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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7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신정균
시각예술/영상·설치
2026 금천예술공장 입주예술가
2025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리서치를 기반으로 영상과 설치 작업을 하고 있는 신정균입니다. 이제껏 당연하게 받아들인 일상의 규칙과 제도적 매뉴얼이 개개인에게 스며들어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적해왔습니다. 실재하는 장소나 사건에 가상의 내러티브를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가 믿고 있는 현실의 이면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사실 미술대학을 다니던 학부 시절에는 작가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나 확신이 없었습니다. 졸업이 다가올 무렵, 막연히 취업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방송국의 입사 시험을 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비디오아트 전시의 아티스트 토크를 보러 갔는데 전문 촬영팀이 그 현장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문득 누군가 시키는 일을 수행하는 삶과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차이를 인식하게 됐습니다. 비록 불안정하더라도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쪽을 택하고 싶다는 바람이 계기가 돼 창작의 길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특별하거나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부분에 관심을 갖고 제 언어로 번역하기 위해 항상 주시합니다. 평소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물이나 공공장소에 붙은 안내문의 문구처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며 지나치는 풍경을 계속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어디선가 흘려보낸 것들을 붙잡아 건져 올리려는 시도가 예술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견고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Ordinary World》(2024) 주프랑스한국문화원 전시 전경

제 작품은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인 기록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 허구의 설정을 섞어 과연 어디까지 진실인지 유추해보도록 만드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시대에 미래를 예측하려는 믿음과 현재를 보존하려는 대응 방식을 다룬 개인전 《예언과 시나리오》를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선보였습니다. 근래에는 기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인간 본연의 역할은 무엇인지 질문하기 위해 수필 속기사와 윷놀이학회장님을 인터뷰하고 기록자와 해석자로서의 교차점을 만들어낸 작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불안을 어떻게 시각화할지 고민하며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 작업은 거창한 계획보다는 평소에 틈틈이 기록해둔 메모와 자료가 모여서 구체화됩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하다 본 짧은 기사나 게시물, 거리에서 무심코 찍은 사진 한 장으로부터 작업이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다른 분야의 작품을 보거나 전시를 관람할 때 직접적인 스파크가 일어납니다. 타인의 예술적 접근을 마주하는 순간 잠재된 관심사와 교차하면서 이를 나의 질문으로 어떻게 치환할 수 있을지 떠올리는 것입니다. 그러한 시선의 속도로 작품을 보고 싶어서 주로 혼자 전시를 보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는 아카세가와 겐페이의 『초예술 토머슨』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오르내릴 수 없는 계단이나 허공으로 연결된 문처럼 주변에 존재하지만 아무런 기능도 없이 남아있는 흔적을 찾아다닌 기록입니다. 쓸모를 잃어버린 사물과 버려진 잔해를 눈여겨보는 저로서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무용한 발견을 '초예술'이라 명명하며 그 가치를 전복하는데, 이는 일상의 틈새를 탐색해온 제 작업과도 결을 공유합니다. 모두가 신뢰하는 체계가 어긋나는 순간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본 책입니다.

저는 작업을 통해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나 결론을 내리는 대신, 현실 상황을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싶습니다. 향후에는 댐이나 특정 장소의 조형물처럼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공 인프라를 기념비적 조각으로 바라보는 신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안보와 재난 대비라는 명목 아래 설계된 공간 구조와 매뉴얼을 수집하고, 그 뒤에 가려진 집단 불안의 실체를 드러내보려 합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을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감각할 수 있도록 일종의 통로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정리 나혜린 서울문화재단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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