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 인스타그램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CULTURE+

7월호

해외는 지금 예술로 갈등하는 세계의 축소판,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 전시 전경 ⓒLuca Zambelli Bais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프리뷰 첫날인 5월 6일, 높은 관심은 비엔날레 전시장 입구의 공원 너머 걸어서 5분 거리의 페리 선착장까지 길게 이어졌다. 전 세계에서 모인 미술계 인사와 언론인이 비가 오는 오전 한 시간을 넘게 대기하며 베니스 비엔날레 입장을 기다렸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이면 이곳은 이처럼 세계의 예술인이 모이는 글로벌 예술의 집합소가 된다.

줄 서 있는 한 시간이 기다림으로 지루하지 않다. 문화예술 전문 잡지사들은 특별 발간물을 제작해 대기하는 사람들에게 비엔날레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미디어 영향력을 보여주기에 바쁘다. 두어 개를 받아 비교해가며 미리 비엔날레를 탐색하다보면 누군가 어깨를 치며 홍보물을 나눠준다. "평화를 위한 예술을"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운동가들이 자신들의 예술 캠페인을 소개한다. 뒤쪽으로는 비엔날레 국가관 폐지 시위를 하는 이들이 설치한 플래카드와 구조물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에서 시위자는 확성기를 들고 국가관 폐지를 외친다. 그 뒤로 스테파노 카골Stefano Cagol이 기후 변화를 주제로 삼아 얼음을 끌고 다니는 퍼포먼스 <The Ice Monolith-After Land>가 한창이다.

겨우 입장해 길을 따라 자리하고 있는 국가관 앞을 지나간다. 한국관을 향해 가던 길에 러시아관 앞에서 발길이 멈춘다. 눈앞이 인산인해라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기웃거리는 사이, 분홍색 연기가 피어오른다. 예술 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의 시위 퍼포먼스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관이 2024년에는 국가관 전시를 개최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미 러시아관 앞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이탈리아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으며,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예술인은 이 시위를 보며 함께 외치거나 손뼉을 치며 호응하고 있었다. 정신없는 틈을 타 러시아관을 들어가보니 꽃으로 가득한 전시장에는 여유가 가득하다. 바깥 상황과는 정반대로 DJ가 음악을 틀고, 2층에선 샴페인과 음료를 나눠주고 있다. 불과 며칠간 열리고 문을 닫기로 한 러시아관의 전시는 바깥 현실과는 또 다른 세계였다.

러시아관 앞에선 푸시 라이엇의 시위가 벌어졌다 ⓒ변지혜

시위가 잦아들 때쯤 빠르게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을 탐색했다. '자르디니Giardini'와 '아르세날레Arsenale'로 구역이 나뉜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은 각국을 대표하는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가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잡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자국의 전시와 작가가 주목받을 수 있을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몇몇 전시장은 해당 국가의 사정에 따라, 또는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전시 특성에 따라 시간과 출입 인원을 조정해 입장할 수 있게 해두었다. 오스트리아관의 경우 문을 닫은 채 전시장 앞에서 플로렌티나 홀칭거Florentina Holzinger의 <Seaworld Venice> 퍼포먼스가 한창이었다. 거대한 크레인이 쇳덩어리 종을 끌어올리고, 거꾸로 매달린 나체 여성이 종의 추가 돼 비엔날레 장을 울린다. 찰나의 퍼포먼스를 놓칠세라 우산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의 카메라 세례가 쏟아진다.

자르디니 전시장을 얼른 훑고 아르세날레 구역으로 이동하는 길, 골목 골목에 베니스 비엔날레 메인 전시 구역에 국가관을 마련하지 못한 나라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정된 베니스 비엔날레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는 유료 티켓이 있어야만 입장할 수 있지만, 이렇게 공식 전시장 밖에 마련된 국가관은 무료로 운영된다. 각각의 전시장에선 관람객을 유도하기 위해 홍보물을 나눠주기에 바쁘다.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에 입성하지 못한 국가들은 전시가 넘쳐나는 베네치아를 찾은 이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애를 써야 하니 말이다.

그런 와중인 5월 8일,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 오스트리아·벨기에·스페인·키프로스·에콰도르·이집트·한국·일본 등 27개 국가가 파업을 결정했고, 국가관 문을 닫거나 부분적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이스라엘의 비엔날레 참여 배제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제기된 불안정한 노동 문제의 해결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전쟁과 각종 갈등, 이권이 난무한 세계를 예술의 형태로 응축한 곳이자, 예술로 각축전이 벌어지는 현실이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총 예술감독 코요 쿠오Koyo Kouoh는 전시를 준비하던 중인 2025년 세상을 떠나 화제가 됐다. 그녀가 준비한 본전시 주제는 'In Minor Keys'로, 크고 작은 소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단조에 영감받아 조용한 속삭임, 침묵과 같은 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기를 제안하고자 했다. 하지만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 덕에 단조의 소리는 섭외한 작가들의 작품에서만 머물 뿐, 비엔날레 현장은 소란스러웠다. 제주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담은 요이Yo-E Ryou의 설치 작품도, 마이클 주Michael Joo의 켜켜이 쌓인 인류와 지구의 시간과 기억이 담긴 화석의 진동마저도.

변지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  사진 제공 La Biennale di Venezia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