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물든 가을
‘서울’이라는 무대를 즐기는 법
큐레이션으로 보는 2026 서울어텀페스타
서울의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선선한 바람을 따라 한강을 걷고, 대학로 골목을 지나고, 광장과 공원을 마주하다보면 도시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올가을에는 극장은 물론 거리 위에서도 공연과 축제를 만나보자. 한강이 무대가 되고, 공원이 객석이 되며, 도시 곳곳이 예술을 만나는 장소가 된다.
9월 18일부터 11월 29일까지 73일간 열리는 2026 서울어텀페스타는 서울 전역의 공연과 축제를 하나의 브랜드로 연결해 선보이는 통합 공연예술 플랫폼이다. 축제 38개, 공연 478편을 비롯해 총 245개의 참가작과 558개의 세부 프로그램이 연극·무용·음악·전통·거리예술 등 다양한 장르로 서울 곳곳을 채운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무엇을 볼까’ 하는 고민도 커진다. 그래서 올해 서울어텀페스타는 공연을 단순히 나열하는 대신, 관객의 취향과 관심사, 관람 목적과 일정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공연을 발견하도록 큐레이션을 제안한다. 좋아하는 장르를 따라가도 좋고, 평소 접하지 않은 새로운 예술에 도전해도 좋다.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나 관심사에 따라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73일간 수많은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보느냐보다 나에게 맞는 한 편을 어떻게 발견하느냐일지도 모른다.
연출 이루다, 출연 서울시무용단·멜랑콜리댄스컴퍼니·포스·최호종·블랙토무용단 외
서울의 가을은 한강에서 시작된다
축제의 첫 장면은 한강에서 열린다. 9월 18일 뚝섬한강공원에서 개막행사 <서울, 한강에서 춤을>이 펼쳐진다. 무용가 이루다가 예술감독을 맡고, 소리꾼 오정해를 비롯해 최호종, 서울시무용단, 한국예술종합학교 K-Arts 무용단, 멜랑콜리댄스컴퍼니, 더 스토리즈 크루, 안성수픽업그룹, 블랙토무용단 등 국내 정상급 예술가가 함께한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춤’으로 풀어낸 공연으로, 시민 1만여 명이 자리해 73일의 여정을 시작한다. 현장에 자리할 수 없다 해도 아쉬워 말자. SBS <문화가중계>에서 녹화 방송으로도 만날 수 있다.
개막 행사의 열기를 이어, 9월 19일부터 20일까지는 뚝섬한강공원과 서울숲 일대에서 서울거리예술축제2026가 이어진다. 서커스와 퍼레이드, 이동형 공연을 따라 걷는 ‘아트레킹Artrekking’을 통해 관객은 객석을 벗어나 도시를 직접 무대로 경험한다. 서울어텀페스타의 첫 주말은 이렇게 공연을 ‘보러 가는’ 것에서 공연을 따라 ‘걷는’ 경험으로 시작된다.
대학로를 출발점으로 나만의 공연을 찾아보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대학로에 마련된 통합정보센터를 찾아보자. 9월 중순부터 11월 29일까지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에서 운영되는 통합정보센터에서는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과 축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고, 키오스크를 이용한 공연 검색과 취향 기반 추천, QR코드 예매 연계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수많은 공연 가운데 무엇을 볼지 고민될 때, 나에게 맞는 공연을 찾는 가장 가까운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특히 대학로에서는 공연을 중심으로 가을밤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70여 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서울문화재단의 ‘다시, 대학로’ 리브랜딩 캠페인 ‘대-락樂로’와 함께 공연 전에는 서울연극센터 ‘제철연극’에서 개막을 앞둔 기대작을 미리 만나고, 공연 후에는 ‘애프터시어터’에서 관객과 감상을 나누며 여운을 이어갈 수 있다. 지역 상권과 함께하는 ‘댕로마켓’까지 더하면 공연 한 편을 보는 일이 대학로의 밤 전체를 경험하는 시간이 된다.
