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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페이퍼로그 관계의 예술
예술기반지원팀
김수빈

예술을 ‘애증’하는 김수빈 대리는 초등학교 1학년이던 시절 피아노 음악에 맞춰 춤추는 발레 클래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 근 10년을 무용 전공생으로 보냈어요. 이후에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전문 무용수로서의 삶에 확신이 들지 않아 전공을 바꿨지만, ‘무용’은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애증의 키워드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마음속 한편에는 언제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늘 자리하고 있었고 대학에서도 관련한 수업을 꾸준히 들었어요. 그런 것들이 하나씩 쌓이며 현재의 직무를 결정하는 계기가 됐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더 많은 세계인이 한국을 알 수 있도록 중국어 전공을 살려 졸업 후 첫 직장으로 관광기관에 취업했어요. 중국의 방한이 한창 대세로 떠오르던 시기라 관광 업계에서 중국어 전공자를 필요로 했고, 제게도 좋은 기회였죠. 우리나라의 매력을 세계에 알려 관광객을 유치하는 해외 마케팅을 담당했어요. 해외 각지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가해 부스를 운영하거나 백화점·면세점·은행·호텔 등 국내 다양한 기업 및 기관과 협업해 사업 설명회를 열기도 하고, 한류문화축제를 운영하기도 했죠. 관광하기 좋은 대한민국을 알리고, 나아가 더 많은 세계인이 한국에 오고 싶게 하는 게 제 목표였습니다.

사람을 모으는 문화의 힘 2017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코리아 페스티벌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주영한국문화원을 비롯해 여러 기관과 함께한 행사였죠. 지금만큼 K-팝이 인기를 누리던 때가 아니었는데, 수천 명의 영국 팬들이 K-팝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오랜 시간 줄을 서고, 노래와 안무를 열정적으로 따라 하던 그 열기가 잊히지 않아요. 엄청난 보람을 느낀 경험이었고, 어떤 형태든 문화를 매개로 하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죠. 문화야말로 국적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같은 것을 보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에너지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제가 작게라도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너무나 보람 있는 일 아닐까요.

동료들과 찍은 추억의 인생네컷

무한한 예술의 세계에서 관광 업계에서 4년 정도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다소 막연하게 서울문화재단에 입사 지원했죠. 늘 관심을 두던 문화예술 분야니까요. 다만 실제로 입사하고 경험해보니 이 분야가 더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경험한 세계는 빙산의 일각일 뿐,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었어요. 재단이 다루는 문화예술 분야가 매우 넓고, 또 예술계와 시민의 접점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서울문화재단에서의 시작 2019년 하반기에 입사해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서울청년예술단 사업이었어요. 지원사업에 선정된 청년예술단체가 문래예술공장에 상주하며 여러 활동을 펼치는 것을 지원하고, 이들의 활동이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었죠. 융합예술 장르로 선정된 한 단체가 서울의 소리를 채집해 영상을 제작하고 공연과 음반을 발표한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데요. 가을바람 부는 문래예술공장 옥상에서 시민을 초대해 연 영상 상영회가 제 첫 기획 프로그램이었거든요. 문래예술공장 옆으로 지하철 1호선 열차가 지나가던 소리와 영상 사운드가 어우러지던 하루가 여전히 생생해요.
문래예술공장에서 시작해 예술교육을 거쳐 현재는 예술지원 업무를 맡고 있어요. 서울문화재단은 부서도 많고 사업이 다양해 자리를 이동하면 마치 신입사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업무 전환이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새 자리에서 허덕이며 겨우 한 해를 보내고나면, 비로소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전환의 시점마다 그간 쌓아온 경험이 모두 제게 자양분으로 남지요. 공간을 중심으로 사업을 기획한 경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교육 사업을 설계하고 운영한 경험, 그 모두가 지금 창작지원 부서에서 일하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됩니다.

소소하게 모은 취향 가득 엽서와 주고받은 편지 #엽서콜렉터

지원 너머 지속 가능성으로 현재 제가 속한 예술기반지원팀은 서울 예술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여러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실험·연구, 아카이빙, 공간 등 창작 기반을 지원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재단의 가장 큰 부분인 예술창작활동지원만큼이나 중요한 사업이랍니다. 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의 근간이 되는 기반 요소를 지원하는 만큼 그 결과가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사업이라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올해는 공모-심의-지원금 교부-회계·정산-결과 보고의 기본 과정 외에도 성과 공유회를 열어 선정자의 다양한 기획과 실험이 공유되고 연결·확장하는 자리를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문화행정가라면 문화예술은 특히나 예술가·기획자·기관·지역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영역이기에 문화행정가에게는 각각의 생각과 자원을 이해하고 이어주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사업을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서로 다른 관점과 가능성을 연결해 새로운 협력의 장을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이를 위해서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서로의 접점을 발견해 균형 있게 의미 있는 흐름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고가는 소소하고 달콤한 마음

지금, 주목하는 키워드 최근 들어 ‘일상 밀착형 경험’에 주목하고 있어요.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요즘 환경에서 사람들은 문화예술을 경험하기 위해 별도로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요.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가벼운 소비로 치부할 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문화예술 접근성은 낮추면서 개인의 감각과 감정에 오래 남는 ‘경험의 밀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앞으로 더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요.

김태희 [문화+서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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