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 인스타그램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FOCUS

10월호

열다섯 가지 키워드로 안내하는
서울어텀페스타

40일간 서울에서 펼쳐지는 117편의 공연 현장에서
당신에게 꼭 맞는 작품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열다섯 가지 키워드로 이뤄진 큐레이션 테마를 소개한다.

ⓒ예술무대 산

“생애 처음 만나는 공연”

“어린이 관객은 최고의 비평가다.” 연출가 피터 브룩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미래 세대는 가장 첨예한 시각을 가진 관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관객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충분히 마련해주는 것, 그뿐 아닌가. 통상 ‘7세 이상’ 혹은 ‘초등학생 이상’으로 정해지는 공연장 입장 연령과 달리,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마련된 작품에 주목해본다.

2021년 개관한 어린이 전문 공연장인 노원어린이극장에서는 노원 어린이·청소년 연극제가 열린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지역 예술단체와 협업해 이들의 시각에 꼭 맞는 작품을 펼친다. 동대문구 장한로 일대에서 펼쳐지는 동대문페스티벌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거리예술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광진어린이공연장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형극단으로 손꼽히는 예술무대 산의 가족인형극 <산초와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다. 이외에 스트리트댄스부터 마술·서커스·연극 등 장르를 접목한 창작매지컬 <명화배달부>, 창작뮤지컬 <라면에 파송송>, 이머시브 공연 <극장의 도로시>, 청소년극 <고등어> 등 챙겨봐야 할 공연이 수두룩. 올가을엔 미래 세대와 손 잡고 공연장을 찾아보면 어떨까.

김태희 [문화+서울] 에디터

ⓒ서울돈화문국악당

“케데헌의 뿌리를 찾아서! K-아트의 멋”

생경한 공간에서 스친 뜻밖의 만남처럼, 서울의 가을은 불시에 감각을 흔든다. 광장을 가득 채운 북소리, 달빛에 배인 국악, 무용가의 궤적이 겹칠 때 이곳은 하나의 거대한 축제로 피어난다. 바야흐로 공연이 도시의 공기를 바꾸고, 여행자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서울의 밤을 서정적으로 밝혀준다. <야광명월>은 은은한 달빛과 어우러져 판소리와 국악기의 깊이를 전하고, <여유작콘서트>는 국악을 동시대 언어로 번역해 이방인에게도 친근하면서 신선한 공명을 선사한다. 낯선 밤 문득 마주친 선율은 오래도록 머문다.

심장을 울리는 박동을 원한다면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콘서트와 타악그룹 타고의 공연을 놓치지 말 것. 옛 율명에서 추출한 음정으로 만든 악기와 이머시브 음향·영상이 여운을 확장하고, 전통 음률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타악 퍼포먼스는 현장을 제의적 분위기로 변모시킨다. 쉬이 가라앉지 않는 에너지에서 비롯된 몰입은 여행이라기보다 의식에 가깝다.

커튼콜이 끝나도 이야기는 쉽게 온점을 찍지 않는다. 달빛과 장단, 노래와 몸짓이 겹겹이 남긴 광경은 우리의 오감을 오래 붙잡아둔다. 심장은 여전히 리듬을 따라 뛰고, 눈앞은 색과 움직임으로 번져 있다. 그리고 잔상은 결국 당신을 다시 서울로 불러들이는 가장 강렬한 초대장으로 다가온다.

박이현 ‘럭셔리’ 매거진 피처 디렉터

ⓒ디토 오케스트라

“클래식 음악으로 물드는 가을밤”

서울어텀페스타의 여러 공연 가운데 음악 장르는 긴 호흡으로 앙상블을 다져온 단체의 안정적인 연주와 탐구 정신으로 중무장한 도전적인 시도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먼저 반포심산아트홀에는 두 가지 방향성의 무대가 모두 준비됐다. 피아니스트 이용규가 진행할 ‘서리풀 작곡가 탐구 시리즈’ 공연은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한편 무지카 엑스 마키나가 함께하는 ‘서리풀 고음악 오디세이’ 시리즈는 이번 공연에서 ‘눈물과 고요’라는 시적인 제목 아래 한국의 정가와 영국의 류트 송을 한자리에 모았다.

