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스토리펀딩 <바람난 미술-그림가게> 프로젝트를 기획한 서울문화재단 공공예술센터 강수영(왼쪽), 카카오 스토리펀딩 파트 김주영.
<바람난 미술-그림가게>는 생활 속에서 누구나 미술을 즐기고 작품을 소장할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젝트입니다. 올해는 새롭게 온라인 플랫폼 ‘스토리펀딩’ 프로젝트를 론칭하며 한 해 동안 두 분이 정신없이 바쁘셨을 텐데요, 일단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주영 저는 카카오에서 스토리펀딩 콘텐츠를 프로듀싱하고
있는 스토리펀딩 파트의 김주영(PD)입니다. 서울문화재단과는 2015년 ‘메모리인(人) 서울’ 프로젝트의 다음(Daum)
뉴스펀딩 담당자로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서울의 아픔, 삼풍백화점’이라는 주제로 수집한 시민의 기억을 뉴스펀딩 사이트에 연재하고, 관련 프로젝트 전시와 자료집 출간을 위한 펀딩에 협업 파트너로 참여했죠. 이번 프로젝트도
그런 인연이 있어서 담당하게 됐습니다.
강수영 저는 서울문화재단 공공예술센터에서 바람난 미술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강수영입니다. 기존에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단발성 전시를 해왔는데 올해부터는 시민의
생활 공간에서 더 친숙하고 쉽게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며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한 유통 플랫폼을 확장해보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됐어요. 2015년 시민청에 설치됐던 공공갤러리 <바람난 미술-그림가게> 등 오프라인 중심의 미술 플랫폼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온라인 플랫폼을 모색하게 돼 카카오에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바람난 미술-그림가게>의 온라인 버전을 염두에 두었는데
카카오 쪽에서 ‘스토리펀딩’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는 어떨지 의견을 주셨고 논의 끝에 단순한 온라인 마켓 서비스보다는 의미와 흥미, 양방향 소통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사업 방향을 확정했지요. 올해 바람난 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된 신진 작가 32인의 작품 스토리와 작품 소개를 8월부터 카카오 스토리펀딩을 통해 공개하는 등 전 과정의 진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스토리펀딩 <바람난 미술-그림가게>에 대한 전반적인 반응과 특별히 인상적인 사연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소개해주세요.
김주영 32명 중 19명이 소개된 현 시점에서 1,400만 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아졌습니다. 작가 한 분당 3회씩 연재했는데
그 조회수가 상당히 잘 나왔어요. 한 회 당 5만~8만으로 상당히 많은 뷰가 나온 상황이죠. 오프라인 전시라면 한 전시에 관람객 5만~6만 명이 오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런 점을
생각할 때 젊은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이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선보였다는 게 분명 의미 있는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수영 그림가게 오프라인을 운영하면서 누적된 관람객 수를 벌써 뛰어넘었으니까요. 반응은 굉장히 좋습니다.
김주영 사실 시작하기 전에는 우려가 컸어요. 카카오는 그야말로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너무 어렵게 느껴지진 않을까 우려했거든요. 그런데 작가 분들과 재단에서
스토리를 워낙 잘 풀어주셨어요. 스토리를 통해 작가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고 이런 면에서 사회현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이고, 이걸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구나 하는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할까요. 굉장히 따뜻한 댓글이 많았습니다.
강수영 무척 인상적이었던 댓글은 김민주 작가의 ‘좋은 꿈을
그렸습니다’ 연재에 달린 것인데, “이 작가를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글이었어요. 그 댓글을 읽는 순간 조금 과한
반응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웃음) 김민주 작가의 연재 스토리와 휴식을 주제로 그린 그림은 들여다볼수록 따뜻한 편안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런 느낌이 누군가에게는 어느 곳에서도 얻을 수 없던 위로와 응원이 됐고 작가와 작품을 알게 된 게 정말 ‘다행’일 수 있겠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었지요.
김주영 제가 본 인상 깊었던 댓글은 ‘예술가가 된 미술관 야간경비’ 스토리의 주인공 최병석 작가 연재글에 달린 “아 ○○ 멋있다.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저도 곧 따라가겠습니다. 실천!”이었어요.(웃음)
1~6 카카오 스토리펀딩 <바람난 미술-그림가게>에 참여한 (사진 번호 순) 노은주, 이윤서, 이수진, 최수인, 최진요, 김민주 작가.
