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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3월호

청년기획자 플랫폼 11111을 돌아보는 간담회 하나하나 함께 만들어가며
기여하는 커뮤니티를 꿈꾼다

청년기획자들의 성장·협업·연대를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 ‘11111’(one.parti.xyz)은 2020년 서울문화재단과 청년기획자 그룹 ‘11111’이 진행한 청년기획자 플랫폼 기반 조성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다. 청년기획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청년기획자들이 주체가 되는 기획자들의, 기획자들을 위한, 기획자들에 의한 커뮤니티를 꿈꾼다. ‘11111’(11111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인 빠띠 카누(parti.xyz/about)와 협업하고 있다.)은 커뮤니티 가입자가 필수로 거치는 ‘설문 인터뷰’부터 참여자와 교류하는 공론장 ‘온라인 살롱’, 민주적 절차로 진행된 ‘커뮤니티 기여전’까지 새로운 실험을 거듭하며 운영되고 있다. 초기부터 청년기획자 플랫폼을 함께 구상하고 꾸려나간 3명의 기획자와 3명의 참여자가 만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기획자 플랫폼 11111 간담회 현장

일시
2021년 2월 16일(화) 오전 10시 30분~오후 12시 30분
장소
  • 청년예술청 그레이룸
진행
  • 임현진(면지) #거리예술 #축제 #독립기획자
참여
  • 장경수(하리) #영상기획 #출판기획 #2020년 메인테이너
  • 김문성(문성) #전시기획 #시각기반 예술기획 #2020년 오거나이저
  • 정한나(서유) #커뮤니티아트 #커뮤니티 #워크숍자판기
    #2020년 오거나이저
  • 목민우(마띠) #공연기획 #무대 #연출 #2020년 오거나이저
  • 정승구(씽) #빠띠 #민주주의 #커뮤니티 #플랫폼

*( )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별명이다.

임현진

장경수

정승구

김문성

목민우

정한나

나 같은 기획자를 만날 수 있을까
임현진

청년·기획자·플랫폼 세 단어는 사람을 혹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동시에 모호함도 갖고 있는데요. 11111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이 사업을 기획하면서 공유한 ‘나 같은 기획자 만나기’라는 말이 그 모호성을 보완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오신 다섯 분이 11111에서 만난 청년기획자는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동기도 덧붙여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한나

최초에 ‘나 같은 기획자’라는 말이 나온 배경을 말씀드리면요. 저는 저처럼 30대 정도의, 장르는 불명확하고, 경력이나 경험도 어중간한 경계에 서서 각자도생하는 기획자들에게 누군가 연대의 단초를 제공하면, 모여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책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나 같은 기획자’를 공식적으로 지원해 달라는 제안을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자율예산’ 문화 분과에 했고, 시기가 잘 맞아서 여기까지 왔어요. 실제로 나 같은 기획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상대적으로 필요가 더 간절하거나 시간 여유가 있는 신진 기획자가 많이 모인 것 같긴 해요. 플랫폼 전체적으로는 나 같은 기획자의 존재를 분명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더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문성

저는 플랫폼에서 만난 사람들을 규정하는 것이 조심스러운데요. 그래서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고 지켜보면서 같이 가는 입장으로 제 자신을 포지셔닝한 것 같아요. 만난다는 자체가 제게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이 사업에 참여한 이유였어요. 청년·기획자·플랫폼 이 세 단어는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생각해요. 2015년 유엔에서 연령대 기준을 바꿨는데 65세까지가 청년이에요. 청년기본법은 34세, 서울시는 39세인데 유엔은 60대로 넘겨버린 거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기획자로서 저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규정을 같이 해보고 능동적으로 활동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혼자 하면 상상이 되고 함께 하면 현실이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그렇게 모인 것 같습니다.

장경수

저도 ‘나 같은 기획자’를 호명한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개별 사례나 목소리를 취합하는 과정을 거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참여했고요. 막상 만나 보니 갈증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특정 분야의 동료를 만나서 소통하고 싶은 갈증뿐 아니라 같이 어울리고 유대하는 것에 대한 갈증도 느껴졌어요. 많은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교차로 같은 플랫폼이라고도 생각했고요.

