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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2월호

키워드로 보는 2015년 노동과 생존의 장에 놓인 예술
예술은 ‘먹고사는 일’과 별개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곤 하지만, 2015년은 ‘예술가의 생존’에 대해 어느 해보다 많은 사건과 이야기가 지면에서 다뤄진 해다. 노동으로서, 생존 수단으로서의 예술은 낯설지만 누군가에겐 절박한 현실이다. 한편 예술은 채 아물지 않은 대중의 트라우마를 위로하는 처방전으로도 중요했다. 2015년 문화예술에서 이야기된 단어들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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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 ] 예술과 노동의 관계

예술 행위를 노동 가치로 환산할 수 있을까? 올 한 해 예술과 노동, 두 단어의 익숙지 않은 조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왔다. 네덜란드의 경제학자이자 시각예술가인 한스 애빙(Hans Abbing)은 본지 1월호 ‘사람과사람’ 인터뷰 코너에서 예술경제의 특수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테디셀러 <예술가는 왜 가난해야 할까(Why are Artists Poor)>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예술가가 가난한 이유를 ‘예술의 높은 가치 탓’이라 말하며 “예술의 위치가 내려오면 상대적으로 예술가의 수입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전체 예술가의 94%는 노동자의 평균이하 수입으로 생활하는데, 이는 자신의 삶을 희생해도 될 만큼 예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예술 분야의 에토스(ethos, 기풍) 때문이고, 시간이 갈수록 예술이 지금보다 ‘덜’ 특별해질 것이기 때문에 예술의 특별함과 대중성의 간극도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1월호 p26~29, ‘사람과사람-<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 저자 네덜란드 시각예술가 한스 애빙’, 장하나)
우리나라 문화예술계도 예술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자양분 삼아 성장해온 건 마찬가지다. 작년 말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이 자신의 디자인실 직원들에게 야근수당을 포함해 수습 10만원, 인턴 30만원, 정직원 110만~130만 원의 급여를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열정페이’ 논란이 일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이유로 열정페이가 만연한 분야가 바로 문화예술계이지만, 이런 부당한 시스템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은 올해 구체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본지 3월호 ‘이슈&토픽’ 코너에서는 올해 초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의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의미를 짚어봤다. 영화 <국제시장> 제작사는 전 스태프와 4대 보험 가입 및 하루 12시간, 월 22회차 촬영 보장 등의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해 제작비용이 3억 원가량 추가되었지만, 그에 따른 스태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영화를 만든 윤제균 감독은 “덕분에 질 높은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의미 있는 소감을 전했다.(3월호 p42~45, ‘이슈&토픽-문화콘텐츠 생산 현장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청신호’, 이규성)
2000년, 취약계층으로 분류돼 있는 예술가들의 생활안정 보장을 위해 국악강사풀제로 시작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올해 전국 8,216개의 초·중등학교에 8개 분야 4,916명의 예술강사를 배치하며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서울문화재단이 단계별로 운영하는 복잡한 사업 구조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의 한계에 부딪혀 현장 예술강사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은 면밀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9월호 ‘진실혹은대담’에서는 ‘학교예술강사와 예술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는데, 예술강사들이 근로기준법을 바로 적용받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한동훈 노무사는 “주 40시간씩 근무하는 일반 근로자와 고용 형태가 전혀 다르고, 제도 설계 당시부터 주 15시간 미만의 근로자란 전제하에 사업이 시작되다보니 노동법을 적용하기에 통상 근로자와 다른 부분이 너무 많다”며, “법률을 적용하기에 앞서 일반 근로자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깊이 있게 연구”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9월호 p32~37, ‘진실혹은대담-학교예술강사와 예술노동’, 이원재, 김광중, 김재경, 장재환, 한동훈)

