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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코로나 시대 ‘새 비상구’ 마련을 위해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코로나19 상황으로 사회 전반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술인도 마찬가지. 대면해 이뤄지던 문화예술 수요는 일반 재화와 달리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도 쉽게 회복되지 않기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문화재단은 코로나 시대에 맞는 예술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새로운 비상구’를 만드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에게 예술인과 시민의 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줄 재단의 사업 방향을 들어보았다.

“올 한 해는 예술 지원에서 ‘새로운 비상구’를 만들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습니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동대문구 용두동 사무실에서 올해 재단 활동을 돌아보며 한 말이다. 문화예술계는 올해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영역이다. “예술 활동을 예전처럼 지속하기 힘든 급박한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공연은 줄줄이 취소됐고, 그러잖아도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던 예술가들은 생계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김 대표는 “이런 큰 상황 변화 탓에 기존 예술 지원 시스템은 오작동을 일으키기 쉬워졌다”고 진단한다. 이런 오작동을 바로잡고,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비상구’를 만드는 것이 김 대표를 비롯해 270여 명의 서울문화재단 직원에게 올해 다가온 커다란 과제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새로운 비상구’와 관련해 우선 재단에서 예술지원을 예년에 비해 거의 두 배가량 늘린 일로 말문을 열었다. 서울문화재단은 올해 초 133억 원 규모로 1·2차 정기 공모를 진행한 뒤, 다시 100억 원 규모로 1·2·3차에 걸쳐 추가 공모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예술 부문 공모를 크게 늘린 이유에 대해 “예술 활동 수요는 다른 일반 재화의 수요와 달리 코로나 상황이 끝난 뒤에도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건은 상황이 좋아지면 내년에 살 수도 있지만, 문화 체험이나 예술 창작은 그해에 못 하면 그냥 사라져버립니다.”
김 대표는 “예술 활동이 사라져버리거나 미약해진다면, 우리 사회가 코로나 이후 ‘관계 회복’ ‘관계의 재구성’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코로나로 모두가 마음에 탈이 많이 난 상황입니다. 더욱이 각 개인의 시간은 확장되고, 공간은 ‘집과 회사가 전부’라고 할 정도로 축소됐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회관계가 축소되거나 소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예술가들의 창조 활동은 관계 축소나 소멸을 막고, 더 나아가 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설명한다. “관계의 회복과 재구성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노하우와 감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예술인입니다. 예술가들이 코로나 상황을 건강하게 견디고, 창의적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면 우리가 ‘관계 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김 대표는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예술 지원 방식 중 ‘오작동’이 나는 부분을 수정하고, 새 상황에 맞는 ‘새로운 비상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새로운 원칙의 핵심은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지원 방식에서는 ‘어떤 작품을 만드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람하느냐’ 등이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작품보다는 그것을 구상하고 기획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고, 숫자와 상관없이 정말 문화가 필요한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게 정밀하게 만나고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 앞으로는 더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더 나아가 “기존에 예술 창작 지원을 받아온 15%보다 받지 못한 85%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왜냐하면 예비 예술인, 경력단절 예술인 등을 포함한 이 ‘85% 예술인’은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도 못 가진 채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서울문화재단에서 먼저 제시한 ‘사람 중심’과 ‘과정 중심’ 원칙을 다른 정부 산하 예술기관들도 뒤따라서 정책에 적용해 나가고 있다”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 예술가의 육아 활동을 인건비로 인정하는 새로운 정책 등이 그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재단의 예술지원 추가 공모와 관련해 “정기 공모에서 미선정된 분들 중 상당수가 지원하셨다”며 “이때 선정 기준을 수월성에 국한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코로나 시대를 맞으면서 작품의 결과로만 평가하는 기존의 기준이 “다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예술가의 생존과 창작 과정”에 이전보다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업으로 <예술인 문화기획활동 긴급 지원사업 ‘190시간’>을 꼽았다.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해 활동 기회가 크게 줄어든 소규모 독립 문화예술 기획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 대표는 “대규모 기획사는 그런대로 분업 체계를 가동하지만, 소규모 단체에서는 대표가 기획과 연출까지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까지 평가해 주지 않았던 이런 부분도 정당하게 평가해, 서울시 생활임금으로 190시간분에 해당하는 200만 원을 지원해 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서울문화재단은 그러나 올해 새로운 비상구를 만드는 데에서 머물지 않고, 코로나 시대에도 시민들이 위축되지 않고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무엇보다 서울문화재단은 올해 코로나로 예전처럼 다중이 현장에 모이기 어려워진 상황을 감안해 맞춤형으로 작품을 개발하고 시민들에게 전달해 왔다. 김 대표는 올해 진행된 새로운 비상구 만들기와 언택트·온택트·랜선 등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것을 내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기존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와 함께 장르별 칸막이에 안주하는 관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기존의 전문가 그룹과 함께 균형 잡힌 새로운 방안을 찾으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재단이 코로나 시대 상처받은 마음을 문화예술로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김보근_《한겨레》 선임기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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