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공연 함께 가야
코로나 시대 공연계의 생존 전략
코로나 시대 공연계의 생존 전략
코로나19로 공연계 역시 ‘비대면’에 적응해 가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장기화에 따라 화두로 떠오른 것은 온라인 공연. 그러나 공연예술의 진수는 ‘현장성’에 있는 만큼 대면 공연을 이어나가려는 노력 역시 병행돼야 한다. 합리적인 공연장 운영 매뉴얼과 온라인 공연 유료화 기반 마련, 공연과 기술의 접목, 그리고 효과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미래 충격(Future Shock)’
앨빈 토플러(1928~2016)를 세계적인 미래학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책의 제목이자 그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1970년 출간된 이 책에서 토플러는 사람들이 급격한 사회적·기술적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미래를 예측했다. 유일한 대응책은 사회변동을 이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인데, 자칫 정체성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올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연계 상황을 설명할 때 ‘미래 충격’만큼 어울리는 표현은 없는 듯하다. 코로나19가 비말(침방울)을 통해 빠르게 감염되는 탓에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직접 접촉이 제한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뉴노멀(New normal)’이 됐다. 이에 따라 밀폐된 실내에 사람들이 밀집하는 다중이용시설인 공연장을 핵심축으로 하는 공연계는 고사 위험에 처했다. 현장성과 대면성이 정체성의 근간인 공연을 올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코로나 시대에 공연계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 ‘온라인 공연’이다. 즉 공연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게 되면서 PC나 휴대전화의 인터넷 환경에서 영상을 재생하는 스트리밍(streaming)으로 공연 영상을 보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연 제작과 수용 방식이 온·오프라인 병행 구조로 바뀌는 가운데 공연계의 영상화 및 온라인 공연 수요와 필요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앨빈 토플러(1928~2016)를 세계적인 미래학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책의 제목이자 그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1970년 출간된 이 책에서 토플러는 사람들이 급격한 사회적·기술적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미래를 예측했다. 유일한 대응책은 사회변동을 이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인데, 자칫 정체성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올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연계 상황을 설명할 때 ‘미래 충격’만큼 어울리는 표현은 없는 듯하다. 코로나19가 비말(침방울)을 통해 빠르게 감염되는 탓에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직접 접촉이 제한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뉴노멀(New normal)’이 됐다. 이에 따라 밀폐된 실내에 사람들이 밀집하는 다중이용시설인 공연장을 핵심축으로 하는 공연계는 고사 위험에 처했다. 현장성과 대면성이 정체성의 근간인 공연을 올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코로나 시대에 공연계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 ‘온라인 공연’이다. 즉 공연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게 되면서 PC나 휴대전화의 인터넷 환경에서 영상을 재생하는 스트리밍(streaming)으로 공연 영상을 보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연 제작과 수용 방식이 온·오프라인 병행 구조로 바뀌는 가운데 공연계의 영상화 및 온라인 공연 수요와 필요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계속되는 공연계의 불확실성과 극장 내 거리 두기
지난 2~3월 세계 각국 공연장은 앞다퉈 문을 닫았다. 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이 거의 없는 미국에선 2020~2021 시즌을 아예 건너뛰고 있다. 미국보다 낫지만 유럽 상황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유럽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5월 말부터 조심스레 공연장 문을 열기 시작했다. 물론 좌석 간 1.5~2m 거리 두기를 하고 소규모 공연을 선보이는 수준이었다. 이런 유럽 공연계에 희망을 심어준 것이 지난 8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었다. 유럽의 여름을 수놓던 공연예술 축제 대부분이 취소된 가운데 올해 100주년을 맞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기간과 규모를 축소해 열렸다. 당초 44일간 200편을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올해 30일간 60편 정도 선보였다. 오케스트라 편성을 줄이는가 하면 객석에 거리 두기를 적용했고 집단 감염 없이 무사히 끝났다.
