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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로컬 리포트 복지가 아닌
삶의 일부로서 문화
금천문화재단
서영철 대표이사

인터뷰가 예정된 금천뮤지컬센터로 가는 길에는 금천이라는 도시의 결이 먼저 다가왔다. 서울 서남쪽, 오래된 생활권의 기억과 첨단 산업의 속도가 한 공간에 머무는 곳. 가산동 G밸리에는 청년과 직장인이 드나들고, 독산동과 시흥동에는 오래 동네를 지켜온 주민들의 생활이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다. 금천은 거대한 문화 랜드마크의 도시라기보다, 골목과 생활문화공간 사이에서 문화가 자라는 도시다.

서영철 금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그런 금천을 두고 "생활의 힘이 문화로 이어지는 도시"라고 소개했다. 그 말에는 금천이라는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과 문화예술 행정가로서 그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공부했고,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직 생활을 하며 문화예술정책실·공연예술과 등 여러 부서를 거쳤다. 한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예술지원사업의 흐름을 가까이에서 살폈고, 예술가와 지원 제도, 창작 현장과 정책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체득했다.

그에게 예술지원은 단순히 예산을 나누는 일이 아니었다. 지원 구조가 예술가의 창작 환경을 만들고, 예술가의 활동이 다시 관객과 사회를 만나 하나의 생태계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프랑스에서 공부하며 파리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축제와 여러 문화 행사를 직접 만든 경험도 그의 문화관을 넓혔다. 한국어 강좌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문화원 앞에 줄을 섰고, 한국 영화제에는 관객이 몰렸다. 현지의 젊은이들은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좋아하며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그때 깨달았다. 문화는 큰 이벤트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작은 접점이 오래 쌓이고 사람들이 스스로 연결되며, 생활 속에서 즐기는 기반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오늘날 'K-컬처'의 힘도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지역민들한테 문화예술이 생활화돼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네트워킹이 되고, 그 네트워킹이 문화 활동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이 경험은 지금 금천문화재단을 이끄는 그의 경영 철학으로 이어진다. 문화는 몇몇 사람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가까운 곳에서 자주 접할 때 힘을 갖는다. 좋은 공연 하나, 훌륭한 전시 하나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주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고, 아이와 청소년의 성장 과정에 스며들고, 지역 예술인의 창작 기반과 연결될 때 문화는 도시의 체질이 된다.

금천문화재단이 새롭게 세운 비전은 '모두의 삶이 예술로 피어나는 금천'이다. 서영철 대표는 이 비전을 설명하며 문화예술을 여전히 '복지'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지역 행정의 한계도 짚었다. 문화 복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문화예술이 취약계층에 제공되는 서비스나 여가 프로그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화는 지역민의 기본적인 삶의 요소가 되어야 합니다. 예술인뿐만 아니라 이곳에 살고 활동하는 모든 사람의 일상에 문화예술이 자연스럽게 들어가야 합니다." 그의 말은 단호했다. 예술은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날 누리는 것이 아니라, 주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접하고 자기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권 가까이에서 피어나는 문화

그가 보는 금천의 첫 번째 특징은 '공존'이다. 가산동 일대 G밸리는 기술과 산업의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청년과 직장인, 유입 인구가 많고 도시의 리듬도 빠르다. 반면 독산동과 시흥동에는 오래전부터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주민들이 많다. 이 두 얼굴은 금천의 문화 정책에서도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금천은 하나의 거대한 문화시설이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이끄는 구조와는 다르다. 재단 본부, 금나래아트홀과 금나래갤러리, 어울샘, 독산생활문화센터 별마루, 만천명월예술인가家는 서로 다른 생활권에 자리한다. 구립도서관 4개와 작은도서관 12개도 주민 생활권 곳곳에 흩어져 있다. 겉으로 보면 분산된 구조지만, 그는 이를 생활권 문화의 토대로 본다.

서영철 대표가 부임한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일도 금천의 고유한 특성이 드러나는 문화예술 사업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제작 공연 <환어>, 금천시흥행궁문화제, 가산디지털페스타, AI 뮤직 콘테스트 '지사운드삼공G-Sound30' 등이 있다. 금천의 과거를 담은 역사문화 자원은 <환어>와 금천시흥행궁문화제로, 금천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첨단 산업 자원은 가산디지털페스타와 지사운드삼공으로 구체화됐다.

<환어>는 금천구 개청 30주년을 계기로 시흥행궁과 정조대왕 능행차를 소재로 기획한 공연이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를 비롯한 지역 인적 자원과 협력해 지역 기반 창작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면 가산디지털페스타와 지사운드삼공은 가산동 G밸리의 첨단 산업과 디지털 환경, 청년과 직장인의 생활권을 문화예술로 풀어낸 사업이다. 산업의 현재와 생활의 기억이 함께 있는 도시. 그가 말하는 금천의 문화적 정체성은 그 두 축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올해 금천문화재단이 가장 역점을 두는 일 가운데 하나는 지역 예술인 지원체계의 정비다. 재단은 그동안 분산 운영되던 예술인 지원사업을 '금천 예술인 단계별 지원사업'으로 새롭게 묶었다. 신진 예술인에게는 첫 활동 기회와 지역 안에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경력 예술인에게는 창작의 완성도를 높이고 더 넓은 협업과 발표 기회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이 사업이 5년, 10년 지속된다면 금천에서도 주목할 만한 예술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 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지속성'을 꼽았다. "문화예술은 오랜 기다림과 인내심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어느 한순간에, 1~2년에 결과물이 딱 드러나는 게 아닙니다. 화초에 물을 주면서 기다리듯이 지속 가능한 정책을 꾸준히 가져가야 합니다."

