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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2월호

창간 1주년 맞은 문학웹진 <비유>경계 없는 ‘문학’ 서가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발행하는 월간 문학웹진 <비유>(http://view.sfac.or.kr)가 지난 12월 25일, 제13호를 발행하며 창간 1주년을 맞이했다. <비유>는 본격 모바일·웹 기반 문학잡지를 표방하지만, ‘웹진’ 하면 예상되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오히려 단정한 서가를 떠올리게 하는 여백 있는 디자인과 가지런한 배열로 색다른 이미지를 선보였다. ‘하다’, ‘쓰다’, ‘묻다’의 3개 섹션으로 이루어진 이 서가는 1년 동안 한 호, 한 호 쌓여가면서 이제 제법 어엿한 책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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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으로 채워지는 서가 형태인 <비유> 누리집의 메인 이미지.

2 창간 1주년 기념 13호의 ‘쓰다’ 표지(1년간 신작을 발표한 작가의 이름이 모두 들어가 있다).

“<비유>가 창간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얼마 전 한 웹진에서 주최한 좌담에서 <비유>의 성격과 의미에 대한 논평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비유>를 ‘대안공간’이라고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비유>가 문학이나 잡지에 관한 아주 특별한 대안을 제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과 문학을 질문하는 이들에게 공간을 제공했을 뿐입니다. 지면으로 치자면 일종의 백지겠지요. 그 위에 길을 내고 낯설고도 반가운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로 인해 <비유>는 고유하고 의미 있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_웹진 <비유> 제13호 권두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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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비유 ‘하다’ 프로젝트 (현재 연재되고 있는 4개의 프로젝트 ‘you, asentence’, ‘겨’, ‘그림일기 프로젝트’, ‘단어 더미 탐미’의 표지 그림).

그동안 <비유>가 월간지로서 담아낸 정량적 결과물은 프로젝트 연재물 86화를 비롯해 기성 작가와 청년작가들의 신작 218편, 평론 26편, 기고문 9편, 21개의 문학잡지 소개 등 여느 월간지나 웹진에 비해 특이할 것도 넘칠 것도 없다. 하지만 문학계의 ‘대안공간’ 이라는 표현이 나왔을 만큼 기존의 견고한 ‘문학계’라는 울타리를 조금이나마 낮추고, 문학을 만들어가는 과정 또한 혼자만의 작업이 아닌 같이 생각하고 엮어가는 것임을 실험하면서 문학의 범위를 한 뼘이라도 넓히려 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새롭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할 것이다. ‘비유’라는 이름의 탄생 비화에서도 밝혔듯이 <비유>는 손으로 만지면 마음대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점토처럼 ‘비’와 ‘유’ 사이에 많은 단어들의 조합이나 이야기가 가능함을 직접 실천해보고자 했다.

하다

하다는 ‘움직임’을 기본으로 한다. 완성된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문학이라는 관점에서 출발, 문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와 실험해 그 결과를 독자와 공유하는 과정 중심의 프로젝트다. 작가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해 1차 11편, 2차 5편을 선정했고 모두 10편이 연재를 완료했으며 현재 5편의 프로젝트가 <비유>를 통해 소개되고 있고, 1편이 준비 중이다. 할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를 손녀가 듣고 기록하는 ‘그림일기 프로젝트’,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만의 고유한 언어를 찾아보는 ‘you, a sentence’, 문학 작품 속에서 주연이 아닌 조연을 찾아 그들의 삶을 재해석해보는 ‘비하인드랩’, 이름이나 영수증과 같이 생활 속에 등장하는 단어를 찾아 글과 그림으로 탐구하는 ‘단어 더미 탐미’, 일상의 소리들을 채집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를 소재로 이미지 혹은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는 ‘겨’ 등은 각자 문학이라는 고정관념과 한계를 벗어나 필자 고유의 방식으로 연재되고 있는 실험의 현장이다. 독자들은 ‘현재진행형’인 이 문학 프로젝트의 과정에 동참해 함께 지켜 볼 수 있다.

쓰다

‘쓰다’는 쓰기의 민주화를 지향한다. 고착화된 문학제도에 균열을 내어 문학의 자리를 보다 유연하게 만들고자 다양한 시도를 진행한다. 문인 인증서로 통용되는 ‘등단’의 유무를 떠나 기성작가와 청년작가들의 의욕적인 신작을 함께 게재하는가 하면, 시, 소설 중심에서 벗어나 동시, 동화, 희곡, 산문 등 다양한 문학 장르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또한 등단지와 학력, 대표작 등으로 점철되는 형식화된 작가 소개 방식을 탈피, 작품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이나 작품의 의미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편견 없이 작품 그대로를 읽을 수 있게 했다. 온라인의 특성을 살려 작가 스스로 작품에 해시 태그를 걸어 검색이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게 한 점도 특이하다.

묻다

‘묻다’의 물음은 우리 사회로 향한다. 짧은 평론 형식의 ‘캡처’는 한국문학의 한 장면을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살핀다. 또 객관적인 뉴스로만 소개되는 사회적 이슈의 현장에 당사자가 직접 자리해 그의 눈을 통해 사회문제를 다시 바라보는 ‘목격자’가 있다. 그동안 쌍용자동차, 파인텍, 콜트콜텍과 같은 장기 노동 농성 현장이나 형제복지원 사건, 스쿨 미투, ‘궁중족발’로 상징되는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들이 목격자들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무엇이든 문학이 될 수 있고, 문학 또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이 <비유>가 지향하는 경계 없는 문학의 현장이다. <비유>의 책장에는 올해도 12권의 책이 꽂힐 것이고, 독자들은 언제나 ‘온라인’으로 그 현장의 순간들을 찾아보고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1월 마지막주 화요일에 발행되는 <비유> 14호에는 2018년 최초예술지원작으로 선정된 작품 중 돋보이는 신예들의 작품 11편이 신작으로 소개된다.

글 한정희 (서울문화재단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웹진 <비유> 의 기획과 발행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 서울문화재단 연희문학창작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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