여기에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환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면 감염 위험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실내 공연도 가능하다는 독일 할레대학 연구 결과도 최근 더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역과 일상의 조화가 중요해지는 가운데 공연장을 무조건 닫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공연예술의 정체성은 라이브에 있는 만큼 코로나 시대에도 대면 공연을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실제로 유럽 각국에서는 9~10월 조심스럽게 공연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이웃한 일본의 경우 7월 말부터 공연을 재개했으며 9월 중순부터 대형 극장의 거리 두기도 해제됐다. 11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일본 4개 도시 투어는 코로나와 공존하는 공연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전세기로 일본에 온 빈필은 2주간의 자가격리를 면제받았지만 신칸센과 버스를 대절해 움직이는 한편 연주할 때를 제외하고는 호텔에만 머무르며 정기적으로 PCR 검사도 받았다. 코로나 시대에 국경을 넘는 예술단체의 이동이 어려워진 가운데서도 투어가 가능함을 확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빈필의 사례는 10월 이후 전 세계 코로나 상황이 올봄보다 더욱 악화하면서 빛을 잃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여러 나라가 재봉쇄에 들어가면서 공연장 역시 10월 말부터 다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한국 공연계는 그동안 공공극장이 여닫기를 반복했지만 이른바 ‘K방역’ 덕분에 서구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공연장 내 거리 두기 역시 객석의 20~30%만 티켓을 파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지그재그 좌석제로 객석의 50%를 판다. 그럼에도 공연장 내 거리 두기는 그러잖아도 열악한 공연계를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8월 중순부터 민간 공연장에도 의무적으로 적용된 것은 큰 타격이었다. 다행히 10월 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내려가고, 11월엔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되면서 공연장 거리 두기도 해제됐다. 하지만 한국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만큼 공연계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사실 공연장의 거리 두기는 해외 공연계에서도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로 공연장이 문을 닫고 축제가 취소되면서 수많은 예술계 종사자가 일을 잃었지만 공연을 올리게 되더라도 거리 두기를 적용하면 지금과 같은 티켓 가격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보다 티켓값을 대폭 올려야 하는 만큼 앞으로 소수의 부유층만 관람하거나 예술단체의 공연 제작 기회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국가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계의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에 대한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공연장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유럽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5월 말부터 조심스레 공연장 문을 열기 시작했다. 물론 좌석 간 1.5~2m 거리 두기를 하고 소규모 공연을 선보이는 수준이었다. 이런 유럽 공연계에 희망을 심어준 것이 지난 8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었다. 유럽의 여름을 수놓던 공연예술 축제 대부분이 취소된 가운데 올해 100주년을 맞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기간과 규모를 축소해 열렸다. 당초 44일간 200편을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올해 30일간 60편 정도 선보였다. 오케스트라 편성을 줄이는가 하면 객석에 거리 두기를 적용했고 집단 감염 없이 무사히 끝났다.
여기에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환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면 감염 위험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실내 공연도 가능하다는 독일 할레대학 연구 결과도 최근 더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역과 일상의 조화가 중요해지는 가운데 공연장을 무조건 닫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공연예술의 정체성은 라이브에 있는 만큼 코로나 시대에도 대면 공연을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실제로 유럽 각국에서는 9~10월 조심스럽게 공연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이웃한 일본의 경우 7월 말부터 공연을 재개했으며 9월 중순부터 대형 극장의 거리 두기도 해제됐다. 11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일본 4개 도시 투어는 코로나와 공존하는 공연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전세기로 일본에 온 빈필은 2주간의 자가격리를 면제받았지만 신칸센과 버스를 대절해 움직이는 한편 연주할 때를 제외하고는 호텔에만 머무르며 정기적으로 PCR 검사도 받았다. 코로나 시대에 국경을 넘는 예술단체의 이동이 어려워진 가운데서도 투어가 가능함을 확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빈필의 사례는 10월 이후 전 세계 코로나 상황이 올봄보다 더욱 악화하면서 빛을 잃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여러 나라가 재봉쇄에 들어가면서 공연장 역시 10월 말부터 다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한국 공연계는 그동안 공공극장이 여닫기를 반복했지만 이른바 ‘K방역’ 덕분에 서구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공연장 내 거리 두기 역시 객석의 20~30%만 티켓을 파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지그재그 좌석제로 객석의 50%를 판다. 그럼에도 공연장 내 거리 두기는 그러잖아도 열악한 공연계를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8월 중순부터 민간 공연장에도 의무적으로 적용된 것은 큰 타격이었다. 다행히 10월 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내려가고, 11월엔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되면서 공연장 거리 두기도 해제됐다. 하지만 한국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만큼 공연계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사실 공연장의 거리 두기는 해외 공연계에서도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로 공연장이 문을 닫고 축제가 취소되면서 수많은 예술계 종사자가 일을 잃었지만 공연을 올리게 되더라도 거리 두기를 적용하면 지금과 같은 티켓 가격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보다 티켓값을 대폭 올려야 하는 만큼 앞으로 소수의 부유층만 관람하거나 예술단체의 공연 제작 기회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국가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계의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에 대한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공연장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 공연 활성화와 오프라인 공연의 병행
코로나 사태 이후 공연계는 비대면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공연 붐이다. 지난 3월 중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를 시작으로 전 세계 공연장이나 예술단체가 앞다퉈 무료 온라인 공연을 선보여 왔다.