[ 검열 ] 끝나지 않은 검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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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미술인 500명은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에 즈음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관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바르토메우 마리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관장의 올 초 정치 검열 의혹이 논란이 된 것인데, 스페인 전 국왕을 묘사한 조각작품을 전시에서 철거하도록 요구하자 큐레이터가 반발해 전시가 취소되고, 이후 큐레이터를 해고하고 자신도 사임한 사건이다. 이는 영화 <다이빙벨> 상영 논란이 있던 우리의 상황과 무척 닮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을 지난해 14억 6000만 원의 절반 수준인 8억 원으로 삭감한 것을 두고 이야기가 많은데, 부산시가 지난해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취소를 요구했지만, 영화제 측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은 전력 때문이다. 또 민간 독립영화 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가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는, <2015 으랏차차 독립영화>전을 준비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자가당착>을 비롯해 등급 미분류 영화 3편에 대해 등급분류 면제추천을 신청해 영진위의 승인을 받았지만, 얼마 뒤 영진위는 “전체 상영작 11편 중 3편만 신청했다”는 이유로 승인을 취소한 사건이 배경이 됐을 거라 말한다. 임지영 기자(시사IN)는 “무엇보다 악재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영화인들의 사기가 꺾이는 것”을 우려하며 영진위의 거듭된 ‘자가당착’ 행보를 꼬집었다.(7월호 p44~45, ‘이슈&토픽-인디스페이스와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 삭감 논란’, 임지영)
3월호 ‘이슈&토픽’에서는 문화부의 우수도서 선정기준 논란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4년 12월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종북 논란’에 휘말리자 문화부는 2013년 우수 문학도서로 선정했던 신씨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자격 취소했고, 올해 우수 문학도서 선정 기준에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한 작품,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작품’이라는 심사 기준을 새로 넣은 것이다. 김여란기자(경향신문)는 “신 씨의 책이 우수 문학도서에서 취소 된 것은 그 전날인 12월 30일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사회적 논란이 되는 도서가 우수도서로 지속되기는 곤란하다’는 언급을 한 직후”라고 지적하고, “시민들 뇌리에는 ‘특정 이념에 치우친’ 작품은 정부와 어긋난다는 생각의 씨앗”이 심겼을 것이라 우려했다.(3월호 p38~41, ‘이슈&토픽-문화부 우수도서 선정기준 논란’, 김여란)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치 검열 논란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5 아르코문 학창작기금’ 희곡 분야 선정 심사 중 100점을 맞아 1위였던 이윤택 작가의 작품을 탈락시키고, 창작산실 연극분야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박근형 연출에게 포기를 종용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손준현 기자(한겨레신문)는 “심사를 주관하는 기관에서 ‘정치적 이슈에 몰두하는 예술가들이 문제’라거나 ‘사회적 혼란을 예방하는 것이 예술의 임무’ 라며 정치 검열을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별문제 없다는 태도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11월호 p42~43, ‘이슈&토픽-문화예술 창작 지원에 대한 정부의 외압 논란’, 손준현)
지난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논란을 빚은 공연예술센터장과 간부 2명을 직무정지시켰다고 밝혔지만, 향후 ‘정치 검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월호사건과 관련된 작품 활동을 한 예술가들이 내년에 공공지원을 받을 수 없을 거란 생각을 단 한 사람이라도 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이 논란의 가장 큰 폐해다.

