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으로서, 청년을 위해
청년예술팀 윤동주청년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위해 조성된 곳입니다. 2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충정로역 인근이라 지하철역 출구를 빠져나와 걸어서 3분이 채 걸리지 않는 초역세권을 자랑하지요. 청년예술청은 이런 훌륭한 접근성을 십분 활용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형 공유 오피스와 대관할 수 있는 회의실, 연습실, 그레이룸(발표 공간), 화이트룸(전시 공간)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문화콘텐츠를 전공했어요.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전문적인 기술을 익히기보다 문화와 예술 전반에 대해 두루 배우고 경험했고요. 그래서일까요.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았어요. 광고와 마케팅을 활용해 기업 홍보 업무를 하거나 축제 기획사나 영화 배급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꿈꾸기도 했죠. 하우스매니저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공연 기획자가 돼볼까 생각도 하고요. 그렇게 여러 진로를 두고 방황하다가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팀에서 행정스태프로 근무하게 됐어요. 재단에서 문화예술 행정 업무를 익히면서 이곳이라면 하고 싶은 게 많은 내게 딱 맞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2020년 입사해서 청년예술팀에서 근무하다가, 6월부터 거리예술축제팀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제가 이곳에 합류했을 때는 이미 청년예술청 공간 조성에 관한 콘셉트가 확정된 상태였어요. ‘청년스러움’은 지양하자는 기조였죠. 청년을 위한 공간이라면 흔히 사용되지 않는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미완성 형태의 공간을 떠올리잖아요. 그런 관성적인 인식이 청년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했어요. 오히려 잘 갖춰진, 고급스러운 공간을 만들고자 했고, 실제로 청년예술청을 처음 찾는 분들이 카페형 공유 오피스를 보고 호텔 로비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죠. 공간을 구성하는 작은 것들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를테면 이곳에 들어설 때 맡게 되는 향, 머무르는 동안 듣는 음악, 카페의 식기류나 서재의 책 같은 것들이요. 작은 것 하나하나가 공간의 완성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청년예술청은 공간 운영만 아니라 자체 기획 사업으로 거버넌스, 청년·유망예술지원, 창업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 거버넌스와 올해 새롭게 생겨난 청년예술지원을 담당했고요. 서울청년예술인회의는 청년예술을 둘러싼 제도와 정책에 관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담론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거버넌스예요. 6월 2일까지 신규 구성원을 모집한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합니다. 청년예술지원사업은 올해 원로예술지원과 함께 신설됐는데요. 예술지원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 예술인을 대상으로 ‘첫 작품’의 발표를 지원합니다. 창작지원금 외에 각종 멘토링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고요. 공모 시점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1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40명이 선정돼 작품 발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청년예술인회의는 매년 그해의 활동 결과를 엮어 ‘숨은참조’ 시리즈를 발행하고 있어요. 2022년 이야기를 기록한 『숨은참조: 중요 편지함』에는 다양한 분야의 청년 예술인과 만나 수집한 이야기가 독자의 ‘중요 편지함’에 보관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특히 이번 책에는 신규 기획 사업으로 운영한 ‘미니살롱’과 ‘정책제안’의 배경과 시범 운영 결과도 상세하게 다뤘어요. 부록 ‘첨부파일’에는 함께 사업을 운영하는 구성원의 진솔한 인터뷰를 실었고요. 같이 일하면서도 미처 서로 말하거나 듣지 못한 이야기가 글로 담겨 있죠. 온라인으로 진행한 북토크에서는 책에 소개된 여러 주제를 두고 동료 청년 예술인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원사업을 새롭게 설계하고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레 예술지원 체계와 지원사업의 미래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현재의 지원사업은 공모와 심사, 집행, 정산 과정에서 예술가와 담당자 모두 다소 번거롭거나 어려움을 느끼는 때가 있거든요. 가능한 범위에서 간소화할 수 있는 절차는 없을지, 일부 과정을 대신할 방법은 없을지 자주 생각해요. 이런 주제는 사실 거버넌스 사업을 통해 실험하고 공론화한 주제이기도 한데요. 지원사업 담당자로서 여러 실험과 상상을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또 이 기사가 발행될 시점에는 거리예술축제팀에 근무하게 돼 거리예술이나 서커스도 관심을 갖고 찾아보고 있어요.
저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자주 감명받고, 영감을 얻어요.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대신 느낄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영화 <토리와 로키타>를 보고 다르덴 형제 감독과의 GV에 참여했는데요. 영화도 좋았지만, 두 감독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무척 인상깊었어요. “영화를 포함한 예술이 세상을 바꿀 힘을 갖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영화를 본 관객의 삶은 바꿀 수 있다”는 감독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네요.
글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