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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3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신문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김선영 아트맵 대표 주변에서 미술 작품 찾기

“신진 작가 작품은 왜 원활하게 판매되지 않을까?”

데이터와 취향을 분석한 알고리즘으로 3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미술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 ‘아트맵’의 김선영 대표가 3년 전 스타트업에 뛰어든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졸업 이후 작가로 활동했지만 미술계에서 젊은 작가가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았단다. 그 때 힘들었던 경험 때문에 지금의 혁신적인 플랫폼을 만들지 않았을까. “중간에 판매 수수료가 붙어서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로 판매할 수 없었죠.” 결국 재고가 쌓이고, 중견 작가에 비해 신진은 성장할 수 있는 확률이 더욱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가 유럽에서 들은 말도 “작가 수준에 비해 한국 시장은 다소 폐쇄적인 블랙마켓”이라는 것. 그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편중이 극심해지는 악순환에 답답함을 느꼈다. 다행인 것은 “7년째 성장하고 있는 미술 시장에서 총 판매액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는 아트마켓이나 옥션을 통한 거래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소장용 미술품 거래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이에 김 대표는 미술관과 갤러리를 가까이 접하고자 하는 일반 관람객에 주목했다. 어떻게 보면 아트맵이 지향하는 것도 “영화 · 도서에 비해 대중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전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시를 찾아보는” 일이다. 그래서 창업 후에 동료들과 전국에 있는 미술 공간을 전수 조사하는 무모한 일을 강행했다. 지금은 당시 고생한 덕분에 2019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전시 공간 2000여 개와 정보 21만 개가 등록됐다.
스타트업에서 주목하는 경영인으로 새로운 길을 나서는 그가 진짜로 원하는 바를 이렇게 고백했다. “대중이 없는 미술 시장은 의미가 없어요. 재테크와 투기 목적이라는 편견에 휩싸인 미술 시장이 실생활로 나와야 해요. 하루에 평균 460개의 전시가 열리는 거 아시나요? 내 주변 미술관을 찾는 것이 건강한 미술 시장을 만드는 지름길이죠.”

김선영은 영남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독일 함부르크 국립조형대학에서 회화와 예술학을 전공했다. 전업작가로 활동하다가 한국화랑협회 갤러리에서 작품 판매, 통역, 세무 등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퍼스널 아트큐레이션 스타트업 아트맵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수상 경력으로 한국문화정보원 문화데이터 경진대회 특별상(2016), 굿 콘텐츠 서비스 앱 · 웹 분야(2019) 등이 있다.

최재훈 영화평론가 평론가와 행정가로서 균형 잡기

“머리와 가슴 사이의 균형이 중요해요.”

지난해 영화계 현장에서 활동한 평론가에게 수여하는 ‘르몽드 평론가상’을 받은 최재훈씨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이미 3년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제37회 영평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그에겐 독특한 이력이 뒤따른다. 서울특별시 산하 공공기관에서 연극 · 음악 · 무용 · 국악 · 전통 · 시각 등 전 장르에 걸쳐 130억 원 규모의 지원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글쓰기의 끈을 놓지 못하고 틈틈이 평론을 해온 것이다. 40대 중반에 늦깎이로 데뷔했지만, 가슴으로 일하는 ‘영화평론’과 머리로 일하는 ‘예술행정’ 사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었던 셈이다. 영평상을 수상한 이후 꾸준한 노력의 결실을 인정받은 것일까. 2019년 12월 16일, 3회째 맞은 르몽드 평론가상 시상식에서 그는 “앞으로 상이라는 걸 다시는 못 탈 줄 알았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공모를 사이에 두고 ‘지원을 하는 일’과 ‘지원을 받는 일’ 사이에 서 있는 최 씨에게 둘의 차이를 물었다. “공공기금을 관리하는 것은 엄격하고 철저해야 하지만 창의적이어야 하는 예술에서는 균형 감각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이것이 평론과 지원에 서로 도움이 되거든요.” 권위 있는 영화평론계에서 인정받기까지 밑바닥에서 차근차근 쌓아 올린 그만의 방식에 남모를 어려움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사실 영화와 이론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요. 이론으로 영화를 읽는 것은 부족하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제 강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머리나 이론이 아니라 마음으로 동시대 영화를 읽어보고 싶어요.” 덧붙여 최 씨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영화를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화를 읽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시에 현장 예술가와 소통할 수 있는 행정 전문가의 일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최재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하고 서울문화재단에서 예술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제37회 영화평론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2019년 제3회 르몽드 영화평론상을 수상했다. 이봄영화제 프로그래머(2018), 서울무용영화제 심사위원장 (2018)으로 활동했으며 공저로 «미국영화감독1» «영화와 관계» «영화와 도시» «유럽영화감독1» 등을 출간했다. [문화+서울]에 영화 칼럼 ‘최재훈의 씨니컬’을 연재하고 있다.

