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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10월호

본래의 취지 살린 실효성 있는 법안 제정을 원한다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 온라인 공청회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을 계기로 촉발되어 예술계와 국회의 주도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지원으로 제정이 추진돼 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21대 국회에서 일부 내용을 수정한 법안이 다시 발의됐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주요 내용, 추진 현황, 수정 사항 등을 공유하고 예술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온라인 공청회가 열렸다. 예술인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법률로 확실히 보장받고 성평등한 문화 현장이 실현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인 공청회의 내용을 소개한다.

온라인으로 중계된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 온라인 공청회 현장

일시
2020년 9월 11일 (금) 오후 2~4시
장소
문화체육관광부 페이스북,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유튜브 생중계
주최
  •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도종환·유정주·김영주 의원실, 예술인 권리보장법 입법 추진TF
사회
  • 이동연 예술인 권리보장법 입법 추진TF위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발제
  • 황승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 박선영 문화연대 팀장
토론
  • 정윤희 시각분야 작가, 문화민주주의 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오경미 문화예술노동연대 사무국장
토론회 영상
  • youtu.be/Am0Ytxqt3x0

황승흠

이성미

박선영

정윤희

박경신

김종진

이동연

오경미

발제 1 예술인 권리보장법안의 체계와 구성
황승흠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제1장 총칙, 제2장 예술 표현의 자유 보장, 제3장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의 보호와 증진, 제4장 성평등한 예술 환경의 조성, 제5장 예술인 권리구제 기구 등, 제6장 구제 및 시정조치, 이렇게 총 6개 장 44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장은 예술인과 예술 활동에 대한 개념 정의로 예술인은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정의했습니다. 예술인 복지법과 동일한데요. 다만 법안 수정을 통해 범위가 축소됐습니다. 업으로 하기 이전 단계나 직업을 찾고 있는 단계는 삭제됐습니다. ‘예술 활동’ 역시 예술인 복지법의 ‘창작’ ‘실연’ ‘기술 지원’ 영역 중심이지만 기획과 비평 작업은 ‘창작’, 연습과 훈련 과정은 ‘실연’에 추가로 포함시켰습니다. ‘예술교육 활동’은 보호 대상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을 때 별도로 규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2장에는 예술인의 권리 선언이 있고, 예술 활동의 방해 금지, 예술지원사업의 차별 금지, 공정성 침해 금지가 규정돼 있습니다. 20대 국회 제출 법안과 비교해 형사처벌과 구제 조치 조항 중 형사처벌 조항이 삭제된 상태로 발의됐습니다. 3장에는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와 예술지원기관의 책무를 규정한 다음 불공정행위 금지가 나옵니다. 기본적으로는 예술인 복지법의 불공정행위 금지 제도를 가져왔습니다. 예술사업자 외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예술지원기관도 불공정행위의 주체로 보았고, 불공정행위 유형을 확대해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을 넣고,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가 결정하고 시정 조치를 요청하게 만드는 제도를 추가했습니다. 다음은 예술인조합과 활동방해 금지인데요. 2명 이상의 예술인이 예술인조합을 만들 수 있고, 교섭 대상은 예술사업자, 국가기관, 예술지원기관이며 활동을 방해하면 구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4장에서 성희롱·성폭력은 기본적으로 ‘예술 활동’ 또는 ‘예술교육 활동’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예술인이 가해자가 되는 상황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됩니다. 예술인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는 예술인이 아닌 사람이 가해하는 경우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했습니다. 다음으로 구제 절차를 위해서는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와 ‘예술인 성희롱·성폭력피해구제위원회’를 각각 설치합니다. 문체부 소속으로 권리보장위원회는 공개, 피해구제위원회는 비공개가 원칙입니다. 성희롱·성폭력 행위 조사의 특수성과 전문가 구성 측면에서 구분해 절차를 진행하고, 조사와 사무처리 기구는 예술인보호관으로 일원화했습니다. ‘예술인보호관’은 문체부 소속 공무원이지만 개방형 직위로 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 보장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구제 절차는 신고·조사·의결·구제조치의 4단계로 진행됩니다. 예술인보호관은 신고 사실을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절차를 종결하거나 구제 및 시정조치 방안을 마련해 위원회에 보고합니다. 각 위원회는 보고를 검토하고 판단해 구제절차를 종결하거나 문체부 장관에게 구제조치를 요청합니다. 문체부 장관은 서면으로 관련 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거나 징계를 요구합니다. 행정처분 효과를 위해 장관이 대외적인 구제조치를 직접 하는 체제를 취했습니다. 권리침해 행위에 대해 시정권고를 할 수 있고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도 할 수 있습니다. 시정명령을 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을 중단 또는 배제할 수 있는 조치를 했습니다. 중단 기간은 초안의 10년 이내에서 5년 이내로 축소됐습니다. 불공정행위는 합의를 통해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의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면 시정명령을 요청하지 않는 것으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불이익조치 금지 조항은 신고자나 자료를 제출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발제 2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 의의와 과제
박선영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쟁점 사항을 20대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정된 내용을 중심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예술인의 정의와 관련해 본안에서는 예술교육이나 훈련받는 과정, 예술가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까지 포괄했지만, 수정 과정에서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축소됐습니다. 예술인 복지법에서 정의하는 예술인과 차이가 있어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입니다. 예술인 복지법은 복지의 수혜 대상을 정하다 보니 엄격하게 정의될 필요가 있지만,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예술인의 보편적인 권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법으로 피해 볼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더 보호해 줘야 합니다. 두 번째,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와 예술인 성희롱·성폭력피해구제위원회의 독립성 문제입니다. ‘독립적인 사무 수행’이 위원회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됐는데요. 국가기관을 감시할 위원회의 독립성은 이 법의 핵심임에도 이 조항이 빠졌습니다. 세 번째, 예술인보호관의 권한 축소 문제입니다. 개정안에서 신고 사실에 대한 조사절차 종결 권한을 예술인보호관에서 문체부 장관으로 변경했습니다.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되려면 예술인보호관의 권한이나 위상 정립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배상과 처벌에 관한 조항이 거의 삭제됐습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나 직권남용죄 등과 중복될 우려가 있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따라 처벌 조항을 넣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건데요. 직권남용죄는 예술 활동 방해를 처벌하는 데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관련자 대부분이 직권남용죄로 징계되고 있는데요. 직권남용죄는 해당 행위에 대한 직무상 범위가 명확하게 포함돼야 하고, 지시로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것이 규명돼야 됩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은 2020년 1월 30일 김기춘의 대법원 판결에서 예술 활동 방해 행위에 대한 불법성 판례가 나왔다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힘듭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처벌 조항은 매우 중요한데 충분한 논의나 협의 과정 없이 빠졌습니다. 이렇게 수정되고 삭제된 안이 예술인 권리보장법 본래의 가치와 목적을 제대로 살려낼지 의문이고요. 그런 측면에서 2019년 4월 19일 발의된 원안을 중심으로 다시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아래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논의와 협의를 거쳐 올라온 법입니다. 원안도 예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구제 조치에만 집중된 한계와 아쉬움은 있습니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예술인과 예술정책의 기본법적 성격으로 예술인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완하는 법으로 존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피해구제위원회, 권리보장위원회, 예술인보호관의 정책적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작동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여당의 확실한 입장이 필요합니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4년이 지났음에도 뚜렷한 대안이나 해법을 만들지 못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문체부나 정부가 내놓은 안에 실망하고 있습니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통과가 그동안의 비판을 종식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이 들고요. 수많은 수정 과정이 있었음에도 예술 현장과 협의 없이 그냥 다시 발의한 점이 아쉽습니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변화의 시작으로서 의미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예술인과 정치권과 정부가 힘을 모아 법의 제정과 예술인 권리 보호를 위한 활동을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이동연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예술인 정의 문제, 위원회의 독립성, 예술인보호관의 권한 확대, 삭제된 벌칙 조항에 대한 논의를 토론에서 본격적으로 해보겠습니다.

