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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4월호

공간의 완성은 결국, 사람

서울연극센터를 여는 사람들

시민 가까이, 연극인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자리를 지켜온 16년 세월을 기억하는 이들과 만났다.

도재형 현 문화향유팀장. 2008년부터 2011년 초까지 서울연극센터가 관객 개발에 집중했던 시기에 함께했다.

#‘대학로의 로비’가 되고자 한 개관 시절

황선영 제가 아마 서울연극센터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직원 중 하나일 거예요. 2008년에 근무를 시작해서 다른 부서로 옮긴 게 2015년 7월쯤인 것 같네요.

현의준 여기 주변에 공적비 하나 세워 드려야겠네요.(웃음)

황선영 근무한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 이곳에서 정말 다양한 사업을 경험했어요. 시민과 함께하는 관객 개발 사업부터 지원 사업까지 맡아서 했죠. 처음에는 ‘대학로 활성화 지원 사업’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학로 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계획해본 것 같아요. 대학로 실태조사도 하고, 필요하면 기초연구도 하고요.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시민을 대상으로 한 대학로연극투어, 그리고 젊은 창작자를 지원하는 유망예술지원사업 중 연극 분야의 ‘뉴스테이지NEWStage’네요.

도재형 저는 2008년 연극센터에 와서, 2011년 초까지 근무했어요. 연극센터의 역할이 변화하기 전이라, 연극인 지원보다는 관객 개발을 위한 사업을 많이 했죠. 그때 대학로는 공연예술의 메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관객들이 연극과 관련해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이 없었어요. 그래서 대학로연극투어를 만들어서 서울연극센터와 아르코예술극장, 그리고 여러 극단이 힘을 합쳐 시민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백스테이지 투어도 하고, 다양한 협력 사업을 벌였죠. 당시에 대학로 소극장이 150개 정도 있었는데, 각 극장에서 진행되는 공연 정보를 모아서 홍보하는 월간 정보지 ‘대학로 문화지도’도 발행했어요. 그때도 공연 관련 월간지가 있기는 했지만 대학로만 중점적으로 다루는 정보는 없어서, 대학로 문화지도를 통해 공연 정보와 유명 극단을 소개하고 대표 배우도 인터뷰하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황선영 지금 혜화역에 보면 문화지도가 있는데, 그게 이때 만들어진 대학로 문화지도를 토대로 만든 거예요.

도재형 그때 만든 자료를 점차 업그레이드한 버전인데, 대학로 문화지도가 대학로를 살펴볼 수 있는 지도의 표준이 됐죠.

현의준 지금도 대학로 문화지도를 찾는 분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황선영 예전에는 이곳 1층에 티켓 박스도 있었어요. 인터파크랑 제휴해서 운영한 거죠.

도재형 지금의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만들어지기 전에 그런 역할을 연극센터가 해왔어요. 대학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연 정보든 관객 정보든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아예 데이터가 없었으니까요.

현의준 서울연극센터는 창동극장을 제외하고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한 첫 번째 창작 공간이었어요. 저는 당시에 남산창작센터에 근무했는데, 재단에서도 처음 운영하는 공간이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죠.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시도를 해 봤던 것 같고요. 사실 공간에도 제약이 많았어요. 특히 1층은 시민을 위한 로비 형태였다가 한 차례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서가가 들어왔고, 점차 예술가와 시민이 섞이는 형태가 됐죠.

김영민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하자마자 서울연극센터에서 업무를 시작, 홍보팀에서 3년을 보낸 뒤 다시 서울연극센터에서 리모델링과 재개관 업무 전반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또 한 번의 변화와 확장

황선영 2013년에 서울시에서 대학로 극단과 지역 극단 활성화를 위한 ‘연극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어요. 5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건데, 준비 단계에서 관계자 회의도 자주 하고 실태조사도 해 보니 서울연극센터가 연극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죠. 이미 시민과 대학로를 연결해주는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었고요. 연극인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 개편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웹진 ‘연극in’이 창간했고요. 또 현장 연극인을 지원하기 위해 ‘PLAY-UP 아카데미’라는 재교육 프로그램이 처음 출발했어요.

김영민 말씀 들으니 저 역시 감회가 새롭네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업이 없어지거나 리뉴얼되고 새로 생겨나는 경우가 많은데, 연극센터는 다른 부서에 비해 오래 전부터 사업이 지속성 있게 이어지는 편인 거 같아요. 대학로 문화지도도 지금은 아니지만 최근까지 해왔고요. PLAY-UP 아카데미는 여전히 너무나 잘 운영되고 있고요.

황선영 문화지도는 웹진으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죠. 종이 잡지로 나오던 것을 시대 환경이 변화하다 보니 웹 형태로 바뀌었다고 보면 돼요.

