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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3월호

서울문화재단 전·현직 대표이사들의 수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서울문화재단에게
지난해 9월 1일 서울문화재단에 주철환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2004년 서울문화재단 창립 이후 네 번째 대표이사다. 그동안 서울문화재단을 이끌어온 역대 대표이사들은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왔다. 유인촌 초대 대표이사는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극인으로, 대중들로부터 국민 연기자로 인정받았다. 안호상 2~3대 대표이사는 예술의전당 창립 멤버로 시작해 현재는 국립중앙극장 극장장을 세 번째 연임한 대표적인 공연 기획자다. 조선희 4~5대 대표이사는 한겨레신문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씨네21 편집장과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을 거쳐 현재는 소설가로 활동 중이다. 현 주철환 대표이사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시작해 방송국 PD와 사장을 역임했으며, 대학교에서 젊은이들에게 문화를 가르쳐왔다. ‘연극과 연기’ ‘공연기획과 예술행정’ ‘소설과 영화’ ‘방송과 교육’ 등 서로 다른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문화’라는 데 이견이 없다. 올해로 창립 13주년을 맞이하는 서울문화재단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전·현직 대표이사들이 4인용 식탁에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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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 |
유인촌_ 초대 대표이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호상_ 2~3대 대표이사, 현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조선희_ 4~5대 대표이사, 전 한국영상자료원 원장
주철환_ 현 대표이사
일자 |
2017년 1월 18일(수)
장소 |
서교예술실험센터

주철환 이번에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호상 극장장님께서 국립중앙극장 극장장으로 세 번째 연임되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이렇게 전임자들이 잘되는 것을 보니 너무 좋습니다.1
안호상 서울문화재단이 터가 좋은 거 같습니다. 장관님도 배출하지 않았나요. (웃음)
유인촌 그런가 보네요. 주철환 대표님은 오래간만에 뵙네요. 우리 인연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지 않았나요.
주철환 네. 맞습니다. MBC <전원일기> 시절부터니까 정말 오래됐습니다.
유인촌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오래간만에 방문합니다. 예전에 젊은 친구들이 전시를 할 때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여기가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안호상 이곳이 재단 초창기에 조성한 공간입니다.
유인촌 2009년이라고 하던데, 안 대표님 시절이 아닌가요?
안호상 네. 이 공간은 마포구에서 주민센터가 통합되면서 남은 유휴 공간을 서울문화재단에 운영해달라고 부탁해서 시작됐습니다.
조선희 서교예술실험센터는 마포구가 건물을 소유하고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데 2년 전 쯤 마포구청이 건물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금싸라기 땅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처럼 공공성을 가지고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임대업을 계획했던 거예요. 그래서 홍대 앞 예술가들이 항의하고 시장님도 안 되겠다 하셔서 다시 원위치된 거죠. 지금도 그런 현안이 잠복해 있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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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그러니까, 재산권은 자치구에 있고 문화재단이 임대해서 사용하는 좋은 사례군요.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도 그렇게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안호상 동랑재단이 학교에 임대를 주고 돈을 받았습니다. 당시 학교에서 재단이 수익사업을 할 수 없다는 교육부 감사를 받아 시설을 안 쓰고 임대를 주었습니다. 마침 우리도 예술교육사업이 확장되면서 추가 공간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조선희 남산예술센터가 작년에 작황이 좋지 않았나요?
유인촌 작년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늘 좋았지요.
조선희 한동안 슬럼프였다가, 그건 제 탓도 있는데, 작년부터 극장장을 새로 영입하면서 공간의 존재감이 살아났지요. 물론 정치적인 환경과 관련이 있지만. 임대 기간이 올해 말까지라 임대를 연장할지 여부가 곧 이슈가 되겠지요. 잘 해결하셔야 할 것입니다.
유인촌 당시에 제가 동랑재단 이사장을 여러 번 만났습니다.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진도를 나가기 어려웠어요. 제가 이야기했죠. 연극계를 위해서 빌려주든지 아니면 기부를 하든지 큰 결정을 하라고요. 그때는 재단 사무실이 지금의 남산예술센터가 위치한 서울예대 아래쪽에 있어서 몇 번을 올라가 차 한 잔 하면서 얘기하곤 했습니다.
