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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1월호

북한 예술의 장르별 대표 작품
정치 교양, 예술을 창작하다

북한에서 예술은 문학과 긴밀한 연결성을 갖는다. 아니, 북한에서 예술은 문학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북한에서 문화는 곧 ‘문학예술’이다. 문학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문학은 이야기를 만들고, 예술은 그 이야기를 예술적인 수단으로 형상화한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화문학이 있어야 하고,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텔레비죤문학’이 있어야 한다. 노래를 만들어도 1절부터 4절까지의 가사가 이야기로 연결되어야 한다. 연극, 가극은 물론 무용에도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이야기가 없는 예술은 존재할 수 없다.

북한에서 문화는 곧 ‘문학예술’

북한에서 예술적 소재의 기본 원천은 최고지도자와 관련한 것이다. 항일혁명투쟁의 역사, 현지지도는 곧 북한 예술의 창조적 근원이다. 예술적으로 형상할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에 예술적 가치를 몰라보는 것일 뿐이다. 예술가들이 선진적인 정치적 안목을 갖고 예술을 창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치 교양 사업이다.
문학적 원천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단체 중 하나는 ‘4.15문학창작단’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총서 <불멸의 력사>와 <불멸의 향도>가 대표 작품이다. 북한 문학예술의 기본이 되는 수령형상문학의 전형을 제시한 문학 작품들이다.
총서 <불멸의 력사>는 1972년 ‘조선작가동맹중앙위원회 4.15문학창작단 집체작’으로 발표된 <불멸의 력사>를 시작으로 ‘해방 전’ 편과 ‘해방 후’ 편으로 나뉘어 창작되고 있다. 1985년 석윤기의 <봄우뢰> 이후로는 작가의 실명으로 발표된다. 총서 <불멸의 향도>는 1989년 현승걸의 <아침해>를 시작으로 2016년 백남룡의<야전열차>까지 28권 이상이 발간되고 있다.

관련사진

1, 2 백남룡 작가와 그의 중편소설 <벗>, <60년 후>.

3 북한의 예술 부문 혁명사적 관련 자료를 모아 전시해놓은 문화성혁명사적관.

대작을 지향하는 시리즈 영화

북한에서 영화는 예술영화, 기록영화, 과학영화, 아동영화로 구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는 예술영화라고 한다. 영화 유형에 따라 창작단이 별도로 존재한다. 예술영화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와 4.25예술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다.
북한 영화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하나는 시리즈물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민족과 운명>이다. 가요 <내 나라 제일로 좋아>를 창작 소재로 해 제작되는 작품으로 대작을 지향하는 북한 예술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1991년부터 제작에 들어갔는데, 처음에는 10부작으로 기획되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20부에서 50부로 늘어났다. 2002년에 다시 100부작으로 제작이 확장되어 지금도 촬영 중이다. 북한 역사의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보통 3편에서 5편이 하나의 주제를 이룬다. <민족과 운명>의 1부부터 4부까지는 ‘최현덕 편’으로 하나의 완결을 이루고, 다시 ‘최홍희 편’, ‘최덕신 편’, ‘최현 편’, ‘윤이상 편’, ‘이인모 편’, ‘카프작가 편’, ‘노동계급 편’ 등으로 몇 편의 영화가 작은 주제로 묶인다.
<민족과 운명>과 함께 다부작 영화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리즈물로는 <조선의 별>이 있다. <조선의 별>은 김일성의 영원한 동지로 불리는 김혁의 시 <조선의 별>을 모티브로 한다.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까지 김일성의 항일혁명투쟁 역사를 소재로 10부작으로 제작됐다.
시리즈물이 아닌 일반 영화로는 <도라지꽃>을 으뜸으로 꼽는다. 1987년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도라지꽃>은 리춘구를 당대 최고의 영화문학가로, 오미란을 최고 인기 배우로 만들었다.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을 사랑하자는 ‘향토애’가 곧 ‘조국애’라는 주제의식을 담았다. <도라지꽃>은 1987년 제1차 평양영화축전에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시나리오상, 금연기상을 수상했다.
2000년 이후의 영화로는 2006년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한 녀학생의 일기>, 2016년 평양영화축전 수상작 <우리집 이야기>, 북한 최초로 영국, 벨기에와 합작한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가 널리 알려졌다.

관련사진

4 조선예술영화촬영소.

5 <민족과 운명> ‘노동계급 편’의 배우 유원준.

