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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월호

일상 속 마이크로미디어 체험기
우리는 마이크로미디어 시대를 산다

전문 장비와 전문 지식이 있어야 생산할 수 있었던 콘텐츠를 이제 손 안의 스마트폰 하나로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SNS에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면,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려 모 르는 이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하고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유명 연예인이 심의규정을 준수하며 진행하는 방송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다루는 이들의 팟캐스트를 구독하고 유튜브 재생 목록을 만든다. 마이크로미디어의 발전이 가져온 DIY 콘텐츠인 셈이다. 저마다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맞는 서로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마이크로미디어 시대, 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는 두 사람이 일상 속 마이크로미디어 체험기를 공개했다.

홍지형의 마이크로미디어 일상
자급자족 콘텐츠 시대

마이크로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콘텐츠는 든든한 가족이자 의지할 만한 친구다. 1인 가구 천만 명 시대, 나 역시 자취생이 되고 나서 ‘가족이라는 존재의 중요성’과 ‘원래부터 집에 있던 물건은 없다’라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인생은 작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가전제품 구입도 역시 선택해야 할 문제였다.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 어떤 제품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알 리가 없었다. 맛있는 음식과 집 안을 채운 가구는 부모님이 하나하나 마련해놓으신 거였고, 신상 기기는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은 남동생이 이것저것 따져가며 구입해둔 것이었다. 자취생이 되고 보니 필요한 물건은 많은데,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짓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무엇보다 그 기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예산은 한정적인데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고, 가성비를 따지기엔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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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구입시 유튜버의 개봉기 먼저 확인하기

이때부터 이런저런 개봉기나 전자제품을 소개하는 유튜브채널 등을 찾아보게 됐다. 그중 가성비가 좋은 가전제품을 먼저 사용해보고 리뷰하는 <영태형TV>를 즐겨 본다. <영태형TV>를 진행하는 영태형은 동그란 안경을 쓰고 다양한 제품을 리뷰하며 나에게 밥솥, 무선 청소기, 튀김요리의 ‘끝판왕’이라는 에어프라이어까지 팔아치웠다.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며 좋은 점을 소개해주는 유튜브를 보고 있자면 나 역시 똑똑한 소비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구매한 제품은 물론 마르고 닳도록 사용 중이다.
이외에 영태형의 친구 <Producer dk> 채널도 즐겨 본다. 진행자는 음향 전문 유튜버로 스피커, 이어폰 등 음향 관련 제품을 주로 다룬다. 사과 마크로 유명한 모 전자회사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출시한 후 ‘어머, 이건 사야 해!’를 외쳤지만 가격을 보고 ‘짜게’ 식은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폭발적인 인기에 여러 회사에서 비슷한 모델을 연달아 출시했지만 가짓수가 많아도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다. 종류는 너무 많고, 막 지르자며 아무거나 구입하기엔 내 잔고가 너무 없었다.
‘가성비 좋은 블루투스 이어폰 좀 추천해줘’라고 누군가를 귀찮게 할 여력은 없었지만, 나 대신 블루투스 이어폰을 종류별로 비교해 설명해주는 유튜버는 있었다. 전자제품 살 때만큼은 남자친구보다 심리적으로 더 의지하는 <Producer dk> 채널에 들어가봤다. 기능적인 면에서 사과 회사 이어폰에 많이 떨어지지는 않으면서 가격은 그 절반도 안 되는, 이른바 가성비가 좋다는 Q사의 제품을 (싸니까) 2개 구입했다. 2개 중 1개는 남자친구에게 선물하며 실용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어필하기도 했다. 마이크로미디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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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작가! 독립출판물 발행