[ 표절 ]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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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 온라인 뉴스매체에 실린 소설가 이응준의 글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 미시마 유키오 표절’의 후폭풍은 무척 거셌다. 신 작가와 출판사의 해명은 오히려 대중의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학계 내부의 문제들로 확산됐다. 본지 8월호 ‘테마토크’에서는 20페이지에 걸쳐 ‘예술계 표절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1990년대 이후 제기돼온 표절 논란을 정리하고 다양한 관점의 칼럼들을 배치했다. 최재봉 기자(한겨레신문)는 15년 전 평론가 정문순이 같은 사실을 지적했으나 주류 문단의 ‘침묵의 카르텔’에 의해 묻혀 있다 다시 나타났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는 환경 변화가 사태 확산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고, “신경숙의 문학적 위상이 그사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은경 문학평론가는 신경숙 문학의 신화화 과정에 “문학출판사들의 폐쇄적 문학권력, 출판 상업주의, 스타 시스템, 비평의 위기와 무능”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신경숙의 작가적 능력을 부정하는 등 표절 문제 이외로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문건영 변호사는 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권법과 달리 표절은 “윤리적 개념”이라 “그 행위 자체의 윤리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8월호 p10~13, ‘테마토크-신경숙 표절의 기원과 행로 그리고 파장’, 최재봉 | p14~17, ‘테마토크-표절 논란과 문학계 자정을 위한 논의 방향’, 정은경 | p18~21, ‘테마토크-저작권법을 통해 바라본 표절에 대한 이해’, 문건영)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에도 여파는 계속됐다. 문학권력의 가장 큰 축으로 비판받은 출판사 ‘문학동네’는 20년간 출판사를 이끌었던 강태형 대표이사와 계간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 6명의 퇴진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문학의 대표적 진보 평론가로 꼽히는 <창작과 비평>의 백낙청 편집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유사성을 지닌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이것이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소설가 신경숙의 남편이자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인 문학평론가 남진우 교수는 월간 <현대시학> 11월호 ‘판도라의 상자를 열며-표절에 대한 명상1’ 기고문을 통해 “표절은 문학의 종말이 아니라 시작, 그것도 시작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표절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 젠트리피케이션 ] 도시, 자본, 예술가가 처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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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호 ‘이슈&토픽’에서는 카페이자 예술가들의 프로젝트 공간인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점이 처한 딜레마에 대해 다뤘다. 세간에는 가수 싸이가 소유한 건물의 임차인으로서 싸이와 법적 공방을 벌이는 카페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 얽힌 사정은 훨씬 복잡하다. 최초 임대차 계약을 맺을 당시 재개약을 보장받았으나 6개월 만에 건물주가 바뀌며 이를 보장받지 못하게 됐고, 새 건물주는 ‘재건축’을 전제로 퇴거를 요구했지만 재건축은 진행하지 않은 채 건물을 현재의 건물주(싸이)에게 매각한다. 무조건 ‘나가라’는 현재 건물주의 요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공간에 예술을 움트게 한 이들의 노력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는 문제가 있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다.(10월호 p44~45, ‘이슈&토픽-독립적 미술 전시 공간,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인현우)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영국의 사회학자루스 글래스가 1960년대에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도시의 고소득층이 정체된 도심 주거지역으로 유입돼 지역의 성격이 변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 어려운 단어는 요즘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하고 있으며, 서울에서도 홍대 인근(연남동, 연희동, 망원동 등), 종로 북촌과 서촌, 이태원, 최근에는 성수동까지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는 곳으로 거론된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사례와 같이 도시에서 “문화가 고착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예술진흥법이 아닌 ‘상가임대차보호법’ 같은 부동산 관련법 때문”이다. 3월호 ‘진실혹은대담’에 참여한 김남균 문화기획가(상수동 ‘그문화갤러리’ 대표)는 이러한 맥락에서 ‘맘 편히 장사하고 싶은 상인 모임’을 만들고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개정 운동을 진행해 일부 결실을 보기도 했다.