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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나 자신을 소중히 대하고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기계발서나 심리상담가,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해요. “너 자신을 소중히 대하렴. 너 자신을 사랑해.” “어떻게요?”라고 되묻는 저에게 “그건 네가 찾아봐야지”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50일 동안 강화도에서 강원도까지 도보 배낭여행을 하며 우연히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에게 질문했습니다. “인생이란 뭔가요? 행복이란 감정은 뭘까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모르는 게 인생이며 행복이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다들 목에 뭔가 막혀 있는 것처럼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런저런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다니고 물어봐도 알 수가 없습니다. 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유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나를 소중히 대한다는 건 어떤 걸까. 이런 질문을 하며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많이 하죠. 자본주의 시대에 돌입하면서는 ‘자립’과 ‘독립’을 요구하는 문화가 팽배했고요. 덕분에 ‘나의 정체성’이 내 안에 외따로이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마치 ‘나’라는 하나의 본질이 있고, ‘사회적인 나’는 가면이라고 생각하는 식이죠. 그것이 정체성에 대한 오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나’의 리액션의 총합. 그것이 나이고, 내 정체성이니까요.
나를 찾아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죠. 대개 대학을 졸업하거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가장 멀리까지 갑니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어요. 그건 바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은 ‘내’가 아닌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서만 알 수 있어요.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 조상은 과거로부터 지독할 정도의 ‘사회적인 존재’였습니다. 그것이 ‘생존’에 직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래요. <하류지향>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와요.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은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뉴욕, 로스앤젤레스 아니면 파리나 밀라노 또는 발리섬이나 캘커타 또는 바그다드나 탄자니아 그 어디라도 좋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상관없다. 나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언어와 종교, 생활습관이 다른 곳으로 가서 산다면 내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으리라. 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좀 이상한 발상이다. 만약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로 알고 싶었다면 자기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예컨대 부모라든가) 묻는 편이 훨씬 유용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지 않을까? 굳이 외국까지 가서,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상대와 대화하고, 그 결과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는 말을 나는 믿지 못하겠다. 고로 ‘나를 찾는 여행’의 진짜 목적은 ‘만남’에 있지 않고, 오히려 나에 대한 지금까지의 외부 평가를 재설정하는 데 있다고 본다.”
뼈아픈 얘기지만 ‘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타인들의 ‘나’에 대한 평가가 너무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더 사랑받고 싶고, 더 존중받고 싶다는 욕구가 ‘자아를 찾는 여행’의 형태로 드러납니다. 그것이 전 세계적인 유행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나에 대해 알고 싶다면, 먼저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관계의 네트워크를 살펴봐야 해요. 그것의 구조를 파악해야 합니다.
시작은 내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사연 주신 분. 낯선 사람에게 묻기보다 차라리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해보는 게 나을 거예요. 부모, 친구, 회사 동료,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 말이죠. 먼 곳으로 떠날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어떨 때 행복한가. 나는 무엇을 참지 못하는가. 나는 내향적인가 외향적인가. 나는 사람들의 말을 쉽게 거절할 수 있는가. 되도록 나에 대해 많이 적어보세요. 언제 마지막으로 울었는지, 웃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써보세요.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글을 써보면 보다 명확해집니다. 글쓰기는 무엇보다 치유의 효과가 있어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너무 어렵지 않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 때 쉬고, 좋은 음식을 먹고, 감정적 착취 상태일 때는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친구의 문제라면 어떻게 말해줄지 생각해보세요. 내게는 그렇지 않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조언할 겁니다.
“괜찮아. 좀 쉬어도 돼!”
사랑하는 친구에게 해줄 말, 해줄 행동을 바로 본인에게 해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했던 그 방식이 바로 나를 살리고, 사랑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물속에 있는 사람은 물의 성분에 대해 질문하지 않죠. 그저 수영을 할 뿐이에요. 발레를 하는 사람은 ‘발레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신, 춤을 춥니다. 중요한 건 아는 게 아니라, 삶을 ‘살고’ 사랑을 ‘하고’ 춤을 ‘추고’ 물속을 ‘헤엄치는’ 거예요. 정의 내리는 게 아니라 그것을 몸으로 경험하는 겁니다. ‘나는 곧 내가 선택한 행위의 총합’입니다. 그게 곧 나의 경험이고, 내 재산이고, 내가 되는 거예요. 날이 서늘해졌어요. 잠들기 전, 예쁜 찻잔을 꺼내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끓이세요. 그걸 마시면서 창문을 열고 달빛도 보고, 귀뚜라미 소리도 좀 들으세요. 나를 위해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을 내는 일부터 시작하세요.
- 답변 백영옥_ 소설가. MBC 표준FM <라디오 디톡스 백영옥입니다>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