안호상 그때의 인연으로 우리 재단에 온 거였군요. (웃음)
유인촌 네. 정말 제안을 많이 했었죠. 그런데 당시 이사장이 워낙 완강해서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청사, ‘동숭아트센터’의 기대와 숙제

안호상 서울문화재단이 동숭아트센터를 인수하면 계속 쓰게되는 건가요?
유인촌 오히려 재단에서 확보하면 연극계는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대학로가 복판은 떠났다고 보면 됩니다. 상업 영화처럼 몇 년씩 롱런하는 연극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이런 사람들밖에 안 남았습니다. 소위 순수하게 연극하는 친구들은 대학로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선돌극장이나 게릴라극장 등과 같이 한성대와 혜화동 변두리로 나가고 있습니다. 동숭아트센터 같은 곳을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면 너무 좋은 현상입니다. 민간에서 더 이상 공연장을 운영할 여건이 안 됩니다. 당시에는 공연장 수도 적었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공연장 수도 많아지고, 동숭아트센터도 아마 저와 같은 입장일 겁니다. 규모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시어터도 동숭아트센터처럼 큰 볼륨으로 시작했으면 오히려 나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네요. 처음에는 200석도 안 되는 작은 공연장에 무대 기술, 홍보마케팅, 관리, 기획 등 13명의 직원으로 시작했습니다. 2년간을 월급 주면서 버텼는데, 나중에 공직을 맡으면서 극장에서 손을 떼게 됐습니다. 결국 공간을 서비스했어도 책임자가 없으니까 망하게 되더군요. 지금은 화재라도 날까봐 걱정입니다. 제대로 지원을 안 해주면 문을 닫는 게 낫다고 봅니다. 3년간은 서비스해주고, 장관 시절엔 무상으로 대여하고. 만 원짜리 대관도 해봤는데,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 극장에서 쓰던 모든 조명, 의자 등 물건들은 학교와 극장을 거쳐간 연극인들이 모두 가져갔습니다. 그걸 보면서 가슴이 아팠죠. 그래도 다른 데 안 가고 연극인들이 사용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조선희 물건에도 수명이 있는 거죠.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동숭아트센터에 입주합니다. 주 대표님은 공간을 어떻게 쓰실지 생각해보셨나요?
주철환 조 대표님을 만나서 얘기해볼 겁니다. (웃음) 제가 오기전에 MOU(업무협약)를 체결하셨더라고요. 무엇보다도 걸리는 것은 동숭아트센터에 교회가 입주해 있다는 것이죠.
조선희 그런데 교회 자체가 아니라 교회에서 운영하는 교육관 아닌가요? 임대기간이 2019년 초까지인가 그럴 겁니다. 재단이 입주할 때 임대기간이 남은 공간들까지 한꺼번에 인수하면 좋을 텐데 교회 쪽과 협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인촌 어찌 됐든 슬기롭게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숭아트센터가 어차피 공연을 하는 공간이며,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니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길 바랍니다.
주철환 이런 시조가 있습니다. ‘옛사람도 나를 못 보고, 나도 옛사람을 못 보았지만, 옛사람이 가던 길이 있지 않냐. 그 길을 가지 않으면 어떻겠느냐.’2 이제는 사랑방에 시민들이 찾아와서 어르신의 지혜로운 말씀도 듣게 만들 겁니다.
유인촌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주철환 이렇게 전임자들이 인격, 덕을 갖춰 새로운 길을 제시해줬기 때문에 그 길에서 흐트러짐 없이 홍보를 많이 하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도 서울문화재단하면 유인촌을 떠올립니다. 제가 할 일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서울문화재단을 알리고, 다 함께 참여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올해 예산이 520억 정도입니다. 이 소중한 예산을 시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잘 집행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생활예술과 생활문화 등에 집중할 겁니다. 동숭아트센터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여러분들께도 자문을 구할 계획이고요.
조선희 말씀을 너무 잘하는 거 같습니다. (웃음) MC도 본 적 있나요?