목민우

‘나 같은 기획자’가 상징하는 것이 있고 여기에 반응하는 방식은 다 다를 텐데요. 뻔한 구조에 적응하는 기획자가 아닌 구조 밖에서 자기 시도를 하는 기획자를 플랫폼에서 만나는 것을 상상하고 시작했어요. 그게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있었어요. 저희끼리 내린 결론은 ‘나 같은 기획자’보다는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고, 스스로 활동하는 기획자는 프리랜서로 존재하기보다 시장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나 같은 기획자’는 많이 만나지 못했지만 주체적인 기획자는 만났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정승구

이 사업은 청년정책 제안으로 시작했고, 당사자의 문제에서 출발해 실행도 당사자가 한다는 점이 신선해서 참여해 보고 싶었어요. 빠띠1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가 민주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인데요. 청년기획자 한명 한명이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같이 실험해 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하기보다는 서비스만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여기에는 마음의 씨앗 같은 질문을 갖고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기고 싶은 한 가지
임현진

2020년에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아서 변수에 적응하는 데 도가 텄을 것 같은데요. 많은 것을 덜어내고 새로 더한 과정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고요. 그 과정에서 한 가지만 남길 수 있다면 무엇을 남길지 질문드리고 싶어요

정한나

하나만 남긴다면 사람 아닐까요. 저는 스스로를 기획자라고 정의하지만 엄격한 동료들은 ‘너는 기획자가 아니다’라고 했어요. 기획자는 짜놓은 계획대로 가야 하는데 그 자리에서 계획을 다 바꾼다는 거예요. 코로나19라는 엄청난 변수가 있었지만 이런 제 작업의 특이성과 탄력성과 융통성 있는 동료 덕분에 거센 파도를 헤쳐올수 있었어요.

김문성

저는 단 하나만 남긴다면 만나서 무언가를 하는 접점이 생기는 순간, 특정할 수 없는 상대와 상호작용하는 순간 말고는 없을 것 같아요. 플랫폼을 설계할 때 모든 기준은 규정할 수 없는 청년기획자에 맞춰졌어요. 각각의 청년기획자들이 서로 모른다면 먼저 자기를 소개하며 상호작용하는 안에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어떤 방식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오히려 코로나19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실험할 수 있게 해줬어요.

목민우

하나만 남길 것은 저도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저희 3명(마띠·서유·문성)의 기획자는 영역과 경험치가 다 다르고 풀어나가는 방식도 달랐어요. 혼자서는 하루 이틀이면 끝날 일도 3명이 만나서 협의해야 했는데요. 각자의 경험치를 조금 내려놓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저도 많이 배웠어요. 코로나 시기에는 서유(정한나)의 주도적인 스타일이 잘 먹혔던 것 같아요. 중간에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결국 해낼 수 있었던 힘은 연대와 동료에 있어요. 인내하지 않으면 사람을 얻을 수 없고, 기다리지 않으면 완성된 그림을 보지 못해요. 상대방을 신뢰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어요.

장경수

저는 온라인 살롱의 진행 방식과 같이한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참여하면서, 코로나19 이전에는 잘 몰랐지만 이렇게 해도 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어요.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 알 수 없는 랜선에서의 감정과 분위기가 느껴지는 생경한 경험이었어요. 거부감을 갖기보다 낯설지만 친숙하게 느낀 부분이 분명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승구

플랫폼을 시작할 때 변수를 다루는 것이 빠띠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빠띠는 살롱과 기여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실험하는 역할을 했는데요. 예를 들어 살롱의 경우 참여하는 분들이 모호하고 실험적인 형식을 낯설어하면서도 흥미로워하며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셨어요. 이렇게 실험하고 피드백하며 개선해 나가는 문화가 이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하나를 남긴다면 ‘실험’이 아닐까 생각해요.