도재형 사실 예전에는 e-stc.or.kr이라고 서울연극센터 웹사이트를 따로 운영하기도 했어요. 대학로 공연 정보를 제공하고, 그와 연계해서 예매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운영했죠. 그러다 인터파크 등 플랫폼이 커지면서 연극센터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는 역할로 전환한 거고요.

황선영 2014년을 기점으로 공간도 재구성됐는데요. 개관부터 그전까지가 1기라고 한다면, 그 후 2기는 연극센터의 역할 다변화에 초점을 맞춰 사업이 진행된 것 같아요. 연극인을 위해 전문 잡지와 각종 서적을 열람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정보자료관이 2층에 있었는데 1층으로 옮겼고… 그때 정말 책 싸느라 힘들었죠.(웃음) 연극투어 같은 사업들을 재정비했고요. 또 웹진 ‘연극in’과 연계해서 젊은 극작가들의 작업을 낭독공연으로 선보이는 ‘10분희곡페스티벌’이 열렸어요. 관객에게는 연극을 만나기 위한 로비 같은 공간, 또 연극인에게는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이뤄지는 공간이 되고자 여러 사업들을 해온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점차 우리가 매개하지 않아도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이곳을 찾는 관객들이 많아지면서 공간의 기능과 분위기가 새로워졌죠. 오랜 기간 근무하기도 했지만, 서울연극센터에서 해온 사업들은 모두 현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생동감 넘치고, 좋았던 것 같아요. 유망예술지원사업 ‘뉴스테이지’ 첫 번째 선정 연출가가 구자혜·김수정·이래은이었는데, 물론 그분들은 저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여전히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는 걸 보면서 지금도 괜히 혼자 뿌듯해하고 그러죠.

도재형 당시에는 서울연극센터 공간이 먼저 주어지고, 그에 맞게 운영하는 형태라 공간 활용도가 굉장히 떨어졌어요. 그래서 2013~2014년 들어서 공간을 재구성할 수밖에 없었죠. 물론 우리가 ‘대학로의 로비’를 자청하고 개관했지만, 여전히 대학로의 중심지는 마로니에공원이 있는 2번 출구 쪽이었고요. 그런데 이후로 서울연극센터에서 PLAY-UP 아카데미, 10분희곡릴레이 같은 연극인을 위한 사업이 펼쳐지면서 자연스레 ‘연극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 시기의 변화 덕에 공간과 기능이 점차 적절하게 섞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황선영 1기에서 2기로 넘어가면서 뚜렷한 변화를 체감한 것은 아니지만, 점차 연극인들이 운영사무실 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오는 일이 많아졌어요. 꼭 사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고, 연극인들이 이 공간을 사용하는 주체로 자리했다고 느끼는 거죠. 그때 정진세 작가님이 아오병잉 페스티벌 같은 걸 기획해서 연극센터에서 열기도 했거든요. 그런 재밌는 기획을 시도해보는 장소가 되고, 더 많은 연극인이 이 공간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서울연극센터가 점차 확장해나간 것 같아요.

현의준 어쨌든 서울연극센터는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있기 때문에 특히 1층 로비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을 수밖에 없는 장소예요. 그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사고, 민원, 시설 관리도 어마어마하죠. 업무 분장에는 없는 그런 일들이 수시로….

도재형 말씀하시니까 잠시 잊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웃음) 다음 날 출근하고 나면 벌어져 있는 주취자의 온갖 흔적들.

황선영 지금은 많이 없어진 것 같은데, 저는 속칭 ‘삐끼’와의 전쟁을 벌이기도 했어요. 당시 서울연극센터 1층에 대학로에서 진행되는 모든 공연의 리플릿이 비치됐는데, 그러다 보니 여기가 공연을 홍보하기에 너무 좋은 공간이 돼버린 거예요. 그래서 그분들이 연극센터 현관문 앞에 줄줄이 서 있고, 한눈팔면 들어와서 표를 팔고 있곤 했죠. 나름대로 치열한 싸움이었어요.(웃음)

현의준 현 서울연극센터팀장. 2007년부터 서울연극센터가 속한 창작공간 운영 부서에 근무했고, 2017년에 이어 2022년부터 다시 서울연극센터를 담당하고 있다.

#유지할 것은 지키고 부족한 것은 개선하며

황선영 새로 완성된 공간을 둘러보니 구조가 훨씬 더 다채로워진 것 같아요. 이전에는 3층에 어린이집이 있었죠. 이제는 온전히 서울연극센터만을 위한 공간이 된 것 같아 감회가 남달라요. 무엇보다 연극인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도재형 예전에는 3층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어서 외부로 연결된 미끄럼틀로 종종 소방 대피 훈련도 벌어지고, 이맘때면 어린이집에 새로 입학한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떠들썩하곤 했어요. 이제는 서울연극센터가 온전히 연극을 위한 기능을 수행할 시설과 조직을 갖춘 전용 시설로 거듭난 것 같아요. 서울연극센터가 내세운 초창기 모델은 ‘대학로의 로비’였어요. 그런데 로비 기능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이제는 누구든 근처를 지나가면서도 한 번씩 들러보고 싶은 멋진 공간이 됐네요.