새로운 예술가와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서울커넥트스테이지 ON’을 추천한다. 연극·무용·전통 등 총 7팀의 젊은 창작자들이 서울연극창작센터·서울무용창작센터·서울예술교육센터 강북 등 장르별 전문 공연장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선보이고 관객과 만난다. 아직 이름은 낯설지라도 지금 서울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창작자들의 무대를 통해,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감각과 가능성을 가까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코끼리귀펄럭의 연극 <ㅁ안의 몬스터>는 특별하거나 극적인 누군가의 이야기를 넘어 ‘평범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고, 프로젝트 잇구의 판소리 음악극 <환영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은 전통예술의 언어를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무대를 보여준다. 김건우·양다원의 무용 작품 <Awaking>는 두 무용수의 정교한 파트너링과 신체 움직임을 통해 몸으로 전달되는 춤의 힘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장르와 표현 방식을 가진 이들의 작품을 따라가다보면, 지금 서울의 젊은 예술가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초·중·고등학생과 가족 관객이라면 서울시의 청소년 공연 관람 지원사업 ‘공연봄날’과 서울어텀페스타가 만나는 프로그램도 눈여겨보자. 뮤지컬 <긴긴밤>, <타악기와 함께하는 카르멘 여행> 등 어린이·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연이 도심 곳곳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오직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객에게는 ‘K-Arts 큐레이션’을 권한다. 한국의 전통과 동시대 예술을 처음 만나는 관객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전통음악부터 동시대 연극과 무용·시각예술까지 이 도시에서 경험할 만한 작품을 한데 모았다.
9월 20일 돈화문국악당에서는 한국 가야금과 대만 비파가 만나는 <무강無疆 II>, 10월 8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전통악기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콘서트 <Resonance>를 만날 수 있다. 10월 23일과 24일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리는 리퀴드사운드의 <네오트래디션>은 한국·중국·일본의 젊은 아시아 전통예술가들이 각자의 전통을 동시대적으로 풀어낸다.
한국 연극의 과거와 현재가 궁금하다면 대학로극장 쿼드의 ‘연극의 질문들: 진화하는 텍스트’도 주목할 만하다. ‘초기술 시대에 연극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며 텍스트와 무대라는 연극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고, 한국 연극사를 일궈온 거장의 삶과 예술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조명한다. 외국인 관객에게는 스마트 안경을 통한 실시간 번역 자막을 제공해 언어의 장벽도 낮췄다.
한국의 예술이 세계와 만나는 장면도 있다. 10월 10일과 11일 서울무용창작센터에서 열리는 <That’s All Folks!>는 이탈리아 피렌체 파브리카 유로파 페스티벌Fabbrica Europa Festival과의 교류를 통해 작품을 소개한다. 11월 26일부터 12월 9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언폴드엑스2026에서는 서울의 역사적 공간과 동시대 예술이 만나는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공연을 넘어 예술의 미래를 만나다
좋은 공연을 보고나면 때로 이런 질문이 남는다.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예술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어텀페스타는 그 질문을 공연장 밖으로 확장한다. 11월 17일 DDP 아트홀 2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예술포럼SAFT 2026은 세계 각국의 예술가와 연구자, 문화예술 현장의 전문가들과 함께 인간과 예술, 그리고 관계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자리다.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 석학 대니얼 리Daniel Dongyuel Lee 코넬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미디어아티스트 트레버 페글렌Trevor Paglen, 페스티벌 시티 애들레이드Festival City ADL CEO 글린 로버츠Glyn Roberts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예술감독과 예술가·연구자들이 서울에 모인다. 인공지능이라는 낯선 지능이 인간의 선택과 판단, 창작과 관계의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시대에 과학과 인문학의 관점에서는 인간과 지능의 미래를, 예술가와 철학자의 시선에서는 예술의 역할과 새로운 지성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어 도시의 문화공간과 축제, 극장과 공연의 현장에서는 우리가 만나고 함께 경험해온 방식이 무엇을 이어가고 어떻게 변화하며, 또 어떤 새로운 연결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전망한다.
서로 다른 학문과 예술, 도시의 경험이 교차하며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변화 속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되어가는지 짚어보고, 그 안에서 인간과 예술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함께 질문한다.
공연을 보고, 새로운 예술을 만나고, 그 예술이 향할 내일을 생각해보는 것. 서울어텀페스타에서 축제는 현재의 예술을 경험하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이 된다. 73일은 짧지 않다. 퇴근길 잠시 들른 대학로에서 뜻밖의 연극을 만날 수도 있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걸으며 서울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오래 기다린 공연을 만나거나, 처음 알게 된 예술가의 작품에 마음을 빼앗길 수도 있다.
서울어텀페스타에는 정해진 관람 순서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강변에 펼쳐진 춤이,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연극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낯선 예술가와의 첫 만남이 이번 가을의 기억이 될 것이다. 공연을 만나러 걸어간 길, 우연히 마주친 음악, 공연이 끝난 뒤 나눈 이야기까지. 그렇게 쌓인 순간들이 모여 저마다 다른 가을을 만든다.
글 이하늘 서울문화재단 축제정책팀
<Beyond the Limits Series I ‘Choral Spectrum’>
*서울어텀페스타 참가작에 관한 자세한 공연 정보는 서울어텀페스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sfac.or.kr/seoulautumnfest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