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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월호

‘다나카’와 ‘풍자’ 유튜브의 ‘쎈 캐릭터’가 지상파에 갈 때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와플〉의 인기 프로그램 ‘튀르키예즈 온 더 블록(이하 튀르키예즈)’122편 출연자는 ‘다나카’다. 다나카는 일본 가부키초의 호스트 클럽에서 일했으나 인기가 없어 지명을 받지 못해 유튜브에서 ‘다나카의 먹끄방그’(‘먹방’의 일본식 발음)를 시작했다.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어설프게 만들어 먹는 것이 다나카를 한국에서 유명하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씨앗호떡을 만드는데 반죽 안에 작물의 진짜 씨앗을 넣는다거나, 자장면에 탕수육 소스를 뿌려 먹는 식의 실수가 오히려 인기를 끈 것이다.

한국 문화에 무지한 일본인 호스트의 등장

평소 한국을 좋아한 다나카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면 무서워하고, 음악적 재능을 살려 싱글앨범 발매 후 한국에서 팬 미팅을 열기도 했다. 다나카는 출연하면 조회수 100만은 가볍게 넘기는 유튜브 흥행 보증 수표다. ‘튀르키예즈’에 여러 번 출연한 다나카가 이번에는 지인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찾았다(르세라핌 편). 유튜버 김홍남(53), 디자이너 김건욱(27), 나몰라패밀리 출신의 개그맨 김경욱(40)이 다나카의 절친이다.
이 세계관을 모르는 독자를 위해 잠시 설명을 좀 하자면, 다나카를 비롯한 위의 네 명의 인물은 모두 동일인이다. 개그맨 김경욱이 유튜브 〈나몰라패밀리 핫쇼〉 채널에서 기획한 콩트 속 부캐들이고, 그중 다나카의 인기가 높다보니 졸지에 다나카가 출연하는 방송에 김경욱이 매니저처럼 동행해 엇갈려 출연하는 식이다. (김경욱이 가발을 쓰고 다나카를 연기하고 있기에 두 사람을 한 영상에서 보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일본의 호스트를 연상시키는 샤기컷에, 한겨울에도 검은 반팔티와 명품 로고가 강조되는 벨트를 착용하는 다나카는 이제 지상파까지 진출했다. MBC 〈라디오스타〉에 일본에서 온 다나카라는 설정으로 출연한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나 가능한 ‘호스트’라는 직업 설정을 지상파에서는 어떻게 순화했을까? 당연하게도 방송 내내 호스트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시청자에게 익히 알려진 이가 다른 캐릭터를 가공해 이름부터 나이, 살아온 전력, 직업과 말투, 성격까지 세계관을 꾸며내 활동하는 ‘부캐’는 꽤 알려진 개그 양식이다. 그러나 김경욱의 부캐 다나카의 호스트 설정은 〈라디오스타〉에서는 표백된다. 대신 모든 토크를 일본인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일본에쒀 유명그 술집에쒀 일을 하다가 한고쿠 너무 좋아해쒀 한국의 케이 도라마 도카 케이 무으비 좋아해쒀”)으로 하면서, 한국 문화에 무지한 콘셉트를 개그 코드로 이용한다. 이쯤 되면 지상파 방송에서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왜 지상파에서조차 호스트 콘셉트의 예능인을 초대해 ‘일본인 콘셉트’만을 취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유튜브 스타가 지상파 TV에 출연할 때, 지상파는 그의 기존 인기와 팬덤이 유입될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방송이 최신 유행을 열심히 좇고 있음과 동시에, 스스로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창조하는 시대가 종언됐음을 상기한다. 온라인에서 유행한 밈이나 캐릭터를 그저 유행이라는 이유로 방송국에 입성시켰을 때 그것은 무엇도 창조하지 못하고 그저 뒤따라가는 올드미디어의 현 위치만 확인시킬 뿐이다.

