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들에게서 직접 받은 사인들.
여기에 ‘소년 김형규’가 있지요
만화 애호가·방송인·치과의사 김형규
현재 가지고 계신 물품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만화책 1만 권 정도를 가지고 있고,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와 액세서리도 갖고 있어요. 장난감도 좋아해서 피규어등도 수집하고 있지요. 또 허영만, 길창덕, 이현세 등 좋아하는 만화 작가님들의 사인을 모은 스케치북도 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다 보니 눈에보이면 사고, 또 사고 하면서 많이 모였네요. 한때 수집한 우표책도 몇 권 있습니다. 원래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하나하나의 물건에 기억과 추억이 담겨 있어 이것저것 모으고 있습니다.
‘만화 덕후’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특별히 만화책을 수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람들은 대부분 만화책을 빌려보는 데, 저는 작가들이 한땀 한 땀 수작업으로 그려낸 것이 너무 좋아서 직접 사서 보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생각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모으게 된 것이죠. 만화는 펜과 종이만 있으면 언제든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창조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도 정말 매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뒤돌아보면 우리 모두 어릴 때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곤 했잖아요.
맨 처음 수집한 물품은 어떤 것인지요.
어문각 출판사의 ‘클로버 문고’라고 우리나라 명랑만화 작가들의 작품이 연작으로 나와 있던 만화 모음집(<요철 발명왕> <꺼벙이> <악동이> 등)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이왕 만화를 보는 김에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라면서 추천해주셨어요. 내용 자체가 굉장히 발랄하고 재미있어서 좋아했어요. 중학교 입학 즈음, 어머니께서 공부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제가 그렇게 소중히 모은 책을 사촌동생에게 줘버리셨어요. 그때 엄청난 충격을 받고 씩씩거리면서 책을 돌려받으려고 사촌동생네 집에 갔는데, 그 아이들이 정말 재밌게 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달라고 하기 뭣해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왔어요. 결국 그렇게 저의 첫 번째 소장품은 사라지고 말았죠. 물론 사촌동생들은 성장하면서 그 만화책을 모두 버렸고요.
1, 2 김형규 원장이 수집해 온 만화책 1만여 권과 캐릭터 상품들.
수집하면서 여러 난관을 겪으셨을 것 같은데, 수많은 에피소드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만화책의 수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지금 초등학생인 아들이 봐서는 안 될 책들도 있게 되면서 아내가 집 안의 만화책을 수시로 정리하려고 해요. 하지만 버리려고 내놓으면 다시 찾아오고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죠. 그리고 갖고 싶은 만화책을 꼭 구해내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온라인 중고물품 사이트 등 온갖 경로를 다 동원해서 찾기도 하는데, 도통 힘든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곳들엔 ‘헌터’라고 불리는 중개인도 있어서 그분들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직접 발품을 팔 때도 있어요. 제가 갖고 있는 아주 오래되고 귀한 책 중에서 김성환 작가님이 국내 주요 일간지에 45년 동안 연재한 <고바우 영감>이라는 만화 모음집이 있는데, 1, 3, 4권은 있고 2권이 없어요. 그래서 요즘은 그 책을 구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만화책, 또는 소장품들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제가 수집하는 물건들이 ‘제 자신의 확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도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 50분 공부하고 10분 만화책을 볼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제가모은 물건들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벌써 30년 전에 구입한 1986년 <소년중앙> 별책부록을 보면서 그 당시의 ‘소년 김형규’를 떠올리게 됩니다. 고스란히 남아 있는 스티커 조각 등도 정말 소중하게 생각돼요. 수집하지 않으면 망각했을 기억과 추억들을 모으고 간직하는 것이의미 있게 느껴져서 수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걸모아서 친구들에게 나의 이야깃거리와 추억들을 들려주는것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서울을 모아줘’ 캠페인을 처음 접하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캠페인을 통해서 추억을 곱씹는 것은 물론이고, 그 당시 그자리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었을 과거의 추억을 미래가 된 지금 공유하는 것이 엄청난 에너지를 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의 물건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눔으로써 모두 하나가 되도록 하는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것을 다 공감할 순 없겠지만, 개개인의 사연이 담긴 작은 물건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원장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가 엄청난 것을 모으는 전문 컬렉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좋아하는 물건들을 모으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진정한 컬렉터가 많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분들과 함께 제가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면서 앞으로도 많은 철학을 나누고 싶어요. 제친구 중에는 클래식에 빠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가진 클래식에 대한 지식과 제가 가진 만화에 대한 지식을 접목해서 만화에 담긴 클래식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도 기획하고 있어요. 그렇게 공연 활동도 하고 계속 나아가면서 끊임없이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내 오랜 영웅을 더 오래 기억하는 방법
마이클 잭슨 애장품 수집가 ‘자유손’
‘서울을 모아줘’ 캠페인을 어떻게 알고,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나요.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마이클 잭슨의 오랜 팬으로서 제가 갖고 있는 애장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어요. 아무리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어도 사람들이 모르면 소용없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제가 마이클 잭슨으로 인해 그림을 그리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캠페인에 참여하고 전시 행사 등에도 함께한다면, 저의 작품으로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번 캠페인 참가자들이 다양한 물건을 페이스북에 올려주고 있는데요, 이렇게 마이클 잭슨이라는 한 주제로만 물건을 모은 것이 독특했습니다. 수집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현재 60대 중반인 저희 어머니께서 힘든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마이클 잭슨 음악을 들으면서 힘을 얻으시곤 했거든요. 어머니는 계속 마이클 잭슨 노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저도 어릴 때부터 그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해오면서 팬이 되었죠.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40년 동안 카세트테이프와 LP판부터 비디오테이프, 피규어, 엽서 등 마이클 잭슨과 관련한 물품을 200여 점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소장품이 주는 의미’가 있다면요.
