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코로나 시대에 기관을 운영한 소회가 궁금하다.
송시경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본부장, 예술극장장의 대답

A1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예술가·단체에 보조금·교육·아카이빙·시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초 예술계를 지원하고 창작 매개 향유의 유기적인 선순환을 꾀함으로써, 예술의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기관이다. 문학·전시·공연 관련 지원사업 등을 총괄하는 예술창작본부장으로서 2020년과 2021년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술 현장의 극심한 피해를 온통 느끼고 예술의 역할과 예술위의 소명을 다시 한번 뼈아프게 되새겨 보기도 한다. 코로나19는 문화예술계에 아이러니를 던졌다. 하나는 예술 활동이 연기· 축소·취소되면서 예술인·단체의 ‘생존 문제’가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예술이 가진 힘, 즉 본연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예술 활동’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술위는 예술인·단체가 버틸 수 있도록 수월성보다는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고, 빠른 지원과 사업 수행 시 유연성을 둬 대처토록 하며,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예술 활동이 빨리 회복되도록 하는(예: 전시·공연관람료 지원사업 추진) 데에 지원 방향을 뒀다. ① 정보 지원 ② 기부 활성화를 위한 ‘예술나무로 다시, 봄’ 캠페인 전개 ③ 긴급 보조금이나 민간 기부금 모금을 통한 재정 지원 ④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 지원 등을 시행했다. 그럼에도 대처 시기와 방식의 적정성, 운용 시스템의 효율성과 예산의 규모 등 효율·효과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복기하면서 되새기고 있다.

A2일상으로 빠르게 회복함과 더불어 지난 두 해 코로나19 대처 경험도 잘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술 위는 12월 말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 의료진·중소기업인·소상공인·문화예술인·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겪은 애환과 극복 사례를 예술가의 창의적 시선으로 아카이빙하고, 전시와 같은 방식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이를 모티프로 새로운 창·제작을 하는 ‘코로나19, 예술로 기억’과 미디어아트 특별전시, 찾아가는 공연 및 방송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로부터 일상을 회복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치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 그간 경험을 반추해 향후 감염병 뉴 노멀을 대비할 필요도 있다. ‘지원’과 ‘보상’을 구분한 운영, 상당 시일이 걸리는 국회나 지방의회 관련 소정절차 전 일정 한도 예산 긴급 사용 등 관련 정책이나 법·제도 정비를 건의하고, 코로나19를 계기로 초기 보완재에서 이제는 대체재로 나아가는 온라인· 메타버스·NFT 등 제4차 산업형 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을 모색·확장하고 있다.

02 위드 코로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이향순_세종문화회관 문화사업본부장의 대답

A1현장성과 대면 접촉을 기반으로 예술을 선보이는 공연장에 코로나는 너무 큰 시련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은 ‘안전한 방역’과 ‘공연의 지속’을 모두 고려한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했다. 거리두기 기준 변화에 따른 취소 수수료 면제와 전략적 좌석 운영을 유지했고, 비대면 서비스 강화를 위한 ‘전자 문진 시스템’과 무인 검표 ‘스피드 게이트’ 개발, ‘자동 거리두기 예매 시스템’ 등을 도입함으로써 안전한 공연 관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휴관으로 취소 위기에 있던 공연을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중계하는 ‘힘내라 콘서트(힘콘)’를 선보이고, 취소가 빈번한 상황에 맞춰 ‘긴급 공실 대관’ 제도를 신설하며 공연을 지속했다. 그중 2020년 12월에 휴관으로 인해 관객 없는 텅 빈 연말 공연장을 경험한 것이 무엇보다 가장 허탈하고 아쉬웠다.

A2 이제 코로나를 벗어나기보다는 함께 삶을 지속하는 개방적이고 진취적 자세로 세상과 마주해야 한다.
우선, 가장 직접적이고 빠른 공연장의 위드 코로나 대응 방법은 백신 패스를 강화하는 전략이라 생각한다. 백신 패스를 장려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이에 맞춰 거리두기 좌석 완화 방식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세종문화회관은 무엇보다 ‘예술을 대면할 때 맞는 감동’을 다시 환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비대면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대면 예술이 갖는 차별화된 ‘다가서기 프로그램’을 선보여 다시 공연장을 방문하게 함으로 써 대면 예술의 매력을 알릴 것이다.
한편, 문화예술계는 코로나 시대의 경험을 계기로 영상화를 위해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메타버스 공연, 웹뮤지컬, 쇼트폼 공연, 관객 참여형 전시, 체험형 교육 강좌 등으로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남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어놓아야 할 것이라 한다. 특히 온라인 공연은 기존 관객 외에 한 번도 공연을 보지 않던 관객층을 유입할 수 있는 신규 소비자 확충의 기회이기도 하다.
기존의 기준이 허물고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졌다. 열린 마음과 자세로 세상과 마주해, 예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장場을 만드는 것이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는 대응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03 코로나 시대에 기관을 운영한 소회가 궁금하다.
선재규_국립극장 공연기획부장의 대답