오유경 연출가탐욕에 무너진 가족 얘기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게 될까?”

동시대에 공명하는 울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극 연출가 오유경은 2월 7~1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 <터널구간>(작 이상례)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2014년, 우연한 기회에 사회문제를 가족 안으로 끌어들인 초고를 읽으면서 작품이 시작됐다. 이처럼 <터널구간>은 자본 논리를 무시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물질에 목매는 인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린 장씨 가족 이야기다. 두 자녀의 배우자로 의사와 검사를 사위와 며느리로 삼아 자신이 못 이룬 사회적 욕망을 대신 충족해 주길 원했다. 생존에 불필요한 감정은 철저하게 지워버리는 딸. 부모 문제에서 비롯된 애정 결핍으로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아들. 이들은 최소한의 자아를 상실한 껍데기 증후군의 인간을 나타낸다. 이처럼 물질을 향한 욕망 때문에 괴물이 돼버린 인간의 병적인 광기를 보면서 인간 본능에 경종을 울리게 하는 것이 의도다. 최근 상속 문제로 가족 간 패륜적인 싸움이 낱낱이 공개된 한 재벌 항공사의 소식이 이번 연극의 줄거리와 묘하게 겹쳐 보인다. “검사가 청소부는 될 수 있지만 청소부는 검사가 될 수 없다”는 극중 주인공 대사처럼 연출가는 희생, 믿음, 소망, 배려가 없는 인간의 치부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비극으로 내몰리는 한 가족이 무너지는 과정은 그의 전작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버지의 잘못으로 신에게 딸을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가의 비극>, 세 딸에게 명예 · 희생 · 미모를 강요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무너져가는 <그녀들의 집>처럼 철저히 무너지는 가족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이유는 뭘까. “모든 죄의 시작은 가족에서 나옵니다. 그들이 처한 환경이나 가치관, 교육에서 말이죠. 이것은 개인의 선택뿐 아니라 사회로 이어지기 때문이에요. 가정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오유경은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학사 과정을 졸업했다. 영국 에식스대학교 대학원 영문과에서 드라마 비평으로,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학과에서 각각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제34회 서울연극제 자유참가작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아가멤논가의 비극>(2003), <박제 갈매기>(2004), <서글퍼도 커튼콜>(2012), <그녀들의 집>(2015) 등이 있다. 그룹 동(動) · 시대의 상임 연출가로 활동한다.

미나 유 안무가 모든 인류의 고해성사

“이 시대의 나는 누구인가?”

무용으로 삶의 철학을 표현하는 안무가 미나 유는 2월 19~2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 <바디 락(Body Rock)>을 제작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이화여대 무용과 1회 졸업생인 그는 줄곧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해 왔다. 일흔을 훌쩍 넘긴 연륜만큼 삶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매일 아침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고 말문을 연 그는 지난 날 힘들게 살아온 인류가 저지른 잘못을 되돌아보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단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 던지는 일침이랄까.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자신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고해성사”라고 정의했다.
무대 위 9명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60분간 간결하고 명료한 몸동작을 쉴 틈 없이 발산하듯 보여준다. 무용수들은 저마다 단상에서나 볼 법한 마이크를 쥔 채 격정의 몸동작과 뜻 을 알 수 없는 비명을 반복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지버리시(의미를 알 수 없는 지껄임)죠. 그래도 인간이 겪은 상황에 대한 고민을 담았어요.” 인생에서 튀어나오는 고난과 충돌을 특색 있는 오브제를 활용해 다양한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누구는 무언가에 얽매인 듯 ‘개줄’에 묶여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가지 못하는 ‘바리케이드’가 등장한다.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중동의 히잡까지. 어쩌면 마이크를 통해 “인생이란 정상적인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지는 것일지 모른다. 한국춤비평가상에서 작품상을 받은 <구토>(2017)도 인간의 존재를 다뤘듯 그는 한결같이 인간이 처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고민했다. “바위 · 충돌을 뜻하는 ‘락’은 빠르게 변하는 현재를 반영하죠. 긴박한 상황에 정답은 없을 거예요. 관객에게 이번 공연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미나 유(본명 유정옥)는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했다. 젊은 시절, 미국 뉴욕의 조프리 발레스쿨로 유학을 간 뒤 뉴욕에서 15년간 무용단 활동을 했으며, 이후 유럽에서 활동했다. 귀국 이후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로 있었으며, 국민대 겸임 교수로 활동 중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용창작 산실 우수작품(2015), 제3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무용부문 최우수작(2016), 한국춤비평가상 작품상 (2018) 등을 수상했다.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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