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잠원 한강공원 내에 서울웨이브 아트센터가 새롭게 개관했다. 문화예술계의 이목을 끈 이곳은 한강시민공원과 선상을 연결하는 작은 다리와 함께 그 이름과 잘 어울리는 물결무늬의 외관을 드러냈다. 서울웨이브 아트센터는 한남대교와 반포대교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데, 건물 안에서 사방으로 시원하게 난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면 서울을 대표하는 두 랜드마크인 서울N타워와 여의도 63스퀘어(63빌딩)를 아우르는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다. 넓고 투명한 유리창으로 낮에는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고, 해 질 무렵에는 하늘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노을이 내다 보여, 서울과 한강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벌써부터 각광받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서울웨이브 아트센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9년 겨울, 재단이 주최한 ‘서울메세나의 밤’ 행사를 통해서다. 당시 서울웨이브 아트센터는 정식으로 개관하기 전이었음에도 문화예술을 후원하고 기부하는 문화예술 협력자들을 위해 흔쾌히 공간을 제공할 정도로 문화예술에 남다른 뜻을 둔 곳이다. 화이트 내벽을 기본으로 한 100평형(약 311m²) 규모의 가변형 공간인 1층과 300평형(약 992m²) 규모의 2층은, 전시는 물론 공연까지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강의 수면을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3층 옥상은 야외 공간으로, 한강의 선선한 바람과 함께 즐길 만한 각종 소규모 행사나 축제를 개최하기 좋은 공간으로 기대된다.

2, 3 서울웨이브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환상의 에셔전: EX!T-에셔의 방>

개관 기념전 <환상의 에셔전: EX!T-에셔의 방>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2010)에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인지하기 위해 현실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인간의 모습이 등장한다. 서울웨이브 아트센터가 개관을 기념하고자 기획한 전시 <환상의 에셔전: EX!T-에셔의 방>을 감상하면서 영화 <인셉션>을 보던 그때처럼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비롯해 수많은 아티스트와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에게 깊은 영감을 준, 20세기를 대표하는 혁신적인 예술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이번 전시에서는 에셔의 독창적인 작품을 21세기의 기술로 재해석해,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시대에 탈출구를 제시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오는 4월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인 본 전시는 공간의 개관전답게 서울웨이브 아트센터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단순히 ‘관람=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미술에 수학과 과학을 접목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에셔의 작품 세계처럼 VR 전시와 특별 제작된 대형 설치 작품 및 오브제를 통해 그 ‘기하학한’ ‘환영의’ 작품에 들어가 에셔가 보여주는 공간 재창조의 마술을 느낄 수 있게 구성됐다.
당대 수학자들과 과학자들로부터도 큰 주목을 받은 에셔의 작품은 우리의 감성뿐만 아니라 이성에도 기분 좋은 자극을 선사한다. 본 전시에서는 미술과 수학의 접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창의미술, 수학체험전을 함께 운영한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니 관심 있는 학생들과 어른들까지 두루두루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아티스트의 상상력과 다양한 실험의 장으로 개관한 서울웨이브 아트센터는 이후 가족뮤지컬 <닥터 두리틀>과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문화예술계에 서울웨이브 아트센터가 조금씩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