정윤희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문체부와 법조계, 예술인들이 오랜 기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낸 20대 국회의 원안과는 다릅니다. 20대 국회 상임위가 임의로 수정한 내용을 그대로 올렸는데요. 예술 현장에서는 법 제정의 취지와 목적을 훼손한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 취약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예술계에서 끊이지 않는 미투나 갑질 사건의 피해자들은 예비 예술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예술 활동 방해에 대한 벌칙 조항인데 21대 발의안에서 삭제됐습니다. 각종 지원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예술지원사업의 공정성 침해 금지 조항의 적용 대상은 공무원, 예술지원기관에 소속된 자 또는 심사에 참여한 자가 돼야 하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근거해 지원 심사 개입과 청탁에 대한 처벌 조항이 적시돼야 합니다. 깜깜이 지원 심사는 문화예술계에 권력 불평등이 작동하고 예술인 권리침해를 발생하게 한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권리보장위원회가 심의·의결하는 자문기구라는 이유로 독립적 사무국의 수행 근거를 삭제했지만,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상근 전문위원을 두고 독립적인 사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술인 권리보장 관련 전담 업무는 간섭과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문체부가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법안의 취지를 훼손하는 사안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술 활동을 침해하는 공직자 혹은 예술지원기관에 대한 정확한 처벌 내용이 없습니다.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도 권리침해에 대한 벌칙 조항이 공무원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존재해야 하는데요. 기존 벌칙 조항의 삭제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수정을 통해 부활시켜야 합니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블랙리스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법안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이성미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예술인이 권리침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법에서는 첫 번째, 프리랜서 예술인이 현행법상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됩니다. 두 번째, 성희롱·성폭력 해결은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 창작 환경의 안전을 위협하는 예술계 전체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요. 세 번째, 왜 예술인의 성폭력만 별도의 법으로 다루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사각지대를 보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체육인의 경우 이미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되어 예술인보다 훨씬 강력한 법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먼저 21대 발의안에서 빠진 예비 예술인의 법적 포섭이 필요합니다. 예비 예술인을 보호하지 않으면 예술계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교육·훈련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예비 예술인을 어느 정도 포괄한 전문위원의 수정 의견을 반영해 보완해야 합니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에서는 예술인의 ‘예술 활동’ ‘예술교육활동’과 관련한 성희롱·성폭력을 정하고 있습니다. 양성평등기본법의 성희롱 정의에 프리랜서 예술인은 배제돼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성희롱 정의에는 업무관련성, 고용, 학교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법에서 예술 활동, 예술교육 활동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성희롱’ 피해는 구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도록 했는데요. 20대 발의안대로 ‘성희롱·성폭력’으로 명시해서 수정해야 합니다. 재정지원 중단 배제 대상은 성희롱은 시정명령을 받은 사람이고, 성폭력은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만 해당됩니다. 현실적으로 재정지원 중단이 유일한 조치인데 실제 성폭력 신고 비율은 5%가 안 됩니다. 사법 절차를 밟지 않으면 구제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중처벌로 보기도 하는데 직장이나 학교에서는 고충 처리 절차에 따라 성폭력도 정직, 감봉, 해임, 파면 등의 징계조치를 합니다. 피해자가 원하면 별도로 고소해 재판을 받을 수 있고요. 벌칙 조항도 과태료 3000만 원, 1000만 원, 재정지원 중단 최장 10년이 과하다고 줄였는데요. 과태료 500만 원, 300만 원도 적고, 재정지원 중단 최장 5년도 너무 짧습니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징계 정보시스템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때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실효성 있는 피해 구제 방안이 있어야 사각지대에 있는 권리침해가 구제되고 피해 발생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김종진

