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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서울문화재단 전·현직 대표이사 3인 특별 대담
대학로를 함께 그리다

2019년은 서울문화재단이 창립된 지 15주년 되는 해다. 지난 2004년 설립된 재단은 그간 양적으로 팽창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업무 영역에 걸쳐 문화예술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때문에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 이전은 단순히 청사를 옮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띤다. 서울의 문화정책을 대표하는 공간이자 문화행정과 예술가들의 접점인 대학로, 서울의 문화집적지 한가운데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적 이동이 어떤 큰 그림으로 진행돼야 할지, 전·현직 대표이사 3인이 모여 ‘대학로 시대’를 그려보았다.

전,현직 대표이상 3인

  • 일시2018년 5월 3일(목) 오전 11시~오후 12시 30분
  • 장소동숭아트센터 4층 회의실
  • 참석자안호상, 조선희, 주철환
  • 진행김해보 서울문화재단 경영기획본부장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 시대, 어떻게 시작됐나?

주철환

안 대표님은 재임 시, 서울시의 새로운 문화정책 트렌드였던 창작공간 조성을 통해 우리 재단이 서울시 전역에 퍼지게 하셨습니다. 조 대표님은 제가 부임하기 직전 동숭아트센터 매입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셨죠. 여기까지 오게 만든 장본인이시기도 합니다.(웃음) 저는 현직 대표라 말하기 좀 조심스럽네요. 다른 곳에 자문을 구할 때도 ‘대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신경 쓸 수밖에 없잖아요. 전직 대표 두 분이 편하게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조 대표님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재단을 이전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며, 왜 하필 동숭아트센터인가요? 그 생각을 들어봐야 우리가 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희

용두동이라는 곳이 어떻게 보면 문화소외 지역이잖아요. 그런 곳에 재단 청사가 있고요. 자문위원회나 심사위원회, 이사회 등을 개최할 때 처음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접근성에 분명히 문제가 있죠. 그게 가장 불편했습니다. 여러 행사를 할 때 항상 남산예술센터나 시민청, 연극센터로 나와야 하니 몸과 머리가 따로 논다고 할까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같은 국가 정책기관이 나주로 이전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죠. 문화재단은 현장에 있어야 해요. 그 지역의 센터가 문화 중심으로 들어가야 하고요. 부임했을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의 예술인들과 호흡을 같이해야 해요. 재단은 서울에 있는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예술정책을 기획·확산하는 거점인데, 그 거점이 문화계의 중심에 있어야 몸과 머리가 따로 놀지 않죠. 또 하나는 재직 시절 재단의 기본재산이 1,200억 원 정도였는데, 2009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시 재정이 위축되고 재단도 압박을 받게 됐어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진흥기금이 고갈되는 것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죠. 기본재산이란 유사시 문화정책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재단이 치고 나갈 수 있는 물적 토대인데, 그걸 훼손한다는 게 부담이 됐죠. 은행에 저축해도 금리가 너무 낮은 상황이라 시에서는 “우리는 돈을 빌려 쓰는 상황이다.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더 떨어지지 않느냐, 수지가 안 맞는다”는 논리로 압박을 해왔습니다. 한사코 방어할 수도 없고 재단의 물적 토대, 금융 자산의 가치도 떨어지고 있어 그걸 어떻게 부동산으로 치환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전문가도 만나고 여러 가지 방안을 궁리했습니다. 금리가 떨어지니까, 기본재산을 부동산 재산으로 치환하면서 재단의 숙원사업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사옥 이전이었죠. 일단 재단의 덩치가 크니 큰 건물이 필요하고 서울의 중심가, 장소를 문화 중심지로 고려하니 대학로밖에 없었습니다. 대학로에서도 몇 개 건물과 부지를 봤는데 마침 동숭아트센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당시 700억 원 아니면 안 판다고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우리 여건에서는 너무 높은 가격이었고, 부동산을 찾아가 검토했는데 금액이 너무 높게 나와서 아무도 생각을 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김옥랑 관장을 만나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가격이 중요했죠. 아무리 지리적으로 맞다 해도 가격이 안 맞으면 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양보를 받아냈습니다. 게다가 연면적을 냈는데, 재단과 남산 직원이 다 들어와도 수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안호상


안호상

대학로로 이전하고 나면 남산예술센터는 어떻게 되나요? 그건 계속 쓸 수 있나요? 예술교육사업의 근거지로 쓰고 있는 남산예술센터에는 극장도 있어 예술교육사업에 유리합니다. 처음에 그곳을 매입하려다 못 사고 임대를 했죠.

