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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1월호

개별적 특성을 가진 각각의 존재를 위해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공간 소개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전 잠실창작스튜디오)와의 인연은 2020년 서울문화재단의 ‘같이 잇는 가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정확히 말하면 0set프로젝트에서 진행한 공간구성 프로젝트에 건축가로 참여했고, 약 3개월 동안 잠실창작스튜디오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공간을 둘러보고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내밀하고 사적인 예술가의 공간과 대중과의 접점을 고민하는 운영진의 공간이 함께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봤다. 무엇보다도 예술가가 작업실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그리고 작업 방식에 따라 어떤 공간 혹은 시설이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바닥의 단차를 없앤 서울장애인예술창작센터 전경

개인적으로 건축은 삶의 배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믿기에 누가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공간 설계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운영진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시작됐고,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함께 확인하며 발전시킬 수 있었다.

한 지붕 아래 예술가와 운영진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창작을 위한 예술가의 영역과 공간을 운영하는 운영진의 영역이 존재할 때 이 두 영역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였다. 인터뷰와 워크숍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예술가와 운영진 모두 서로의 사적 영역이 보호받으면서도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한 접근과 소통은 가능하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요구 조건은 공간구성에 많은 영향을 줬다. 먼저 예술가의 작업실을 가장 안쪽에 배치했고, 운영진의 사무실을 주출입구에 가장 가깝게 배치했다. 벽으로 가려진 서로의 영역은 문에 설치된 유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각 실의 출입문 또한 예술가와 운영진의 동선 및 시선이 분리될 수 있도록 배치했다.
그와 동시에 두 영역 사이에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소통을 위한 느슨하고 유연한 공유공간을 계획했다. 주출입구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탕비실, 휴게공간, 워크숍룸, 공동작업실 등 함께 사용하며 만남을 유도하는 공간이 배치돼 있다. 이러한 공간구성은 한정된 공간을 더욱 넓게 느끼게 해주며 영역과 영역 사이에 빛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휴게공간은 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공간으로 다소 채광이 부족한 작업실에서 예술가들이 나와 편안히 휴식할 수 있다. 또한 워크숍룸은 무빙월moving wall을 설치해 평소에는 휴게공간과 함께 하나의 큰 공간으로 활용하고, 필요에 따라 벽을 만들어 회의나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벽과 문의 합판 마감은 공유공간에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사무실과 작업실 영역을 구분한다. 사무실 벽은 문과 같은 높이의 합판으로 마감해 사무실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게 했고, 작업실 벽은 합판의 높이를 낮춰 문을 통한 개별 작업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했다.
지금의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는 기존 잠실창작스튜디오 면적의 거의 절반 정도 규모라 대중과의 접점 구실을 하던 다목적실은 없어졌지만 잠실창작스튜디오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던 윈도우갤러리는 주출입구 옆에 작은 버전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리고 흐르듯 이어지는 공유공간과 복도는 기획에 따라 벽면을 활용해 오픈하우스 같은 형태의 이벤트가 가능한 전시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휴게공간

입주작가실

‘장애’예술가와 장애‘예술가’를 위한 공간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 입주할 작가는 ‘장애’예술가로 분류되기에 그 ‘특수성’을 고려해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그 ‘장애’와 ‘특수성’이란 것은 추상적이고 막연하다. 마치 예술가의 공간을 이야기할 때 보편적 디자인 관점 외에 장애예술가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범주를 위한 특별한 설계가 있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장애’라는 프레임을 떼어내고 ‘개개인’의 다양한 모습과 특성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 설계에 더욱 도움이 된다. 결국 이곳에서 작업하게 될 예술가는 장애인이기 이전에 개별적 특성을 가진 각각의 존재로서, 누구와도 다르지 않은 보편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 접근하고 공간을 이용할 장애예술인을 염두에 두고 기본적인 배리어프리 디자인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했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주출입구와 화장실에 자동문을 설치했고, 작업실의 문 폭 역시 출입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 또한 손잡이 및 스위치, 비상벨의 높이를 휠체어 이용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낮췄다. 벽의 합판은 휠체어가 부딪칠 경우를 대비해 내구성이 강한 재료를 사용했다. 시력이 낮은 사람을 위해 공간을 안내해 주는 핸드레일과 점자블록를 설치했고, 센터 안을 이동하는 동안 바닥에 단차가 없도록 계획했다. 탕비실과 개수대의 색상이 들어간 타일은 주변의 색과 대비돼 공간을 인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색상이 들어간 타일은 주변의 색과 대비돼 공간을 인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주출입구와 화장실에 자동문을 설치했다.

시력이 낮은 사람을 위해 공간을 안내해 주는 핸드레일과 점자블록를 설치했다.

개개인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과 더불어 창작 활동을 하며 많은 시간을 센터에서 보내는 예술가를 위해 고민한 지점이 있다. 먼저 천장의 필요한 부분만 마감하고 나머지 부분은 철골구조를 노출해 열린 느낌의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기존 잠실창작스튜디오 작가가 가장 원하는 것 중 한 가지, 회화 작업 후 물감을 버릴 수 있는 개수대를 준비했다. 또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작업실에 대한 작가의 설문조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 작업할 때 문이 있는 붙박이장이 아닌 이동할 수 있는 오픈 선반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내용을 가구 계획에 적용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도 몇 가지 설계 의도가 담겨 있다. 작업실을 포함한 모든 벽면에 그림을 걸거나 무언가를 설치할 수 있도록 벽체를 구성했고, 소리에 민감한 예술가를 고려해 모든 벽체에는 흡음과 차음이 계획됐다. 또한 외부와 접하는 외벽에는 단열을 추가로 계획해 조금이나마 실내의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고자 했다.

비워진 공간, 채워질 장소

돌이켜 보면 2021년 12월부터 설계를 시작해 2022년 10월 시공이 마무리될 때까지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운영진과 여러 차례 소통하는 과정이 있었다. 수차례의 회의에서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교환했고, 참고가 될 만한 좋은 공간을 답사했으며, 재료 하나를 고르기 위해 여러 가게를 함께 돌아다녔다. 시공 과정에서 크고 작은 변경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운영진은 건축가의 의견을 존중해 줬다. 건축가의 생각은 이렇게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함께 비워진 공간으로 실현되고, 그 공간은 시간의 축적과 함께 많은 사람의 손길에 의해 채워진다. 그동안 많은 노력으로 변화하고 성장해 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다채로운 삶이 펼쳐치는 편안하고 아늑한 배경이 되기를 바란다.

워크숍룸은 무빙월moving wall을 활용해 휴게공간, 또는 분리된 회의실로 쓸 수 있다.

김성화_건축사사무소연화 |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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