반응하는 참여자
임현진

저는 첫 경험인 온라인 살롱이 정말 흥미로웠고, 이곳에 내가 아는 용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제가 주로 사용하는 말과 문장을 쓰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했거든요. 플랫폼을 열고 그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러 반응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정한나

저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대응하면서 진행하는 편인데 온라인은 가늠이 잘 안 되더라고요. 사람들이 오디오와 비디오를 끄고 사라지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다 켜고 만나는 게 예의라고 사전에 아무리 안내해도 다들 그렇게 행동하는 거죠. 빠띠가 큰 틀에서 살롱을 진행하는 약속문을 공유하고 약속을 하면서 시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간 것이 좋은 단초였고요. 구글 공동문서와 같은 툴을 사용했는데 저도 많이 배웠어요. 우리 안에서 경험과 학습이 같이 일어난 유의미한 자리였어요.

임현진

저도 온라인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참여자와 교감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았는데요. 여기는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어서 참여해볼 만하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얻어갈 수 있다는 안정감을 줬어요. 빠띠는 이런 것을 원래부터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어요

정승구

빠띠 팀은 살롱을 단순한 네트워킹 모임이 아닌 기획자들의 이슈에 관한 공론장으로 기획했거든요. 말하고 흩어져 버리는 게 아니라 남기고 재해석하고 여기서부터 다른 실험이 생기는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였어요. 살롱 참여자들의 참여 수준을 골고루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두긴 했어요. 주제와 살롱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모임 모집 글에 세부 질문을 올려놓고 사전 읽기 자료도 준비했어요. 이런 구조화된 살롱 경험을 ‘좋은 경험’으로 말씀해 주신 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김문성

초기에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온라인 설문조사로 시작하면서, 우리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면, 사람들이 분명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기쁘고 놀라웠던 건 다른 많은 기획자가 진짜 그렇게 반응해 줬다는 사실이에요.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넣어가면서 기획자로서 우리의 고민을 담은 설문조사에 솔직하고 개인적인 고백에 가까운 이야기로 응답해 줬어요.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해도 텍스트와 툴 너머의 사람을 발견하고 연결감을 가질 수 있다면 계속 갈 수 있겠다는 감각이 있었어요.

목민우

살롱에서 한 경험이 모두가 다 같지는 않았을 거예요. 누군가에게는 쉽고 익숙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었고요. 사람을 만나려는 욕구와 필요를 주체적인 방식으로 푸는 기획자가 있는가 하면 기획자의 정체성은 있으나 누군가 설정한 방식에 따라 받기만 하려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 구성원들이 지금 플랫폼에 섞여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주체적인 기획자를 만나기 위해 플랫폼을 열었지만 반응하는 방식은 다 달랐다는 경험이 있습니다.

경쟁적으로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일
임현진

설문조사의 섬세함이 ‘이 사람들은 내 얘기를 제대로 들어줄 것 같다’는 신뢰가 형성되게 한 것 같아요. 이제는 언제까지 들어줄지 고민이 생길 시점 같은데요. 그래서 반가웠던 접근이 ‘기여전’이었어요. 사업을 직접 하는 것이 빠르고 편할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참여를 우선에 두고 설계한 이유가 궁금해요.

김문성

저희는 먼저 시작한 사람이지만 층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저희도 일원으로 참여해 플랫폼을 통해 동등하게 만나고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장으로서의 커뮤니티를 생각했기 때문에, 민주적으로 논의하고 콘텐츠도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채워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목민우

저희는 누가 물어보면 같이 만들었다고 해요. ‘기여전’이라는 단어도 온라인 회의에서 기여로 풀면 좋겠다고 얘기하다가 씽(정승구)이 ‘기여전인가요’라고 하면서 처음 나왔어요.

정한나

처음에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기여를 경쟁적으로 한다’는 발상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플랫폼 안에 그런 오라(aura)와 방향성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촉발됐고요. 설계할 때는 기획자들이 각자 자기 실험을 펼치면서 커뮤니티에 기여도 하는 것을 얼마나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지가 고민이었어요. 작년 12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된 기여전은 플랫폼을 활성화해 주는 좋은 장치이자 활동이었어요. 플랫폼 안에서 작은 활동도 일종의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라 앞으로도 실험적인 부분은 남아야 한다고 씽(정승구)이 얘기했어요.

