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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1월호

Q&A로 알아보는 북한 예술
북한예술, 그것이 알고싶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한 삼지연관현악단 현송월 단장의 소속은 어디일까요? 그는 북한의 엔터테인먼트사가 아니라 군대 소속입니다. 북한에는 남한과 달리 엔터테인먼트사가 없습니다. 이유는 예술의 정의가 남한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예술의 목표를 ‘사회주의 세계 건설 과정에서 인민을 교양 ’하는 것에 둡니다. 이런 교양을 통해 인민을 사회주의적·공산주의적 인간형으로 기르겠다는 것입니다. 우리와는 다른 북한예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우리는 ‘사회주의적 인간형’ 하면 ‘빨갱이’를 연상하며 금세 움츠러듭니다. 하지만 북한은 ‘사회주의적 인간형’을 ‘자신보다 남을, 더 나아가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이타적 인간형’이라고 설명합니다. 예술은 이렇게 ‘인민들을 정치사상적으로 교화해서 ‘사회주의적 인간’으로 만드는 데 쓰이는 도구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 예술인들은 모두 당이나 정부, 군에 소속돼 있습니다. 현송월 단장은 지난 2014년 북한 전국예술인대회 때 대좌(우리 기준 대령) 계급장을 달고 토론자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7년 10월 7일 열린 조선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까지 올랐습니다.
지난 4월 3일 평양에서 이선희와 듀엣으로 를 부른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메인 보컬 김옥주도 육군 소좌입니다. 또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2013년에 결성된 모란봉악단은 중앙당 소속입니다. 단원 모두가 당 선전선동부 부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들의 즐거움’을 가장 앞자리에 놓는 남한 문화예술의 시각으로 보면 낯설지만, ‘대중에 대한 교양’을 문화예술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여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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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9월 18일, 평양대극장에서 진행된 환영 예술공연. (촬영 사진공동취재단)

2 지난 4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를 관람 중인 북한 관객들.(촬영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식당의 여성 종업원들은 공연도 하던데 그들도 ‘예술가’인가요?
평양식당, 해당화 등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을 찾으면 서빙을 하던 여성 종업원들이 저녁 무렵에는 공연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준이 장난이 아닙니다. 북한에서 예술가들을 식당에 데려온 것일까요? 아닙니다. 해외의 북한 식당 여성 종업원 중에는 예술가를 지망했으나 관련 대학 진학에 고배를 마신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예술가는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 평양미술대학, 평양연극영화대학 등 관련 예술전문대학을 졸업한 이들을 대상으로 일정한 과정을 거쳐 선발됩니다. 하지만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대부분 평양에 있는 금성제1고등중학교나 금성제2고등중학교 등 문화예술 계통 영재학교를 졸업한 뒤 관련 대학 입학에 실패한 이들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대학 입학에 실패했지만 예술에 재능 있는 사람들은 해외 식당뿐 아니라 공장, 군대의 기동예술선동대 또는 예술소조 등에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소속 공장이나 군대의 추천을 받아 뒤늦게 문화예술 관련 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도 예술가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나요?
남한과 같은 공모 및 지원제도는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모든 예술인이 정부나 당, 군대 소속이므로, 모든 예술인을 지원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자신만의 예술을 하고 싶어 하는 청년 계층의 경우 후원자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북한에서 문화예술의 가장 큰 목적은 ‘교양’인데, ‘제멋에 겨워’ 예술을 하는 것은 인민을 교양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 예술가들은 경력이 쌓이고 공적이 높아짐에 따라, ‘공훈예술가’나 ‘인민예술가’ 칭호를 얻습니다. 처우도 그만큼 좋아집니다.

