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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예술계 ‘갑질’ 논란 ‘을’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지금 공연계에는 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바로 ‘갑질’이라는 이름의 유령이. 사실 공연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화예술계,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모든 영역이 ‘갑질’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사회 전반에 ‘갑질’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하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예술계 또한 다양한 ‘갑질’ 횡포로 몸살을 앓아왔다.
1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는 젊은 연극인들의 공연예술제 ‘권리장전2016 검열각하’ 킥오프 행사 모습.
2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학생 자치권확립 위원회’는 ‘갑질 논란’을 일으킨 해당 교수에게 합당한 징계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3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강의 안 주고, 작품 뺏고… ‘갑’이 된 ‘스승’

최근 공연계에서 논란이 된 ‘갑질’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자. 안타깝게도 대학교수들이 대다수 연결돼 있다.
지난 7월 말 일어난 일이다. 연극계에서 ‘일부 연극학과 교수들의 권력 남용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 연극 평론가가 A대학 ㄱ교수의 연극 작품을 혹평했다는 이유로 서울 B대학에서 5년 가까이 배정받아왔던 강의를 박탈당한 일이 일어났다며, 연극계가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관련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이후, B대학 연극학부 대학원 ㄴ주임교수가 해당 평론가와 성명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을 만나 강의 배정 건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를 주었다고 인정하면서 이 문제는 더 커지지 않고 일단락됐다.
자신이 연출한 작품이 어느새 스승의 이름으로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다.
8월 ‘한겨레’는 전북 지역 한 대학 공연미디어학부 ㄷ교수가, 학생들이 창작해 축제에 초청받은 공연의 연출을 가로채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ㄷ교수는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공연은 학생들이 연출하는 게 좋겠다”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학생들은 ㄷ교수에 대한 합당한 징계를 대학 측에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부산 지역 무용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7월 부산CBS가 연속 보도한 ‘지역 무용계 갑질’ 기획에 따르면, 신인무용가 ㄷ씨는 자신이 초청받은 공연에 자신의 이름 대신 스승의 이름이 연출자로 오르는 피해를 겪었다. 또 다른 제자는 사비까지 털어 준비한 무대의 연출자 이름을 이 스승에게 빼앗겼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 밖에 대학교수가 자신이 무용단장으로 참여하는 공연에 참여하지도 않는 제자의 이름을 허위로 올리는 일도 있었다. 이는 공연에 필요한 진행요원의 이름을 허위로 올린 뒤 인건비를 받으려는 이른바 ‘페이백’ 관행이었다. 이 역시 언론이 보도한 뒤 부산 무용계가 나서 진상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대학 측도 사실관계 확인에 따른 조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통과 상처를 숨기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사례만 보면 교수들만 ‘갑질’의 주범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최근 일어난 사례에 교수들이 주로 등장한 것뿐이다. ‘갑질’의 주체는 교수만이 아니다. 권력 구조 상층부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갑질’을 자행할 가능성이 크다. ‘갑질’이 위계라는 구조적 문제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탓이다.
이러한 위계가 유지되는 것은 공연계가 시쳇말로 ‘좁은 바닥’이기 때문이다. 인맥과 소개에 따라 거취가 결정되곤 하기에, 윗사람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한 번 찍히면 이 바닥에서 먹고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구조가 ‘갑질’이라는 악순환을 끊지 못하게 만든다.
사회 구성원 어느 누구보다도 감수성이 풍부한 문화예술인이 ‘갑질’을 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갑질’이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 ‘갑질’은 안타깝게도, 대를 이어간다. 이 글에서 ‘좁은 바닥’이나, 교수들의 막강한 권한이 문제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갑질’의 주체와 원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 사례들에서 주목하기를 바라는 것은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문제들이 해결되는 방식을 살펴보면, 용기 있는 폭로와 을들의 연대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당부한다. 고통과 상처를 숨기지 말라. 숨기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갑질’은 나 혼자 당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내 동료, 후배가 반드시 겪게 된다. 그리고 폭로했다면, 그 폭로를 들었다면 을들은 연대하라. 한 개인이 이 구조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약자를 보호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현재, ‘갑질’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약자들의 조직화와 ‘갑질’에 대한 집단적 저항뿐이다. 서로가 힘이 되어주자. 그대들 스스로 말하듯이 ‘좁은 바닥’이지 않나.

글 유연석_ CBS노컷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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