A1 암흑의 터널을 지나자 또 다른 터널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하고 2년여의 세월이 흘렀건만 코로나19 확산 양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외줄 타는 심정으로 공연 연습을 진행하고, 객석 한 칸 띄우기 방역 지침을 지키며,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하루하루가 반복됐다.
1950년 6·25전쟁 피난 중에도 국립극장 문은 닫히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그 소중한 전통은 이어진다. 2020년에 일부 공연이 취소 또는 연기되거나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됐지만 극장 문을 폐쇄한 적은 없으며, 2021년 9월 말 기준으로 출연 단원이 코로나 확진 진단을 받은 한 편의 공연을 제외하고는 49편을 무대에 올려 109회 공연에 총 3만여 명의 관객(유료 82%)이 관람했다. 연말까지 남은 15편의 공연도 정상 추진될 전망이다.
2021년 국립극장에는 큰 경사가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48년 된 해오름극장을 4년여간의 전면 개보수 공사를 거쳐 9월 1일 개관했다. 자연음향으로 관현악 공연이 가능하고, 몰입형 입체음향과의 조화를 통해 창극·오페라·무용 등 어떤 장르도 부족함 없이 공연할 수 있게 됐다. 전 좌석의 시각선을 개선하고, 200여 명을 동시 수용하는 분장실을 완비해 관객과 출연자 모두에게 편안한 공연 환경을 제공하도록 힘썼다.
지난 2년은 반反자연을 통해 만들어진 물질문명이 얼마나 큰 재앙으로 돌아오는지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국립극장 역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되돌아봤다. 장애 예술가들과 비장애 예술가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게 됐고, 시간이나 거리상 제약으로 극장에 올 수 없는 분들을 위해 공연 실황을 고품질 영상으로 제작해 영화관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을 운영했다. 어느 특정 지역이나 어느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나와 모두의 국립극장’이 돼야 한다는 큰 변화가 시작됐다.

A2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대면 공연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중 2021년에 시범 운영한 공연 영상화 사업‘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의 성과 분석을 토대로 공연 영상의 품질 개선과 공급망 확대, 유료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한다. 특히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하고 상생할 수 있는 공연 생태계 조성에 주력한다.
그러나 국립극장의 기본 임무는 무대 위의 예술가와 객석의 관객이 함께하는 대면 공연이라 생각한다. 무대는 스튜디오가 아니다. 온라인 공연과 같은 비대면 공연은 대면 공연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공연예술의 특성인 현장성을 지키고, 공연예술 생태계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객의 심성을 보듬고 자연을 경외하는 공연예술의 순기능이 물질문명의 폐해를 치유하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04 위드 코로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박거일_예술의전당 시각예술부장의 대답

A1 2020년 1월 27일,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로 격상했을 때 코로나19 위기는 일시적이고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코로나가 계속된다. 2020년 한 해만 전시 관객 수는 2019년 대비 반토막이 났고, 절반에 가까운 40여 건의 전시가 취소됐다.
예술의전당도 직격탄을 맞았다. 14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직원 급여를 줬다. 더 심각한 곳은 전시기획사다. 많은 전시기획사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대다수 국공립 미술관은 국고로 운영되기 때문에 피해가 덜했지만, 민간 전시기획사는 파산 지경에 내몰렸다. 미술관 관리자 입장에서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해 달라고 전시기획사를 다그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관객이 찾지 않는 미술관의 적막은 쓸쓸하고 가슴 아팠다. 예술의전당은 <청년미술상점>이나 <내일의 예술> <나무, 그림이 되다> 전시를 기획해 관객을 기다렸지만, 확진자 수에 따라 일희일비했다. 소회라고 하면 지난 일을 회상하는 것인데, 사실 여전히 불안하고 미래는 안개 속에 있다.

A2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미술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작품 판매가 때 아닌 호황이며, 디지털 원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체 불가능 토큰NFT’도 성행한다. 혹자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한다.
한편으로 많은 사람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 한다. 랜선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진짜 해외여행을 꿈꾸듯, 미술관에서 친구나 가족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문화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의전당은 코로나19에 의해 변화된 미술 시장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선도하면서도 전통적 미술관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2021년 연말부터 시작되는 전시 <초현실주의 거장들>이나 <모두의 그림책>과 같이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전시부터 어린이와 함께하는 전시까지 다양한 전시가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첨단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내일의 예술> 시즌2도 기획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영상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미술관의 NFT 활용’에 관한 기초 연구도 진행한다.
또, 예술의전당은 청년작가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2020년 시작된 <청년미술상점>이나 <청년작가 특별전>을 비롯해서 ‘청년작가 전시제작 지원’과 같이 기획·전시·유통 전반에서 예술의전당은 청년과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