공연장이 닫힌 사이,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다

인터뷰가 진행된 금천뮤지컬센터도 올해 재단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 공간은 본래 교육 특화 시설로 금천구청이 운영해왔지만, 뮤지컬센터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올해 4월부터 재단이 운영을 대행한다.

서영철 대표는 이 공간을 단순 대관 공간이 아니라 청소년 예술교육의 거점으로 재정립하려 한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뮤지컬을 창·제작하거나, 그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예술교육을 하는 공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청소년이 뮤지컬을 배우고 만들고 무대에 서며 예술교육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금천구의 대표 공연장인 금나래아트홀은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그는 이 공사를 단순한 시설 보수로 보지 않았다. 2008년 개관한 금나래아트홀은 이번 공사를 통해 노후화된 무대 기계 시스템을 교체하고 최신 무대장치를 구축할 예정이다. 공사가 끝난 내년부턴 클래식 음악과 뮤지컬·오페라·국악·무용·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더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나래아트홀이 공사하는 동안을 공연 공간 확장의 기회로도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찾아가는 공연 브랜드 '금천라이브'와 올해 새롭게 선보인 '금천라이브 플러스'다. 금천라이브 플러스는 공연장을 벗어나 금천 곳곳을 무대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둔다. 동시에 실내 공연은 금천뮤지컬센터 금천예술극장을 적극 활용한다. 공연장이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무대가 바깥으로 걸어 나오는 시간이다.

올해 시작된 '꿈의 오케스트라 금천'도 재단이 중요하게 보는 문화예술교육 사업이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작은북을 연주한 경험을 떠올렸다. 내성적이던 아이는 친구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에게 악기 교육은 단순히 연주 기술을 배우는 일이 아니었다. 무대에 선다는 것, 다른 사람의 소리와 맞춰본다는 것은 아이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고, 관계 형성의 경험을 제공한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나를 발견하고, 너를 발견하고, 결국 우리를 배우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악기를 연주하는 동시에 옆 친구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하나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기다리고 맞추고 조화를 배운다. 그 과정이 곧 공동체를 배우는 일이다.

사랑방이 된 도서관과 예술인 공간

금천에는 어울샘, 만천명월예술인가, 독산생활문화센터 별마루처럼 주민과 예술인이 만나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는 좋은 문화공간의 조건을 "지역주민이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낮은 문턱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반드시 규모가 크거나 전문적인 시설을 갖춘 곳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민이 부담 없이 찾아오고, 이웃과 만나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역시 재단의 중요한 역할이다.

금천의 또 하나의 강점은 10분 거리 생활권 도서관 네트워크다. 재단이 운영하는 작은도서관 12개소가 주민 가까이에서 공공 문화공간이 돼주고 있다. 앞으로 금천의 도서관은 책을 중심에 두되, 공연·전시·이야기 모임·체험·놀이가 함께 이루어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 서영철 대표의 생각이다. '오픈 라이브러리 데이'는 작은도서관이 한 달에 한 번 동네 사랑방처럼 열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경험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그는 금천문화재단이 구민에게 "내 삶 가까이에 있는 재단"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구민에게는 문화예술을 친근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 지역 예술인에게는 함께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금천문화재단이 올해 새롭게 준비하는 '금천미술벨트'도 같은 맥락에 있다. 금천예술공장,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만천명월예술인가, 금나래갤러리, 아트센터 예술의시간, 갤러리 범일운수종점 타이거원Tiger1 등 공공과 민간의 시각예술 거점이 지역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금천미술벨트는 이 자원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려는 사업이다. 산업단지와 G밸리, 오래된 주거지와 생활문화의 도시로 인식돼온 금천에 시각예술의 흐름이 더해지면, 금천은 산업과 예술, 기술과 감각, 생활권과 창작공간이 만나는 도시로 다시 읽힐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다시 처음의 문장으로 돌아가본다. '모두의 삶이 예술로 피어나는 금천'. 금천문화재단이 하려는 일은 문화예술을 특별한 세계에 가두는 것이 아니다. 주민의 동네, 아이들의 교실, 예술인의 작업실, 도서관의 낮은 책상, 야외 광장과 공연장, 갤러리와 축제 현장으로 문화의 길을 넓히는 일이다. 금천의 문화는 가산동의 빠른 출근길과 시흥동의 오래된 골목, 독산동의 생활문화공간과 아이들의 오케스트라 연습실 사이에서 조금씩 자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금천문화재단은 묵묵히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시민문화협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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