자신이 다루는 음악 전통의 뿌리가 되는 작품을 중요히 다루는 고전적인 무대도, 계속되는 발견의 순간을 추구하는 공연도 준비된다. 디토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 <톡톡 클래식 II-BEETHOVEN>은 젊은 감각으로 중무장한 디토 오케스트라와 젊은 지휘자·협연자가 모여 다시 한번 베토벤이라는 고전을 탐구하는 공연. 코리아나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정기연주회는 한스 크라사와 스메타나·쇤베르크의 곡을 선보인다. 서양음악의 가장 주된 레퍼토리는 아니었으나, 이들은 분명 우리가 귀 기울여 듣고 새로운 영감을 만날 수 있는 작품 아닌가.

음악에 대한 탐구 정신부터 새로운 시도까지, 서울어텀페스타에서 만날 주요 음악 공연이 기대를 모은다. 뛰어난 음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만들 이 기나긴 축제 안에서 음악적인 가을을 즐겨보면 어떨까.

신예슬 음악평론가

ⓒPark Sang Yun

“전통예술의 정수를 오감으로 맛보다”

서울 도심의 분주한 풍경 속에서 불현듯 마주치는 전통예술은 일상을 낯설게 흔드는 마법 같지 않을까. 서울어텀페스타는 한국 전통춤과 음악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들로 지친 도시의 일상에 여운을 불어넣는다.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 무용제 <여백>에서는 명무들의 절제와 섬세함이, 무용가 김승애의 <동동촉촉>에서는 권명화류 춤을 중심으로 영남춤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모두가 시조 한 곡을 부를 수 있는 미래를 꿈꾸는 제3회 호수문화제는 고즈넉한 가을 정취 속 명인들이 만들어내는 시조의 세계로 시민을 초대한다.

찬란한 문화유산의 역사를 조명하거나 이를 새롭게 길어 올린 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국악단 소리개의 <길>은 판소리와 사물놀이·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며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내고, 타악 연주가 박안지의 장단 연구 프로젝트 <금산농악>은 금산농악 장단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타악 앙상블을 선보인다. 채옥선의 가야금 선율을 계승하는 <성천10>은 심청가의 여러 장면을 가야금병창으로 재구성해 재미를 더하고, 서울놀이마당에서 열리는 서울아리랑축제는 아리랑의 정신을 되살려 공동체의 가치를 전한다. 기성 공간이 지루하다면 밖으로 나와 친구·연인·가족과 함께 극장 밖 다양한 공간에서 전통예술을 직접 경험할 수도 있다. 여성국극 <정년이 광화문에 오다>는 드라마와 웹툰·창극으로 큰 인기를 모은 <정년이>를 광화문광장에서 마당극 형태로 새롭게 만나는 작품이다.

이번 서울어텀페스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한국의 전통예술이 사람과 도시를 연결하는 순간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서울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무대를 통해 눈과 귀, 몸으로 전통예술의 매력을 만끽해보자.

성혜인 음악평론가

ⓒ서울연극 25 페스티벌

“연극·뮤지컬, 작지만 강한 소극장의 파워”

서울어텀페스타에 참여하는 연극과 뮤지컬은 기존의 정통 연극 양식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시도를 펼치거나, 미니멀한 무대와 간결한 구성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관객과 밀착해 감각적 체험을 끌어내는 작품이 주를 이루는 것 또한 특징적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인극’ 형식이 두드러진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은 이러한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르 행사다. 연극 <기도문>과 뮤지컬 <프라테르니테>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2인극의 매력을 드러낸다. <기도문>은 남과 북, 서로 다른 세계에서 자녀를 잃은 두 어머니가 등장해 상실과 애도의 감정을 공유한다. <프라테르니테>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다. 귀족과 어린 평민이 혁명의 이상을 위해 만나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야기로, 거대한 역사적 무대를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두 인물의 관계 변화에 집중한다.

