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나날이 선명해지는 고전음악의 기둥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의 작품 중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곡은 <아베 마리아>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전주곡과 푸가 1번 C장조 중에서 전주곡의 앞부분을 편곡해서 작곡했다. 구노는 바흐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만약 모든 음악이 사라져도 그의 음악만 있다면 다시 재건할 수 있다.” 베토벤·드뷔시·말러도 존경을 아끼지 않았으며, 어떤 음악가보다 포괄적 세계를 구축한 거장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세계로 떠나본다.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앞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동상 ⓒYair Haklai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1685년 3월 요한 암브 로지우스의 막내아들로 튀링겐주의 아이제나흐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거리의 악사인 아버지에게서 바이올린을, 큰 아버지한테서 오르간을 배웠다. 9세에 양친을 잃은 바흐는 파헬벨의 제자인 맏형 요한 크리스 토프 바흐와 함께 오르도르프시로 옮겨 살며 본격적으로 작곡 기초를 배웠다.
18세에 학교를 졸업한 바흐는 1703년 4월부터 바이마르 궁정 악단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일하다가 그해 8월 아른슈타트 교회의 오르가니스트가 됐다. 이때가 바흐가 오르간의 연주와 작곡에서 개성적 양식의 기초를 굳힌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그를 감독하는 성직회의와 자주 충돌했으므로 새로운 직장을 찾아 독일 뮐하우젠으로 갔다. 뮐하우젠에서는 교회 오르가니스트로서 활약하는 한편 교회 칸타타의 작곡에도 힘을 기울여 칸타타 71번·131번·106번 등 초기 명작을 작곡했다.
바흐는 한때 악사로 일하던 바이마르로 돌아갔다. 이제 젊은 대가가 된 그는 바이마르 궁정 예배당의 오르가니스트가 됐다. 이때를 바흐의 바이마르 시대(1708~1717)라 한다. ‘오르간곡의 시대’이기도 하다. 바흐의 이름은 훌륭한 오르간 연주자로서 독일에 알려졌다. 1714년에는 궁정악단의 악장이 돼, 매달 한 곡씩 뛰어난 교회 칸타타를 작곡했다. 바이마르 궁정에서는 당시 새로운 음악인 비발디 등의 협주곡이 즐겨 연주됐다. 이탈리아 협주곡의 형식과 기법은 이후 바흐의 작풍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1717년 8월 바흐는 쾨텐 궁정에 악장으로 취임했고, 1723년 라이프치히로 옮겨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합창장)에 선출됐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간 이곳에 머무르며 교회음악의 최고 책임자로서, 또 사실상의 라이프치히 음악감독으로서 활동을 계속했다. 이 시기 만든 걸작은 <마태 수난곡> <B단조 미사>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와 약 160곡의 교회 칸타타 등 교회성악곡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은 라이프치히 시대 초기 수년에 걸쳐 작곡됐다고 한다. 바흐는 시의 당국자나 교회의 책임자와 자주 충돌했고 교회음악의 일에 점점 열의를 잃어갔다. 1724년 이후, 교회음악 창작은 급격히 줄고, 그 대신에 세속 칸타타나 세속적 기악곡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또한 1736년경부터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해, 이전에 작곡한 것을 고치기도 하고 몇 편의 작품을 곡집 형태로 정리해 적극적으로 출판했다. 건반악기를 위한 <파르티타> <이탈리아 협주곡>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이 그 예다. 1747년 5월, 바흐는 포츠담의 궁정으로 프리드리히 대왕을 방문하고, 왕이 제출한 주제를 바탕으로 즉흥연주의 묘기를 보였다. 이것을 동기 삼아 작곡한 음악이 대왕에게 헌정한 <음악의 헌정>이다. 그리고 최후의 대작 <푸가의 기법> 작곡이 진행됐으나, 1749년 5월 뇌내출혈로 졸도한 바흐는 시력을 잃어 <푸가의 기법>을 완성하지 못한 채 1750년 7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바흐 사후 연주되지 않았던 <마태 수난곡>을 재 조명해 무대에 올린 인물은 멘델스존이다. 20세기 이후에는 원전 연주의 발달로 바흐 작품의 연주에 여러 방법론이 시도됐고, 기존의 낭만주의적 해석의 반대급부로서 흥미로운 연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미뉴에트를 원작으로 한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 가 영화 <접속>에서 인기를 끌기도 하고, 자크 루시에 트리오는 바흐 작품을 아름다운 재즈로 연주해 사랑받았다. 언제 어디서 연주해도 생생함을 잃지 않는 바흐의 음악은 현재진행형이다. 바흐 연주법에 대한 연구가 집적되면서 2000년 대 이후 훌륭한 해석의 연주가 음반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래된 작곡가 바흐가 또 얼마나 새로운 모습을 하고 우리 곁에 다가올지 기대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바흐라는 음악의 기둥은 늘 듬직하게 서 있었지만, 거기에 새겨진 문양은 나날이 선명해진다.
글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