처음엔 팬으로서 모으기 시작한 물품들을 통해서 힘들고 방황하는 순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또 이 물건들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면서 제가 세상 밖으로 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마이클 잭슨의 소품 자체가 굉장히 예술적이고 독특하게 제작된 것도 많거든요. 그래서 그의 소품들은 저의 작품 세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었죠. 지난해 뉴욕에 있는 친구가 그의 추모책 <마이클 잭슨의 오퍼스(The official Michael Jackson OPUS)>를 구입해 보내주었는데, 그때 그 책을 보면서 마치 제가 마이클 잭슨과 같이 숨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은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음악 작품들과 영원히 함께할 거예요.
나의 소장품이 서울에서 만들어지는 박물관에 전시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마이클 잭슨 1주기 추모 전시 때 제 애장품을 가지고 KT&G 상상마당에서 전시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아끼는 물건들이 혹시 잘못 관리될까 봐 걱정도 했지만, 전시를 통해서 마이클 잭슨이라는 사람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저 또한 다른 사람들의 애정이 담긴 물품들을 보면서 추억이 깃든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가 마이클 잭슨을 통해서, 그리고 그에 대한 애정이 담긴 물건들을 통해서 힘을 얻었듯이, 다른 사람들도 제가 가진 작품과 또 생각으로 말미암아 행복해지고, 또 희망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우표 하나도 역사가 된다는 것
우표 수집가 이지혜
박물관도시 서울 프로젝트 ‘서울을 모아줘’ 캠페인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어요. 요즘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복고’ 관련한 콘텐츠를 많이 접하면서 과거의 일들을 추억하곤 했는데, 제가 소장해온 물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소장품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모으기 시작하셨나요.
제가 어릴 때는 특별한 취미나 교외 활동이 많지 않아 집에서 무언가를 수집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거든요. 그중에서 제가 현재 보관하고 있는 것은 우표책이에요. 우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집하기 시작해서 ‘월드컵 행사, 대통령 기념 우표’ 등을 모으다 보니 벌써 수백 장이 넘었지요. 대학 시절에는 DJ가 있는 음악다방의 성냥갑을 모았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네요. 또 영화배우 포스터, 책받침 등도 200원, 300원씩 해서 많이 샀어요. 결혼하고 이사를 다니면서 결국 남아 있는 것은 우표뿐입니다.
소장품을 공개하면서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제가 우리 집에 보물이 있다면서 우표책을 보여준 적이 있어요.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지금은 군대에서 휴가 때 집에 오면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를 열심히 보더니, 우표 책에 흥미를 보이더라고요. 지금이라도 아들이 옛날 물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신기하고, ‘서울을 모아줘’ 캠페인을 통해서 이렇게 아들과 추억을 공유하게 되었구나 싶어서 더 뿌듯했습니다.
소장품과 ‘서울을 모아줘’ 캠페인에서 얻은 의미는 어떤 것인가요.
아무래도 우표는 그 당시 사회 현상이나 행사 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성냥갑은 뭔가 개인적인 느낌이 강해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서울을 모아줘’ 캠페인에서는 ‘성냥갑’ 같은 소소한 물건도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어요. 생각해보면 그 당시엔 일상적이고 흔한 성냥갑이, 지금은 볼 수 없는 귀한 소품이 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에 마지막 성냥 공장이 문을 닫았다는 기사를 보고 안타까웠어요.
‘서울을 모아줘’ 캠페인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서울을 모아줘’ 캠페인의 취지는 개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의 가치, 그리고 추억을 공유하게 하면서 그것을 통해서 ‘해피 바이러스’까지 전해준다고 생각해요. 작은 것으로 시작해서 향후 우리나라 문화유산 보전에 큰일을 해내길 바라고요. 이런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게 되어서 영광스럽고, 앞으로 펼쳐질 행사에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 진행 서울문화재단 문화지원기증센터
- 정리 최문성
- 서울문화재단 문화자원기증센터 팀장
- 사진 서울문화재단, 김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