조선희

극장이 빠진다면 거기에 굳이 예술교육본부가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예술교육은 동숭아트센터로 들어와야 하지 않나요?

안호상

방향의 문제입니다. 과거에 재단이 직접지원을 주로 했을 때 교육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때는 직접지원이 대세였는데, 간접지원과 매개자 지원으로 확장될 때 저는 교육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채택했습니다. 이후 창작공간으로 이어졌고요. 시에서 예술지원 의지가 있으니까, 재단이 예술가 지원과 매개자 지원을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다듬어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매개자 지원사업들에서 여러 가지 효과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요. 그동안 용두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재단이 대학로에 입성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예술가의 접근성을 해소하기 위해 재단이 대학로에 왔다는 것이 확실한 명분입니다. 어떤 기치를 내세울지 고민해야 합니다.

용두동 청사는?

주철환

동숭동으로 이전하는 배경에 대해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시민도 만나고, 접근성도 좋아지고요, 게다가 예산은 유동성보다 부동산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용두동 청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관건입니다. 조 대표와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게 서울시와 우리는 사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서울시가 당연히 돈을 더해 재단이 하는 일, 시민들의 문화향유권, 예술가 지원 등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우리가 무조건 아낄 필요는 없죠. 용두동 청사도 그대로 우리가 쓴다면 재단에 문화와 예술이라는 두 파트가 생길 것입니다. 문화는 생활문화, 예술은 창작으로 말이죠. 예술 관련은 동숭아트센터로 오고, 문화 관련 시민지원의 사령부는 용두동이 될 것입니다

조선희

기본재산을 어떻게 부동산 자산으로 치환하느냐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용두동이 더 전망 있지 않나요? 어차피 재단이 문화정책을 펼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 건물을 가져가야 하니까요. 저는 동대문구가 도심에 속하지만 굉장히 낙후된 지역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문화적으로 그렇고 문화공간도 없죠. 예술센터나 아트홀도 없고요. 문화소외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개념을 확장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동숭아트센터를 사용할 때 콘셉트를 재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옥랑 관장은 그야말로 공연예술 복합공간으로 이 건물을 지었습니다. 4층은 블랙박스 다목적 공연장이고, 지하는 당시로 치면 굉장히 큰 공연장이죠. 이곳은 기본적으로 공연예술 복합공간입니다. 그런데 재단의 한 해 예산 규모, 사업 영역 등을 봤을 때 공연이 과연 어느 정도 비중인가를 조금 냉정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 이 건물은 거의 70%가 공연시설로 되어 있는데, 재단 사업으로 보면 20~30% 정도일 겁니다. 아까 매개자 지원도 말씀하셨는데 예술교육이라든지 생활문화 지원 같은 문화정책의 센터 역할을 더 많이 하게 될 겁니다. 재단이 들어오면서 공사를 하면 최소 20년은 갈 겁니다. 지금의 문화정책 트렌드로 봤을 때 그런 용도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극장은 하나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콘퍼런스홀과 갤러리를 포함해 다목적홀 같은 공간도 당연히 필요할 테고요.


조선희


대학로 신청사의 큰 그림

주철환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조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예술가들의 콘퍼런스 이런 것도 좋은데, 이곳에 오는 예술인들이 누구냐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문화예술공간은 과거가 보이는 공간보다는 미래가 보이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젊은이들과 노장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여기에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어떤 사업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실험예술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드나들 것인가, 아니면 나이든 분들이 공연을 관람하러 찾느냐는 이곳의 방향 설정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신청사의 1~2층에 서울시가 건립하려고 했던 예술청의 기능을 넣는 것도 협의 중입니다

관련사진

동숭아트센터 공간을 둘러보는 전·현직 대표이사 3인.

조선희

예술청의 기능은 무엇인가요?

주철환

쉽게 얘기해서 예술인들이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가령 지원 정보를 얻고, 예술가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재단이나 기타 전문가들로부터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죠. 신청사의 미래를 미시적 관점에서 결정하는 것이 건축 구조입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운영 방향으로 언급할 수 있습니다만.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다 연결되죠. 신청사의 성격은 크게 극장, 1~2층 공유공간, 사무공간 등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조선희

저는 그런 기능도 당연히 재단이 포함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시의 주문이기도 하지만, 문화예술인을 위한 살롱 개념으로 공간을 만들어 거기에서 각종 지원사업 컨설팅, 지원사업정보 키오스크, 정보센터 역할을 하면 좋고요. 카페의 수익성 면에서도 그런 기능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술청을 단순히 주민센터 개념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살롱 개념으로 만드는 거죠. 그래서 저는 예술인과 시민과의 접점 두 가지를 고려해서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호상

