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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5월호

확장하고 또 확장하는 예술과 기술
활발히 실연되는 가상현실 작품

최근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창작한 공연과 전시가 활발하다. 가상현실 전시나 공연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관람하는 방식과 전시장 혹은 공연 공간에서 안경처럼 영상표시장치를 머리에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감염병에 대한 걱정 없이 온라인으로 공연을 경험한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많이 시도되고 있으며, 후자의 경우 팬데믹 이전에도 많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다채로운 공연·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중으로 걸어다니는자:도플갱어>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 작품은 관객에게 영상 속 가상현실을 시각과 청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때로는 관객 스스로 판단해 공간을 탐험하도록 유도해 주관적 체험을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윈회의 아트앤테크 사업에서 활동하며 참여 작가들에게 기술적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작가들이 창작한 가상현실 작품을 관람하는 어떤 관객은 관람시간 이전에 HMDHead Mounted Display(안경처럼 착용하는 모니터를 총칭)를 벗어버리기도 하나, 어떤 관객은 가상현실을 적극적으로 탐험하고 개인적 경험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가상현실을 토대로 만드는 작품, 언제·어디서 시작됐을까?

가상현실 작품의 시작을 논할 때는 비디오아트에서 근본을 찾을 수 있다. TV를 오브제로 사용하고 내부 회로를 자신의 의도대로 왜곡해 표현하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포함해 빌 비올라Bill Viola의 작품까지 아우를 수 있다. 빌 비올라는 어릴 적 익사할 뻔한 경험을 모티프로 작품을 창작했다. 여섯 살 때 호수에 빠졌을 당시 호수 밑바닥에서 올려다보니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고 한다. 위험했지만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초록빛을 본 그때의 경험은 그의 작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나는 항상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더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저쪽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 또 다른 저쪽에는 죽어가는 망자가 있다. 이 양쪽은 무한한 세상이다.” 그는 물음과 대답을 반복하며 아직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고민했다. 대표작<Martyrs>의 영상은 그의 물음에 대한 대답과 같은 작품이다. 물속에서 한 경험을 상당히 느린 동작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빌 비올라가 영상기술을 통해 시간의 차원을 넘어서고 공간을 넘어서는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인다면, 최근 가상현실 작품은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넘어서서 가상공간과 실재 공간을 분절한다.
최근 가상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 창작의 큰 변화라고 한다면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무선 HMD의 활용이 활발하고, 연출이나 기획 측면에서 보면 공연과 전시의 장르 간 경계가 파괴됐다. 그리고 1인 체험에서 다인 체험으로의 발전, VR가상·AR증강·MR혼합현실 등의 다양성 발전, 마지막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이다. 필자는 창작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최근에 만들어진 국내 가상현실 작품을 중심으로 이러한 특징과 연관해 설명하려고 한다.

도로시엠윤 <44개색동요술봉과 색동아우라>

<허수아비 VRC>와 <이중으로 걸어다니는 자: 도플갱어>

한국예술종합학교 구성원들이 창작한 두 작품, <허수아비 VRCSCARECROW VRC>와 <이중으로 걸어다니는 자: 도플갱어Doppelganger>는 다수의 관객이나 배우가 참여하는 새로운 양식의 공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허수아비 VRC>는 2020 선댄스영화제 뉴프런티어 부문에 초청된 대면 가상현실 공연으로, ‘사악한 새들이 마을을 습격해 마을 사람들의 심장을 모두 먹어버린다. 마을의 허수아비는 자신을 구해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관객들이 허수아비와 친목을 다지며 마법을 풀고, 마을 사람들에게 빼앗긴 심장을 돌려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수아비 VRC>는 주어진 시나리오 없이 가상공간 안에서 배우 두 명과 관객 두 명이 소통하며 진행된다. 배우가 있기 때문에 공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시 예술의 트렌드로보면 전시로도 인식될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허수아비 VRC> 이후 <이중으로 걸어다니는 자: 도플갱어>를 발표했다. 작품은 개개인이 사후에 또 다른 개인과 함께 모두의 죽음을 기리는 불가능한 상황을 가상현실에서 가정한다. 가상현실에서 관객과 배우의 행위는 장례라는 전통적이고 공동체적 의식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현시대의 몸과 죽음이라는 상태를 해석하는 방식의 연속선상에서 보여주고 있다. 가상현실에서 자신에 의해 자기 장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무대라는 현실 공간과 실제 관객의 몸 또한 이질적 요소로 움직이는 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참여자 수를 한 명씩 늘려 배우 세 명과 관객 세 명이 참여하고, 다른 관객은 큰 스크린에 비치는 가상현실 화면으로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1인 체험 장비를 사용해 공연하는 것은 공연예술 단체에 경제적으로나 작품을 제작하는 부분에서 제한 요소가 될수 있다. 이러한 다수의 관객 혹은 배우의 참여를 통해 기존의 1인 체험 위주였던 가상현실 공연 창작에 변화를 주고 있다.