주철환 네, 물론입니다. OBS 시절에 <문화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을 1년 동안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동숭아트센터 계약 당시 계획을 저에게 알려주시면 검토해 보겠습니다. 좋은 것은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안호상 동숭아트센터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조선희 대략 700평 됩니다.
주철환 대학로에서 그만 한 규모를 자랑하는 공간도 없습니다.
유인촌 제가 있던 시절에도 대학로에 연습실이 있는 건물을 사려고 했는데 결국 못 샀습니다. 그게 제일 아쉽습니다. 지금 시세가 대략 10배 오르지 않았나요. 당시 시의회에서 허가를 안 해줬죠. 기본 재산으로 가지고 가야 하는데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특히나 재단은 재산 확보를 많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합니다. 민간에서는 어렵습니다. 드라마센터가 잘된 것도 재단에서 직접 기획하기 때문입니다. 자체 기획을 많이 해야 합니다. 재단의 그런 역할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조선희 제가 있을 때 공간사옥을 사려다 시의회의 제동이 걸려 무산됐었죠. 정말 아픈 기억이에요. 대학로 연습실은 10년 넘게 임대료 내면서 운영할 줄 알았으면 공간을 매입하는 게 마땅히 옳았는데요.
주철환 면밀하게 검토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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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의 시대, 대표로서의 투명한 원칙 지켜야…

유인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요새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주 대표님이 힘들 거라 생각했습니다. 문화 관련 기관장들의 일이 절대 쉽지 않습니다. 최순실 사태 때문에 문화부가 완전 초토화되지 않았나요. 전·현직 장·차관이 끝났다고 봅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원만 해도 1만 명이나 됩니다. 1만명을 제외하면 누가 있나요. 혹여나 블랙리스트라는 말이 돌았다면 최고 책임자가 역할을 제대로 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희 지금의 블랙리스트는 단적으로 구시대의 잔재입니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특수성이며 정치적 성향에 따라 조직적으로 배제되는 일이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없었습니다. 안 대표님 시절에도 보수정당의 시장이라고 해서 진보적 예술가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대표로 있던 시절에도 그랬고요. 시에서도 그렇게 정치적으로 재단 지원사업에 개입해온 적은 없습니다. 행정부와 지자체의 차이도 있겠지요. 행정부가 훨씬 정치적으로 바람을 타지 않겠어요?
유인촌 결국 대표가 옳은 판단을 하면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최고 책임자가 옳은 판단을 하면 되는 겁니다. 제가 대표였던 시절에도 ‘문화연대’와 잘 지냈습니다. 실제로 일할 때도 전혀 구분이 없었고요. ‘옳다’, ‘그르다’의 문제로 결정했습니다. 싸움이 있더라도 지금과는 종류가 다르죠. 조금만 현장을 알았더라면 정리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안호상 이런 시대의 사회적 요구를 받들어 현장 중심으로 자립성을 키워야 합니다. 일하면서 제일 큰 장애는 시가 아닌가요. 그분들이라고 해서 이걸 가지고 휘두르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현장을 바라보는 이해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본인들이 개입하는 것이 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겁니다. 현장과 생각이 유리되어 있기 때문이죠.
유인촌 지금 사태가 이러니까 현장 사람들을 많이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희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장 예술인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더군요. 우리 재단이 지원기관이라 현장 예술인들과의 관계가 까다로운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호상 저 역시 지원과 관련해 서울시나 그 어느 누구로부터 청탁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유인촌 난리 나는 걸 보니까 누군가 재단에서 거르는 사람이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주철환 전 국민이 교육을 받는 기간이라 생각합니다. 최순실과 차은택을 보지 않았나요. 이제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도 생겼고요. 부정 청탁이 근절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 또한 PD 출신입니다. PD는 배우나 가수만 만나는 직업이 아닙니다. 방송국에서 야심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납니다. 지금까지 누구의 청탁을 받아 행동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주철환이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유인촌 장관 시절에 미술계 분들 20명과 사무실에서 2시간 정도 이야기했는데, 그런 자리는 욕밖에 안 남습니다. 끊임없이 2시간을 떠들었는데,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모 대학 교수가 나가면서 그러더군요. “시간 내줘서 고맙다. 하나도 안 해줘도 된다. 우리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이 정도만 해줘도 고맙다”라고요. 처음에는 안 해줘도 된다고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알겠더군요. 현장의 느낌이 그런겁니다. 그런 작은 역할만 해줘도 이런 큰 사고가 안 났다고 봅니다. 그나저나 역대 대표가 이렇게 4명밖에 없는 건가요?