7 <바람난 미술-그림가게>에 1만 원 후원 시 증정된 리워드 ‘바람난미술 아티스트 엽서 패키지’.
그런 응원과 후원을 받게 된 작가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오프라인 전시장이 아닌 온라인 펀딩 플랫폼에서 자신의 작품과 작업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다수의 다른 작가들과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지원 담당자로서 느낀 보람도 컸을 것 같은데요.
강수영 갤러리에서 그림 한 점을 판매하는 것에 비하면 이 프로젝트 후원을 통해 모인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인데도 작가 분들이 너무 기뻐하시는 거예요. 개인전만 다섯 번,
단체전까지 열 번 이상의 전시회를 연 작가 분이 이야기하시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 가서 작가라는 명함을 내밀기가
애매했는데 이번 프로젝트 후원자들이 써준 응원의 댓글을
읽고 큰 힘이 됐다고, 이제 어디 가면 작업한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제 일처럼 기쁘더라고요. 후원도 1만 원, 3만 원 그렇게 (크지 않지만 자발적인 참여로) 모인 금액이니깐 작가들도 더 크게 느끼시는 것 같고
어떤 정서적인 연대의 감정을 의미 있게 얻는 것 같습니다.
김주영 이번 프로젝트는 리워드가 한정돼 있었어요. 3만 원짜리 10개, 9만 원짜리 10개 등 수량에 한계가 있었는데 그게 다 나갔다고 해도 사실 150만 원이 최대였죠. 처음부터 후원금 목표 달성보다는 신진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알리는데 중심을 두었고 작가들에게도 대중의 피드백을 받는 기회가 됐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일단 출발은 성공적인 셈인데,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강수영 작가 32명의 작업실을 일일이 다 찾아가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작업 현장과 작품 사진을 촬영하고 평론가 추천 글도 받고… 이렇게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정과 절차가 있어요. 그런 과정을 거쳐 연재를
하는데 펀딩 성공률이 낮으면 솔직히 속상하지요. 그런데 펀딩이라는 게 돈을 모으는 데만 가치가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크라우드 펀딩이 사람들의 공감과 관심을 모으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주고 공감을 얻고 그 공감을 확인하는 새로운 장이 열린
셈이죠. 그동안 우리가 바람난 미술을 통해서 얻고자 노력했던 ‘누구나 생활 속에서 미술을 향유한다’는 목표의 확장도 어느 정도는 달성한 것 같고요. 그런 문화나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김주영 프로젝트에 대한 정확한 통계와 평가는 종료 후에 이루어지겠지만 일단 카카오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도였어요. 이렇게 다수의 젊은 작가가 소셜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얘기하고 후원받고, 또 후원자는 작품을 활용한 리워드를 소장하는 경험을 하고… 담당자로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해요. 이런 순수미술 시장이 포털 독자에게 무리 없이 소비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하고요.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오픈하니 후원에
참여해주시는 분도 많았고 사업 취지에 공감해주는 사람을 많이 만나서 보람 있었고요. 향후에 프로젝트를 이어간다면 사전에 충분한 기획 단계를 거쳐 스토리도 탄탄하게
구성하고 리워드도 다채롭고 다양하게 구성하는 등 기초를
철저하게 준비해서 진행하고 싶습니다.
프로젝트가 12월에 마무리되는데 마지막으로 소감 한 마디씩 들려주세요.
강수영 작가들에게 필요한 작품 제작비나 창작지원금을 모으는 것도 프로젝트의 중요한 목적이지만 전시장의 평범한
관람자가 온라인에서 자발적 후원자이자 팬이 되는 걸 지켜본다는 것은 무척 보람 있는 일입니다. 예술가와 감상자간의 새로운 소통 관계가 형성되는 걸 목격하면서 이 프로젝트 자체가 공공미술 프로젝트로서도 의미가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김주영 온라인상에서 이렇게 많은 신진 작가와 함께 의미 있고 흥미로운 판매의 장을 연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즐거운 경험이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저도 후원에
참여했는데 작품의 맥락을 알고 후원하니, 리워드 작품을
받아볼 때의 감동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뿌듯하더라고요.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신진 작가들이 2차, 3차 스토리펀딩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깊고 넓게 펼쳐갔으면
좋겠습니다.
- 글 안현미
- 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차장
- 사진 김창제
- 자료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카카오 스토리펀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