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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3월호

전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와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언제까지고 회자될 작품이 모이다
알다시피 미술관·박물관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전시다. 전시 가운데서도 기획전은 의미가 크다. 기획전이야말로 미술관·박물관의 총체적인 능력을 단적으로 드러내서다. 기획 단계인 전시 주제 선정부터 전시품 확보, 작품 배치, 관람객 동선과 조명 등 갖가지 요소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다. 관람객으로선 흥미로운 주제, 관련 출품작들을 더 감동적인 전시장에서 만나는 즐거움이 있는 게 기획전이다. <미술이 문학을…>와 <한겨울 지나…>도 그렇다.
※해당 전시 일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 전경

곁에 있어 더욱 아름다운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 2. 4~5. 30 |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

미술과 문학, 문학가와 미술가들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들은 텍스트와 이미지라는 표현 방식은 달라도 누구보다 예민한 감각으로 삶과 세상을 살피는 사람들이다. 장르는 다르지만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고, 서로의 예술혼을 자극한다. 그리하여 더 수준 높은 문학·미술 작품이 탄생한다. 그들의 만남 속에 문화예술 생태계는 훨씬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이 전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의 시대 배경은 1930~1950년대 전후다. 일제강점기의 울분이, 광복의 기쁨이, 6·25전쟁의 상처와 또 희망이 꿈틀대던 시대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유명 문학가와 미술가들의 삶과 예술 세계, 갖가지 일화, 당대 문화예술계 풍경을 살펴볼 수 있다.
회화 140여 점과 시집 등 문학작품, 관련 자료 등 총 600여 점의 출품작이 4개의 소주제 아래 4개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방대한 전시품만큼이나 많은 화가와 시인·소설가가 등장한다. 다른 미술전과 달리 좀 더 시간 여유를 갖고 꼼꼼하게 둘러볼 만하다.
전시는 문학과 미술·음악·영화 등을 넘나들며 전위적 작업을 한 1930년대 예술가와 작품들로 시작된다. 예술가들의 사랑방인 ‘제비’ 다방을 종로에서 운영한 시인 이상을 비롯해 문인 박태원·김기림 등과 화가 구본웅·황술조·길진섭·김환기·유영국·김병기 등이 나온다. 당시 인기 높았던 신문 소설과 삽화, 시와 그림이 함께한 시화 등 ‘인쇄 미술’ ‘지상(紙上)의 미술전’도 이어진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백석의 유일한 시집 《사슴》 등의 원본 시집, 이상범·노수현·안석영 등의 삽화에서는 예상을 초월하는 다채로운 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정지용과 장발, 백석과 정현웅, 김기림과 이여성, 이태준과 김용준 등 작가들의 각별한 만남과 작품도 한 전시실에 꾸려졌다. 화가 이중섭이 시인 구상의 집에 기거하면서 그린 <시인 구상의 가족>은 안타까운 사연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장욱진과 한묵·박고석·천경자·김환기 등 화가이면서 문학적 재능도 뛰어난 작가들의 작품도 한곳에 모아놓았다. 김환기의 <자화상> 등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많다. 전시회 관람과 더불어 봄이 찾아드는 덕수궁을 여유롭게 거닐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세한도> 앞쪽

다시, 기억에 간직할 우리 예술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2020. 11. 24~2021. 4. 4 | 국립중앙박물관

세계적인 박물관·미술관은 저마다 수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대표적인 명작 소장품이 있다.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레오나르도 다빈치), 우피치미술관의 <비너스의 탄생>(보티첼리),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별이 빛나는 >>(반 고흐) <아비뇽의 여인>>(피카소)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국립중앙박물관에도 한국 역사와 문화를 빛내는 많은 명작, 국보·보물이 있다.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도 그중 하나다. 국보인 <세한도>는 그> 자체를 넘어 그려진 배경, 유명 서화가들의 감상평, 일본으로 유출됐다가 돌아온 과정, 소장가의 기증 등 숱한 사연으로도 유명하다. ‘세한’과 ‘평안’을 주제로 한 전시는 당초 1월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관람요청이 많아 연장됐다. 이 전시는 사실 개막 때부터 관심을 모았다. 평소에 보기 어려운 <세한도>가 출품되는데다, 두루마리로 된 <세한도> 전체가 14년 만에 전시장에 펼쳐지면서다. 세한도에는 청나라인과 한국인 20명의 감상 글이 붙어 있어 전체를 펼치면 가로 14m에 이른다. 그동안 전체를 펼치기 힘들었고, 앞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전시장에는 <세한도>와 함> 추사의 다른 작품들, 손재형이 일본에서 찾아온 감동적인 사연, 또 <세한도> 등을>기증한 손창근 선생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는 공간도 마련됐다. <세한도>를 중심으로 삶의 시련을 뜻하는 겨울, 즉 세한을 느꼈다면 이젠 작품 <평안감사향연도>를 통해 또 다른 전시 주제인 따뜻한 봄날 같은 평안 을 만날 차례다. <평안감사향연도>는 조선시대에 평안감사가 평양에 부임하면서 벌어진 잔치 장면을 담은 그림이다. “평안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 만”이라는 속담이 말해주듯 평안감사는 조선 관리들이 선망하던 자리였다. <평안감사향연도>는 사실 잔치 광경을 넘어 지방 연회를 상세하게 기록한 기록화이자 평양 사람들의 일상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그림이다. 다양한 관련 영상과 자료도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전시 제목처럼 자연도, 인간의 삶도 한 겨울의 세한·시련을 견디면 따뜻한 봄날·평안이 찾아오리라.

도재기_《경향신문》 선임기자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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