(3월호 p28~33, ‘진실혹은대담-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 진단과 대안 모색’, 김영호, 김남균, 김마스타, 신현준)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는 법 개정과 대중의 정서 변화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흐름과 맞물린 현상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1월호 ‘진실혹은대담-서울의 예술생태 지형도 그리기’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중요하게 논의됐다. 발제를 담당한 지리학자 임동근 교수(서울대학교 지리학과 BK교수)는 도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본, 인구 등의 흐름(이동, ‘플로’)이 필수적이고 같은 맥락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해외에서는 조금 다른 게 있어요. 그들은 집값 파괴공작을 합니다. 노상방뇨, 마약 등 예술가들이 집값을 올렸다는 말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서식지를 엉망으로 만들어요. 그래놓고 자기 코드에 맞는 사람들을 모으죠. (중략)예술가들이 기존 법을 조롱하는 지대 파괴 공작이 결부되면서 젠트리파이어라는 욕을 덜 먹는데…(후략)” 3월 ‘진실혹은대담’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으로 김남균 기획가가 제시한 다음 의견도 비슷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동네에 가게를 차린다면 그 동네에 맞게 가게의 인테리어를 수수하게 꾸밀 필요가 있어요. 건물주 마음에 불필요한 욕심이 생기지 않도록 말입니다. 기존 동네의 생활 중심 생태계를 이루는 문구점, 이발소, 쌀집에는 인테리어랄 게 없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임차료를 방어하며 생태계가 유지되는 부분이 있는데 유독 카페가 들어서면 임차료가 껑충 뛰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해요.”(11월호 p32~37, ‘진실혹은대담-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위원회 열린 토론 ‘서울의 예술생태 지형도 그리기’’, 김준기, 임동근, 김대수, 라도삼, 한성근, 2창수, 박혜숙, 오진이 | 3월호 p28~33, ‘진실혹은대담-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 진단과 대안 모색’, 김영호, 김남균, 김마스타, 신현준)

[ 치유 ] 마음의 처방전이 된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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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화+서울]에서 빈번하게 다룬 테마 중 하나로 ‘치유’를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적인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후 예술계 안팎에서는 상처 깊은 현실을 목도하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깊고 신중하게 다가갔고, 1년 후인 올해 ‘치유로서의 예술’은 더욱 폭넓게 드러났다.
호주의 예술가 제레미 나이덱(Jeremy Neideck)이 연출한 비언어신체극 <Deluge: 물의 기억>은 4월 16일 개막해 1년 전 그날의 비극을 어떻게 기억하고 극복할 수 있을지 위로의 손길을 건넸다. 오직 몸짓과 소리만으로 표현하면서도 ‘물’의 아픈 기억을 불러온 공연은, 막바지에 진도 씻김굿 중 죽은 이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길닦이’를 진행하며 추모와 치유의 의미를 새겼다. 5월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 <푸르른 날에>가 다섯 해째 관객과 만났다. 현대사에서 가장 아프고 무거운 사건을 담으면서도 대중의 호응을 5년째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역사적 상처를 공유한 ‘평범한 개인’의 이야기라는점, 그리고 고선웅 연출 특유의 농담 속에 진정성과 화해의 메시지가 녹아 있다는 점이다. “제가 ‘화해’라는 이야기를 꺼내면 어떤 분들은 제게 이렇게 말해요. ‘아니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뭘 화해해’. 그런데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략) 한(恨)을 대물림할 수는 없어요. 그러기에 30년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으니까요.”(4월호 p20~23, ‘사람과사람-<Deluge: 물의 기억> 연출가 제레미 나이덱’, 이정연 | 5월호 p20~23, ‘사람과사람-연극 <푸르른 날에> 연출가 고선웅’, 이정연)