도로시 엠 윤의 <44개 색동 요술봉과 색동 아우라>

도로시 엠 윤은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등에 <24개 색동 요술봉>을 전시한 시각예술 작가다. 그는 기존 <24개 색동 요술봉>에 자수로 넣었던 상징 ‘요술봉’을 발전시켜, 2020년에 <44개 색동 요술봉과 색동 아우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동화 속 세상을 가상공간 혹은 증강현실을 통해 현실화하는 표현을 담았다. 작품을 잠시 소개한다면 작가가 병마와 싸우면서 얻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악을 쫓고 복을 기원하는 색동과 가상의 염원을 현실화하는 도구인 요술봉이 만나서 그 속에서 색동 긍정 에너지를 찾을 수 있는,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관객 참여형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로시 엠 윤의 전시는 가상현실 기술을 VR HMD로만 단순하게 표현하지 않고 관객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을 제공하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전시 중에 증강현실 아바타와 무용수가 관객에게 축복을 기원하는 춤을 추는 장면을 추가하면서 공연 요소를 포함해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준다. 관객들은 휴대전화나 아이패드, 혹은 준비된 증강현실 HMD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로 작가가 의도한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1인 관람으로 제한하지 않고 기존의 오프라인 전시 형태를 유지하되 동행한 관객과 함께 증강된 메시지를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국내 첫 가상공간 메타버스 공연 <애리 인 어더랜드, Aeri愛梨 in Otherland>

아르코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시범 사업에 선정돼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한 ‘프로젝트 챌린지’의 <애리 인 어더랜드>는 미국의 영화·연극배우이자 연출감독인 에스터 채의 <애리 인 어더랜드>를 각색한 작품이다. 2020년 12월에 글로벌 온라인에서 발표했으며, 무한대의 가상공간에는 입체적으로 제작된 무대세트와 소품들이 있다. 배우와 관객들은 인공지능으로 분석된 자신의 아바타 형상으로 가상공간에 들어가 공연에 실시간으로 참여한다. 이외에도 무대 스태프가 같은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온라인 가상환경에서도 작품 제작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Metaverse 환경에서 제작·발표한 공연이라 의미가 깊다. 배우·연출·드라마투르그는 한국과 미국에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함께 실시간으로 연습과 공연 발표를 하고, 공연은 글로벌 관객을 수용하기 위해 영어로 제작됐다. 홍콩·미국·한국 등에서 참여한 관객들은 자신의 휴대전화 혹은 가상현실·혼합현실 HMD를 착용해 가상공간에서 만난다. 새로운 부분은 이들의 모습이 상체만 보이지만 실제 몸을 움직이고 시선을 돌릴 때 가상공간에서 그 기능이 구현된다는 점에서 몸의 감각이 가상과 연결됐다는 점이다. 일부 관객은 유튜브를 통해 공연에 참여할 수 있어 감상의 울타리를 낮췄다. 세 작품은 위 QR 코드를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디지털 트윈 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기존 가상공간은 기술적 한계 때문에 관객의 개인적 경험으로만 제공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제한을 극복해 시각예술의 1인 경험에서 벗어나 다수가 참여 가능한 공연예술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메타버스 환경에서 공연을 제작할 가능성을 보여주고있다. 한 예술가가 품은 표현을 모두 담기에는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렇다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기에는 매력적인 제작 환경이다. 앞으로 많은 예술가 및 잠재적인 예술가, 그리고 독자의 참여가 기대된다.

프로젝트 챌린지 <애리 인 어더랜드>

류정식 Ghost LX 공연 제작감독 | 사진 제공 조충연한국예술종합학교융합예술센터 AT랩 교수, 도로시 엠 윤작가, Ghost L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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