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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상담소

11월호

별자리 운세도 신통치 않을 때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립니다
“똑똑똑… 여기가 ‘예술적 상담소’ 맞나요?”
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온라인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립니다.
서울문화재단 페이스북 탭에서 예술적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답니다.
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문화+서울]을 1년 동안 보내드립니다.

예술적 상담소 관련 이미지

예술적 상담소 관련 이미지

은퇴한 60대 남자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 있을까요?

아버지가 올해 12월이면 30년 넘게 일한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하십니다. 몇 십 년을 출퇴근하며 규칙적으로 바쁘게 지내셨는데, 퇴직 후 갑자기 시간 여유가 생기면 우울하고 쓸쓸해하시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평소 산책이나 신문과 책 읽기를 좋아하시지만 딱히 특별한 취미는 없으세요. 새로운 취미를 만들면 좀 더 즐겁고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은퇴 후 여유롭고 즐겁게 생활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60대 남자가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 있을까요?

예술적 상담소 관련 이미지

50+, 인생을 다시 디자인하다

30년 넘게 가족을 위해 옆도 뒤도, 무엇보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살아오신 아버님께 먼저 “그동안 너무나 애쓰셨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례자분의 질문을 읽으며, 일을 안 하면 너무 이상할 것 같다며 여전히 쉬시지 못하는 친정어머니가 생각나 많이 공감됩니다. 이제 좀 즐기며 사시라고 그럴 자격 충분하다고 말씀드리지만, 노는 것도 쉬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으신가 봐요.
예전에는 60세쯤 되면 적당한 취미생활과 소일거리로 노후를 보내도 되었지만, 지금의 50+세대(만 50~64세)는 소위 ‘100세 혁명’이라는 인류 최초의 새로운 인생주기를 맞는 분들입니다. 축구 경기로 치면 이제 전반전을 뛰었고 동일한 시간의 후반전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거죠.
제가 일하고 있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서울50+세대를 위한 지원기관이다 보니, 아버님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막연하게 불안하고,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을 만큼 젊은데 일거리는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 마음 편히 갈 곳이 없다는 공통된 고민을 토로합니다. 은평구와 마포구에 위치한 50플러스캠퍼스 프로그램 중 <50+인생학교>가 가장 인기 있는 이유도 이런 어른들의 고민이 묻어난 것이겠죠. 가정에서, 사회에서 무거운 책임감 속에 미처 돌보지 못한 스스로를 챙기고 온전히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이 이즈음 반드시 필요합니다.
갑자기 달라진 일상을 만나는 경우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합니다. 내 손으로 밥을 짓고, 비서나 부하직원들이 해주던 일들을 스스로 해야 환영받는 존재가 되겠죠. 익숙했던 삶의 패턴을 바꾸거나 새로운 활동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쩌면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서글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한 복잡한 마음들이 교차하는데, 이 시기를 동년배와 나누는 것만으로 크게 위로가 된다고 해요.

어제와 달라진 삶, 그래서 더 재미있다

취미활동도 혼자보다는 함께 돕고 격려하는 환경 속에서 관심 있는 활동들을 경험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남성분들의 경우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후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은데, 위에서 말씀드린 50플러스캠퍼스에 오시면 동년배 친구의 커뮤니티를 만날 수 있습니다. 50+세대가 자율적으로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커뮤니티가 230여 개가 넘고, 취미생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간의 경험들을 나누고 전환하여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 다양한 활동들을 청년 못지않은 열정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친구들과 함께 활동하고 고민을 나누고 격려받다 보면 생활에 활기도 생기고 보다 적극적으로 취미를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나라 아저씨들에게 마음껏 놀아보라고 하면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모른다. 등산하고 술 마시는 것이 전부인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잘 노는 인간 ‘호모 루덴스’에 관심이 많은 한 분은 춤을 좋아하는 동년배들과 루덴스협동조합을 만들어 다양한 공연과 활동으로 새로운 50+ 문화 만들기에 열심입니다. 사진을 배우는 분들은 취미를 넘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는 봉사활동도 합니다. 그동안은 밥벌이를 위해 사람들을 만났다면, 이제는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친구들을 새로 만나게 되었다고도 말합니다.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행복과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한다며 꿈꾸듯 눈을 반짝입니다. 50플러스캠퍼스에서 만나는 지금 서울의 50+세대들의 모습입니다.
아버님 혼자 조용히 사색하며 산책하고 책을 보며 여유 있게 즐기는 삶도 충분히 의미 있지만, 그동안 찾지 못한(?) 또는 잊고 있던 내 안의 꿈과 열정을 다시금 되살리는 중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꿈이 있는 한 늙지 않는다.” 우리나라 모든 아버지들의 두근두근한 삶을 응원합니다.

답변 이민정_ 서울시50플러스재단 홍보협력실장으로 재직 중이며, 인생 전환기의 꿈꾸는 젊은 어른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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