공연 영상의 유통은 그동안 영화관에서 공연 영상을 관람하는 ‘시네마 라이브 뷰’와 PC나 스마트폰 등 개인용 IT 기기 기반의 ‘라이브 스트림&VOD(주문형 비디오)’ 형태로 크게 나뉘었다. 케이블TV와 IPTV도 있지만 비중이 낮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는 영화관에도 가기 어려워진 만큼 개인용 IT 기반의 라이브 스트림&VOD 방식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예를 들어 예술의전당 공연 영상화 사업인 ‘싹 온 스크린’도 그동안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상영됐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유튜브로 스트리밍됐다.
오프라인 공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짐에 따라 온라인 공연 유료화는 자연스럽게 화두가 됐다. 무료 온라인 공연의 지속은 공연 생태계에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세계 주요 공연장, 축제, 예술단체 100곳이 참여한 가운데 온라인에서 열린 ‘2020 공연예술 베이징포럼’ 역시 코로나 시대에 대면 공연을 이어가는 것과 함께 온라인 공연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온라인 공연에 대해 공연예술의 스펙트럼 확장을 넘어 아예 새로운 장르로 봐야 한다거나 공연예술의 새로운 미래라는 인식까지 나온다.
구미에서는 이미 라이브 스트림&VOD 방식을 바탕으로 한 공연 전문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영상 제공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2008년 메디치 TV를 시작으로 2015년 브로드웨이 HD, 마키 TV가 생겼으며 올해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 DG 스테이지 등 새로운 플랫폼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게다가 디즈니,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대형 OTT도 온라인 공연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지난 몇 년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뮤지컬 <해밀턴>이 최근 디즈니 OTT에서 선보인 것은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선 공연 전문 OTT가 없는 상황이라 온라인 공연 유료화는 주로 네이버를 활용한 단발적인 스트리밍에 치우쳐 있다. 앞으로 수익 다각화를 위해 한국에도 공연 전문 OTT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와 관련 온라인 영상에 대한 각종 저작권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런데 온라인 공연 유료화에 따른 결과는 장르, 스타 아티스트 출연, 예술단체의 명성 등에 따라 격차가 심하다. 이는 9월 말부터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예술단 등 국공립 예술단체와 EMK뮤지컬컴퍼니 등 상업 뮤지컬 프로덕션이 유료 온라인 스트리밍을 시도한 결과를 보더라도 명확해진다. 전 세계에 두터운 팬덤을 가진 K팝 스타가 나오는 뮤지컬의 경우 해외에서도 관람하는 등 유료화 가능성을 보인다. 하지만 오페라나 연극, 클래식은 물론 K팝 스타가 나오지 않는 뮤지컬은 단발적 스트리밍으로는 온라인 영상 제작비조차 뽑을 수 없다.
온라인 공연에 대한 관객의 낮은 몰입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연 애호가라도 공연 영상에 대한 몰입 시간이 20~30분을 넘기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즉 온라인 공연이 공연장에서 실제로 관람하는 라이브 공연과 구별되는 매력과 재미를 갖추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K팝 분야에서는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다중 화상 연결 등 다양한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온라인 공연을 선보여 전 세계에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만 일반 국내 공연계에서 테크놀로지를 본격적으로 활용해서 만든 온라인 공연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모바일 시대에 맞춰 짧은 호흡의 쇼트폼 콘텐츠가 붐인 상황에서 웹 드라마 등을 참고해 회당 10분 안팎의 웹 뮤지컬이나 웹 연극 시리즈를 제작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또한 무용계에서도 프로시니엄 무대를 벗어나 장소 특정형 공연과 영화를 더한 듯한 ‘댄스 필름’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공연과 관련해 영세한 제작사나 극단 그리고 비인기 장르 등이 느끼는 ‘빈익빈부익부’의 박탈감은 적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비대면 기술 환경에 적합한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는 미래 전략을 발표했는데, 바로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언젠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우리 사회가 이전 상황으로 똑같이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공연예술 분야 역시 마찬가지여서 오프라인 공연과 함께 온라인 공연 흐름이 지속될 것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디지털 영상 시대에 공연계도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한 만큼 영상과 테크놀로지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공연 영상의 유통은 그동안 영화관에서 공연 영상을 관람하는 ‘시네마 라이브 뷰’와 PC나 스마트폰 등 개인용 IT 기기 기반의 ‘라이브 스트림&VOD(주문형 비디오)’ 형태로 크게 나뉘었다. 케이블TV와 IPTV도 있지만 비중이 낮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는 영화관에도 가기 어려워진 만큼 개인용 IT 기반의 라이브 스트림&VOD 방식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예를 들어 예술의전당 공연 영상화 사업인 ‘싹 온 스크린’도 그동안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상영됐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유튜브로 스트리밍됐다.