자취생활을 위해 타인의 콘텐츠를 구독하며 마이크로미디어를 소비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창작자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른 회사생활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와 함께 어제도 진행했던 회의를 분주하게 준비한다. 점심시간에도 일을 시키는 회사는 절대 아니다. 마음 맞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책 출간’을 목표로 글을 쓰고, 그에 따른 출판 인쇄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회의를 연다. 책을 출간한다니, ‘지은이’에 내 이름 석 자를 단 책이 나온다니, 내가 작가라니! 막연하게 동경하던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어른이 된 후 밥 먹는 시간을 쪼개 노력했다.
시작은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직원 연구활동(Cop: Community of Practice) 학습동아리’였다. 흥미 있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활동인데, 우리는 ‘혼자 놀기’에 대해 연구(?)하기로 했다. ‘욜로족’을 넘어 혼자서도 잘 노는 ‘횰로(홀로+YOLO)족’, 혼자만의 소비생활을 즐기는 ‘1코노미’(1인+economy)까지 등장하는 등 이미 ‘혼자 놀기’는 흥미로운 사회문화 현상이었다. 전문 작가는커녕 뛰어난 글쓰기 능력도 없는 나지만 나름 할 말이 많은 분야였다. 그렇지만 주제가 친근해 책을 낸 건 아니었다.
기존의 책 발행 과정이 특정 주제에 대한 원고를 탈고하고, 내 글의 가치를 알아봐준 출판사와 계약한 후 책 디자인과 마케팅을 진행해 최종본을 인쇄,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이라면 독립출판은 조금 다르다.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한 원고를 쓰고, 자체적으로 인쇄’하지만 나름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결과물이기에 독립출판물 관련 편집자나 독립서점 관계자들에게 부족한 원고를 보여주는 과정을 거쳤다. 분량도 주제도 사진도, 어느 것 하나 규격화된 것은 없었다. 독립출판이 작가에게 주는 엄청난 자유 속에서 원고는 각자 역량만큼 쓰고, 삽화도 회사 동료들이 직접 그렸다.
원고를 쓰고, 이미지를 고르고, 판형을 정했다. 회사 일을 하면서 배워온 디자인 편집 툴로 작업하고, 사내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했다. 출판사에서 직접 디자인했다면 내가 그린 어설픈 그림이나 전문 작가가 찍지 않은 사진 등은 모두 제외됐겠지만, 마음 넓은 디자이너는 최종 인쇄본에 모든 자료를 담아주었다. 다소 흔한 주제, 검증되지 않은 지은이가 쓴 책을 몇 명이나 사볼지는 불확실하지만, 예산은 한정적이니 제작 수량은 1쇄 100권으로 정했다. 그렇게 모두가 생산자고, 모두가 콘텐츠 제작자인 시대에 내 이름을 단 책이 12월 18일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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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아이돌! 내가 직접 만드는 개인 방송

출판의 계절이 가고, 아이돌의 계절이 왔다. 아니 아이돌은 애초부터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돌에 대해 궁금해하지만 왜 인기가 있는지 꾸준히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고, 마음에 드는 채널도 딱히 없어 결국 직접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저렴하게 대여가 가능한 팟캐스트 녹음실에서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모여 아이돌에 대해 이야기하고, 매주 목요일 오후 12시 30분에 업로드한다.
업로드 주기가 주중인 데다 직장인이다 보니 주로 평일에 원고를 정리하고 녹음은 주말 오전에 한다.(주말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의 워라밸, 아니 워‘아’밸은 붕괴되고 만다.) 녹음한 내용을 듣고 편집하고, 업로드한 후에는 다시 다음주 원고를 준비한다. 여느 회사, 방송 시스템과 다르지 않게 주기가 규칙적이기 때문에 갑자기 잡힌 개인적인 스케줄이나 외부 일정은 팟캐스트 준비를 위해서 과감히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청취자들의 애정 어린 댓글과 직접 방송을 한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그 모든 애로사항을 덮어준다. 기분 좋은 댓글에 한 주 동안 힘이 나기도 하고, 놓쳤던 부분에 대한 반응을 보면 이래서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교훈도 얻는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의 방송을 듣고 여러 의견을 달아줄 때면 방송에 대한 책임과 말의 무게를 오롯이 느낀다. 한편으로는 타인의 방송을 보거나 듣기만 하다가 직접 소통의 주체가 되어보니 짜릿함이 느껴져 더 욕심이 난다. 이래서 점점 마이크로미디어 채널이 많아지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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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마이크로미디어로 인해 불필요한 정보가 많아졌다고 한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는데 그 선택지의 품질 차이가 너무 크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기득권이 제공했던 소수의 문화콘텐츠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문화를 생산하는 문턱이 낮아져 많은 이들이 마이크로미디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양질의 콘텐츠를 취사할 수 있도록 개인의 안목을 길러야 한다. 마이크로미디어 시대는 앞으로 내 삶을 ‘마이크로씩’ 바꾸어 결국 ‘메가’로 뒤집을 것이다.