이어 지난 6월 29일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발생한 지 20년째 되는 날이었다. 2013년 서울문화재단에서 시작한 메모리[人]서울프로젝트는 ‘서울의 아픔’이라는 주제로 지난해부터 삼풍백화점 사건과 관련한 시민의 기억을 수집했고, 이를 올해 구술집(포털사이트 다음(Daum) 뉴스펀딩 사이트에 4. 20~6. 30 콘텐츠 연재)과 전시(<이젠 저도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예요>, 6. 24~7. 5, 시민청) 및 창작판소리 공연(안숙선 소리·오세혁 작 <유월소리>) 등으로 콘텐츠화해 국가적인 재난이 불러온 상처를 환기함으로써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꾀했다. 기억수집가 류진아 씨는 “이 프로젝트가 하나의 이슈로 소비되고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유가족이나 생존자 분들이 좀 더 세상으로 나와 주변 분들에게 편하게 얘기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프로젝트 참여 소감을 전했다.(7월호 p32~37, ‘진실혹은대담-메모리인(人)서울프로젝트‘서울의 아픔, 삼풍백화점’을 말하다’, 오진이, 엄광현, 김주영, 류진아, 임예원 | 8월호 p48~49, ‘이슈&토픽-‘메모리인(人)서울프로젝트’ 창작판소리 <유월소리>’, 김태희)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진 국가적 재난의 그늘 외에도, 속도와 성과의 압박을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현대인이기에 받는 일상적인 스트레스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 지난 2월 시민청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마음약방’ 자판기는 이렇게 일상적으로 조금씩 오래 쌓인 마음의 병에치유의 힌트를 주고자 마련된 프로젝트였다. ‘습관성 만성피로’ ‘의욕상실증’ ‘현실도피증’ 등 재치 넘치는 병명을 자판기에서 선택하면 이철수 화백의 작품 엽서, 조선희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영화 추천 등이 담긴 문화예술 처방 키트가 단돈 500원에 제공된다. KBS 2TV <발칙한 사물 이야기, 다빈치노트>에도 소개된 마음약방 자판기는 시민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현재 ‘청년세대의 증상’에 포커싱한 ‘마음약방 시즌 2’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4월호 p52~53, ‘공간, 공감-500원의 처방전, 마음을 치유하다’, 이규승)

[ 생존 ] 예술을 하면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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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예술을 공공재라 말한다. 예술이 공공재인지, 가치재인지, 아니면 사적 재화인지는 각각의 입장에 따라 다른 논리를 펼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연극판을 놓고 보면, 더 이상 시장의 가격 원리가 적용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예술이 공공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올한 해는 연극에 관한 사회적 이슈가 계속해서 터져나왔는데, 소극장의 상징이던 ‘대학로 극장의 폐관’과 연극계 최대 행사인 ‘서울연극제 파행’ 소식은 연극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사건으로 기록됐다. 본지 9월호 ‘테마토크’에서는 ‘2015년 서울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연극 생태계 종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았다. 유인수 극단 연우무대 대표는 “올해가 더 힘들어서가 아니라, 계속 힘들었던 게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많은 분이 못 버티고 대학로를 떠났다”는 현장 분위기를 전했고, 장우재 연출가는 “왜 연극을 하는가의 문제와 ‘생존으로서의 연극’의 갭이 너무 벌어져”있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김용준 배우는 “현장에서 느끼는 연극계의 진짜 위기는 정신적인 빈곤, 철학의 부재, 담론의 부재”라는, 김소연 평론가는 “연극의 공공적 가치로 설득하지 않으면, 공공의 연극 지원은 결국 ‘구휼’을 벗어날 수 없다”는 뼈아픈 성찰을 전했다.(5월호 p40~43, ‘이슈&토픽-잇따른 대학로 소극장 폐관과 연극생태계 위기’, 장지영 | 6월호 p40~41, ‘이슈&토픽-바람 잘 날 없었던 제36회 서울연극제’, 이윤정 | 9월호 p4~21, ‘테마토크-2015년 서울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 이규석, 김소연, 조만수, 손준현)
지난 6월, 지병 및 생활고로 인한 연극배우들의 잇따른 죽음은 예술인들의 ‘생존(살아 있음, 또는 살아남음)’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예술인복지법의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8월호 ‘진실혹은대담’ 에서는 예술 현장에서 바라본 예술인복지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12년부터 예술인복지법 개정운동을 해온 나도원 예술인소셜유니온 공동위원장은 예술인복지법이 “예술가들의 죽음을 먹고 자란 법”이라며, “처음 제안된 법안에서 근로자 의제가 삭제돼 고용보험,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 등 예술인복지법의 취지에 해당하는 내용이 담기지 못하고, 수혜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황승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에서 특별하게 언급하는 직업군이 농민, 근로자, 예술가, 과학자인데, 법학자들은 헌법이 이런 직업의 사람들을 특별히 보장하고 있다는 해석에는 반발한다”며, 이는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개념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므로, 예술인을 위한 독특한 제도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임선빈 서울연극협회 사무국장은 “대다수의 시민은 예술 활동을 사적 취미활동으로 보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장르안에서의 결과물을 왜 국가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부정적 반응”도 많다며, “예술가에 대한, 직업군에 대한 정확한 법률적 해석이 인식 개선에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8월호 p34~39, ‘진실혹은대담-예술인복지법, 법과 현실의 괴리’, 이동연, 나도원, 임선빈, 황승흠)