먼저 예술인 권리보장법에 사회보장 역할이 추가돼야 합니다. 현재 거의 절반이 구제 피해 신고 조항입니다. 예술인의 다수는 프리랜서 혹은 개인사업자라 사회보험 적용 대상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3조 3항에 사회보장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되고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면 합니다. 최근 예술인 고용보험 당연가입으로 일부 직종에 대한 지원 논의가 있는 점을 고려해 적극적인 검토 의견을 드립니다.
블랙리스트 때문에 차별·금지 조항이 부각됐지만, 긍정적 의미에서 평등 대우의 원칙으로 갈 필요도 있습니다. 8조에서 예술지원사업 차별 금지 항목을 나열하는 대신 핵심 조항에 근거한 차별과 필요한 내용 삽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4장과 5장에는 성희롱·성폭력 관련 실태조사 혹은 구제 신고 등만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핵심 영역 중 하나는 인격권을 침해받는 괴롭힘입니다. 16조 이하의 ‘성희롱·성폭력’ 범주에 괴롭힘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안에는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가 3가지 항목인데, 10조 3항에서 신체적 ‘안전’ 다음에 ‘건강’이 포함되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직업능력 개발과 관련된 교육·훈련을 받을 권리가 추가됐으면 합니다. 끝으로 21조 권리보장위원회가 9명 이내인데 15명 정도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 드리고요. 지난 8월 시행된 <청년기본법>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세대별 균형을 고려하도록 돼 있습니다. 권리보호위원회에도 2030세대 예술인이 적극적으로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위원회의 의결 내용에 구제 피해, 권리 보장 관련 권한은 없는데 권리 보장의 심의·자문 역할까지는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예술인의 생활과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 보장 차원에서 예술인 권리보장법상 사회보장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강조하셨습니다. 다만 예술인 복지법과 어떻게 충돌하고 상호보완적인지는 추후 검토돼야 할 것 같습니다.