국내에서는 극장 전문 건축가를 찾기 쉽지 않아요. 극장 전문가에게 도면을 그리게 하고 어떤 형태로든 건축가에게 넘겨줘 그 사람이 실제 설계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계약 당사자가 건축회사일 테니, 자기들 인하우스에 코디네이터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 위주로 일을 할 수밖에 없고요. 때로는 이런 상황 때문에 산으로 가기도 하죠.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설계 이전 단계를 하나 더 넣어야 합니다. 콘셉트와 스케치 도면을 그린 다음 건축가를 선정해 넘겨주고, 그에 맞춰서 도면을 그리게 하면 됩니다. 기초설계를 할 때 가능하면 구조나 인테리어 관련자도 참여하도록 하면 되죠. 국립극장 재임 시절 인테리어 하는 사람과 몇 명이 팀을 짜 검토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만들어놓고 조달청을 통해서 건축가를 뽑았는데, 일반 입찰로 진행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주철환

그걸 공연장 컨설팅 단계에서 해결하려고 했는데, 구조 변경까지 고민하게 돼 전체적인 방향을 잡는 큰 과업이 되었습니다. 역시 안 대표님이 극장 전문가로서 적절한 지적을 해주셨네요. 잘 반영하겠습니다

안호상

기능적으로는 교육사업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5층은 교육공간으로, 1층은 전체를 공유공간으로 만들어 매개자 중심으로 사용하면 좋겠어요. 지하 공연장은 오픈 형태의 극장으로 바꿔서 객석은 줄이더라도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지원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창작자들이 이곳에 와서 준비 작업을 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 공간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재단이 정해야겠죠. 단적으로 재단이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대관공간으로 내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주철환

어느 하나가 아니라, 그 두 가지를 모두 잘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남산예술센터는 나름대로 방향성을 가지고 실험정신과 시대정신이 담긴 작품들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죠. 여기도 극장을 운영할 때 뒤에서 도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겠죠.

안호상

요즘 보면 그냥 맡겨놓기만 하고 기획이 없는 극장들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예산 문제이긴 한데요. 재단이 극장을 운영한다고 하면 아마 예술가들은 언제든지 나눠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르코나 대학로아트센터 등이 있는데 재단도 그렇게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입장을 취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주철환

예술은 결국 시민과 함께 호흡해야 하지 않을까요? 고전과 모던, 컨템퍼러리, 아방가르드 등 다양하게 있어야 하죠. 무조건 돈 되는 것만 하면 안 됩니다. 공공성 훼손도 방어해야 합니다.

안호상

두산연강재단도 잘하는데 거기도 큰 홀은 부담스럽습니다. 홀이 두 개인데, 작은 홀은 불편하긴 하지만, 그 기관의 정체성을 대외적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문학 강좌나 다른 행사도 많이 하고요. 여기에 500석 이상의 객석 중심의 극장을 가져가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주철환

안 대표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객석 규모로 승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죠. 일단 특징이 있어야 하고 세련되면 좋겠어요. 이곳에 왔을 때 ‘아, 내가 이런 곳에서 새롭게 해석된 연극을 본다’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합니다. 예술체험을 통해 삶의활력을 느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예를 들어 성당에 갔을 때 그곳이 ‘자기 삶을 돌아보는 곳’이 되기도 하고, ‘이게 성당인지 식당인지 알 수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작이, 즉 기획설계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늘처럼 여러 사람의 의견을 두루 듣고 있고요.

주철환

조선희

저도 동의합니다. 극장 자체가 그렇기도 하고, 연극도 연극이지만 서울거리예술센터도 있지 않나요? 거기서 생산되는 퍼포먼스 작품들도 있는데, 그런 작품들이 공개되는 플랫폼도 필요합니다.

주철환

무엇보다 저는 독창적이면 좋겠어요. 젊은이들이 사진 찍고 싶어 하는 곳,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곳, 특징적인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안호상

외양도 바꿀 수 있다면 다 바꾸면 좋겠어요. 보존도 중요한데 손을 댈 거면 아예 같이 고민하는 게 좋겠습니다.

