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와우북페스티벌 포스터.
2 잔다리페스타 포스터.
‘취향의 시대’. 올해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슬로건이다. 사람은 저마다 취향이 있고, 그 취향에 맞는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려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10월 3~7일 열린 책의 축제에서 갖가지 책들은 물론 다양한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 이뤄졌다. 서로 다른 취향의 교차와 어울림. 우리에게 축제가 필요한 이유다.
새로운 취향을 생산하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 개막식을 마치고 곧바로 다른 축제의 장으로 향했다. 같은 지역에서 잔다리페스타가 열리고 있었다. 10월 4~7일 홍대 앞 일대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인디 음악 축제다. 먼저 KT&G 상상마당에 가니 영국 밴드 카르코서(Karkosa)가 공연하고 있었다. 내게는 이름조차 낯선 무명 인디 밴드인데도 제법 많은 국내 팬들이 몰려들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들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팬이 됐다고 했다. 취향의 시대에 물리적 거리 따윈 문제가 되지 않는다.
롤링홀에선 벨기에 밴드 토트(THOT)가, 무브홀에선 헝가리 밴드 몽구즈 앤드 더 마그넷(Mongooz and the Magnet)이 연주하고 있었다. 국내에선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의 음악이었다. 공연을 본 누군가는 새로운 취향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클럽 FF에선 국내 밴드 ABTB가 공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조금 전 서울와우북페스티벌 개막식에서 공연했던 박근홍이 몸담고 있는 밴드다. 개막식에서 어쿠스틱 공연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화끈한 사운드를 토해냈다.
잔다리페스타는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2012년 음악 기획자 공윤영 씨가 주변 음악계 사람들과 함께 막을 올린 게 시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기관이 우리 음악인의 해외 진출을 직접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외국 음악산업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꾸준히 불러들여 우리 음악인들과의 접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을 저질렀다. 잔다리는 서교동에 있던 작은 다리의 옛 이름이다. 자신만의 음악을 지키며 고군분투하는 인디 음악인들과음악 기획자, 대중 사이의 가교가 되겠다는 뜻에서 축제 이름으로 삼았다.
올해는 록, 펑크, 얼터너티브,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국내 밴드 63팀과 영국, 프랑스, 헝가리,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외국 밴드 43팀이 공연을 펼쳤다. 여느 축제와 달리 이들은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이고 세일즈하는 ‘쇼케이스’ 무대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온 밴드들은 항공료와 숙박비까지 스스로 부담했다. 그런데도 이 무대에 서기 위해 402팀이나 지원했고, 주최 측은 106팀을 최종 선정했다. 반면 외국 음악산업 관계자들을 초청한 경우에는 항공료와 숙박비를 대주었다. 그래야 직접 와서 이곳 밴드들의 음악을 접하고 향후 계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잔다리페스타는 단순히 놀고 끝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로 연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취향의 음악을 생산하는 인디 음악인들의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서다. 올해 잔다리페스타 슬로건을 ‘노는 것도 실력이다. 즐기면 일이 된다’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고민과 노력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축제를 통해 잠비나이, 이디오테잎, 세이수미, 피해의식, DTSQ 등 국내 밴드들이 해외 진출 기회를 얻었다. 올해는 외국 음악산업 관계자들의 국내 밴드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지난해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고 한다.
3~5 잔다리페스타 공연 모습.
축제가 필요해
올해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서울시, 마포구, 서울문화재단 등의 후원을 받아 진행했다. 반면 올해 잔다리페스타는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 2016년과 2017년 서울문화재단의 축제지원사업에 선정돼 재정지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시민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했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연지원사업에 선정됐지만, 올해는 탈락했다. 결국 올해 축제는 1억 원가량의 빚을 남겼다. 잔다리컬처컴퍼니의 공윤영 대표와 이수정 사무국장은 다른 일을 하며 그 빚을 갚아야 할 처지다.
비 오는 홍대 앞에서, 서울와우북페스티벌과 잔다리페스타가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다른 취향을 존중하고 나누는 축제가 쉬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나만의 것은 아니길 바란다.
- 글 서정민 한겨레 기자
- 사진 제공 잔다리페스타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