젊은 창작자들의 기발한 발상과 패기 넘치는 도전 정신을 담은 소극장 작품도 눈에 띈다. <나의 고난은 50분 남았다>는 극적 시간과 공연 시간을 동일하게 설정한 실험적 연극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조력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다. 관객은 마지막 순간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삶과 죽음, 선택의 의미를 함께 겪게 된다. <먹태깡에 대한 명상>은 배우들이 취재하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원본과 가짜가 혼재하는 산업사회와 소비사회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무심히 지나쳤던 스낵이 연극 속에서 사회학적 은유로 확장된다.

박병성 뮤지컬 칼럼니스트

ⓒ서울발레페스티벌

“춤과 퍼포먼스, 서울이 춤추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풍요의 춤이 활발하던 시기다. 축제의 리듬이 살아 있는 계절에 서울어텀페스타의 무용 작품 일곱 편이 서울 곳곳을 누빈다. 국내 최고령 댄스 페스티벌 서울무용제는 46회를 맞아 ‘연결’을 강조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맏형 격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고르라면, 단연 예술성을 겨루는 경연 부문 작품 네 편이다. 석촌호수 야외 무대에서 펼쳐지는 서울발레페스티벌은 체험 프로그램으로 무장했다. 가을밤을 수놓는 국내외 발레단 공연은 물론, 아이와 함께하는 ‘펀펀FunFun발레’, 특별한 데이트 ‘발레로썸’ 등 대부분 프로그램이 무료다. 주말 나들이에 제격이다.

좀 더 ‘딥’한 작품을 보고 싶다면 영화적 시선을 접목한 <풍경>, 스테디셀러에서 출발한 창작발레 <안네 프랑크>, 내면을 들여다보는 바리나모의 <마음을 다해 붉고 깊게>가 있다. <풍경>은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이끄는 무버가 공연한다. 요양원 내부 풍경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영상 기법뿐 아니라 움직이는 3미터 크기의 대형 벽면을 들여왔다. <안네 프랑크>는 댄스시어터샤하르가 선보인다. 전막 발레를 다수 보유한 이 단체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안네의 일기’를 통해 시대적 아픔과 희망을 그린다.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하다면 또 다른 현대무용 <마음을 다해 붉고 깊게>가 제격이다.

다른 축제도 있다. 제18회 K-발레월드는 한·중·일 발레단의 갈라 공연과 우리 발레 레퍼토리 6편을 연이어 선보인다. SDP댄스페스티벌은 저출산 시대 ‘딩크당스’를 주제로 여러 작품을 소개한다. 해외 디렉터를 초청해 공연 유통을 꾀하고, 교육자와 함께하는 세미나도 연다.

윤대성 월간 ‘댄스포럼’ 편집장

ⓒ국립극장

“따끈따끈한 신작과 신예를 만나다”

21세기. 대한민국. 그 중심지 서울. (행운인지 불행일지 모를) 이 뜨겁고 찬란한 교차로에서 매일 새로운 예술이 태어난다. 서울을 본향 삼은 공연예술은 자연스레 도시의 얼굴을 닮는다.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시대의 한순간이지만, 동시대의 목격자가 된 예술가들이 부지런히 이를 포착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리하여 신진 예술가들이 다가올 가을의 서울이라는 무대에서 선보일 작품은, 곧 우리의 이야기다. ‘한국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둘러싼 불편함을 ‘마법 소녀’라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풀어낸 연극 <반짝, 희라>, 죽음이라는 상실을 함께 겪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납골당 드라이브>는 최근 우리가 공유해온 젠더 이슈를 포괄한다. 소셜미디어의 현실을 다룬 창작뮤지컬 <페이크북>이나 기후 위기의 메시지를 기존의 클래식 음악 작품과 연계해 표현한 헤아린 앙상블 <사계, 2도의 세계, 2049> 또한 동시대적 감각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최근 오늘날 한국의 정취를 현실감 있게 담아내며 화제가 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즈에 흥미를 느꼈다면, 오늘날의 서울에서 전통춤을 기반으로 창작의 미래가 되는 이들에 주목해보는 것도 좋겠다. 국립무용단이 차세대 안무가를 찾기 위해 시작한 ‘안무가 프로젝트’는 올해 세 명의 새로운 안무가를 소개한다.