6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제공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혁명가극 <피바다>와 혁명연극 <성황당>,북한의 공연예술

북한의 모든 공연예술은 북한식 혁명가극의 시초이자 출발점인 <피바다>를 모델로 한다. 혁명가극 <피바다>는 주체적인 문예사상과 혁명적인 가극건설에 관한 방침을 그대로 구현한 최고의 작품이자 북한 공연예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김일성이 1936년 8월 만주 만강부락에서 만들었다는 <혈해>가 <피바다>의 원형이라고 주장한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피바다>는 일제의 부조리함을 깨닫고 혁명가로 각성한다는 내용이다. 여러 버전이 있는데, 1969년에 혁명영화로, 1971년에 혁명가극으로, 1973년에는 혁명소설로 만들어졌다. 교향곡 <피바다>, 가요 <피바다>도 있다.
혁명가극 <피바다>를 창조한 ‘북조선가극단’은 1971년 예술단 이름도 ‘피바다가극단’으로 바꾸었다. 1972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김일성 훈장’을 받았다. 이후 북한의 모든 공연예술이 혁명가극 <피바다>의 창작 방식에 따라 음악, 미술, 무대장치를 구성하면서, ‘피바다식 혁명가극’이라는 일반 용어가 생겨났다. <피바다>와 함께 ‘3대 혁명가극’이라고 불리는 <꽃파는 처녀>, <당의 참된 딸>도 ‘피바다식 혁명가극’이다.
북한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은 혁명연극 <성황당>이다. 성황당이 자신의 운명을 지켜준다고 굳게 믿던 복순이 어머니가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많은 어려움이 사실은 황지주의 횡포와 구장의 농간임을 깨닫고, 성황당을 부수는 내용이다.<성황당>은 1970년대 북한 연극계에서 진행된 연극 혁명의 본보기가 된 작품이다. 국립연극단은 1972년 김정일의 지시로 일제 연극의 낡은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혁명연극 창작을 시작했다. 새로운 연극, 혁명연극의 원형은 김일성이 항일혁명투쟁시기에 창작했다는 ‘불후의 고전적 명작’이었다. 마침내 새로운 연극의 전형으로 <성황당>을 창작·공연하면서, 북한식 연극인 ‘성황당식 혁명연극’이 완성되었다. 이후 국립연극단은<성황당>과 함께 5대 혁명연극으로 불리는 <딸에게서 온 편지>, <3인 1당>, <경축대회>, <혈분만국회>를 ‘혁명연극 <성황당>’ 창작 방식으로 무대에 올렸다.
북한에서 무용은 독자적인 작품으로 창작되기도 하지만 혁명가극이나 음악무용극과 같은 공연예술의 한 장면으로 창작되는 경우도 많다. 무용을 창작할 때도 소품으로 창작되고 활용한다.
북한 무용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4대 혁명무용’이 있다. 1971년 만수대예술단에서 창작한 <조국의 진달래>, 1967년 만수대예술단에서 창작한 무용소품 <눈이 내린다>, 1972년 피바다가극단이 창조한 무용소품 <키춤>, 혁명가극 <금강산의 노래>에 들어 있는 <사과풍년>이다. 이외에도 김정일이 조선노동당 창건 30주년 기념 경축 공연작으로 추천했다는 강선제강소 천리마작업반을 모델로 한 무용 <강선의 노을>, 황해도 지방의 민속무용을 소재로 한 국립민족예술단의 <손북춤>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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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4대 혁명무용 중 하나인 <사과풍년>.

8 북한의 전설무용극 <봉선화>.

북한 미술은 조선화로 통한다

북한의 모든 미술은 조선화로 집약된다. 민족적 전통을 지닌 조선화를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며 다른 미술 분야도 조선화를 토대로 발전시키는 것이 북한 미술의 기본이자 발전 원칙이다. 조선화는 선명하고 간결한 화법을 특징으로 한다.
조선화의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는 정영만의 <강선의 저녁노을>, 정관철의 <보천보의 횃불>, 정종여의 <고성인민들의 전선원호> 등이 있다. 최근 작품으로는 선우영의 <금강산>, 김승희의 <봉산탈춤> 등이 손꼽힌다.
대형 조선화 작품으로는 2002년 ‘아리랑축전’에 맞추어 창작된 ‘다부작 연속편 대형 조선화’ <아리랑>이 있다. 만수대창작사 산하 조선화창작단이 제작했는데, ‘수령복 아리랑’과 ‘선군 아리랑’ 등으로 나누어진 주제 아래 여러 편의 그림으로 구성된 대형 조선화이다.
평양 시내를 비롯하여 북한의 주요 혁명전적지와 혁명사적지를 장식하는 기념비적 조각은 최근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역사적인 사적이 깃든 의의 있는 장소나 공공장소에 세워지는 기념비적 조각으로는 <만수대대기념비>, <삼지연대기념비>, <왕재산대기념비>,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 <주체사상탑>, <개선문>, <천리마 동상> 등이 있다.

관련사진

9 2018 광주비엔날레 북한미술전 전시 모습.

10 김승희 <봉산탈춤>.

11 기념비적 조각 주체사상탑.

글·사진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사진 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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