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 인스타그램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ASSOCIATED

10월호

시대와 함께 성장한 이루다의 무대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서울광장을 비롯한 도심에서 펼쳐지는 서울 대표 야외 공연예술 축제다. 2003년 자발적인 시민 축제를 목표로 만들어진 하이서울페스티벌이 그 시작. 하이서울페스티벌은 꾸준히 형식을 바꾸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민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다. 2013년 거리예술로 특화된 축제로 자리 잡은 데 이어, 2016년 그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개최 시기도 여러 차례 변경됐지만, 대체로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쉬운 추석 연휴에 열린다.

수많은 시민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한편, 도시에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서울거리예술축제가 청계천 복원 20주년인 올해 새롭게 단장한다. 매년 가을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과 축제를 하나로 잇는 새로운 공연예술 브랜드 ‘서울어텀페스타’에 포함된 것이다.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서울거리예술축제 2025는 무용계를 비롯해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는 이루다 블랙토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서울다움’을 주제로 열리는 서울거리예술축제의 연출 방향을 이루다 대표에게 미리 들어봤다.

“올해 서울거리예술축제가 예년과 다른 점이라면 청계천을 따라 장소를 확장한 점입니다. 지난해까지는 서울광장 일대와 청계 1~3가 등 도심 공간에 집중돼 있었는데요. 올해는 청계천의 하류인 청계9가까지 5.2킬로미터 구간을 따라 걸으며 공연을 즐기는 아트레킹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물길을 따라

서울거리예술축제는 그동안 무용·서커스·콘서트·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을 서울광장·청계광장·무교로 일대 등에서 선보였다. 올해는 청계9가 두물다리까지 확대된 공간에서 국내 작품 15편, 해외 8개국 13편이 관객과 만난다. 이루다 대표는 7일과 8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주제 공연과 축제 전일 매일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공연을 즐기는 프로그램인 ‘아트레킹Artrekking’을 연출한다. 아트레킹은 ‘아트Art’와 ‘트레킹Trekking’을 결합한 용어다.

“청계천 곳곳에 공모 등을 통해 선정된 작품이 배치되는데요. 관객이 아트레킹을 통해 이들 작품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됩니다. 다만 청계광장부터 청계9가까지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도 2~3시간, 공연까지 모두 보면 5시간 정도 걸립니다. 청계천 전 구간의 공연을 관람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마라톤처럼 완주를 목표로 러닝화 신고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트레킹에서 만나는 공연은 주제에 따라 세 구간으로 나뉘어 배치된다. 청계광장부터 세운교까지의 1구간(1.6킬로미터)에선 ‘시간: 동시대성을 잇는 지금 서울길’이란 소주제로 현재 서울의 이야기를 국제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공연을 만나게 된다. 배오개다리부터 오간수교를 거쳐 영도교까지의 2구간(2.2킬로미터)에선 ‘공간: 역사성을 잇는 그때 서울길’이란 소주제로 청계천 공간의 기억이 흐르는 공연을 배치했다. 이어 황학교부터 두물다리에 이르는 3구간(1.4킬로미터)에선 ‘인간: 공동체성을 잇는 우리 서울길’이란 소주제로 예술과 물길을 따라 시민의 연대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 준비됐다. 이루다 대표가 직접 안무 및 연출하는 공연도 2구간에 포함돼 있다. <시간을 걷는 몸>이라는 작품으로, 청계천에서 영감을 얻은 장소 특정형 공연이자 공간을 활용한 이동형 공연이다.

“야외 공연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의미를 담는 게 중요하잖아요. 청계천의 돌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해당 공간을 계속 걷거나 사진 찍으며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여성 소리꾼의 판소리·정가와 함께 무용수들이 줄지어 물 위를 걷는 데서 시작하는데요. 시간의 흐름, 즉 역사를 의미하는 물의 흐름 속에서 기억을 깨우는 행위입니다. 이후 해당 공간을 활용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는데요. 무용수들 외에 재연 배우들도 참여하는 빨래터 장면은 과거 한국 여성이 전쟁 등 어려움을 견뎌온 삶을 오늘날 관객에게 보여주자는 의미입니다. 무용이 보여주는 추상성의 감동을 담되 관객이 보기에 어렵지 않은 한국적인 여성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즘 현대무용 안무가들도 각자의 작업에 한국적 이미지를 잘 융합하고 있는데요. 저 역시 몇 년 전부터 그런 고민과 시도를 해온 것을 이번 공연에 녹여내려고 합니다.”

아트레킹은 나만의 트레킹(자유 관람)과 동행 트레킹(코스별 안내에 따라 관람)의 두 종류로 진행된다. 예상 참여 인원은 하루 1천 명씩 총 3천 명이다. 시민이 단순히 퍼포먼스를 보는 것만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여럿 배치될 예정이다.

“청계천의 수용 인원 등을 고려해 동행 트래킹은 회당 참가자를 100명으로 제한했는데요. 인솔자와 자원봉사자가 청계천 다리 등 공간의 역사와 그와 연계된 퍼포먼스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여기에 장소마다 스탬프를 찍거나 최종 목적지에서 명절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주막을 운영하는 등 참가자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습니다. 아트레킹의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청계천에서 펼쳐질 그림을 상상하면 정말 재밌을 거 같아요.”

서울다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아트레킹 외에 이루다 대표가 연출하는 주제 공연 <서울의 울림 그리고 어울림>도 기대를 모은다. 그동안 서울거리예술축제의 주제 공연은 시민에게 ‘서울’이라는 도시의 가치를 재확인시키는 한편, 공동체 의식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이루다 대표 역시 ‘서울다움’이라는 이번 주제에 대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이라는 콘셉트를 내놓았다.

