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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정영주 배우배우에서 프로듀서로

“막중한 책임감이 주는 스트레스를 즐기고 있어요.”

초연 당시 전 좌석이 매진됐을 뿐 아니라 그해 열린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4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베르나르다 알바>의 정영주 배우가 3년 만의 재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엔 주연으로만 참여했는데 이번엔 주연과 함께 직접 프로듀서까지 맡아 무대 안팎의 살림을 책임졌다. 그때와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배우들이 더블캐스팅이고, 무대디자인과 연출이 크게 바뀌었어요. 독립적이며 재해석이 필요한 부분이죠. 그러나 차별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색깔로 또 다른 <베르나르다 알바>가 만들어지길 고민했어요.”.
1930년대 스페인 한 농가를 배경으로 한 <베르나르다 알바>는 남편의 8년상을 치르면서 다섯 딸에게 극도의 절제를 강요하는 가정을 그렸다. 외부와 단절된 채 진행되는 억압과 통제가 결국엔 파국을 맞는다는 이야기인데, 원작에 등장하는 10명의 여성 캐릭터에 맞춰 10명의 여자 배우만 무대에 오르는 보기드문 시도를 하기도 했다.
“광적인 페미니즘에 속하지 않은 여성들로 이루어진 인간 군상이며, 가족 간의 관계·갈등을 나열한 모녀의 속내가 드러납니다.” 프로듀서를 처음 맡으면서 새롭게 뽑은 배우들의 오디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20여 년간 응시자 위치였는데, 심사하는 곳에 있으니 쉽지 않네요. 하지만 다양한 작품을 본 것이 좋은 경험이 됐죠. 이젠 적재적소에 자리해 줘 든든합니다.” 무엇보다 2021년 정동극장의 첫 작품으로 선정될 만큼 기대를 모았다며, 정영주는 공연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극장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또 코로나를 뚫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이렇게 말했다. “숨은 그림, 다른 그림을 찾아보세요. 초연을 보신 분은 복기의 기쁨을, 처음 보신 분은 심장의 떨림을 느끼길바랍니다.”

정영주는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2020) <베르나르다 알바> (2018) <레베카>(2017) <모차르트!>(2016) 등, 방송 <열여덟의 순간> <황금정원> <열혈사제>(2019) <나의 아저씨>(2018) 등에 참여했다. 제5회 서울 웹페스트 영화제 여우조연상(2019),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2019) 등을 받았다.

김윤정 안무가소통 과잉 속 참 소통 찾기

“이전보다 더 큰 힘을 가졌는데, 우리는 왜 더 행복하지 못할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 무용 부문에 선정된 <그런데 사과는 왜 까먹었습니까?>를 제작한 김윤정 안무가가 이렇게 물었다.
이번에 선정된 무용 작품 대부분이 “가치와 철학을 담은 동시대 담론을 형성하고 오브제를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통점을 가진다. 특히 인간의 행복을 고민하는 김윤정 안무가 는 인류사에서 중대 사건의 소재였던 ‘사과’에 주목했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로 시작해 인류에게 만유인력의 법칙을 일깨워준 과학자 뉴턴의 사과, 신기술의 위력을 선보인 애플의 스마트폰까지. ‘사과’는 태초의 인류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금까지 필요악으로 인식되는 알고리즘으로 상징된다.
“선악과를 베어 물자 낙원에서 쫓겨났고, 과학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신에게서 멀어졌잖아요. 우리는 스마트폰 덕분에 편리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에 지배받고 있지 않나요?”
이처럼 김 씨는 역사·종교·철학 영역을 넘어 인간의 행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를 위해 무대 위에선 스마트폰에 시선이 고정된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든지, 미디어에 동화돼 시선을 뺏긴 채 춤을 춘다든지, 마지막엔 어린아이에서 여자와 노인으로 성장해 세상을 향해 경고장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통해 김 안무가는 관객에게 바라는 점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탈진실’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세상과 너무 쉽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지금, 진짜 소통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고요.”

김윤정은 이화여대 대학원, EDDC 네덜란드 안하임 예술대학을 졸업했다. 독일 NRW 주정부 젊은 예술가 해외 연수 지원자로 선정된 바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Du@> <Inter-View> <심판> <완벽한 사랑> <더 라스트 월> <울프> <문워크> <아인말> <미팅유> <베케트의 방> <닻을 내리다> 등이 있다. 수상 경력은 해외무용가상(200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2006), 몸지 ‘무용예술상 작품상’(2007), 한국춤비평가협회 작품상(2018)이 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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