도시 서울의 한복판에선 기술에 대한 고찰 또한 빠질 수 없다. 여러 작품이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다채로운 예술적 사고로 모두가 공감하는 경험을 다룬다는 점에서 젊은 예술가의 무대는 오늘날 관객이 품은 동시대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허서현 월간 ‘객석’ 기자

ⓒROHSH

“깊이를 더한 이름, 감동을 더한 무대”

젊은 예술가의 새 작품이 오늘의 서울을 투명하게 담아낸다면, 여러 해를 거듭해 공연되는 작품 혹은 중견 예술가의 무대는 그 너머에 있는 사유의 바다와 같다. 아무리 맑은 물도 수심이 깊어지면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짙어지는 것처럼, 검증된 예술이 주는 풍성한 사고의 깊이는 분주한 도시의 삶 속 마음 쉴 곳이다.

무엇보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다시 공연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꽤 그럴싸한 인증 도장을 받은 셈이다. 99아트컴퍼니의 <제, 타오르는 삶>이 대표적으로, 지난해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상 대상을 받고, 이후 영국 런던 더 플레이스 공연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제의’의 의미를 오늘날의 노동으로 확대해, 한국 민속무용인 승무를 바탕으로 전통춤을 재해석했다. 이 외에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와 서울시극단 <트랩>도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거듭 무대를 장식하는 공연이다.

아티스트 이름만으로 기대감을 만족시키는 공연들도 있다. 수년째 모차르트에 관한 말년의 탐구로 빛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독주회, 무대 인생 55주년을 기념하며 단테 ‘신곡’ 속 단테의 안내자 베르길리우스로 분한 배우 정동환의 연극이 그중 하나다. 무대 한복판을 거침없이 가로지르는 다수의 중견 예술가를 보유하고 있음은, 단연 우리 예술계의 든든한 자랑거리 중 하나다. 서울시발레단의 가을 공연 또한 현대 발레계를 대표하는 안무가 한스 판 마넨의 작품과 독일에서 일찍이 영향력을 드러내며 화제가 된 중견의 한국 안무가 허용순의 작품을 나란히 무대에 올린다.

여기에 푸치니의 3대 오페라 <라 보엠>을 선보이는 그랜드오페라축제와 ‘관객모독’으로 잘 알려진 페터 한트케의 희곡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시간’을 선보이는 김아라프로젝트그룹 태의 비언어 총체극까지, 예술의 깊이를 담아내는 탄탄한 명작이 관객을 기다린다.

허서현 월간 ‘객석’ 기자

 

“집에만 있기 아까운 날, 야외 공연으로 출동!”

길어진 여름, 짧아진 가을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번 주말엔 어디를 가볼까, 근처 광장에서 축제가 열린다는데 비 소식이 있는 건 아닐까, 짧은 주말을 소중한 사람들과 값지게 보내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과 도시 곳곳 사이사이를 휘감는 문화예술의 바람이 휘감겨 솟아오르는 계절이다.

매년 추석 명절마다 도심에 남은 이들의 휴일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서울거리예술축제가 올해 ‘서울다움’을 주제로 거리에 빛을 밝힌다. 특히 청계천 복원 20년을 기념해 서울광장을 비롯한 도심에서 물길까지 공간을 확장하고, 팬데믹으로 위축된 해외 단체와의 교류도 적극적으로 되살리고자 했다. 같은 시기 광화문광장에서는 광화문전통춤페스타가 펼쳐져 고향을 찾지 못하는 도시민의 마음을 위로할 예정. 춤·음악·연희 등 전통예술의 멋과 흥을 즐기며 ‘달보고 춤추는’ 주간이 될 것이다.

