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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사진·미술을 위한 대안공간 ‘SPACE22’ 가장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하다
2013년 12월 강남역의 한 빌딩 22층에 오픈한 대안공간 ‘SPACE22’는 공간 설립에 뜻을 모은 이들의, 오로지 예술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자리잡은 공간이다. 영리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작가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이곳은 이제 작가와 작품의 힘으로 사진·미술계에 회자되고 있다.

스페이스22의 내부 전경.

취재를 위해 ‘SPACE22’(스페이스22)를 방문했을 때 진행되고 있던 전시는 주도양 작가의 사진전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작업에 집중하는 법>이었다. 공간 입구에서는 작가가 직접 펴낸 소책자도 판매하고 있었다.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는 강남역 1번 출구 바로 옆에 위치한 미진프라자 빌딩 22층에 있다. 모두가 ‘금싸라기 땅’이라고 혀를 내두를 만한, 대충 어림잡아도 월세가 한 달에 수백만 원은족히 돼 보이는 위치의 공간에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작업에 집중하는 법’이라는 전시 제목은 사뭇 아이러니해 보였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것이 아이러니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중진 예술가가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금까지 스페이스22를 거쳐간 작품들을 대강 살펴보면 이렇다. <사진관 시대의 초상사진, 초상의 민주화를 열다>(사진아카이브 연구소 소장 사진, 2014년 8월), <창신동 이야기>(엄상빈, 2015년 1월), <바람의 풍경, 제주 천구백팔십>(이갑철, 2015년 4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응답>(이영욱, 2015년 8월) 등. 이들 사이를 관통하는 뚜렷한 공통점이나 경향을 찾기란 일면 쉽지 않아 보인다. 기획전에 초대되는 작가와 작품의 기준에 대해 스페이스22의 이은숙 실장은 ‘중진 작가를 지원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 하시는 분들이 작업을 하면 할수록 생활은 힘들어지고 있어요. 40대 정도 되면 아이도 크고 생활비는 늘어나서 작업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중진 작가들을 먼저 지원한다는게 가장 중요한 기준이에요.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뒷받침하는 곳이 드물거든요.”
예술의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작품 활동으로만 생계를 꾸리는 전업 작가들의 삶이 녹록지 않다는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전업 작가의 수가 확연히 줄어든다는 것에는 온전히 작업에만 전념할 수 없는 현실이 반영돼 있을 것이다. 사진계 역시 마찬가지다. 회화와 달리 복제가 쉽다는점, 성능이 우수한 디지털카메라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모바일 기기의 카메라 기능이 현저히 발달하면서 전 국민이 포토그래퍼화할 정도로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도 사진을 예술 작품으로 인식하지 않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타계해보자는 데 중지가 모여 탄생한 공간이 바로 스페이스22다. 강남역 한복판에 비영리 공간이 들어선 비현실적인 사연은 예술가의 현실에 대한 공감대 덕분이었다.
“저를 포함해 대표님, 관장님은 같이 사진을 하면서 만난 분들이에요. 좀 더 문화적인 활동도 할 수 있고 사진계에 도움이 되는 즐거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데 생각이 모인 차에 대표님이 이 건물의 최대주주였고, 마침 22층이 비어 있어 여기서 문화사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건물의 다른 주주들 십여 명을 설득했어요. 그게 1년 정도 걸렸을 거예요.”
22층 전체를 사진 전시를 비롯한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 건축하는 데 든 공사비도 건물주 측에서 부담했고 상당한 액수로 짐작되는 보증금 및 월 임대료도 없다. 그래도 전기요금, 관리비 등 최소한의 운영비가 들어가니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좀 더 의미 있을까 고심한 끝에, 뜻이 맞는 이들 15명이 모여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는 ‘운영위원 체제’로 가기로 했다. 이 공간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대안공간’이라는 수식과 ‘강남’이라는 위치적 특성이 이질적이라고 의구심을 놓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운영위원들(현재 22명)의 순수한 의지와 십시일반의 노력이 2년 가까이 스페이스22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작가에게 지원 늘리고 대중에 문턱 낮추기

1, 2 스페이스22의 내부 전경. 전시 등 문화활동을 위해 건축가인 윤승준 관장이 설계와 시공을 맡아 새로 지은 공간이다. 3 스페이스22의 운영위원들.1, 2 스페이스22의 내부 전경. 전시 등 문화활동을 위해 건축가인 윤승준 관장이 설계와 시공을 맡아 새로 지은 공간이다.
3 스페이스22의 운영위원들.

스페이스22의 독특한 운영 방식 덕에 이곳에서 기획전을 여는 작가에게 전시를 위해 요구되는 것은 작품뿐이다. 대관료는 물론 작품의 운송, 설치, 철거부터 홍보, 리플릿, 전시 오프닝의 다과까지, 전시에드는 비용은 모두 스페이스22에서 부담한다. 이은숙 실장은 전시 오프닝 행사 때 운영위원들이 모여 손수 음식을 준비하는데, 그런 작은 부분에서 공간을 꾸려가는 이들의 노력이 전해지는 덕에 작가들이 많이 고마워한다고 귀띔한다. 또한 컬렉터가 작품 구입을 문의하면 일반 갤러리에서 작품 판매 가격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과 달리, 스페이스22는 중간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작가와 컬렉터를 직접 연결해준다. 대관도 하지 않는 등 이곳에서 영리적인 활동은 전혀 없다. 온전히 작가와 작품을 위한 공간인 셈이다.
사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일은 스페이스22 자체의 특징이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즉 이곳에서 소개하는 작가와 작품이 인정받으며 공간의 자생력을 방증하는 단계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개관 후 성실하게 꾸려온 기획전에 더해, 2016년에는 사진 작업을 위주로 하는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접수, 심사해 전시부터 도록 발행까지 모든 비용을 지원하는 ‘포트폴리오 오픈콜’도 진행한다. 물론 작가에게 훌륭한 공간인 만큼 대중도 문턱 없이 드나드는 공간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대중이 갤러리에 발을 들여놓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인사동에도 많은 갤러리가 있지만 굳이 들어가보지 않으니까요. 사람들이 전시장을 더 편하게 찾도록 심리적인 문턱을 낮추는 방법을 늘 고민합니다. 그저 편하게 놀러 오시면 좋겠어요. 여긴 맛있는 커피도 500원이거든요(웃음).” 문화+서울

글 이아림
사진 제공 SPACE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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