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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4월호

예술의 대중화, 대중의 예술화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라!
춤추기 위해!
노래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예술가인 시대, 예술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또한 서울시민 모두를 예술에 참여시키고자, 예술의 대중화를 위한 사업들을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자발적 예술의지를 지닌 예술인간이 등장하는 문화 민주주의 시대를 맞아 예술의 대중화, 대중의 예술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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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만든 우리 일상의 변화

인문학 공동체 ‘다중지성의 정원’ 조정환 대표가 쓴 책 <예술인간의 탄생>을 보면, 현대 다중은 자발적 예술가라기보다 예술을 강요받는 노동인간이자 경제인간이라고 설명한다. 노동과정이 미적, 예술적 패러다임으로 변화하면서 노동자의 예술가화가 강제된다는 것이다.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 이후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으면서 우리 사회는 ‘잘살게 되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경제인간이라는 정체성만으로는 더 이상 살지 못하겠다고 외치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예술인간으로의 변화를 꾀했다. 서울문화재단 또한 2007년부터 ‘서울 시민 모두를 예술에 참여하게 한다’라는 미션과 함께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고, 지금은 ‘예술로 더 새롭게 문화로 다 즐겁게’를 모토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예술의 일상화, 일상의 예술화’를 실천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문화사업은 우리 사회 곳곳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켰을까? 미적체험 통합예술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학교가 즐거워졌다고 한다.
‘좋아서 예술동아리’에 참여한 시민들은 ‘재미없는 인생에 낙이 생겼다’며 좋아한다. 공연장 상주단체 활동을 해온 안은미컴퍼니는 할머니가 무대에 오르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비롯, 청소년과 아저씨들의 막춤 속에서 현대무용의 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극장이 아닌 거리에서 열리는 거리예술시즌제와 축제 또한 서울시민들로 하여금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를 경험케 한다. 골목길, 시장, 병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전시로 지루한 일상이 재미를 찾고, 동네 곳곳에 표정이 생겼다. 서울문화재단은 이처럼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포털에 이르기까지 신진작가들의 작품과 스토리 플랫폼을 확장하여 보다 많은 시민들이 예술과 만나도록 돕고 있다.

대중을 사랑하는 예술, 예술을 사랑하는 대중

최근 사진, 영화 등의 기술 복제 장르뿐만 아니라 경험재로 대량 생산과 복제가 불가능했던 공연 장르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과의 만남을 확장하고 있다. 국립극장의 ‘NT Live’를 비롯하여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뮤지컬 실황 중계를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대중연예인이 자기소개를 할 때 아티스트라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쓰기 시작하고, 예술영역이었던 뮤지컬은 대중 엔터테인먼트로 그 색깔을 바꾸고 있다. 버스킹 형식의 JTBC <말하는대로>라는 프로그램에는 한국화가 김현정, 복제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자는 메시지를 던진 극사실주의 작가 정중원이 출연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팟캐스트를 포함한 1인 미디어 방송 등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한 대중의 예술화 추세도 거세다.
문화예술계는 그동안 예술의 대중화를 꾀하면서도 자본이나 정치 목적의 도구가 되는 것을 경계하며 거리 두기를 해왔지만, 대중문화는 대중의 높아진 문화욕구에 적극 조응하며 예술가를 통해 오락의 품격을 높이고 자아를 찾아가는 철학 영역에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그 솜씨가 능수능란하여 그동안 문화예술계에서 노력해온 예술의 대중화 성과가 무색해지지 않을까 약 오를 정도이다. Mnet <댄싱 9>에 출연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안무가 김설진은 대중매체에서는 열광하는 현대무용이 왜 무대에서는 외면받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라고 한다.

촛불 시민혁명을 이룬 예술인간의 탄생

그렇다면, ‘예술의 대중화’ 노력을 넘어선 ‘대중의 예술화’ 추세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즈음하여 인공지능보다 나은 인간의 조건으로 창의력과 공감능력, 감수성이 꼽힌다. 강제된 예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한 자발적 예술의지, 예술활동, 예술행동이 새로운 예술인간의 탄생이며 희망이다.
그 사례 중 하나를 지난 100일간의 탄핵심판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음악과 무용, 연극과 공공미술 등 다양한 퍼포먼스로 전달한 블랙리스트 예술가, 광화문광장의 블랙텐트에서 본다. 또 지난여름 광통교, 서대문형무소, 한강다리 등 서울의 역사적 장소에서 근현대사의 아픔을 몸으로 기억하며 춤을 춘 경험으로 이순신 동상 아래에서 하야댄스를 춘 서울댄스프로젝트 100인의 시민춤단에서도 본다. 풍자와 유머 가득 찬 깃발 문구, 용기에 찬 자유 발언, 그리고 촛불에서도 그러한 예술인간의 사례를 만날 수 있었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지미스 홀>에서 주인공인 지미 그랄튼은 이런 말을 했다. “삶이 주도권을 되찾아야 합니다. 탐욕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일합시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버티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축배를 들기 위해, 춤추기 위해! 노래하기 위해!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예술인간의 시대에, 되새겨볼 만한 이야기다.

글 오진이_ 서울문화재단 전문위원
그림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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