으면 할 일이 나옵니다.

남인우 예술교육에서 ‘어떻게’와 ‘무엇’은 계속 변할 수 있지만 예술가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은 변하면 안 돼요. 예술은 그 범위가 넓든 좁든 로컬 이슈를 벗어날 수 없거든요. 교육 분야나 일반인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예술은 뭔가 특별하고 이상한 사람이 한다는 거예요.

김혁진 일반인의 교육에 대한 오해, 예술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해요. 교육은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고, 예술은 동떨어진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술교육실 재단에는 많은 사업 영역이 있지만 예술교육만큼 오랫동안 지속한 사업은 많지 않습니다. 재단에서 이 일을 한 번이라도 담당한 직원은 자부심이 매우 높습니다. 오래한 일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 시간을 함께 쌓아온 재단 내외부의 많은 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전환의 시기를 맞이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재단의 예술교육 영역이 큰 변화를 겪을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 사람의 결정으로 바뀌거나 무릎을 탁 치는 아이디어로 갑자기 전환될 일이 아니라, 지난 경험의 검토와 의견수렴 과정을 폭넓게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주신 말씀을 책임감 있게 구현하고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전민정_편집위원

사진 공간느루


강사 주도적 형태가 아닌 학습자의 주체성이 강조된 방식으로 학습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교사와 학생의 역할을 바꿔 학생 스스로 동영상으로 미리 학습을 하고 수업은 질문과 토론 중심으로 풀어가는 방식이다.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이 2010년 테드TED 강연에서 설명한 모델로 ‘Why’로 시작해서 ‘How’ ‘What’의 순서로 문제에 접근하라는 내용이다. youtu.be/qp0HIF3Sf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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