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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0월호

잔잔하고도 확실한 나의 행복

예술교육정책팀 승희조

당신을 소개해주세요.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 승희조입니다. 학부에서 법을 전공했고, 지금은 문화예술경영 석사 공부를 하고 있어요. 2020년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시작해 현재 예술교육정책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 전혀 다른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그 도구로 가장 효과적인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하고요. 예술은 작품과 예술가의 삶을 함께 드러냄으로써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감정과 생각을 전이하고 공명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믿거든요. 예술에 공감한다는 것은 나와 전혀 다를 수 있는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마주하게 되는 거죠. 그로 인해 타인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감각을 갖게 되고, 이러한 공감이 긍정적인 파급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예술교육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킨다고 생각해 예술교육에 유독 애정을 갖고 있고요. 그래서인지 예술교육의 판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학부 마지막 학기에 성북문화재단에서 학점 교류 인턴십을 하면서 ‘예술교육’이라는 분야를 알게 됐고, 법을 전공해서인지 행정·정책 용어가 낯설지 않았죠. 무엇보다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작업을 탐구하는 과정이 제겐 행복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 두 가지를 모두 성취할 수 있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됐습니다.

꿈꾸던 예술교육 현장에 안착하셨네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서울시민예술학교 사업을 맡고 있고요. 이 사업의 시작은 2008년, 노년기 시민을 위한 예술교육으로 진행된 ‘꿈꾸는청춘예술대학’에서 찾을 수 있어요. 2015년부터는 성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민예술대학’이 운영됐고, 2022년에는 ‘서울예술학교,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동시대 예술가와 만나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죠. 올해 ‘서울시민예술학교’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편하고 자연스럽게 예술을 배워볼 수 있다는 의도를 부각하고자 했습니다. ‘이 예술가를 여기서 만날 수 있다고?’ 하는 마음이 들도록 열심히 준비했어요. 겉보기에는 사업명 정도 바뀌면서 이어진 것 같지만, 올해는 사업 기획과 운영 구조를 전면 개편하면서 새롭게 시도하는 부분이 많아졌답니다. 시민들이 경험하게 될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는 각 센터에서 진행하고, 저는 여러 센터의 사업을 하나의 통합 브랜드로 묶어 홍보하고 구조화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요. 현재 운영 중인 서서울예술교육센터·서울예술교육센터 외에 앞으로 서울시 세 개 권역에 추가로 개소할 권역별 서울예술교육센터를 위한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맡은 업무 대부분이 처음 하는 것이라 버겁기도 하지만, ‘예술교육의 판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던 제 바람이 결국 이곳에 닿은 것 같아 알 수 없는 뿌듯함이 솟아나네요.

서울시민예술학교와 일반적인 문화예술 클래스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서울시민예술학교에서는 예술을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도 열리지만, 예술이 생소한 누구나 ‘저건 뭐지?’ 하고 편하게 다가와 예술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술의 맛을 봐야 즐거움을 기대하게 되고, 즐거운 경험이 쌓여야 계속해서 예술을 가까이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요. 실제로 참여자를 보면,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경험하고자 하는 마니아분들이 많아요. 예술교육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생활예술 프로그램이나 자치구 문화재단의 커뮤니티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는 열정을 보여주시기도 하죠. 그래서 서울시민예술학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낯선 예술을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감상형’과 궁금한 예술을 좀 더 맛볼 수 있는 ‘체험형’, 그리고 용기를 내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는 ‘창작형’으로 다양하게 구성하고, 시즌별로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서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어린이들과 만났어요. 코로나19가 시작되던 때에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 근무했는데요.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300명 넘는 아이들과 택배로 창작 과정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편지로 오랫동안 연락해온 펜팔 친구가 생긴 기분이었죠. 작업을 공유하는 단계에서 제한적으로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열었는데, 사연을 보내온 아이들 대부분이 센터에 찾아왔어요. 한눈에 자신이 보낸 결과물을 찾아내는 게 무척 신기했죠. 그 외에도 귀엽고 놀라운 경험이 많아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 여러 사람의 니즈를 모두 연결해야 하는 일이죠. 사업을 기획하고 구상할 땐 가장 먼저 우리 사회의 변화를 파악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나’ 혹은 제가 속한 그룹의 위치를 돌아보고, 지금 이 변화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죠. 재단의 일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사람을 향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사업 아이디어 역시 사람에게서 얻는 경우가 많고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해서, 다양한 영역의 사람을 자주 만나고 이야기 나누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나아가 예술교육은 우리 삶에 어떤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저희 팀 안에서도 계속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한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네요.(웃음) 개인적인 경험과 관심사에 따르면, 예술교육은 지나쳐버린 가치를 찾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게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호텔에서 보내는 휴가보다 즐겁다며 엄마에게 내년에도 여기에 오자던 아이의 후기, 6개월간 만난 아이들이 마지막 발표를 끝내고 아쉬움에 펑펑 울던 모습, 가장 말썽꾸러기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누구보다 진지하게 동생들을 진두지휘하던 모습 등 예술교육이 우리 삶에 주는 잔잔하고도 확실한 변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현장을 관찰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요. 단정지으려 하기보다 들어주고 물어봐주고 평가받지 않는 ‘예술적인 방법’으로 대화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참여자에게 위로와 즐거움이 된다고요. 듣기보다 말하기가 우선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예술교육은 더욱더 필요한 존재 아닐까요?

최근 관심을 두는 주제가 있나요. ‘삶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라는 주제를 올해 내내 생각하고 있어요. 심오한 게 아니라,(웃음) 내 삶을 좀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민이 들어요.

그렇다면 나의 일상에 영감을 주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전철 안에서 바라보는 한강이요. 1호선 용산역을 지나면서, 2호선 당산역 근처에서, 4호선 동작역을 건널 때 각각 다른 하늘을 만나요. 갑갑한 도심이지만 한강을 지날 때면 하늘이 드넓게 펼쳐지잖아요. 짧지만 낭만을 발견하기도 하고, 복잡한 머릿속도 정리되곤 해요.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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