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꽃 피는 책 & 숲 공작소 외부 및 내부 전경.
자연과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
꽃 피는 책을 운영하는 김혜정 씨는 자연과 책을 사랑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데 모아놓고 사람들을 만나며 서로의 삶을 공유한다. 초등학교를 마주 보고 있어 아이들의 ‘핫플’이기도 한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말마다 아이들과 숲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생태계를 체험하게 하고 자연의 소중함과 협동의 의미 등을 체득하도록 도와준다. 공간 바로 뒤에 용왕산이 있어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아이들은 모방 심리가 강해서 뭐든 다 따라 해요. 제가 꽃에 물을 주면 서로 주겠다고 하고, 책을 읽으면 자기들도 얼른 책을 꺼내와 옆에서 보곤 하죠. 물을 준 화분에서 싹이 나면 정말 좋아하고 신기해해요. 아이들이 자연과 책에 관심을 갖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성인들과는 숲 체험을 한다. 숲에 대해 해설도 하고 차를 마시며 그림책도 본다. 시를 읽으며 낭독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방송작가로 오랜 기간 활동하고 20대 때부터 자연에 관심을 가져 현재 유아숲 지도사, 숲 해설가, 숲길등산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숲 전문가이기에 이런 활동이 어색하지 않다. 숲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데, 꼭 그렇지 않더라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고 책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이 우울하고 힘든데 그럴 때 자연을 접하고 식물을 기르고, 숲을 거닐고 산책을 하며 많은 것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정말 힘든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3 어린이 숲 놀이.
4 숲 그림책 함께 읽기.
소소한 행복과 기쁨이 있는 곳
공방을 운영하는 예술가들과 협력해 가죽으로 북커버를 만든다거나 도예를 하며 화분을 만들 수도 있다. 분재하는 법도 배울 수 있고 아픈 식물을 가져와 치료할 수도 있다. 공간은 대관을 주기도 하는데 동네의 젊은 예술가가 공연한 적도 있다. 공간을 빌려 그간 자신이 모은 책을 소개한 사람도 있었다. 딱히 정해진 것이 없고 거창하지도 않지만, 소소한 행복과 기쁨이 있다.
김혜정 씨는 공간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어 작년에는 뭐든 실험적으로 시도해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올해는 좀 더 체계적으로 공간을 운영하고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은데 혼자 하기에는 부족한 점도 있어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도시 안에 있는 숲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람들을 숲으로 인도하는 연결고리 같은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사람들이 숲에 갈 때 망설이지 않는 것처럼 꽃 피는 책도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문득 혜정 씨가 물었다. “혹시 저희 페이스북 보셨어요?” 순간 취재 전날 연락하니 너무나 반가워하며 급한 일이 생겼는데 일정 변경이 가능한지 조심스레 물었던 일이 생각났다.
사람을 찾습니다.
2월 19일 혹은 2월 20일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에 ‘꽃 피는 책’에 방문하겠다고 연락주신 분~ 제가 외부 일정이 생겨서 약속 시간을 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시면 꼭 연락주세요. 며칠 전에 전화를 받았는데 번호를 저장 안 해놓아 이런 불상사가 생겼네요.
부디 이 글을 보시길….
꽃 피는 책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인데 취재 후에나 보았다. 며칠 동안 끙끙 앓았을 그를 생각하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꽃 피는 책이 사람들을 숲으로 인도하는 연결고리가 되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고, 그걸 지키고자 마음을 먹었다. 공간을 나와 바로 뒤, 용왕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나마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 글 전주호_서울문화재단 홍보팀
- 사진 제공 꽃 피는 책 & 숲 공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