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리뷰터
여름이 너무 싫다. 여름엔 온갖 우울한 일들이 일어난다. 봄에 새롭게 시작한 일도 그다지 진척이 보이지 않고, 지지부진하다. 무엇보다 덥다. 더워서 그런가, 평소 같으면 그럴 수 있다며 이해할 수 있던 일도 '그럴 수는 없는' 일이 되고는 한다. 도대체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상태가 무덥고도 축축한 날씨 속에서 지속된다. 여름이 지나가는 과정이다. 어쨌든 싫다.
이번 8월호는 왜인지 여름호임을 미묘히 계속 티 내는 달이었다.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생각한 아이템과는 다른 아이템을 발굴해야 했고, 생각한 분이 섭외되지 않기도 했다. 월간지는 쉽지 않다는 걸 여실히 깨달은 초여름이었다. 연속되는 좌절과 불안함이 덮쳐 오던 때에 요가를 시작했다. 6시에 퇴근하고 집에 도착한 7시부터 잠에 드는 12시까지 무언가를 해야겠는데, 늘 그렇듯 인스타그램 릴스만 보고 있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서울의 현대인답게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새로 생긴 요가원에 등록하고, 50분씩 수련하고 있다. 선생님은 당연하게 취하는 자세를 힐끗힐끗 보며 서툴게 따라 하다 보면 절반 정도 시간이 지나 있다.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브릿지' 자세를 하고 나면, 제일 좋아하는 '사바아사나' 자세 시간이 돌아온다. 온몸의 힘을 풀고 드러눕는다. 자칫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면, 그를 알아챈 것처럼 선생님이 지금 여기에 의식을 데려오자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모르겠다. '지금 여기'는 어떤 곳이며, 어떤 상태여야 할까.
터벅터벅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린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읽었다.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라는 제목을 가진 백혜선 피아니스트의 글이다. 저자 소개부터 남다르다. '한국이 낳은 우리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니. 나 같은 범인이 읽어도 공감할까라는 걱정과 다르게 한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잠시 숨을 돌린 선생이 말했다. "너무 아름답네. 너무나 정제되어 있고. (…) 그렇지만 바로 그게 문제야. 자네의 가장 못생긴 발부터 앞으로 내밀어야 하네. 매끈한 발을 내미는 걸로는 모든 사람과 똑같을 수밖에 없어. 그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니까. 자네의 가장 못생긴 발이야말로 자네가 가진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구석을 드러내는 것이라네." 지금 여기, 내가 가진 가장 못생긴 발을 내미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 도대체 선생님들은 왜 이리 어려운 말씀만 골라서 하실까. 아니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마음이 이상할까'. 참으로 이상한 순간이었다. 정말로 징글징글한 여름처럼 말이다. 너무 싫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 거기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이 못생기고 불편한 순간을 버텨야 한다.
알고 있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아마 순식간에 가을과 겨울이 지나, 한 해가 지나 있겠지. 어쨌든 버텨야 지나갈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해서든 여러 고마운 분들의 도움을 받아 이렇게 8월호 마감을 마치고 있듯,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어서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이번 8월호는 왜인지 여름호임을 미묘히 계속 티 내는 달이었다.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생각한 아이템과는 다른 아이템을 발굴해야 했고, 생각한 분이 섭외되지 않기도 했다. 월간지는 쉽지 않다는 걸 여실히 깨달은 초여름이었다. 연속되는 좌절과 불안함이 덮쳐 오던 때에 요가를 시작했다. 6시에 퇴근하고 집에 도착한 7시부터 잠에 드는 12시까지 무언가를 해야겠는데, 늘 그렇듯 인스타그램 릴스만 보고 있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서울의 현대인답게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새로 생긴 요가원에 등록하고, 50분씩 수련하고 있다. 선생님은 당연하게 취하는 자세를 힐끗힐끗 보며 서툴게 따라 하다 보면 절반 정도 시간이 지나 있다.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브릿지' 자세를 하고 나면, 제일 좋아하는 '사바아사나' 자세 시간이 돌아온다. 온몸의 힘을 풀고 드러눕는다. 자칫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면, 그를 알아챈 것처럼 선생님이 지금 여기에 의식을 데려오자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모르겠다. '지금 여기'는 어떤 곳이며, 어떤 상태여야 할까.
터벅터벅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린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읽었다.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라는 제목을 가진 백혜선 피아니스트의 글이다. 저자 소개부터 남다르다. '한국이 낳은 우리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니. 나 같은 범인이 읽어도 공감할까라는 걱정과 다르게 한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잠시 숨을 돌린 선생이 말했다. "너무 아름답네. 너무나 정제되어 있고. (…) 그렇지만 바로 그게 문제야. 자네의 가장 못생긴 발부터 앞으로 내밀어야 하네. 매끈한 발을 내미는 걸로는 모든 사람과 똑같을 수밖에 없어. 그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니까. 자네의 가장 못생긴 발이야말로 자네가 가진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구석을 드러내는 것이라네." 지금 여기, 내가 가진 가장 못생긴 발을 내미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 도대체 선생님들은 왜 이리 어려운 말씀만 골라서 하실까. 아니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마음이 이상할까'. 참으로 이상한 순간이었다. 정말로 징글징글한 여름처럼 말이다. 너무 싫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 거기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이 못생기고 불편한 순간을 버텨야 한다.
알고 있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아마 순식간에 가을과 겨울이 지나, 한 해가 지나 있겠지. 어쨌든 버텨야 지나갈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해서든 여러 고마운 분들의 도움을 받아 이렇게 8월호 마감을 마치고 있듯,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어서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나혜린 서울문화재단 커뮤니케이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