[ 주목한 인물 ] 임흥순, 조성진, 천경자… 쾌거와 논란이 엇갈린 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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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 표절 논란, 문화예술계 전반에 드리운 검열의 그림자, 생활고로 인한 예술인의 죽음 등 잇따라 전해지는 무거운 소식에 문화예술계가 다소 침체된 한 해지만, 오랜 시간 자신의 길을 견지한 끝에 쾌거를 이룬 예술가의 소식도 있었다. 지난 5월 개막한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2015. 5. 9~11. 22)에서 임흥순 작가가 다큐멘터리 <위로공단>으로 은사자상을 수상한 것은 대표적 ‘사건’.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본전시 수상은 그가 한국 최초인 데다, 은사자상이 35세 이하의 작가에게 주어져온 관례를 깨고, 미술이 아닌 ‘영화’ 작품으로 수상했기에 ‘파격적 쾌거’라고 할 만했다. 8월호 ‘사람과사람’ 코너에서 만난 임흥순 작가는 “내 영화를 보고 돌아간 사람들이 각자의 장르와 소속된 기관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주제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천예술공장 2기 입주작가인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 이주, 도시, 공동체 등의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작품을 만들어왔고 금천구 지역 주민을 모아 ‘금천미세스’를 결성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현재 아시아에서 일어난 전쟁을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작품 <환생>을 준비 중이며, 과천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전시 <아티스트 파일 2015: 동행>(~2016. 2. 14)에서는 제주도 4·3사건을 다룬 첫 개봉작 <비념>(2012)을 전시로 만나볼 수 있다.(8월호 p24~27, ‘사람과사람-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한 <위로공단> 임흥순 작가’, 이준걸)
올해 또 하나의 쾌거는 단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이다. 10월에 낭보가 전해진 후 발매된 조성진의 <2015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 앨범> 5만장은 발매 5일 만에 매진됐고 내년 2월에 예정된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 티켓 역시 50분 만에 매진되는 등 이른바 ‘조성진 열풍’이 일고 있다. 갑작스러운 열풍과는 별개로, 콩쿠르의 경쟁 시스템에 대해 신지수 음악평론가는 “아무리 개성 강한 음악가일지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테크닉을 갖춰야 한다” 점에서 경쟁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테크닉의 발전이 연주의 획일화를 낳은 듯한 모양새”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12월호 p68~69, ‘신지수의 음악 정원으로-음악 콩쿠르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느끼는 딜레마’, 신지수)
미술계에서는 천경자 화백이 지난 8월 타계했다는 소식이 가족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0월 3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추도식이 진행됐으나, <미인도>의 위작논란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었던 정준모(미술평론가)와 유족 측이 엇갈린 의견으로 맞선 상황에 대해 김아미 기자(헤럴드경제)는 “고 천경자 화백이 남긴 작품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그의 미술사적 가치를 연구하고 이론화하는 작업”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12월호 p44~45, ‘이슈&토픽-천경자 화백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란’, 김아미)

[ 문화예술계 새로운 흐름 ] 매체 다변화한 문화, 거리로 보폭을 넓힌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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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감지된 문화예술계 변화의 양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매체 다변화’다. 몇 년 사이 사회 변화의 큰 흐름을 주도한 스마트폰 및 모바일 혁명으로부터 문화예술계 역시 영향 받으면서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화 콘텐츠를 유통하는 주된 창구가 ‘웹’과 ‘모바일’로 확장되었고 이에 따라 웹드라마, 웹소설, 웹툰 등 ‘웹 전용 콘텐츠’가 각광받으며 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공연예술계의 확장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개관은 한국의 컨템퍼러리 서커스와 거리예술의 지평을 한 뼘 더 넓힐 기회로 주목받았다.
