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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문학은 읽는 사람의 것이다” 웹진 [비유] 1기 편집위원을 마치며

영화 <일 포스티노>(1994)는 칠레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마이클 래드퍼드 감독이 제작한 <일 포스티노>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우편배달부인 작중 인물 ‘마리오’가 시인 네루다 선생을 만나 시(詩)의 세계에 점차 눈뜨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이다. “시가 뭐냐?”는 마리오의 질문에 시인 선생은 “메타포(metaphor)”라고 간단히 말한다. 그런 마리오가 혼자 있는 시간에 “메타포? 메타포?”를 읊조리며 한 사람의 ‘시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아름답다.
갈수록 시의 힘, 문학의 힘, 예술의 힘이 위축되는 시절이지만, 어느 작가의 말처럼 “문학을 신뢰할 수 없다면 인간을 신뢰할 수 없다”(사카구치 안고)는 점을 우리가 생각해야 한다. 문학연구자 브라이언 보이드가 《이야기의 기원》에서 “예술 작품은 정신의 운동장과 같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시는, 문학은, 예술은, 나와 우리 정신의 운동장을 넓힐 수 있는 좋은 디딤돌이 되고 징검다리가 된다고 할 수 있으리라.
2017년 12월, 서울문화재단 연희문학창작촌이 ‘주머니 속 문학잡지’를 표방하며 창간한 문학 웹진 [비유](sfac.or.kr/literature)는 ‘독자’를 존중하는 문학 생태계를 형성하고 구축하는 문학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자 했다. [비유]는 지난 3년 동안 편집위원회(고영직·김나영·김중일·김지은·장은정·황현진)를 구성하고, 두 명의 편집자(김잔디·남지은)와 함께 문학의 공공성을 생각하며 문학의 실험 정신을 잊지 않는 기획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 여정이었다. 다시 말해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메타포’로 상징되는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그런 메타포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간의 인간됨을 외면하지 않으며 좋은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비유] 창간은 일차적으로는 2017년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인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청년 작가 100명의 작품을 수록하며 예비 작가를 지원하고자 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비유]는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기성 작가의 신작과 구분 없이 ‘동등하게’ 공개하기로 편집 방침을 정하고 작품을 수록했다. 기존의 일부 문예지들이 독자 위에 군림하는 지면 편집을 한 것과는 다르게 ‘독자들을 포함하는 문학 생태계’를 고민하는 문학 공론장이 되고자 한 문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편집 원칙은 통권 36호(2020년 12월호)가 발행된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작품 마지막에 덧붙여진 해시태그(#)를 통해 독자들이 더 다채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친절한 웹진이 되고자 했다.
2020년 12월 1일 현재, 웹진의 주요 코너인 ‘하다’ ‘쓰다’ ‘묻다’ 세 코너에 업로드된 [비유] 콘텐츠는 모두 861건이다. 필진 수는 654명, 구독자 수는 1,400여 명, 방문자 수는 77,000명을 넘어섰다. ‘…(쓰다)’에서는 기성, 신인 가리지 않고 시·소설뿐만 아니라 아동문학·논픽션·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권위와 문자가 분리되는 시대의 에세이 붐 현상에 대해 짚은 이다혜 기자의 <에세이 시대의 글쓰기>, ‘국민 동요’가 된 <상어가족>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김지은 평론가의 칼럼 등이 뇌리에 남는다. ‘!(하다)’는 문학적 실험 과정과 그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하는 프로젝트 연재 코너다. 현재 작품 속 서울의 장소를 찾아가는 여정을 수록하는 ‘경계 없는 작업실’ 팀의 연재를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묻다)’ 코너는 <6.9 작가선언>을 비롯해 코로나19 시대 대구 책방 운영 분투기, 예술인들의 권리 침해 문제를 다룬 이성미 작가의 칼럼 등 문학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모으며 ‘아카이브’로서 제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 밖에 지난 6월 17일, 서울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장르 웹진인 [연극in] [춤in] 관계자들과 함께 ‘재난 상황에서 웹진의 역할’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문학(예술)하는 삶의 안녕과 평화를 생각하는 자리였다는 점을 여기에 밝힌다.
지난 3년 동안 [비유] 1기 편집위원회는 독자를 존중하는 문학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문학의 공공성을 생각하는 ‘젊은 문학 잡지’를 지향하고자 했다. [비유]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젊은 문학인들이 문학 및 문화기획자 등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2021년부터 새로 꾸려지는 2기 편집위원회가 바통을 이어받아 문화다양성을 적극 옹호하려는 과감하고 실험적인 활동을 해주었으면 한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 나오는 네루다의 대사로 마무리할까 한다. “시는 시를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다.” 문학 웹진 [비유]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젊은 문학 웹진으로서 상상력의 진원지 같은 역할을 계속 해주었으면 한다. 연희문학창작촌 스태프들과 더불어 문학의 공공성과 실험성을 묵묵히 성원해 준 서울문화재단에 감사드린다.

글 고영직_문학평론가
사진 제공 웹진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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