글 홍지형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

이준걸의 마이크로미디어 일상
잡지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마이크로미디어 시대를 부유하다

유튜브도 팟캐스트도 SNS도 없던 시절, 서브컬처 콘텐츠 유통의 강자는 단연코 잡지였다. 1987년 언론 자율화와 경제 호황의 혜택을 받은 지금의 3040세대는 유년시절을 다양한 매체와 함께했다. 은행에 가면 두꺼운 어른용 잡지가, 학교에 가면 교육을 목적으로 발행되는 잡지뿐만 아니라 또래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잡지가 있었다. 특정 취미와 관련해서도 둘 이상의 잡지가 창간되고 경쟁하는 묘한 구도를 형성했다. 매체 숫자와 주제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던 FM 라디오의 팬덤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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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월간지에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당시 용돈을 받으면 어떤 매체를 사는 데 써야 할지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 주간만화 잡지(<챔프>와 <점프>)로 정기적인 읽을거리에 입문해 게임 잡지(<게임챔프>와 다른 잡지를 손에 들고 부록 CD를 비교하곤 했다.) 탐닉기를 지나 문화 전문 매체 <PAPER>를 만났고(요샛말로 표현하자면 ‘덕통사고’에 가까웠다.) 급우들의 영화 전문지, 음악 전문지, 시사 전문지와 교환해 읽으며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나갔다.
월간지의 독자 엽서는 지금의 댓글 역할을 했다. 한때는 부록 경쟁뿐만 아니라 애독자 상품 경쟁도 대단해(장래희망이 ‘엽서 응모가’였던 시기가 있었다.) 독자들은 ‘팬심’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오프라인 독자 모임도 있었다. <PAPER>가 홍대 앞 공연장에서 개최했던 소규모 록페스티벌 겸 스타애장품 경매가 기억에 남는다.

마이크로미디어와 함께하는 일상

처음 주간 만화 잡지를 손에 잡았던 시절로부터 25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나는 ‘애독자’에서 팟캐스트 청취자 5년의 경력과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권, 블루투스 이어폰을 보유한 ‘구독자’의 삶을 산다. 아침 출근길에는 팟캐스트 ‘팟티’ 앱의 실시간 라디오(<김어준의 뉴스공장>)를 듣고, 사무실에서는 가끔 업데이트된 유튜브 <스팍TV>와 그에 이어진 추천 영상 한두 개를 감상한다. 팟캐스트 전문 방송사 <xsfm>의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는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에는 퇴근하면서, 혹은 취침 전에 청취한다. 유튜브, 팟캐스트 앱, 팟티, 팟빵, 사운드클라우드 등 다양한 플랫폼에 동일한 콘텐츠가 업로드된다. 팟캐스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꼭 화면을 주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잔잔한 음악이 필요할 때는 <오천만의 클래식> 같은 프로그램을 듣기도 한다.
지난 12월 10일에는 5.5% 금리를 지급하는 아이들용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아내와 오전 7시부터 은행에 줄을 섰다. 다행히 하루 10명 발급 인원 중 5번째였다. 아내가 ‘맘 카페’에서 이미 정보를 습득해 언급한 적 있지만, 실제 가입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에 적금 가입 대란과 관련된 청취자 사연이 나왔기 때문이다. 같은 주 13일은 <그것은 알기 싫다> 300회 특집 공개방송 ‘세상은 못 바꾸는 시간 15분’ 예매가 시작된 날이었다. 출장을 다녀오는 바람에 시간을 놓치고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해 좌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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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한다. 위 두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팟캐스트 전문 방송국 <xsfm>이 유튜브용 콘텐츠를 따로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방송 녹음 중 재미있었던 순간이나 사소한 사고를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것. 일종의 팬 서비스 채널이라 조회 수가 아직은 많지 않다. 2017년 8월 방송을 종료했지만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지대넓얕>(팟캐스트 앱 사회 및 문화 1위, 팟빵 앱 취미 분야 1위)의 진행자 중 한 명인 도인은 <도인명상> 유튜브 채널에서 매일 아침 라이브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팀에 직접 명상 수업을 들으러 다니는 동료가 있어 놀랐다.) 최근 구독을 시작한 <김성회의 G식백과>는 게임을 만들다가 게임 방송에 자주 등장하던 진행자가 아예 채널을 만든 사례다. 심지어 <게임챔프>에서 객원기자를 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다양한 매체에 산개한 마이크로미디어 콘텐츠가 동기 부여(수익과 구독자)가 확실한 유튜브 채널로 모이는 추세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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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진 못할지라도