조선희

예전에 1층 소극장에서는 영화가 끝나면 커튼이 열리면서 바깥에 있는 담벼락과 장독대가 보였어요. 그걸 보면서 건물이 굉장히 기품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안쪽으로 벽면을 만들어서 빛을 차단했더군요. 그걸 걷어내고 1층을 리셉션 장소로 만들면 어떨까요. 그 안을 카페나 살롱 개념의 공간으로 하고, 바깥으로 통하게 접문을 설치해 아늑한 뒤뜰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예술가와 시민, 서울의 문화정책을 함께 생각하는 공간

주철환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어떤 사람이 오게 할 것인가? 어떤 사람들이 많이 오도록 기획할 것인가? 재단이 주도적으로 기획을 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미 대학로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게 중요한가? 이러한 것들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재단이 대학로에 들어온다고 해서 그 역할이 대학로라는 문화지구에 한정될 필요는 없지만, 또 반대로 대학로에 들어왔는데 대학로의 부흥에 기여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양면적인 이야기가 동시에 나오기도 하고요. 모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조선희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느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예술가를 위한 공간이라면 콘셉트가 분명하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집회를 하거나 우리가 예술가를 대상으로 집회를 할 수 있고요. 아까 이야기한 살롱 개념으로 그들이 모여서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컨설팅이나 상담이 가능한 개방성 있는 예술인센터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시민이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합니다. 공연을 보러 오게 만드는 게 시민 접점이지, 굳이 구체적으로 공간을 따로 열 필요는 없습니다.

주철환

‘마이크임팩트’가 좋은 예시가 되겠네요.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작은 워크숍도 할 수 있고. 그런 것도 하나의 사례이지요. 미래전략팀 직원들이 코워킹 공간을 많이 벤치마킹했다고 들었어요. 문제는 대부분의 코워킹 공간에는 상주하는 단체가 있기 때문에 공간을 열어놓으면 자연스럽게 24시간 활용됩니다. 그런데 이곳은 공간 제약으로 인해 상주하기 어렵고 기껏해야 연습공간을 대관한 단체 정도일 겁니다. ‘재단 주도의 행사가 없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코워킹 공간이 북적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실적인 생각입니다. 공간을 재단이 주도해 기획할 것인지, 예술가들에게 맡겨놓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1, 2층에 예술청을 운영하면서 코워킹 공간을 운영하는 별도 조직이 있어야 우리가 상상하는 북적거리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선희

‘청’이라는 이름이 관공서 같은 느낌이 나네요. 그런데 개념 자체는 좋은 것 같아요.

주철환

예술가를 위한 서비스가 모여 있는 허브, 사실 그게 재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조선희

그럼요.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도록 해야 하잖아요. 예술청이라는 개념이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단이 개발한 새로운 서비스인 거죠. 재단이 기존에 하던 사업들도 예술가들을 실수요자로 하지만, 예술청 기능을 한다면 실제로 많은 관심을 받겠죠. 와이파이와 노트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조용히 회의할 수 있는 차단된 공간과 테이블이 있는 오픈된 공간도 있으면 좋고요.

관련사진

주철환

현실적인 그림을 그려보면, 어떤 사람들이 올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예술에는 문학, 시각, 음악, 무용, 연극, 전통 등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왜 우리는 지원 안 해주냐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공평하게 해줘야 할지, 우리가 주도해야 할지, 그들에게 맡길 것인지 적절히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할 일 했다는 식의 운영은 바람직하지 않고요.

안호상

대학로에 예술단체들, 공연 극장들이 많은데, 그쪽을 지원하는 사운드, 영상, 디자인 회사 등을 여기에 입주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예술가들이 그 사람들과 작업하기 위해 모여들 것 같습니다.

주철환

완벽하게 기획해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하다 보면 우리의 역할이 분명해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술가와 만난다고 할 때 윤동주, 윤이상처럼 죽은 자, 또는 유망한 젊은 예술가, 즉 산 자와의 만남도 있습니다. 남산예술센터를 위탁받았을 당시의 창작지원본부장에게 첫 작품을 물어보니 <오늘, 손님 오신다>였다고 하더군요. 아련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치우치면 안 되죠.정치적으로나 세대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합니다. 젊은이와 원로 모두를 위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조선희

주철환 대표의 임기가 내년 8월까지 아닌가요? 그런데 5월에 공사를 시작하네요. 쌀 씻는 사람이 있고 밥 짓는 사람이 있고, 밥상 받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쌀을 씻었고, 주 대표가 밥을 짓는 셈이고, 그다음 분이 밥상을 받게 되겠네요. 제가 이런 경험이 두 번째입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파주보존센터를 지었는데, 운영한 지 벌써 3년쯤 됐나요? 제가 그걸 기획한 때가 2008년쯤이었어요. 저는 기획만 했고, 후임자가 6년을 하면서 건물을 거의 다 지어놓고 갔습니다. 개소식에 갔더니 온 지 두 달도 안 된 분이 손님맞이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쌀 씻는 사람, 밥 짓는 사람, 밥상 받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걸 느꼈어요. (웃음)

안호상, 주철환

세상일이 다 그런 거지요. (웃음)

정리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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