“청계천이 가진 역사성과 생명력이 이번 주제 공연에서도 중요합니다. 물의 흐름에 빗대 전체적인 서사를 그렸는데요. 시작은 한국종합예술학교가 이끄는 사물놀이 연주와 함께 무용팀 퍼포먼스를 촬영한 영상과 서울의 상징적 이미지를 더한 미디어아트가 주무대에서 흘러나오게 됩니다. 물에 잠겨 있던 역사와 기억을 깨우는 행위인 셈인데요. 물의 흐름이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리고서 사람들이 모인 서울광장에서 다채로운 음악과 춤의 향연이 펼쳐지게 됩니다. 무용의 경우 한국적인 춤사위와 함께 현대무용·발레 그리고 태권도 퍼포먼스 등이 어우러질 예정입니다.”

이루다 대표가 올해 서울거리예술축제의 아트레킹과 주제 공연의 연출을 맡게 된 것은 지난 5월 서울어텀페스타의 홍보위원으로 위촉된 것이 계기가 됐다. 서울문화재단은 올해 출범한 서울어텀페스타를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이루다를 비롯해 배우 박지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소리꾼 김준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를 포함한 홍보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루다 대표는 “서울어텀페스타의 홍보 관련 회의에 몇 차례 참여하면서 서울어텀페스타 기간 내 재단에서 추진하는 서울거리예술축제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 문화를 녹여낸 퍼포먼스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대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주제 공연 연출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루다 대표가 서울거리예술축제의 연출을 맡은 과정은 평소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발레리나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컨템퍼러리 발레 안무가를 거쳐 축제 연출가까지 자신의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왔다. 그가 대중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13년 엠넷Mnet에서 방영된 국내 최초 춤 전문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 9>에 참여하면서다. 당시 춤의 전 장르를 아우르는 <댄싱 9>에서 그는 발레를 토대로 다양한 종류의 춤과 매끄러운 융합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댄싱 9>은 제 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됐습니다. 당시 무용의 대중화에 관한 고민이 많을 때였는데요.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보고 일반 관객이 무용에 느끼는 거리감을 체감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이 무용을 즐길 수 있게 만들지에 관한 생각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특히 <댄싱 9>은 이루다 대표의 시그니처인 ‘블랙 스완(흑조)’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검게 아이라인을 그리고 검은 토슈즈와 튀튀를 착용한 그는 분홍색 토슈즈와 하얀 튀튀로 대표되는 가녀린 발레리나와 차별되는 강렬한 이미지를 시청자에게 각인시켰다. 그런데, 그를 대표하는 블랙 스완은 콤플렉스와 결핍에서 나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루다 블랙토의 무대

“어머니(현대무용가 이정희)의 영향으로 네 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어요. 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발레를 전공했는데요. 클래식 발레가 요구하는 미적 기준에 제가 부합하지 못한다는 콤플렉스가 늘 컸어요. 그러다가 반항심이 들면서 나만의 새로운 걸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공주가 되지 못한다면 스스로 블랙 스완이 되겠다고요.”

2008년 유니버설발레단에 들어선 그는 2년간의 활동을 접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섰다. 미국 뉴욕으로 떠난 그는 다채로운 춤을 접하는 한편, 무용수로 활동하며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솔로 <블랙 토BLACK TOE>를 선보이며 안무가로 데뷔했다. 2013년 <댄싱 9>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이루다 블랙토를 만들고 국내 활동을 시작한 그는 무용의 대중화를 목표로 활발하게 작업했다. 온라인 영상 콘텐츠 제작을 비롯해 방송·대중음악·미술·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도 그 연장선에 있다. 강렬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연출과 감각적 영상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특징이다.

“안무가로서 처음엔 어둡고 괴기한 ‘블랙 발레’에 천착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무도 제 색깔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드는 등 동시대성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작품을 만들 때 안무는 물론이고 연출을 많이 고민하게 돼요. 무용이 비언어 퍼포먼스인 만큼 그 의미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요. 지금은 <댄싱 9> 시절만큼 대중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없지만, 일반 관객이 지나치게 어렵지 않게 느끼면서 생각할 여지를 주는 적정한 선을 찾으려고 해요.”

그의 예술적 성장은 2020년대 들어 선보인 작품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2020년 선보인 <W>는 소녀의 성장 과정을 통해 여성의 존재 의미를 표현한 작품으로 한국춤평론가상 작품상을 받았다. 또한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선보인 <디스토피아> 시리즈는 환경 문제, 디지털 사회의 폐해, 약물 중독 등으로 인한 인간의 불안정한 모습과 부정적인 미래 사회를 조명해 호평을 받았다. 발레의 이단아를 넘어 컨템퍼러리 예술가로서 면모를 확실히 다진 모습이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시야가 넓어진 그는 서울거리예술축제 같은 대형 예술 행사를 맡는 예술가로 성장했다.

“지난 8월 정구호 선생님이 연출을 맡아 경주에서 열린 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 만찬 공연의 안무를 진행하는 등 그동안 국가 행사의 주제 공연 중 일부를 맡은 적은 있지만, 서울거리예술축제 같은 대규모 야외 공연을 연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서울문화재단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큰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 행사나 축제 연출은 제가 그동안 이루다 블랙토에서 작업하던 방식과 완전히 다른데요. 무엇보다 제 개인의 감정을 표출하는 예술 작업과 달리 한국 문화의 역사성이나 상징적 이미지 등을 담아야 하는 만큼 시야를 넓게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앞으로도 한국적 미학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려고 합니다.”

장지영 국민일보 선임기자 | 사진 강민정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