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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말

주철환의 더다이즘 스물한 번째문화는 우리를 숨 쉬게 한다

웃기는 이야기 하나. 노인이 택시를 탔는데 예술의전당이라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전설의 고향으로 가자고 했다나요. 이 (전설 같은) 이야기는 라디오가 터뜨린 웃음폭탄 중 하나였습니다. 나이 든 기사분이 그 사정을 헤아리고 예술의전당으로 안전하게 모셔드렸다는 결말은 감동의 반전입니다. 우리는 이렇듯 사이좋게 늙어가는 중입니다.
자동차와 라디오가 동행한 지 꽤 오래됐습니다. 이동하며 듣는 라디오에서는 오늘도 노래와 사연이 흘러넘칩니다. 라디오를 차에 장착하는 이 기막힌 아이디어는 누가 처음 구현했을까요? 그 사람이 오늘따라 고맙습니다.
자동차는 오늘도 목적지를 향하지만 차 안을 가득 채운 음악은 추억의 장소로 저를 이끕니다. 중학교 교실로, 수학여행 가던 기차로, 귀대하던 버스 속으로 기억은 부지런히 저를 실어나릅니다. 사이사이로 들리는 사람 냄새 물씬한 이야기는 또 어떤가요. 라디오가 전하는 우리 이웃들의 사연은 행복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깨우쳐줍니다. (혹시 ‘이웃’은 이야기와 웃음의 줄임말 아닐까요?)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이제 업무 얘기로 들어갈까요? 강남에 예술의전당이 있다면 강북엔 세종문화회관이 있습니다.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만약 강남에 문화의 전당이 있고 강북에 세종예술회관이 있다면 어떨까요?
별생각을 다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10년 넘게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세종문화회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향을 경희궁로(路)로 틀어서 5분 걸으면 서울예술재단이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서울문화재단과 혼돈할 가능성이 다분한 이름입니다. (실제로 직장이 가까워서 좋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과연 문화와 예술은 무슨 관계일까요? 어떤 공통점, 그리고 차이점이 있는 걸까요?
문화와 예술 사이를 오갈 때마다 <삶과 꿈>이라는 얇은 잡지가 생각납니다. 검색해보니 <삶과 꿈>은 ‘행복한 삶, 아름다운 꿈’을 화두로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다양한 삶과 꿈을 담아내는 문화생활 교양지입니다. 저는 문득 ‘삶과 꿈’이라는 간판을 ‘문화와 예술’로 갈아 끼워봅니다. 어떤 면에서 문화는 삶에 가깝고 예술은 꿈에 가깝습니다.
문화란 무엇인가? 이 난감한 질문에 답하려면 삶이란 무엇인가를 아울러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삶이 무엇인지 어느 누가 쉽게 가르쳐주던가요? 아마도 거의 죽음에 임박해서야 비로소 삶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문화란 삶 그 자체이기 때문에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겁니다. 살아봐야 삶을 알 수 있듯이 겪어봐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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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반대쪽에 죽음이 있다면 꿈의 반대편에 현실이 있습니다. 살아 있다는 건 꿈이 있는 것이고 꿈이 있을 때 그 삶은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삶이 꿈을 지향하듯 문화는 예술을 향하는 것이고 예술은 문화의 토대 위에서 구현되는 것입니다. 결국, 문화를 통해 우리는 매일매일 숨 쉬는 것이고 예술을 통해 우리는 잃어버린 꿈을 다시 만나게 되는 겁니다.
세종문화회관이 문을 연 지 40주년이라고 합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여러 가지로 저와 가까운 존재입니다. 우선 저는 세종문화회관 이사를 지낸 적도 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된 후로는 가장 자주 만나게 되는 분 또한 세종문화회관 사장입니다. 서울시의회에 가면 항상 제 왼쪽에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앉고 오른쪽에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앉습니다.
연보를 보니 세종문화회관은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1974년에 짓기 시작해서 제가 대학을 졸업하던 1978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저의 대학 생활 기간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달리 말하면 대학 시절엔 한 번도 그곳에 가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이 존재감을 가지려면 먼저 이름값을 해야 합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서울을 뺄 수 없듯이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세종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세종이 누구입니까? 말과 글이 달라서 백성이 고통받을 때 너희는 글자를 몰라도 된다고 무시했습니까? 아니면 한자(漢字)를 열심히 배우라고 권고했습니까? 과감하고 대담하게도 새로운 글자를 만들자 제안하고 실천에 옮겨 성공한 군주입니다. 그분 혼자 다 했습니까? 궁중에 있던 집현전을 명실상부한 연구기관으로 확대 개편하여 당대의 유능한 학자들을 두루두루 불러모았습니다. 함께 토의하고 꼼꼼히 점검했던 성실파 CEO, 그가 세종입니다. 무리하게 일정을 잡고 속전속결을 추구했습니까? 아닙니다. 훈민정음을 창제하고도 반포하기까지 무려 3년을 숙성시켰습니다. 의견이 다른 무리는 모두 척결했나요? 아닙니다. 그 유명한 ‘반대의 아이콘’ 최만리를 결국 설득시켜 동의를 얻어낸 소통의 전문가였습니다.
세종의 창의, 소통과 문화의 숨결이 어우러져 세종문화회관이 제 몫을 한다면 가까운 거리의 세종임금(동상)도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요? 매일매일 그곳을 지나는 주민의 보폭도 ‘행복한 삶, 아름다운 꿈’을 향해 조금씩 넓어질 것 같습니다.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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