정승구

기존 공모전에 대한 비판 의식이 있었고, 우리 플랫폼에서 공모전 형식으로 하는 것은 도전이라 고민이 길었지만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실험이 됐어요. ‘기여전’이라면 전시·축제 등 여러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돌아보면 기획자들이 모여서 한 기획인데 색다른 방식이었어요. 설문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살롱을 하고, 살롱에서 나온 이야기를 참고해서 출발한 실험이 기여전이에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기획된 것은 아니고 중간에 소음과 불필요한 정보도 있었지만 양질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계속 쌓아나가면서 전진해 온 것 같아요.

김문성

기여전은 유의미한 실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공모전 방식이 아닌 기획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기획자에게 전권을 주면서도 일종의 파트너십을 갖고, 비판이 아니라 실제 도움을 줄 수 있게 피드백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진통을 겪으면서 과정을 만들어냈어요.

임현진

저는 오거나이저들은 기여전이라는 실험을 하고 참여자들은 기여전을 통해 실험하는 구조가 흥미로웠어요. 참여한 사람 입장에서는 정산을 하는 사업보다 내부검열이 심했고요.

정승구

개인적으로 영감 받은 것은 참여예산제도였어요. 커뮤니티 안에서 공공재인 예산을 커뮤니티를 위해 어떻게 쓸지 함께 결정해 보자는 것이었어요.

목민우

연대를 실험하는 또 다른 방식이 기여전이었는데요. 공모전 문제를 토로하는 과정에서 나온 핵심 가치는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였어요. 청년들에게 예산을 맡기면 제대로 써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했어요. 주체가 명확한 지속성 있는 커뮤니티로 존재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작년에 만들어가고자 한 플랫폼의 방향이었는데요. 명확한 주체인 저희 3명이 얼굴을 내놓고 설문을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문성

참여자들에 의해 여지가 발생하고 이것이 쌓여가면서 다음 작업으로 들어가는 것이 커뮤니티의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정한나

청년들도 막상 주체성이 주어지면 혼란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기여전을 설계할 때 참여자들이 어느 선에서 정리하고, 그 기준선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보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300만 원이라는 비용을 각자 어떻게 정산할지 궁금한 거예요. 기존의 지원사업 안에서 관습적으로 정산하던 버릇이 있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저희는 가이드를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 공유회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데이터가 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단서가 될 수 있겠죠.

기획자의 정체성에서 힌트를 찾다
임현진

저는 플랫폼에서 진행한 데이터 분석과 심층 인터뷰가 플랫폼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고 생각해요. 하리(장경수) 님과 문성(김문성) 님이 진행하면서 발견한 부분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키면 좋을지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문성

저는 설문의 응답과 플랫폼 내의 기록 등을 갖고 빅데이터 분석을 주로 진행하면서 거리를 두고 그림을 그려나갔다면, 하리 님은 내부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그려나가는 작업을 하면서 각각의 단면을 모아 기획자의 정체성과 노동을 살펴봤어요.

장경수

심층 인터뷰로 기획자가 사회적인 직업군으로 정당하고 명징하게 분류되고, 구조화된 시스템에서 위치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거시적 시선과 내부적 시선이 드러났어요. ‘기획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에 기획 분야에서의 자리매김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이 나왔고요. 기획자들이 자신이 느낀 문제의식을 바꿔야겠다는, 행위를 수행하는 전환점을 수집할 수 있었어요. 플랫폼 안에서 기획자의 인건비를 잡아보자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저도 기획자의 정체성에 대한 힌트중 하나가 노동에 대한 확실한 포착일 거라 생각해요.

임현진

하리님은 빅데이터로 분류한 기획자의 5가지 유형(실행중심형, 프로젝트 주도형, 콘텐츠 주도형, 네트워킹 추구형, 자기성장형 5가지이다.)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요.

