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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8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이성직
공연
2026 서울거리예술축제 참여 예정
2022 예술창작활동지원 다원 선정
2022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창작지원 선정
2020 거리예술 NEXT 수료

<아파야 낫는다 건강백세!> ⓒ두산아트센터

공연 만드는 이성직입니다. '감자피아'라는 단체로도 활동합니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라는 낡은 극장을 동료들과 운영하고 있어요. 제 공연에는 희곡이 잘 없고요, 또 훈련된 배우도 출연하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대신 공연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는 존재를 찾고, 그들과 같이 작업하는 방식을 좋아해요. 가장 작업을 오래 한 배우는 80대의 시민 배우분이세요. 저는 손에 잡히는 걸 신뢰하고, 일상적인 걸 (집착할 정도로) 좋아해요. 시민들과 같이 감자를 심고, 이를 기록하는 과정을 공연이라 우겨봤고요.(<감자전스 www.gamjajeons.com>2022) 극장에 집박쥐의 집을 설치하고, 극장이 박쥐를 기다릴 수 있는 생태적 공간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는 공연을 만들기도 했어요.(<집박쥐집>2025) 그리고 그간 박쥐에 대해 이어온 작업을 거리예술의 형태로 연결시키는 시도를 최근 하고 있어요. 2026 서울거리예술축제에 <~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박쥐 흘기기> 작업으로 참여합니다. 혐오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박쥐와 연결시켜보고, 시민과의 워크숍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한강공원을 돌아다니며 박쥐에 관한 잡담을 듣고, 박쥐를 따라하는 사람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연입니다. 박쥐와 산책하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싶거나 시간이 된다면 놀러오세요. 9월 19일과 20일 뚝섬한강공원에서 진행합니다. 그간 공연이라고 규정된 것들을 열심히 신경 쓰지 않으려 하고, 지금 이곳에서, 내가 가능한 적당한 규모와 형식의 공연을 찾으려 노력 중입니다. 아, 그리고 먹는 걸 좋아하고 또 신뢰해서, 공연에서 자주 음식을 만들거나, 먹기도 해요.

대학교에서 연극 동아리를 했고, 그때 이후로 계속해서 공연을 만들고 있어요. 무언가를 기획하고, 그걸 공연이란 문법으로 옮겨내는 과정이 늘 재밌는 것 같아요.

최근 참여한 작업 중 앞으로의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작업을 소개하고 싶어요. 올해 상반기 '안전 연극제'라는 축제의 <소거된 몸짓: 연극in 미게재 희곡 작가 페스티벌>이라는 작품에 기획자로 참여했어요. [연극in]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한, 지금은 잠정 휴간된 웹진인데요. 다양한 연극인의 생생한 시간이 담긴 웹진이에요. 그곳에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에 관한 리뷰나, 공공 기금 없이 제작된 작품에 관한 논평도 있고요. 연극 현장에 몸담은 창작자의 생생한 인터뷰와, 이런저런 실험 중인 작가들의 짧은 희곡이 모여 있었어요. [연극in]에는 '이게 좋은 연극이지' 하는 권위적인 느낌이 없었어요. 그냥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정말 다양한 연극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고, 저 역시 그 생태계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아 안정감이 들었어요. 그런데 현재는 일반 시민에게 가닿지 않는다는 등 여러 이유로 잠정 휴간됐어요. 그래서 자신들의 짧은 희곡을 [연극in]에 게재하고 싶어 희곡 공모에 참여해 당선됐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희곡이 정상적으로 게재되지 않은 6명의 작가와 함께 공연을 만들었어요. 그들의 게재되지 않은 희곡은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요. 이 희곡을 공연한 것은 제게 예술가로서 '어떻게 이 생태계에서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실존적인 고민이 들게 만든 작업이었는데요. 짧은 희곡 안에 저마다의 생이 푹 담겨 있었고, 그런 측면에서 이 희곡이 어떤 이유로든 게재되지 않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부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창 작업을 시작하는 예술가에게 부정적인 경험은 기본값이지만, 그런 와중에 자신의 작품이 게재되지 않아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니 동료 창작자로서 좀 아득해진 것 같아요. 6명만의 예외적인 일이라기엔 그렇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고요. 더불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장해온 웹진 [연극in]이 복간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연극in]이나 제가 하는 작업은 생태계의 지표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양적으론 작지만, 그 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생물 같은 존재요. 'K-컬처', '브랜딩'과 같은 단어가 범람하는 무한 자기 상품화 시대에 다양한 모양의 예술이 어떻게 제 모양을 보존하며 생존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어요.

주로 일상을 살며 흠칫하는 순간들을 작품으로 치환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 읽은 책에서 '이노더스inodus'라는 개념을 봤는데요. 'exodus'(탈출)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접두사인 ex-를 안쪽으로 향하는 in-으로 바꾼 단어였어요. 이 단어가 흥미로운 건 지금 제 작업을 설명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제 작업은 바깥으로 뻗어 나가기보다 집요하게 일상적으로, 작고 깊게 파고드는 일이에요. 저한테는 그게 일종의 '확장'인데, 제 작업을 보시고 주변에서는 '다음이 무엇이냐? 더 큰 곳에서 하는 걸 보고싶다'는 반응을 심심찮게 들었어요. 저는 이미 나름대로 진행하며 확장하고 있는데, 다만 그게 더 바깥으로 커지지 않는 방식이라 설명하기가 애매해서 늘 답답했어요. 그 점에서 '이노더스'라는 말이 약간 답답함을 해소해준 것 같아요. 제 식대로 해석한다면 안쪽으로의 탈출 혹은 확장이랄까요. 저는 일상을 살며 치이는 작은 것들을 지극하게 들여다보며 영감을 긁어내는 것 같아요.

미야케 쇼Sho Miyake라는 꽤 젊은 일본 영화감독을 요즘 제일 좋아합니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 <새벽의 모든>2024, <와일드 투어>2018와 같은 작품을 연출했는데요. 창작에 있어 나의 '적당함'은 무엇일지 늘 고민하는데, 그에 대한 꽤 근사한 대답을 본 것 같아서 좋았어요.

몇 달 동안 지속되는 해외 축제에 관한 이야기를 우연찮게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는, 한 1년 정도 지속되는 긴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시적으로 반짝하고 사라지는 축제가 아니라 '이거 왜 안 끝나?'하는 지루한, 영원할 것만 같은 착각이 드는 그런 축제를 만들어보면 재밌겠다 싶어요. 상상해본다면 매주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있는 축제이고, 그 라인업이 공개될 때 2~3년치가 한꺼번에 공개되면 어떨까 싶었어요. 일시적인 축제가 아니라 그냥 축제랑 진득하게 같이 사는 그런 감각이 실현되면 어떨까 엄청 궁금해요.

정리 나혜린 서울문화재단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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