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당신은 누구입니까?
저는 수염 많은 안무가입니다. (웃음) 수염은 어릴 때부터 길렀어요. 제가 열여덟 살부터 방송 댄서로 활동했는데, 저를 어리게 보는 게 불편했던지 수염을 길렀죠. 그것도 벌써 20년 전이네요. (웃음) 지금 활동하고 있는 무용단인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먹고살기 위해 춤을 추는 단체예요. 무용을 하는 사람 중에서 교육 외에 작품만으로 돈을 번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저는 오로지 작품만으로 돈을 벌고 싶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돈을 벌고 있고, 특출난 댄서가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관심을 받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이곳은 어디인가요?
이곳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연습실인 정빌딩 지하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죠. 어릴 적 제가 방송 댄스를 시작했을 때, 소속된 단체의 팀원이 40명 정도였어요. 그중에서 제가 막내였는데, 막내들은 항상 연습 시작 한 시간 전에 와서 청소해야 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설거지를 해야 했거든요. 그 일을 몇 년간 했는데 아직도 그 시절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땀 흘리는 시간이 소중했던 만큼, 다른 사람보다 일찍 와서 청소하고 설거지하던 시간도 소중했죠. 그래서 그 문화를 무용수들에게 전수하고 싶은데, 싫어하는 것 같길래 제가 직접 해요. (웃음) 요즘도 연습실에 일찍 와서 혼자 청소하면서 오늘은 뭐를 해볼까 생각하곤 해요. 춤을 추는 것 외에 순수한 노동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신성한 의식 같고요.
Q 이곳에서 춤은 어떻게 발견되나요?
춤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발견되는 것 같아요. 이곳에 오기 전 본 모든 것이 움직임의 영감이 되고, 여기서는 그저 움직이기만 하는 거죠. 개미를 어딘가에 두면 땅을 파기 시작하는 것처럼요. 춤을 추는 이유가 따로 있진 않아요. 춤을 추면서 그 이유를 발견해 나가는 거죠. 누군가와 함께 춤을 추면서 몸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 그때부터 그것이 춤을 추는 이유가 돼요. 2020년 저희가 잘되기 시작하면서, 왜 우리가 잘된 걸까 생각해 보게 됐어요. 예전부터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무용단이라고 하기엔, 행사도 많이 하고 방송이든 뭐든 많이 했어요. 그렇게 수년 전부터 작품으로만 어떻게 먹고살지, 작품을 어떻게 무대에 계속 올릴지 고민해 온 거죠. 작품을 무대에 다시 올릴 기회가 생기면 돈을 받든 안 받든 어디에서든 했고요. 그러니까 지하철 역사든 거리 한복판이든 별의별 곳에서 춤을 추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춤을 보여주는 새로운 형태에 대한 실험을 계속한 것 같아요. 그래서 2020년처럼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지금 역시 공연의 새로운 형태를 다시 고민하고 찾아볼 기회라 생각하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어요.
- 취재·정리 김연임_웹진 [춤:in] 편집장
- 아티스트 소개
- 김보람 안무가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예술감독으로, 몸의 언어가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춤을 춘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춤의 장르나 개념에서 벗어나 가슴속에 있는 ‘그 무엇’을 몸과 음악으로 풀어내기 위한 무용단체다.
-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되었습니다. 원문은 웹진 [춤: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