트랜스젠더의 성역 없는 토크

다나카와 더불어 유튜브 인기를 타고 지상파 입성한 대표적 인물이 ‘풍자’다. 풍자는 유튜브에서는 개인 채널 〈풍자테레비〉를 운영함과 동시에 여러 채널에서 자기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몇 개나 진행하는 대세 유튜버다. 대표적인 것이 ‘또간집’ ‘바퀴달린 입’ ‘풍하우스’ ‘존예부럽다’ 등이다. 풍자는 다년간 아프리카 BJ로 활동하면서 쌓은 탁월한 입담과 유쾌한 독설을 무기로 하는 유튜버다. 풍자가 진행하는 방송뿐만 아니라 게스트로 출연한 영상도 조회수 100만은 보장된다. 인맥도 넓은 데다 섭외 능력과 순발력도 뛰어나다.
본인 채널에서 트랜스젠더로 살며 겪은 에피소드, 술자리 실수, 연애 상담까지 솔직하게 떠드는 풍자 역시 최근 지상파로 진출했다. 일회성 게스트가 아닌 고정 출연자로 김민경, 신기루, 홍윤화와 함께 tvN 〈한도초과〉에 출연 한다. 위풍당당한 네 명의 여성이 함께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콘셉트의 이 프로그램에서 ‘빅재미’를 유발하는 것은 신기루와 풍자의 호흡이다. 두 사람은 유튜브에서도 여러 차례 함께 출연해 ‘먹방’과 ‘술방’을 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어 지상파에 재입성한 코미디언 신기루, 인터넷 개인 채널부터 인지도를 쌓은 풍자의 유튜브 속 토크 8할은 흡연과 성적인 농담과 음주, 음식에 관한 것이다. 특히 풍자는 유튜브에서는 흡연 사실을 자주 언급한다. 흡연에 대한 언급은 〈한도초과〉에서도 등장하는데, 자사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는 담배냄새라는 단어가 무음 처리된다. 트랜스젠더라는 풍자의 아이덴티티 역시 지상파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풍자와 신기루가 평소 유튜브에서 행사하는 독하고 솔직한 예능은 지상파에서는 순한 맛으로 이식된다. 이들은 영리하게 방송국과 유튜브에서 서로 다른 유머를 구사한다.
방송국이 방송을 짧은 클립으로 편집해 유튜브 자사 채널에 올려 수익을 내는 구조가 자리잡은 후 지상파 방송들도 유튜브 채널용 영상은 미방용을 이용해 다시 제작하는 것이 추세다. TV에서 수용되는 것과 유튜브에서 조회수를 얻을 만한 영상은 다르다. 같은 촬영본이라도 유튜브용으로 재편집하고 자막을 새로 만들어야 조회수가 올라간다. 신기루에게 전성기를 안겨준 ‘터키즈 온 더 블록’의 신기루 편 제목은 이러하다. ‘공중파는 담지 못할 알싸한 매운맛 신기루’. 술, 담배, 남편과의 첫 만남 등 지상파 토크쇼에서는 주로 무음 처리될 이야기를 솔직하게 엮어내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고 다시 지상파로 진출하는 것은 요즘 예능인의 숙명이다.
성역 없는 토크로 전성기를 맞은 풍자와 신기루, TV에서는 시도하지 못할 호스트 설정으로 인기를 얻은 다나카. 이들이 유튜브에서 거칠고 ‘쎈’ 것을 시도하고 이것이 대중적 사랑을 받자 지상파는 다시 이들을 불러들인다.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가 같은 예능인을 주고받으며 서로 다른 양태로 활용한다. 이들을 TV로 처음 접한 시청자가 유튜브에서 원본 영상을 맛보지 않는 이상 다나카와 풍자의 인기 요인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1. ‘스튜디오 와플’이 제작한 초저예산 길거리 토크쇼를 빙자한 이용진의 인터뷰식 토크쇼 웹 예능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스튜디오 와플〉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패러디했으며 프로그램 구성마저 B급 맞춤으로 재구성했다. 본래 ‘터키즈 온 더 블록’이었으나 국호 개정에 맞춰 ‘튀르키예즈 온 더 블록’으로 개칭됐다.

김송희 《빅이슈코리아》 편집장,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저자,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유튜브 채널 〈나몰라패밀리 핫쇼〉 〈풍자테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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