낭만적인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마포구 일대에서 펼쳐지는 M 클래식 축제를 통해 계절의 정취를 짙게 만드는 선율을 즐기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악가들을 만나봐도 좋겠다. 조금 색다른 축제를 경험하고 싶다면 우리말을 소재로 한 예술을 망라한 말모이축제(대학로 일대), 서울의 지역성에 관심이 깊다면 강북 솔밭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삼각산 소나무 예술제나 친환경 생태공원인 선유도를 거점 삼아 펼쳐지는 영등포선유도원축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김태희 [문화+서울] 에디터

ⓒ서울시립교향악단

“가을밤, 위로의 말 대신 건네는 예술”

가을은 언제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공기가 바뀌면 도시의 리듬도 서서히 달라진다.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은 이 계절, 삶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다섯 편의 무대를 주목한다.

민요는 한을 달래고 흥을 돋우며 오랫동안 민중의 삶을 지탱해온 노래다. <모던민요>에서는 배익한 재즈 오케스트라가 민요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는다. 경기·서도·남도·제주 등 한국 각 지역의 민요를 재즈와 결합해, 민요의 장단에 유연한 재즈 리듬을 더한다. 클래식 음악과 전자음악의 융합도 주목할 만하다. 음악가 백혜린의 <공명과 파동: 음악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고전 악기의 따뜻한 음색과 전자 음향의 차가운 질감이 만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관객은 일상의 소음을 잠시 잊고, 음악이 만들어내는 파동에 몸을 맡기며 새로운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앙상블 아코르데의 <피아노 앙상블 시리즈 III: 가을, 서울을 걷다>는 도시의 다채로운 풍경을 피아노 음악에 빗댄다. 피아노는 혼자서도 오케스트라 소리를 연상시킬 만큼 풍부한 음향을 지닌 악기다. 그 울림으로 채워진 무대는 고층 빌딩과 한옥, 고요한 한강과 번화한 광장이 공존하는 서울의 모습과 닮았다.

피아노만큼 다채로운 색을 품은 악기를 꼽는다면 바로 기타다. 기타리스트 권진수의 <다채로운 선율의 여행>은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악기 한 대로 펼칠 수 있는 다채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행복한 음악회 함께>를 통해 발달·신체 장애를 지닌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를 완성한다. 단원들의 세심한 지도와 꾸준한 합주로 준비된 이번 공연은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며 완성됐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서는 진정한 소통의 가치가 이 음악회에 담겨 있다.

장혜선 공연 칼럼니스트

 

“가슴 한구석을 울리는 이야기”

바람이 차분해지고 길 위의 그림자가 길어질수록,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극 무대에는 기억과 상처를 마주하고,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서사가 기다리고 있다.

일제 강점기 암울한 시대, 링 위에 선 두 복서의 싸움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선다. 창작뮤지컬 <조선의 복서>는 시대의 비극에 휘말린 이들,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단 작은신화가 선보이는 <한 가족 이야기>는 가장 은밀한 폭력으로 불리는 가정 내 학대를 정면으로 다룬다. 작품은 단순한 가족극을 넘어, 지금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사회적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다. 한편, 극단 메타포의 <닫히지 않은>은 국가 폭력의 그림자 속 희생된 이들을 은유적으로 불러낸다.

삶과 죽음을 마주하는 이야기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 위 돌무덤과 한 그루 나무, 그 상징적인 공간에 말 더듬는 소년과 다리를 저는 소녀, 그리고 아들을 잃은 노부부가 등장한다. 공연제작센터의 <그리고. 바다를. 오르다>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시적인 대사로 풀어낸다. 공연창작소 공간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은 농인과 청인이 함께 무대를 만든다. 엄마의 죽음을 숨기는 가족, 그리고 그 안에서 고립된 농인 딸 유림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수어와 음성이 교차하는 무대 위에서 관객은 소통의 본질적 한계를 마주한다. 이 작품은 ‘장애’를 소재에 머무르게 두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단절과 외면,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마주할 때 비로소 시작되는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섯 편의 무대는 서로 다른 서사를 담고 있지만, 남기는 울림은 같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혜선 공연 칼럼니스트

ⓒ한국장단음악축제

“신명 가득, 한판 놀아보세!”