오프라인 공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짐에 따라 온라인 공연 유료화는 자연스럽게 화두가 됐다. 무료 온라인 공연의 지속은 공연 생태계에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세계 주요 공연장, 축제, 예술단체 100곳이 참여한 가운데 온라인에서 열린 ‘2020 공연예술 베이징포럼’ 역시 코로나 시대에 대면 공연을 이어가는 것과 함께 온라인 공연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온라인 공연에 대해 공연예술의 스펙트럼 확장을 넘어 아예 새로운 장르로 봐야 한다거나 공연예술의 새로운 미래라는 인식까지 나온다.
구미에서는 이미 라이브 스트림&VOD 방식을 바탕으로 한 공연 전문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영상 제공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2008년 메디치 TV를 시작으로 2015년 브로드웨이 HD, 마키 TV가 생겼으며 올해 브로드웨이 온 디멘드, DG 스테이지 등 새로운 플랫폼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게다가 디즈니,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대형 OTT도 온라인 공연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지난 몇 년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뮤지컬 <해밀턴>이 최근 디즈니 OTT에서 선보인 것은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선 공연 전문 OTT가 없는 상황이라 온라인 공연 유료화는 주로 네이버를 활용한 단발적인 스트리밍에 치우쳐 있다. 앞으로 수익 다각화를 위해 한국에도 공연 전문 OTT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와 관련 온라인 영상에 대한 각종 저작권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런데 온라인 공연 유료화에 따른 결과는 장르, 스타 아티스트 출연, 예술단체의 명성 등에 따라 격차가 심하다. 이는 9월 말부터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예술단 등 국공립 예술단체와 EMK뮤지컬컴퍼니 등 상업 뮤지컬 프로덕션이 유료 온라인 스트리밍을 시도한 결과를 보더라도 명확해진다. 전 세계에 두터운 팬덤을 가진 K팝 스타가 나오는 뮤지컬의 경우 해외에서도 관람하는 등 유료화 가능성을 보인다. 하지만 오페라나 연극, 클래식은 물론 K팝 스타가 나오지 않는 뮤지컬은 단발적 스트리밍으로는 온라인 영상 제작비조차 뽑을 수 없다.
온라인 공연에 대한 관객의 낮은 몰입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연 애호가라도 공연 영상에 대한 몰입 시간이 20~30분을 넘기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즉 온라인 공연이 공연장에서 실제로 관람하는 라이브 공연과 구별되는 매력과 재미를 갖추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K팝 분야에서는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다중 화상 연결 등 다양한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온라인 공연을 선보여 전 세계에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만 일반 국내 공연계에서 테크놀로지를 본격적으로 활용해서 만든 온라인 공연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모바일 시대에 맞춰 짧은 호흡의 쇼트폼 콘텐츠가 붐인 상황에서 웹 드라마 등을 참고해 회당 10분 안팎의 웹 뮤지컬이나 웹 연극 시리즈를 제작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또한 무용계에서도 프로시니엄 무대를 벗어나 장소 특정형 공연과 영화를 더한 듯한 ‘댄스 필름’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공연과 관련해 영세한 제작사나 극단 그리고 비인기 장르 등이 느끼는 ‘빈익빈부익부’의 박탈감은 적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비대면 기술 환경에 적합한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는 미래 전략을 발표했는데, 바로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언젠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우리 사회가 이전 상황으로 똑같이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공연예술 분야 역시 마찬가지여서 오프라인 공연과 함께 온라인 공연 흐름이 지속될 것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디지털 영상 시대에 공연계도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한 만큼 영상과 테크놀로지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글 장지영_《국민일보》 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