이번 글을 준비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마이크로미디어를 구독하는지 물었다. 마이크로미디어라는 말이 대중적이지 않아 유튜브, 팟캐스트라고 다시 한 번 물어봐야 했다. 보긴 하지만 구독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많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것이 중요하지 어디서 주로 그것을 소비하는지를 깊이 생각할 의무는 없다. 또 개인의 취향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이 글을 쓰는 나도 아직 걱정을 지울 수 없다.) 내 유튜브 로그인 화면의 추천 영상을 옆 사람에게 주저하지 않고 보여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하지만 나는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미디어를 소비하는지 더 많이 물어볼 예정이다. 내가 즐겨 보거나 듣는 방송도 설명하려 노력하겠다. 마이크로미디어라고 하지만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 작지 않다. 각자의 지향성을 점점 뚜렷하게 드러내며 성장해가는 미디어 제작자와 플랫폼처럼, 소비자도 보다 명료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그 기준을 비교해가며 수시로 점검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이제 유튜브 관련 기사가 신문의 정치면을 장식하는 시대다. 화제가 된 정치인의 개인 채널을 살펴본다. 정당이 개설한 채널에도 들어가본다. 가독성이 좋은 섬네일과 자막, 편집에 ‘좋아요’ 구독 요청까지 익숙하다. 여기서 구독 버튼을 누른다면 정치인 혹은 정당에 지지를 표현하는 셈이고, 그들의 말에 일정 시간 기꺼이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국민일보 지호일 정치부 차장은 정치인의 자기 브랜드화 시대를 짚은 칼럼에서 정치의 ‘키치’화를 우려했다. 키치는 사이비 또는 대량으로 복제된 싸구려 예술품을 뜻하는 미술 용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싸구려 예술품을 만들거나 사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지만, 모든 물건이 원래 만들어진 목적을 숨기고 비슷한 모습으로 팔려나간다면 경계할 만하다.
이번 원고를 준비하며 인상 깊었던 사례와 함께 너무나 장황해진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17학번 대학 동아리 후배와 이동하던 중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을 물으니 <생각많은 둘째언니>를 언급하기에 한 번 들어가봤다. 의아하게도 최근 업로드가 별로 없었다. 정보를 찾아보니 12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의 장혜영 감독이 운영하는 채널이었다. <어른이 되면>은 장애인 동생과의 일상 브이로그를 모아 제작한 영화다. 2017년 8월 텀블벅 프로젝트로 제작비를 모았고,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2018년 2월 별도 상영회를 열었다. 그 후 장혜영 감독은 2018년 9월 청와대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서 대통령 옆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CBS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영상을 통해 밝힌 바 있다. 15분의 시간이 세상을 실제로 바꾸진 못할지라도, 영상을 보던 나의 15분만은 확실히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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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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