박경신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도입한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예술계에 블랙리스트가 횡행한 이유는 작품 및 활동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일 수 있는 위험이 다른 분야보다 높다 보니 정치적으로 의도적인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컸다고 보고요. 작품 활동에 대한 평가 역시 주관적일 수 있는 위험이 높다 보니 상당한 권한이 개인에게 주어졌고, 아무런 설명과 책임 없이 갖게 된 권력이 성폭력의 토양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이유를 바탕으로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저는 예술인의 범위를 넓혀서 정의한 20대 법안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권리 구제를 위한 법이기 때문에 ‘제2장과 4장의 금지행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예술 활동을 수행하고 있던 자’로 정의하면 이 사람이 예술인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없이 모두 수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성희롱의 핵심은 성이 아니라 권력입니다. 다른 법률의 성희롱 정의에는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라는 조건이 들어갑니다. 중요한 조건인데 빠졌으니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가 16조 2항에 더해져야 합니다. 세 번째, 초안은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신분 범죄였는데 21대 안에서는 기존의 업무방해죄나 직권남용죄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모두 과태료로 변경됐고,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얘기가 나왔습니다. 형평성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 사태를 참고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검찰에서 블랙리스팅을 범죄로 보고 공소 유지를 하는 상황에서, 법을 만드는 국회가 과태료 대상으로 바꾸면 원래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고 진행 중인 재판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존 범죄와 중복된다는 비판은 직권남용죄의 문제를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기존 범죄가 블랙리스팅을 예방하지 못해 새로운 범죄를 만드는 것이고, 저는 ‘공무원 직위 남용 기본권 침해죄’로 명명하고자 합니다. 문체부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김기춘, 조윤선 밑에서 서투른 아이디어를 정교하고 극악하게 만든 공무원은 처벌되지 않았습니다. 직권남용은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가진 권한을 남용해 원치 않는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로 유죄가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언제 또 이런 일이 재발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통해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위헌적인 행위를 유죄로 규정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형사처벌을 복원하는 쪽으로 법안을 개선할 것을 요청드립니다.

오경미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20대, 21대 국회를 거치면서 초기에 담겨 있던 예술인으로서 누려야 할 인권 전반을 기술한 기본 이념이 삭제되면서 예술인의 권리침해를 구제하는 협소한 법의 수준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권리구제에도 명백한 한계를 가집니다.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가 권력형 위계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예술계로 진입하려는 집단을 제외하면 안 됩니다. 포괄적으로 예술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예술인 복지법의 상위법 개념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예술인보호관의 역할은 침해행위나 신고 사항의 심의·의결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입법 취지를 제한적으로 해석했다는 점도 문제이고 실효성도 의심스럽습니다. 처벌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징적인 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문체부와 국회는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발의 배경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원사업은 예술인이 예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건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지원사업을 빌미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예술인을 옥죌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입니다. 예술계 내 성희롱·성폭력 역시 가해 주체만 다를 뿐 가해행위는 블랙리스트와 유사합니다. 예술인들은 주체가 되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피해구제로 법안을 일차원화하고 예술인을 타자로 대상화한 것은 그래서 매우 유감입니다. 법 시행 후에도 지속적으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증진을 모색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계획이 권리구제와 동등한 지위로 설계돼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와 복지, 예술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위법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에 예술인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동연

이제 박선영 팀장님께서 토론에 대한 소감과 답변을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토론자들의 짧은 소감도 듣고 싶습니다.

박선영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예술정책이나 행정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더는 창작과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 정책을 수행하는 예술인이 아니라 정책을 만들고 참여하고 개입하고 활동하는 주체로 설 수 있는 과정이 중요하고요. 마지막으로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핵심은 기존의 국가 중심 독점적 권력 구조를 예술 현장과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주체들의 권한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처벌 조항을 만드는 과정이 꼭 지켜졌으면 합니다.

정윤희

예술인들이 피해를 당했을 때 피해 사실을 밝히고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순간 그 과정은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혹은 자신만의 문제라고 좌절하면서 살아갑니다. 법률로 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자를 징계하고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서 이 부분은 꼭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성미

20대 국회 발의안을 기준으로 재수정되면서 표현의 통일성과 취지가 없어지는 부분을 누군가가 짚고 가야 합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아는 문체부에서 취지를 잘 설명하면 좋겠고요. 실제로 모든 성폭력 행위가 사법기관으로 가지는 않고, 조직에서 책임을 다해 구성원들끼리 해결하는 게 우선입니다. 법이 있으니 무조건 판결을 받아 오라는 식이면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 설득해서 실효성 있는 법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경미

이런 자리에 나오면 예술인의 사회적인 권리와 지위가 얼마나 바닥인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국회의원, 문체부 관계자들은 이 법이 종착지가 아닌 출발점이라 생각하고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얼마나 더 향상시킬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동연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조속하게 제정돼야 한다는 이유로 꼭 들어가야 할 조항이 삭제된 채 제정되는 것은 예술계가 원치 않습니다. 빨리 추진하되 내실 있게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앞으로 문체부, 국회, 예술계 현장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정리 전민정_객원 편집위원
사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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