김영민 서울연극센터에 발령받았을 때 ‘새 건물에서 새로운 사업들을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난 이곳은 그냥 깡통 건물이었어요. 옵션이 하나도 없는! 새롭게 지은 건물임에도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누수가 생겨서 보완 공사를 하느라 여름을 다 보낸 것 같아요. 그리고 세부 공간을 조성하느라 바쁘게 지내다보니 2022년 하반기가 훅 사라졌고요. 봄이 되니 이제야 끝이 나겠구나 싶은데, 재개관을 앞두고도 여전히 해야 할 것들이 많이 보이네요. 이미 제게는 공간이 너무나 익숙해져버렸고요.

황선영 실제로 시민과 연극인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새롭게 느껴지겠죠.

김영민 맞아요. 그래서 저도 이 공간이 어떻게 사용될지 기대가 됩니다.

현의준 서울연극센터가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연극계와 긴밀하게 협업해온 것은 결국 이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리모델링을 진행한 2019년부터 공간 없이 사업만 진행하다보니 확실히 현장과 마주하는 기회가 줄어들었죠. 그래서 새롭게 문을 열면서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현장 예술가들을 어떻게 이 공간에 유입시켜서 이전처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느냐 하는 부분이고요. 또 새로워진 공간을 활용한 사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도 생각이 많습니다.

김영민 개관 전부터 꾸준히 자문회의를 열고 있는데, 결국 사업과 공간이 유기적이어야 파트너십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1층 공간이 공공의 로비이자 라운지 역할을 하게 될 텐데, 이곳이 단순히 서울연극센터의 공간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직접 주체가 돼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숙제입니다.

도재형 ‘서울연극센터’라는 이름이 주는 대표성, 그리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엄청난 것 같아요. 예전부터 관계자나 관련 협회, 연극인들이 기대하고 바라는 점이 상당했고,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왔어요. 그래서 새로운 건물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서울연극센터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지고, 연극인들이 어떤 기획을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함이 큽니다.

현의준 또 한 가지, 올해 말이면 성북구에 가칭 서울연극창작지원센터가 개관하게 돼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연극 창작에 관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 지원 시설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서울연극창작지원센터와 서울연극센터의 프로그램을 차별화하는 것 역시 주어진 미션이고요. 연극센터가 시민과 예술가가 만날 수 있는 접점, 일종의 플랫폼 역할이라면, 서울연극창작지원센터는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이 될 예정이에요. 뮤지컬이 차지하는 영역이 확장되고 연극이 점유하는 지역이 혜화동로터리 위쪽으로 점점 올라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점차 서울연극센터부터 성북구 서울연극창작지원센터까지 이르는 공간이 범 대학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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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영 현 예술교육지원팀장. 서울연극센터에서 2008년부터 2015년 중반까지 근 7년을 보내며 개관 초기의 사업과 변화를 경험했다.

#새로워진 서울연극센터에게

도재형 2008년 당시 팀장님이 대학로 문화지도 맨 마지막 페이지에 이 문구를 꼭 집어넣으셨어요. “대학로의 시작은 서울연극센터에서” 그때는 이 문구가 참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딱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시민에게도, 대학로를 찾는 관객에게도, 연극인에게도 대학로의 시작은 서울연극센터가 되기를 바랍니다.

황선영 너무 낯설어서 들어오기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지루하지도 않은. 만나보고 싶고, 가보고 싶은 편안한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새로워진 공간을 둘러보니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거든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정성 들여 준비한 부분은 언젠가 알아주시더라고요. 서울연극센터에 오는 것만으로 대학로 그 자체와 만나는 것으로 생각해요. 서울연극센터가 시민이 대학로와 만나는 접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영민 성북구에 생길 시설과 차별성을 두면서도 서울연극센터가 지향하려는 것은 결국 ‘교류의 장’인 것 같아요. 연극계와, 연극을 찾는 관객과 만나 더욱 확장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웃음)

현의준 공간에 대해서도, 사업에 관해서도 긴 시간을 할애해 재개관을 준비했는데요. 사실 부담이 큽니다. 서울연극센터가 앞으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하는지 현장과 긴밀하게 고민하고 있고요. 새롭게 문을 열면서 특히 시민과 예술가가 공존하며 머물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현장 연극인을 포용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니, 조금은 긴 호흡으로 꾸준히 서울연극센터를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글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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