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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달라진 위상과 시대 변화,
세계 음악축제의 얼굴이 된 K-팝

“4년 전 코첼라에 초청받았는데, 이번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악 축제에 헤드라이너로 서게 됐어요.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블랙핑크 로제)
지난 4월 15일과 22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국 최대 음악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12만 5천 명 관객과 만나는 대형 축제 무대에서 검정과 분홍 의상을 입은 블랙핑크가 등장했다. 지난해 발매한 정규 2집 수록곡 ‘핑크 베놈Pink Venom’으로 무대의 포문을 연 블랙핑크는 한국의 미와 K-팝의 화려함을 아우른 무대를 선보였다. 블랙핑크의 이날 무대는 ‘백인 헤드라이너’가 등장하지 않은 최초의 코첼라 무대라는 새 역사를 썼다.
3세대 블랙핑크를 필두로 4세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스파·뉴진스 등 K-팝 그룹이 세계적인 음악축제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는 K-팝이 세계 음악축제에 가장 많이 출연하는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4월 15일 코첼라 현장을 수놓은 드론쇼 ⓒCoachella

축제의 상징이 되다

K-팝 그룹이 줄줄이 세계적인 대중음악 축제에 소환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를 필두로 영미·유럽 등 주류 팝 시장에 침투한 K-팝의 영향력이 커지며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올해는 굵직한 그룹들의 ‘헤드라이너’ 출연도 많다.
블랙핑크는 코첼라에 이어 오는 7월 2일 영국 최고 음악 축제인 하이드 파크 브리티시 서머 타임 페스티벌BST Hyde Park 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출연한다. 올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미국 대형 음악축제의 하나로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Lollapalooza(8월 3~6일)에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렸다. 롤라팔루자에 2년 연속 출연한 K-팝 그룹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처음이다. 이 그룹은 북미 음악축제 진출 1년 만에 메인 공연자로 서게 됐다. 스트레이키즈는 프랑스 파리 롱샴 경마장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파리Lollapalooza Paris(7월 21~23일)에 첫째 날 헤드라이너로 참석한다.
‘헤드라이너’는 그해 축제의 상징 같은 존재다. 그간 코첼라와 롤라팔루자에서 헤드라이너를 장식한 아티스트로 폴 매카트니· 비욘세·에미넴·레이디 가가·콜드플레이 등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대형 팝스타와 10대들의 우상인 빌리 아일리시·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있다. 롤라팔루자 시카고의 올해 라인업엔 빌리 아일리시·켄드릭 라마 등이 포함됐다.
음악축제에선 한 해 라인업을 짤 때 까다로운 요건을 세워두고 헤드라이너를 뽑는다. 팬덤의 크기는 물론 헤드라이너의 음악성, 대중성, 위상까지 아우른다. K-팝 가수들의 강점은 세련된 무대 연출, 화려한 퍼포먼스와 비주얼, 뛰어난 라이브 실력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음악 축제의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미션”이라며, “K-팝 가수들이 10만여 명 앞에 서서 라이브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음악성과 탄탄한 글로벌 팬덤을 바탕으로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에서도 K-팝 그룹을 마다하지 않게 됐다”고 귀띔했다.
블랙핑크가 4년 만에 코첼라 메인 스테이지에 헤드라이너로 선 것은 이들은 물론, K-팝이라는 장르에 대한 북미 지역에서의 위상 변화를 보여준다. 블랙핑크는 발매하는 음반마다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기록을 세우고,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2위에 오른 그룹이다. 이미 K-팝 카테고리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큰 걸그룹’으로 성장한 블랙핑크는 첫날 축제 이후 ‘코첼라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공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영국 IT 매체 ‘테크레이더TechRadar’ 집계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무려 2억 5천만 명의 라이브 시청자를 모았다. ‘LA타임스Los Angeles Times’는 “비욘세가 역사를 쓴 2018년 이후 가장 큰 규모와 기술, 강렬함이었다”고, ‘버라이어티Variety’는 “미국에서 가장 큰 축제의 가장 큰 무대를 정복하는 것은 결코 작은 업적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코첼라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도약을 넘어 ‘메인 스트림’으로

K-팝 그룹은 올 한 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 세계 대중음악의 메인 스트림으로 불리는 음악축제에 초청됐다. 그룹 뉴진스는 롤라팔루자 시카고 공연을 통해 세계적인 음악축제에 데뷔한다. 시카고 축제에 K-팝 걸그룹이 초대받은 것은 뉴진스가 처음이다. 또 일본 서머소닉SUMMER SONIC 라인업(8월 19일)에도 이름을 올렸다. 엔하이픈도 뉴진스와 함께 일본 최대 음악축제 서머소닉 무대에 선다.
에스파도 미국 음악축제에 줄줄이 초청받고 있다. 미국 더 거버너스 볼 뮤직 페스티벌The Governors Ball Music Festival(6월 9~11일)을 시작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골든 게이트 공원에서 열리는 아웃사이드 랜드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Outside Lands Music and Arts Festival(8월 11~13일)에도 출연한다. 두 축제에 K-팝 그룹이 출연하는 것은 에스파가 처음이다. 레드벨벳은 스페인 바르셀로나(6월 1~3일), 마드리드(6월 8~10일)에서 열리는 프리마베라 사운드Primavera Sound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K-팝 가수들의 출연은 팬덤 위주의 음악으로 여겨지던 장르가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음악으로 떠올랐다는 점을 반영한다. 그런 와중에 K-팝은 물론 라틴·일렉트로닉·힙합 등에 대한 소구가 높아지며 팝 음악계에선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하게 됐다. 음악축제에도 이런 경향이 반영돼 라인업의 변화가 나타났고,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추는 과정에서 K-팝이 가장 먼저 소환된 것이다.
특히 K-팝 가수들의 월드투어를 진행하는 라이브네이션·AEG 등의 세계적인 에이전시와 공연 프로모터들이 현지에서의 성과를 확인하며 자신들이 관여하는 페스티벌에 K-팝 가수들을 세우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이어졌다. 굴지의 해외 에이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 팝 밴드와 비교해 출연료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관객 동원력이 보장됐다는 점도 이들의 강점이다.
이런 흐름은 양측 모두에게 윈윈이다. 이 관계자는 “K-팝의 입장에선 다양한 관객들이 모이는 대형 페스티벌 출연을 통해 코어 팬을 넘어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고, 축제 입장에서도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음악 장르의 유입으로 ‘흥행’을 담보할 수 있어 K-팝 아티스트의 메인스트림 진출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4세대 대표 K-팝 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고승희 헤럴드경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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