매체 다변화와 관련해 올해 [문화+서울] 지면을 통해 비교적 빈번하게 언급된 분야는 출판·문학계이다. 매체 다변화를 포함한 출판계 지각변동, 웹소설 시장 성장과 출판문학의 관계를 살피며 변화 양상을 전하고, 11월 ‘이슈&토픽’ 지면에서는 분야를 넓혀 ‘웹 전용 콘텐츠의 문화적 영역 확장’을 다뤘다. 이들 기사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은 공존이다. 새로 떠오르는 시장이 있으면 저무는 시장이 있기 마련이지만 웹 콘텐츠의 등장이 극장을 직접 찾는 관람행위나 종이책의 물성을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현미 기자(문화일보)는 출판계 지각변동에 대해 “책이 압도적 우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한 인간이 홀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 지식을 자기화하고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책만 한 매체는 없다”며 핵심 문제는 “출판계 각 주자들이 산적한 난제 속에 ‘책의 가치를 얼마만큼 지켜내느냐’”라고 진단했다. 짧고 재미 위주인 웹 콘텐츠의 인기로 인해 문학 전반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4월호 ‘이슈&토픽’에서 인용한 이두행 카카오페이지 서비스 총괄의 말이 주목할 만하다. “웹소설은 소설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장르고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독자들이 취향에 따라 소설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11월호 ‘이슈&토픽-웹 전용 콘텐츠의 문화적 영역 확장’에서 염희진기자(동아일보)는 “<신서유기>처럼 많은 사람이 찾아보고 그에 걸맞은 영향력을 갖는 콘텐츠에 최소한의 여과장치가 없다”는 점을 들어 콘텐츠의 상업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함을 지적했다.(1월호 p42~43, ‘이슈&토픽-위태로운 책의 운명, 출판계 지각변동을 건너는 길’, 최현미 | 4월호 p44~47, ‘이슈&토픽-웹소설 시장의 성장, 콘텐츠 가치와 출판문학과의 관계 엿보기’, 김관용 | 11월호 p44~45, ‘이슈&토픽-웹 전용 콘텐츠의 문화적 영역 확장’, 염희진)
모바일 혁명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2월호 ‘이슈&토픽’에서는 당시 찬반 논란의 중심에 있던 ‘우버택시’ 논쟁을 다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 ‘우버’는 택시가 부족한 지역에서 잉여 차량을 공유하고자 하는 일종의 ‘공유경제’ 개념으로 출발했지만, 한국에서는 불법성이 제기돼 현재는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박민우 청강문화산업대교수는 글에서 “우버 논쟁 때문에 공유경제 고유의 가치까지 훼손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기존 택시 서비스 개선과 공유경제의 유용성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한 뒤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2월호 p42~43, ‘이슈&토픽-스마트폰 택시호출 서비스 ‘우버’ 논쟁’, 박민우)
많은 것이 모바일 세계로 통합되는 사이, 4월 서울거리 예술창작센터의 개관은 극장 밖으로 나온 예술이 보폭을 점점 넓힐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한국의 컨템퍼러리 서커스 발전의 전초기지로서 전문가 양성사업과 시민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개최된 서커스 학술 프로그램에서 아시아나우(AsiaNow)의 최석규 프로듀서는 “서커스에는 커뮤니티와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회적 기능이 있다”며 서커스 예술의 필요성을 제시했다.(5월호 p4~19, ‘테마토크-서커스와 거리예술, 제2막이 열린다’, 조선희, 조동희, 최석규, 마이크핀치, 유은주 | 6월호 p48~49, ‘공간, 공감-서커스 학술프로그램 참관기’, 이아림)문화+서울

글 이정연, 이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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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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