올해 서울어텀페스타는 여러 공연을 ‘전통예술의 핵심 살펴보기’, ‘문턱 낮추기’, ‘일상 및 도시적 감수성과의 연결고리 찾기’라는 공통분모로 연결해 축제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공연마다 전승과 창작, 교육과 향유, 의례와 축제, 예술성과 대중성의 스펙트럼을 가로지르며, 단체와 예술가의 고유 역량이 각자의 언어로 빛나도록 설계한 것. 전통예술이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형 경험임을 증명하고, 관객은 ‘보는’ 사람이 아닌 ‘함께 만드는’ 존재로 바뀌는 순간이다.

가을, 서울의 공기는 전통음악의 장단을 닮아간다. 느리게 숨을 고르고, 한 번 붙으면 떠나지 않는 리듬. 서울어텀페스타의 심장부에는 전통예술의 맥을 오늘의 감각으로 두드리는 한국장단음악축제 <장단유희>가 있다. 빛소리친구들의 <흥부와 놀부가 얼쑤>는 장애예술인이 거리로 나와 모두와 만나는 시간이다. 창작민요프로젝트 화로花爐의 <소리結(결): 서울의 가을, 공명하는 우리가락>은 도심의 일상과 가을의 색채를 전통민요와 연계한, 이른바 ‘도시형 민요’의 가능성과 재미를 보여주는 순간이다. <홍성현의 초벌비-수호신 골매기>는 노동과 바다의 호흡에서 길어 올린 원초적 리듬을 무대로 소환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 <국악가요>는 전통과 대중의 경계를 가뿐히 넘나든다. 제5회 ㅊㅊ-하다페스티벌은 신예의 에너지와 판소리·연희·춤을 가로지르는 장르 실험으로 축제의 온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모든 공연과 단체가 관객과 함께할 호흡과 마음가짐으로 중무장했으니, 가을의 공기처럼 편안히 만끽해보자.

송현민 음악평론가

ⓒ아하무브먼트

“Mix & Beyond: 경계를 넘는 새로움”

서울어텀페스타의 콘텐츠 가운데 실험성이 돋보이는 공연들은 정답을 향하지 않는다. 공연은 완결된 진술이 아니라 질문이며, 관객은 그 질문을 함께 살아내는 동반자다. 우리는 ‘해체’와 ‘혼성’을 통해 익숙한 문법을 무효화하고, 무대와 관객, 전통과 현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문다. 핵심은 ‘실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실험을 통해 예술이 사회와 맺는 관계를 새롭게 상상하는 것에 있다.

서울세계무용축제 올해의 테마는 ‘광란의 유턴’. 기후 재앙 이후, 정치적 극단주의가 휩쓸고 연대가 무너진 시대를 무용수들이 통과한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일어나는 풀잎 같은 몸짓은 저항이자 치유이며, 무대 위의 몸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선 연대의 형상이다. 연주자와 작곡가가 구상 단계부터 협업하는 실험적 공연·연구 프로젝트 <자연소 프로젝트 3-A>는 국악기와 양악기가 대등하게 호흡하는 새로운 앙상블을 통해, 한국형 혼합 관현악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한편, 오헬렌의 <투어>에서 관객은 단순히 보는 이가 아니라 공간과 공연의 일부로 개입하며, 매번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서울연극창작센터가 운영하는 실험 플랫폼 ‘오픈 랩 씨어터’는 블랙박스 극장에서 다섯 팀의 창작자들이 미완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관객과 전문가의 피드백을 통해 발전시킨다. 무대는 실험실이 되고 피드백은 창작의 일부가 되는 ‘미완과 과정의 실험’이다. 그 이름처럼 제도화된 무대와 장르의 경계를 끊임없이 이탈하며 새로운 예술의 장을 실험해온 옵/신 페스티벌 또한 살아 있는 플랫폼이 되기를 지향한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무용단은 전통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재현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신작 <미메시스>는 전통은 박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호흡하는 신체의 기록이며, 무용수들의 몸은 이를 동시대적 질문으로 바꿔낸다. 오초롱이 시도하는 전통의 갱신도 주목할 만하다. 종묘제례악을 디지털 공간에 소환하는 프로젝트 <종묘: 재래-악>. 이 무대에서 죽음을 기리는 음악이 다시 탄생의 의식으로 이어지며, 피리의 숨결과 3D 점망 영상을 결합해 전통과 동시대 이미지를 겹쳐낸다.