장경수

데이터를 통해 얻은 명제 중 하나는 ‘기획자는 주변의 삶에 관심이 깊고 반영하려는 의식이 있다’는 것인데요. 인터뷰를 통해서도 빅데이터에서 분류한 유형의 성격이 느껴졌어요. 이런 군집화가 올해 11111의 사업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 같아요.

김문성

유형화는 MBTI처럼 사람들을 분류해 넣는 작업이 아니라, 청년기획자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고민에 부딪히며 이를 타개해 온 방식이 5가지로 나온 건데요. 이를 유형화해서 공유한 것은 기획자들이 만나는 접점을 확인하고 연대해서 다음 방향을 모색하는 데 힌트를 주는 지형도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어요. 저는 현장에서의 고민이나 사례를 통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청년기획자를 그려냈는데요. 청년기획자들은 구조적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할 공간은 없지만, 능동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 데이터를 통해 명징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도 이들의 활동은 직업군이나 직위, 명칭으로 규정되지 않고,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면서 그림자 노동을 해야 하는, 아직은 현대사회에서 주목하지 않는 부분이었던 거죠. 유형화는 이들이 무엇을 해왔고 어떤 고민에 부딪혔는지에 대한 구체성을 보여주는 작업이었어요. 데이터를 다루는 용어 때문에 ‘타입’으로 나왔는데, 규정화되거나 틀에 갇히지 않게 언어적으로 잘 전달하는 부분은 저의 숙제 같아요.

11111 가입을 위한 설문조사 시작 화면

내가 상상하는 플랫폼
임현진

마지막으로 2021년 이후에 상상하는 청년기획자 플랫폼은 어떤 모습인지, 기획자 개개인이 하고 싶었던 실험은 무엇인지를 얘기해 주세요.

정한나

하고 싶은데 못 했고 앞으로도 못 할 것 같은데요. 저는 정말 자주 만나서 놀고 싶었어요. 기획자들은 일단 모아놓으면 뭐라도 벌어진다는 것이 대전제였거든요. 5인 미만으로 100번 만나볼까 봐요.

목민우

이 플랫폼이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있어요. 올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획자들의 주체적인 활동이 담기면 좋겠고, 무엇이든 기획자들이 그냥 해보는 실험이 많이 일어나면 좋겠어요.

정승구

올해는 좋은 협업을 경험하는 그룹이 만들어지고, 이 그룹들이 기여하는 프로젝트가 더 안전하면서도 실험적으로 진행되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단계로 가면 좋겠어요. 분석한 유형이 올해 협업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참고자료가 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그룹이 만들어지고 이 그룹들이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기둥이 되는 모습을 상상해 봤어요.

장경수

2020년에는 기획자들의 협업에 대한 갈증이 많이 보였는데요. 2021년에는 다양한 분의 갈증이 충족되고 시너지가 잘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지금 11111은 협업을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해 주는 공간 같은 느낌이에요. 이 플랫폼에 모인 사람들이 데이터를 가지고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공간에 한층 더 축적되는 해가 됐으면 합니다.

김문성

저는 데이터가 공공재로서 기능하는 플랫폼이기를 바랐어요. 당사자들에게는 자신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고 나아가 성장·협업·연대 3가지 키워드로 시너지가 일어나고 확장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면 2021년의 가장 좋은 모습일 것 같아요. 반추해 보면 다정하고 예상치 못했던 솔직함으로 반응해 준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설문에 자신을 알아주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는 고백으로 반응해 준 누군가, 자신의 레퍼런스를 정성스럽게 남기고 함께하고 싶다는 댓글을 달아주던 누군가, 이런 상호작용의 장면들이 결국 플랫폼에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현진

다정함과 진솔함을 기반으로 서로 배려하고 기여하겠다는 마음을 기본값으로 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 같이 토론하고 의견이 다르더라도 건강하게 질문하고 새로운 관점을 가져볼 수 있는 질문이 많은 플랫폼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전민정_객원 편집위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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