주철환 안 대표님이 5년, 조 대표님이 4년 반, 유 대표님이 3년을 했습니다. 비교적 오래 있었죠. 모두들 투명하면서도 자기의 세계관이 뚜렷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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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재단의 시대… 서울문화재단의 역할은?

주철환 올해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금천구, 서대문구, 양천구 등 5개 구에 기초문화재단이 더 생깁니다. 지금까지는 재단과 기초문화재단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지역이라는 관계에 대해서 재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안호상 너무 많이 생기는 것 아닌가요. 지역주민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치단체장의 요구에 의해서 생기니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유인촌 실제 문화재단이 긍정적 역할을 하는 곳이 많지 않다고 봅니다.
안호상 앞으로 서울문화재단이 그런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조선희 저는 반드시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요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공무원 조직에서 하던 문화정책 문화사업들을 민간의 전문가들에게 넘김으로써 훨씬 전문성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구청 입장에서는 정부나 교육청이나 시의 예산을 따서 사업을 하려고 할 때, 재단을 통해서 신청하라는 요구가 많아지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안호상 제일 돈이 많다는 서초구조차도 예산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조선희 서울문화재단도 생활문화지원단이 생겨 기초단위로 내려가서 하는 문화사업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역할이 바뀌어야 합니다. 서울문화재단이 광역 문화재단으로서 별개의 문화재단이 아니라 기초문화재단들 전체를 네트워킹하면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서울시 문화정책의 기획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전에 기초재단이 4~5개밖에 없을 때는 무의미했지만 이제 15개 정도 생기니까 하나의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겁니다. 서울문화재단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유인촌 어차피 추세는 계속 생겨나가니까 그런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서울특별시 전체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다 소화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 곳이 생기면 오히려 더 정교하게 문화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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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임 시절에 이거 하나는 잘했다!”

유인촌 그래도 지나서 생각해보니 서울문화재단에서 일할 때가 제일 즐거운 추억이 많았네요. 그때는 매일같이 머리를 싸매면서 아이디어도 내고 그랬어요. 그때처럼 고민을 많이 했던 시절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또 재단 일을 안 했으면 문화부 일도 못했을 거고요. 서울문화재단에서의 3년 동안의 경험이 제 인생의 큰 자산이 됐습니다.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집칸(재단 청사)이라도 만들고 나온 겁니다. 비록 그때 청계천 9가가 시골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집’이 낫죠. 안 대표님이 편하게 계셨던 겁니다. (웃음) 저는 먼지 구덩이 속에서 일했어요. 나중에는 직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지요.
안호상 저는 서교예술실험센터, 금천예술공장, 연희문학창작촌 등 버려졌던 공간들을 예술가들과 시민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조성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앞으로 문화재단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질 거라 기대합니다.
조선희 그럼 저는 창작공간을 안정화시킨 것을 들고 싶습니다.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고, 위탁사업을 고유사업화하고 창작공간에서 각 장르별 예술지원을 하도록 했지요.
주철환 이런 선배 대표들의 씨앗과 열매를 ‘아무나’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습니다. 모두 잘했다고 박수 한 번 쳐주세요. 많은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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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년 전에도 안호상 극장장의 두 번째 연임 소식으로 전·현직 대표이사 좌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출처: 2015년 2월호 [문화+서울] https://goo.gl/2Gfxri
2 옛 어른들은 돌아가셔서 이제는 볼 수 없지만, 옛 어른들이 가셨던 길(가르침)은 앞에 있으니 그 길을 따르겠다며 다짐하는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12수 중 후육곡(後六曲)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이다.
작품 원문 : 古人(고인)도 날 몯보고 나도 古人(고인) 몯 뵈 / 古人(고인)을 몯뵈도 녀던 길 알피잇니 / 녀던 길 알피 잇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정리 이규승_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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