관련사진

3 2007년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 강의실 모습. (촬영 사진공동취재단)

4, 5 학교 정규 교육 외에 예체능, 과학 분야를 교육하는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촬영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에서도 극장 등의 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나요?
물론 이용할 수 있으며, 방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표를 사면 됩니다! 극장 등의 문화시설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016년 6월 “남포시에 ‘입체율동영화관’(4D 영화관)이 새로 건설되어 찾아오는 근로자들과 청소년 학생들에게 기쁨과 낭만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평양을 중심으로 2013년부터 입체율동영화관이 건설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입체율동영화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을 강조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부터 “우리나라를 발전된 사회주의 문명국으로 빛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사회주의 문명국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전체 인민이 가장 문명한 조건과 환경에서 문화생활을 마음껏 누리는 것”을 꼽았다고 합니다. 이후 북한에는 입체율동영화관을 비롯한 많은 문화시설들이 건설되었습니다.
이런 문화시설은 입장료를 내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북한은 시장 부문을 적극 이용하는 상황입니다. 시장을 통해 중산층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입장권 구입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 등 지도부가 참관하는 작품의 경우 일반인들의 관람에 제한을 둔다고 합니다.
개인이 미술품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물론 가능합니다. 북한이 국유 또는 협동적 소유로 규정하는 부분은 ‘생산수단’입니다. 즉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 농민들이 경작하는 토지 등 ‘생산에서 물질적 조건으로 사용되는 생산수단’은 개인이 가질 수 없습니다.
미술품은 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개인이 소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얼마나 많은 개인이 가치 있는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엄청나게 많은 북한 미술품들이 ‘시장’으로 흘러나왔고, 이것들이 다시 남한과 중국으로 팔려나갔기 때문입니다. 굶주림에 지쳤던 당시 상황에서 집에 미술품이 있었다면 이를 시장에 내다팔았을 것입니다. 집에 미술품을 두는 것보다 한 끼 식량을 얻는 것이 더 중요했을 테니까요. 현재는 북한의 경제 상황이 상당히 나아졌으니 다시 미술품을 소장한 사람들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관련사진

6 2018년 평양 거리 풍경. (촬영 사진공동취재단)

7 2000년 북한의 락원영화관 전경.

8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봄이 온다> 리허설 모습. (촬영 사진공동취재단)

남한 노래 <홀로 아리랑>은 왜 ‘계몽기 가요’가 되었나요?
최근 남한 영화와 드라마가 북쪽에서 인기라고 합니다. 그러니 관련 OST를 들어본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남한에서 북한 노래가 대부분 금지곡인 것처럼, 북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데 2000년대 중반 평양을 방문했을 때, 초대소의 텔레비전 화면에서 가수 서유석이 1990년에 부른 <홀로 아리랑>이 흘러나왔습니다. 초대소 복무원에게 “1990년대 남쪽 노래가 나오네요”라고 했더니, 그는 “아닙니다. 계몽기 가요입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하더군요.
북한은 계몽기 가요를 ‘19세기 말엽부터 광복 전인 1940년대 중엽에 창작·보급된 계몽적 성격의 가요’라고 정의합니다. 북한은 이 노래들을 ‘민족음악예술의 귀중한 유산’으로 평가합니다. 때문에 <봉선화>, <동무생각>, <낙화유수> 등 일제강점기 노래 중에는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꽤 많습니다.
그런데 <홀로 아리랑>은 왜 ‘계몽기 가요’가 됐을까요? 독도를 주제로 한 노래이기에 북한에서도 반일 차원으로 널리 전파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남북 간 소통이 거의 없었던 탓에 1990년대 남한 노래라고 하지 못하고, 발표 시기를 끌어올려 계몽기로 가져간 것 같습니다.
지난 4월 남쪽 공연단이 평양에서 <봄이 온다>라는 제목으로 공연하는 등 남북한 교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류가 늘어나면, 앞으로 <홀로 아리랑>도 자기 시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술 작품에 대한 검열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기관에서 어떤 기준으로 하나요?
북한에 검열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는 ‘검열’이라는 이름이 없다는 것이지, ‘검열 행위’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북한에서는 검열 행위를 ‘지도/심사’라는 이름으로 진행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북한 예술의 가장 큰 목표는 인민을 교양하는 것입니다. 지도/심사는 예술 작품이 이런 목표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지도/심사는 ‘자본주의의 나쁜 바람’ 등 당이 독단적으로 정한 기준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틀림없는 검열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지도/심사는 당 선전선동부 산하 각급 기관/위원회가 하고 있습니다. 선전선동부는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하고 사상 교육을 담당하는 조선노동당의 주요 부서입니다.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한동안 이곳에 몸담았다고 합니다.
글 김보근 한겨레 기자, 북한경제학 박사
사진 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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