허영균 1도씨와 온도들 디렉터

ⓒSeoul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초심자를 위한 부담 없는 추천”
“애호가의 나만 알고 싶은 공연”

문화예술을 만끽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호기심, 몰입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 고유의 취향과 개성, 예술 문화 전반에 관한 지식… 서로 다른 배경과 상황의 누구라도 서울어텀페스타를 즐길 수 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은 있었으나 다가가기 힘든 초심자라면 다니엘 린데만이 해설하고 KBS교향악단(지휘 여자경)이 연주하는 세종문화회관 누구나 클래식 <다니엘의 해설 클래식-베토벤 교향곡×협주곡>을 통해 베토벤의 명곡을 한데 감상할 수 있다. 베토벤의 긴 교향악 작품 중 일부만을 따로 떼어 곡에 실린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들려주는 모든 이를 위한 시간이 마련된다. 반면 심도 있는 감상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 취향을 키워온 애호가라면 올해 열일곱 번째를 맞이하는 서울국제음악제에 집중해 볼만하다. ‘Dance with Me’이라는 제목으로 왈츠·마주르카·발레·탱고 등 클래식 음악사에 공고히 자리한 춤곡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 호르니스트 라데크 바보락,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등 국내외 곳곳에서 활약하는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다.

여름내 더위에 움츠려 있던 무용 초심자라면 ‘에브리 바디, 에브리 원’이라는 주제 아래 펼쳐지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 개관 페스티벌로 기지개를 켜보는 건 어떨까. 발레·한국무용·현대무용 등 여러 분야의 청년·원로 무용인과 아름다운 움직임에 열망이 있는 일반 시민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자리를 통해 몸의 감각을 깨우고, 좀 더 확장된 움직임 언어로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마련한다.

몸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철학적인 사유를 꾀하고 싶은 애호가에게는 대한민국 전통춤 축제와 백연발레프로젝트와이 <바디-시뮬라크르>를 추천한다. 제주부터 경기까지 국공립 무용단 열 곳이 우리나라 전통의 현재와 미래를 한데 그려보는 풍성한 축제가 열리는 한편, 몸이라는 인간 신체 원형의 변형과 왜곡 현상이 확산하며 원본/복제의 구분이 상실되는 현실 속 몸에 관한 근원적이고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는 무대 또한 만날 수 있다.

연극 분야에서는 관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체험형 연극부터 형식의 틀을 깨부수는 실험적인 무대까지 다양하게 관객을 맞이한다. 허먼 멜빌의 소설을 원작으로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는 극단 올리브와 찐콩의 연극 <모비딕-두 눈의 기억>은 이머시브(관객 몰입형) 공연 형식으로 생동감 있는 체험의 시간을 마련한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언니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연극 공동체를 찾아가는 동생 요셉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변두리 소녀 마리의 자본론>은 관객과 함께 직접 천연 효모로 반죽을 만들고 빵을 굽는 행위를 통해 인간-예술이 공생하는 삶의 가치를 그린다. 짧은 시간 내 강렬한 몰입의 경험을 얻고자 한다면 릴레이 초단막극 축제를 표방하는 <프로젝트 10minutes-8>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호경 음악 칼럼니스트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