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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3월호

예술은 전염병 시대를 이기게 만드는 힘 책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와 《낭만적 은둔의 역사》

코로나 시대에도 자기만의 위로를 찾는 방법은 있다. 누군가에게는 예술과 독서, 누군가에게는 산책과 명상일지도 모른다. 80대의 노화가가 고립된 공간에서 위로를 얻은 이야기와 과거의 예술가들이 발견한 혼자만의 시간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두 권의 책을 나란히 골랐다. 이 책에서 배우는 예술가들의 삶보다도, 이 책을 읽는 자체가 더 위안을 줄지도 모른다.
절망의 끝에도 희망은 피어난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지음 |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전 세계에서 작품값이 가장 높은 생존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25년 지기인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와 함께 쓴 세 번째 책이 나왔다. 호크니가 2019년 봄, 노르망디로 이주한 이후 발견한, 몰입의 시간을 기록한 대화록이자 예술에 관한 아름다운 비평서로도 읽을 수 있다.
빛이 호크니를 유혹했다. 호크니는 정원이 있는 ‘그랑드 쿠르’라는 집을 얻었다. 반 고흐의 노란 집처럼 고립되길 갈망했다. 생애 대부분을 도시에서 산 그는 소박한 평온함을 갖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서 왕성하게 그림을 그렸다. 가는 곳마다 구름처럼 팬이 몰려들던 환경에서 벗어나 3주 만에 21점의 드로잉을 그렸다. 옆에는 반려견 루비가 늘 함께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나무가 있었다. 벚나무·사과나무·배나무는 차례로 꽃을 피웠다. 스무 살은 더 젊어진 듯한 활력을 되찾았다. 지팡이도 던져버렸다. 작업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그는 낙원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역병이 찾아왔다.
역병은 노르망디의 삶에는 침투하지 못했다. 그곳은 ‘봉쇄된 천국’이었다. 호크니는 렘브란트의 조언을 따랐다. ‘여행을 다니지 않는 삶’에서 작업에 몰두했다. 피카소·뒤샹·렘브란트·브뤼헐이 그의 스승이었지만 이곳에선 싹을 틔우는 겨울나무를 좇았다. 귀가 어두워 표정을 봐야 하는 호크니와의 대화는 페이스타임으로 지속됐다. 2020년 4월에 그린 벚꽃이 만개하는 나무 그림은 반 고흐만큼이나 색채가 화려하다.
코로나19가 도시를 습격한 4월, 호크니의 고백을 통해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봄처럼 피어날 것임을 배우게 된다. “이 상황은 때가 되면 끝날 겁니다. 그다음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배웠습니까? 나는 거의 여든세 살에 가깝고 언젠가는 죽게 될 겁니다. 죽음의 원인은 탄생이죠. 삶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음식과 사랑입니다. 예술의 원천은 사랑입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여든셋의 호크니는 열정의 분출에 따라 움직였다. 해돋이와 해넘이를 그리고, 보름달을 그리고, 1년 내내 벚나무를 그렸다. 봉쇄가 이어진 이 시기 동안 호크니는 더 작고 작은 세상 안에서 더 많고 많은 것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혼자인 시간을 사랑하는 법 《낭만적 은둔의 역사》 |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외딴섬에서 28년간 누린 것보다 지금 세계에서 더 많은 인파에 섞여 이 글을 쓰면서 혼자임을 더 많이 누린다.” 무인도에 고립됐던 로빈슨 크루소는 《로빈슨 크루소》 속편에서 런던으로 돌아와 자신은 “수많은 인파 속에서 진정한 혼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를 연구한 저자가 약 400년 동안의 ‘혼자 있기’를 최초로 다룬 대중서로, 특별한 시간 여행을 우리에게 권하는 책이다. 연구에 뛰어들기에 사료도 풍성했다. ‘외로움이라는 병’과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은 2000년 넘게 시와 산문에서 나타난 딜레마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매우 넓은 범위의 눈부신 문학작품과 자료를 아우르며 변화하는 ‘혼자의 역사’를 짚어간다. 이 세계적 역사학자가 발견한 낭만적 은둔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손 놀리기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우표 수집, 자수, 퍼즐 등을 즐겼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 마음은 가라앉는다.
걷기 또한 혼자의 역사를 위한 발명품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연필 구입을 표면상 목적으로 내세운 산책에 나섰고, 찰스 디킨스도 런던 골목골목을 활달히 걸으며 인파 속의 고독을 즐기곤 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님, 전 비참한 혼자가 아닌가요?”라고 슬프도록 외친 괴물이 새봄의 자연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듯이, 자연에서 산책하기는 여전히 낭만적 은둔의 핵심을 이룬다.
3세기 사막 교부敎父들, 봉쇄 수도원의 수도사처럼 은둔하며 쉼 갖기 또한 회복의 원천이었음을 알려준다. 1820년 원예가 토머스 호그는 통증을 덜고 휴식을 즐기기 위해 정원에 틀어박혔다. “정원에 들어선 순간 불안한 격정이 가라앉고, 더 평온하고 포근한 감정이 자리한다”는 고백은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삶에는 혼자서도 즐겁게 보내기 위한 완벽한 도구가 존재한다”는 작가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김슬기 《매일경제신문》 기자 | 사진 제공 시공아트,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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