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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월호

김재리, 문지윤, 황수현과의 대화 지금, 안무를 어떻게 감각할 것인가

김재리, 조형빈(오른쪽)

‘안무’는 지금 어떻게 정의되고 있고 정의돼야 할까? 근대적 주체를 세우는 것으로서, 춤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확립하기 위해 ‘쓰기’의 방법론으로 간주된 안무는 근대성을 표상하는 춤의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안무는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춤을 옮기기 위해, 더 정확하게는 붙잡아 두는 것이 불가능한 운동성을 잡아 세우기 위해 고안됐으나 춤의 ‘수행’이 더는 단일한 주체성을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는 동시대 예술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안무가가 이 근대적 안무의 개념을 해체하고 확장하고 있다.
만약 안무가 단일한 ‘쓰인 움직임의 수행’ 이상의 다른, 확장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거기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무의 양상은 이것과 어떻게 이어지는가? [춤in]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에 걸쳐 각기 다른 연구자, 창작자의 안무에 대한 글을 이어 쓰기 방식으로 싣고, 마지막 12월에는 이들의 목소리를 한자리에 모아 좌담 형식으로 서로 다른 안무의 개념이 어떻게 중첩되고 틈입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문지윤 큐레이터는 2000년대 이후 안무가 어떻게 현대미술의 생산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면서 하나의 전시 전략으로 기능하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시에서 큐레토리얼 실천practice이 시공간을 배열하는 것이라면, 안무에도 이와 공통적인 부분이 있기에 이 두 가지가 서로 교차하면서 서로의 제도에 충격과 균열을 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이와 같은 교차점이 생겨났던 춤-전시 안에서 안무 작업은 전시장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들어오면서 블랙박스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퍼포먼스를 발생시켰다. 예측할 수 없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무용수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관람객의 네거티브negative 움직임이, 의도에 의해 생산된 무용수의 포지티브positive 움직임과 상호작용하며 예술적 경험의 폭을 확장하고 전시를 감각적 경험으로 전환시켰다는 것이다.
이어 김재리 드라마투르그는 안무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형식적·미학적 측면에서 나아가 현장과 실천, 행위의 맥락에서 안무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무용이 가지고 있는 ‘협업collaboration’의 특징이 안무의 구조 안에서 안무가가 가진 힘과 책임감을 분산하는 정치적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김재리 드라마투르그는 태생적으로 모든 무용 작업이 공동의 협력으로 이뤄지게 마련이지만 작업 결과물의 내부에는 언제나 위계적 구조가 존재해 왔음을 이야기하며, 만약 개별 주체들이 최종 생산물 대신 내적이고 독특한 ‘우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안무를 하나의 사회적 과정으로 바꾸어낼 수 있음을 역설했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예술가는 실패 없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스스로를 기업화하면서 저작권·소유권 등을 모두 한 명에게 귀속시키는데, 개별 주체들이 모여 이루는 협업은 ‘저자성authorship’ 대신 ‘우정friendship’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작업 자체를 공동의 집단적 가치를 만드는 생태학적 전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수현 안무가는 좀 더 실질적 작업, 그래서 안무를 ‘어떻게’ 조직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작업자로서 황수현 안무가는 스스로 안무의 개념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이 안무와 춤을 비교하면서부터였다고 언급했다. 춤은 무용수의 몸을 통해 나타나는 현상을 지칭하는 반면, 안무는 ‘그것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었고, 특히 ‘추는 춤’과 ‘보는 춤’이 각각 가지는 역할과 양상이 다르므로 ‘보기’의 측면에서 안무의 잠재성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울기’를 수행한 본인의 작업에서 눈물 흘리기를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움직이는 동사로서 구현하는 사례를 이야기하며, 이 살아 있는 순간을 구현하고 고민함으로써 춤과 공연이 사회적 실천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안무를 둘러싼 각기 다른 안무의 특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흥미로운 것은 저마다 다른 안무에 대한 이야기가 오히려 안무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전시 전략으로서의 안무는 무용수와 관객의 관계성을 고민하고, 협업의 구조 안에서는 우정을 발현시킴으로써 신자유주의 너머의 예술을 고민할 수 있게 한다. 안무는 살아 있는 동사의 순간을 만들기 위한 장치이며 사회적 실천의 장이다. 이 모든 안무의 형상은 지금 동시대적 안무의 개념이 일종의 ‘운동movement’으로서의 안무가 돼 끊임없이 예술을 재정립하고 확장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조형빈_웹진 [춤in] 편집위원 | 사진 오창동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되었습니다. 원문은 웹진 [춤: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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